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8. 31. 11:25ㆍ아티클 | Article/에디터스레터 | Editor's Letter
Conversation and questions
(대화를 각색한 것이므로 적절하지 않은 표현이 포함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1
“설계사님, 잘 부탁드리고 설계안 잘 뽑아주세요.”
“설계사는 적절하지 않은 표현이고, 건축사라고 불러주시면 좋겠습니다.”
“아… 잘 몰랐네요.”
“그리고 설계를 뽑는다는 표현도 좀….”
“하하 까다로우시네. 알겠습니다. 설계ㅅ… 아니 건축사님.”
#2
“○○구 ○○로 ○○필지에 가설계 좀 해줘요.”
“저희는 가설계는 하지 않고 있습니다. 법규 및 규모 검토는 소정의 비용을 계약하고 진행하고 있어요.”
“그래요? 다른 데는 다 해준다고 해서 세 군데 정도 비교해보려 했는데, 여기는 잘나가나 보네. 그럼 이거는 저기 사무실에서 가설계 떠 준 건데 이대로 그려서 허가처리 해주시면 얼마에요?”
#3
“여기는 평당 설계비 얼마에요?”
“필지 주소 알려주시고 용도, 규모 등에 대해 기본적인 상담을 진행하신 후에 견적서를 제출하고 있습니다.”
“그게 아니라 평당 설계비를 알아야 상담을 할지 말지 정할 것 아니에요?”
“그래도 기본정보를 알아야 업무 범위가 정해지고….”
“평당 설계비도 안정해놓고 사업하세요? 짜장면이 얼마인지 알아야 주문을 하지!”
#4
“심의 받았는데 원래 이런 의견들이 나오나요?”
“위원들을 사전에 찾아뵙고 설명을 좀 드렸어야 이런 의견들이 안 달리지.”
“그래도 이건 심의 목적과 관계없는 내용인걸요?”
“그래서 찾아봬야 한다는 거야. 의견 작성한 위원은 ○○○일 것 같은데 내가 좀 알아봐 줄게.”
“만나고 설명 드리면 의견을 달지 않는데, 안 만나서 심의 목적과 관계없는 의견을 달았다는 거예요?”
#5
“어휴, 이번에도 사용승인 받는데 업무대행 건축사님이 까다로웠어요.”
“그러게 특검자한테 봉투 챙겨줘야 된다니까. 몰랐어?”
“그런 얘기 듣기는 했지만… 적법하게 허가받고, 도면대로 시공된 건데 왜요? 저는 애초에 사용승인이 시공자 업무인데 건축사가 대신 검사 받는 것도 불만인데요.”
“너무 세상을 내 기준에 맞추려고 하지 말고, 세상에 맞춰서 살아봐.”
#6
“설계공모 발표 났어?”
“또 떨어졌어요. 이번 계획안은 상당히 만족스러워서 정말 기대했는데 세 번 연속 광탈(수상작에 들지 못하고 빛의 속도로 떨어졌다.)이네요.”
“아는 심사위원 있는지 찾아보고 시작해야지 디자인만 열심히 해서 되겠어?”
“그래도 당선안보다 저희 계획안이 장점이 많은데...”
누가 잘못한 것일까요.
세상이 잘못되게 만든 것일까요.
어떻게 바뀔 수 있을까요.
함께하면 바꿀 수 있을까요.
글. 박정연 Bahk, Joung Yeon 본지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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