건축 작업, 건축 작품 2024.6

2024. 6. 30. 11:25아티클 | Article/에디터스레터 | Editor's Letter

Building work, architectural work

 

 

 

건축사 업무를 진행해 만들어진 결과물은 다양한 이름으로 불린다. 프로젝트라고 불리기도 하고 건물, 건축, 건축물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형태적이고 물질적인 대상으로 바라볼지, 그것이 만들어지는 과정과 행위까지 함께 바라볼지 등 관점의 차이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불리는 것 같다. 또한 작업과 작품이라는 이름이 붙기도 한다. 여러 사람들이 인식하고 이야기하는 바로는 스스로 ‘작품’이라고 부르기보다는 겸손의 의미로 ‘작업’이라고 부르고, 다른 사람의 결과물은 가치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의미로 ‘작품’이라고 부르는 것이 좋다고 한다. 겸손을 미덕으로 하는 한국인의 특징일 수 있겠지만, 비슷하게 인식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다. 한편으로 자신이 만든 결과물을 자랑스럽게 ‘작품’이라고 이야기하는 것도, 그에 대한 애착과 자신감 같아 좋게 보이기도 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는 수많은 건축물이 존재한다. 그중 우리는 얼마만큼을 작품이라고 할 수 있을까. 수십 년 전 국내 건축 잡지를 살펴보니 일상 속에서 무심코 지나쳤던 건물들이 작품으로 게재되어 있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저마다 건축사의 수많은 고민을 담은 공간을 품고, 이를 위해 고안한 디테일이 표현되어 있었다. 직접 그 건축물들을 답사해 보니 잡지에서 살펴볼 수 있었던 공간의 모습이 수십 년째 여전히 그곳에 존재하고 있었다. 그저 하나의 건물로만 인지되던 것이 그 순간 건축 작품으로 다가오는 경험이었다. 
또 다른 경험으로는, 설계자에게 다른 건축사가 디자인과 관련된 질문 후 상황적으로 충분히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는 답변이 오가고, 디자인이 아쉬웠지만 이유가 있었으리라 생각했다고 이야기 나눴던 상황이 기억에 남는다. 건축은 다양한 상황에서 요구를 충족시켜야 하는 것이기 때문에, 그러한 상황과 대처를 잘 보여주는 대화였으며, 서로에 대한 존중이 느껴졌다.
이러한 경험은 모든 건축물에 각각의 이야기가 있고, 저마다 건축사의 노력과 디자인 의도가 담겨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단순히 전면 파사드만 보고 이것이 ‘좋은 건축’ 혹은 ‘그저 하나의 건물’이라고 판단하지 않고, 그 안에 담겨 있을지 모르는 건축적인 의도를 찾으려 노력하게 되었다. 다른 건축사님들의 연륜에 비할 바는 못되지만, 이러한 노력은 대부분의 더 많은 것을 찾아내고 볼 수 있게 만들었다.
결론적으로, 건축사의 작업이 작품이 되기 위해 설계자 개인의 판단이 아니라 사회 구성원 다수의 인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를 위해 건축이 더 많이 이야기되고 비평 글이 남겨져야 한다. 건축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져, 인터넷상의 수많은 전자제품과 음식에 대한 리뷰처럼 건축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언급되면 좋겠다. 건축사 스스로도 건축에 대해 더 많이 이야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간혹 건축사가 따로 이야기하지 않아도 건축물 자체가 은은한 감동을 전하는 경우가 있기는 하지만, 건축사의 고민과 노력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전해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에 건축사지가 조금 더 일조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글. 박정연 Bahk, Joung Yeon 본지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