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건축사, 신진 건축사 2024.7

2024. 7. 31. 11:35아티클 | Article/에디터스레터 | Editor's Letter

Young architect, rising architect

 

 

 

 

예전에 읽은 책을 펼쳤다가 인상적인 글이 눈에 들어왔다. 우리가 건축의 교과서처럼 배웠던 세 명의 거장 라이트, 미스, 르 꼬르뷔지에가 몇 살에 교육을 마치고, 몇 살까지 수습 기간을 거친 후 개인 사무실에서 작업을 시작했으며, 몇 살에 첫 번째 마스터피스를 만들어냈는지를 정리한 글이었다. 놀랍게도 이들은 각각 20, 15, 17세에 교육을 마치고, 26, 25, 34세에 개인작업을 시작해 35, 43, 39세에 첫 마스터피스를 선보였다고 한다. 그들이 겪었던 시대적, 사회적 환경이 단순히 나이만으로 비교하기에 지금 대한민국의 모습과 크게 다르다고 할 수 있지만, 거의 건축사시험을 최연소 합격한 후 신진 건축사상을 받은 수준의 행보 같다.
20년쯤 전에 읽은 이 글의 결론은 폭넓고 다양한 경험을 쌓으면서 노력하고 “너무 서두르지 마라”는 것이었다. 학생들에게 선배가 전하는 글이었으므로, 아마도 많은 학생들에게 앞으로 20년쯤 후에 나도 거장들처럼 경험을 쌓고 성장해 멋진 작품을 세상에 선보여야겠다는 꿈을 심어주는 글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만큼의 시간이 흐른 뒤 이 글을 다시 펼쳐 보니, 그 시대의 거장들이 보여준 행보를 다시 지나고 있을 사람들이 분명히 있을 텐데 우리가 사는 이 시대가 훌륭한 작품을 만들어내고 있는 젊은 건축사, 신진 건축사들을 충분히 발굴해 내지 못하고 주목하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IMF와 글로벌 경제공황 등 여러 번의 위기를 추억으로 웃어넘길 수 있는 선배 건축사분들도 당시 정말 힘겨운 시기를 견뎠지만, 지금의 신진 건축사들은 더 많이 힘들고 어렵다. 민간건축도 허가건수가 크게 줄어들었고, 공공건축은 한 명의 당선자를 뽑기 위해 50명, 100명이 과열경쟁하는, 이른바 함께 죽어가는 싸움을 치르는 중이다. 그러한 측면에서, 월간 건축사지가 신진 건축사들만을 주목하는 것은 아니지만, 더욱 치열하게 경험하며 결과를 만들어냈을 신진 건축사들의 작품이 건축사지에 게재되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하게 된다. 실제로 나라에서 비용을 들여 프리츠커상 수상자를 양성하겠다고 하지 않아도, 이미 충분히 훌륭한 작품을 만들고 있는 신진 건축사들이 있다. 그들을 더 주목하고 알리는 것이 우선이지 않을까.
굳이 젊은 건축사, 신진 건축사라는 구분으로 기성 건축사들과 나눠야 하는가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앞으로 더 많은 발전과 좋은 작품을 만들어낼 가능성이 많은 분들을 조금 더 주목해 보자는 뜻일 수도 있겠다. 이번 호에도 좋은 건축 작품을 만들기 위해 열정적으로 고군분투하는 신진 건축사들을 만났다. 재미있고 유쾌하게 사무실을 운영하고 있는 모습에서 더욱 큰 가능성을 살펴볼 수 있었다. <건축사>지는 모든 건축사들에게 열려있다. 작품 게재로 인해 도움이 될 수 있다면 언제든 건축사지의 문을 두드리시길 바란다. 건축사가 건축에 대해 더 많이 이야기하고 공유할 때 건축의 지평의 넓어질 것이다.

 

 

 

글. 박정연 Bahk, Joung Yeon 본지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