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자연경관 단지 안으로 끌어들인 자연친화적 콘셉트, “거주자가 편안하고 행복할 수 있는 설계 해나갈 것” 건축사 이승복 2024.8

2024. 8. 31. 10:45아티클 | Article/인터뷰 | Interview

A nature-friendly concept for the natural landscape complex, “I will design spaces that make residents comfortable and happy.”

 

 

 

 

‘메종 드 엘리프 송산’은 화성 신도시 송산 그린시티에 위치한 단지형 연립주택이다. 대상지는 시화호변 갈대습지의 생태와 산책로 등이 어우러진 자연환경이 풍부한 지역이다. 이를 설계한 이승복 건축사(주. 종합건축사사무소 창건축)는 “거주자들이 이러한 천혜의 자연환경을 누릴 수 있도록 도시와 자연을 향한 조망과 방향을 고려한 배치에 신경 썼다”고 밝혔다. 해당 작품을 설계한 이승복 건축사와의 인터뷰 내용을 정리했다.

 


# 착공 지연으로 시행까지 약 7~8년
   가능한 모든 배치 시도 후 최종안 결정

박정연_인터뷰에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이승복_안녕하세요. 저는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2002년부터 지금까지 종합건축사사무소 창건축에서 설계를 해오고 있습니다. 

박정연_‘메종 드 엘리프 송산’의 설계는 언제 시작하시게 됐나요?

이승복_처음 의뢰를 받아 작업을 시작한 것은 2016년이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계룡건설산업에서 시행과 시공을 진행했는데, 당시 사정으로 인해 바로 시행하지 못했습니다. 이후 다른 시행사가 나머지 블록을 매입하고 작업을 진행하면서 함께 시행에 들어가게 됐습니다. 그래서 시행에 들어가기까지 거의 7~8년 동안 배치만 잡았습니다. 원래는 85제곱미터를 초과하는 단지였으나, 나중에 85제곱미터 미만으로 지구단위계획이 변경돼 단독형 연립주택으로 변경이 가능해졌습니다. 시행사 측에서도 이렇게 단독형 연립주택을 작업해본 경험이 없었을 것입니다. 그래서 일반형과 단독주택형을 섞어서 배치해보기도 하고, 차장 이상의 직원들이 모두 10개 이상의 배치를 시도할 정도로 다양한 배치를 시도했습니다. 그러다가 결론적으로 현재의 모습으로 결정됐습니다.

 



# 도시 녹지축 확장할 수 있는 자연친화적 콘셉트
   전면·양면·측면 테라스 특화형 3가지 평면 타입 구성
   외부의 자연 경관을 가리지 않는 설계 구현

박정연_아파트와 같이 커뮤니티가 형성될 수 있는 공동주택이면서도 단독주택의 삶을 어느 정도 영위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 형식의 주택으로, 소음에서도 상대적으로 자유로워 거주자들의 만족도가 높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독자를 위한 작품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이승복_평면 타입은 총 세 가지입니다. 전면 조망이 우수한 세대에는 지붕 테라스를 구성해 전면 테라스 특화형(A타입)으로 계획했습니다. 단지 내부의 동선이 우수하지만 주거동이 서로 마주 보고 있는 세대에는 다락 전후면을 열어주어 양면 테라스 특화형(B타입)으로 계획해 개방감을 더 확보했습니다. 또한, 주거동 양 측면에 위치한 세대에는 측면에도 테라스를 계획해 단지 외부로의 조망과 채광, 개방감을 더한 측면 테라스 특화형(C타입)으로 구성했습니다.

박정연_작업 과정에서 염두에 두신 점은 무엇인가요?

이승복_도시와 자연을 향한 조망과 방향을 고려해 배치에 신경 써서 설계했습니다. 사진을 보시면, 대지가 하천으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생태공원도 있고, 동쪽 하천변의 갈대숲도 보입니다. 부지 자체가 화성 송산그린시티에서도 맨 오른쪽에 위치해 자연경관이 좋습니다. 시내에서 다소 떨어져 있어 하천 너머에는 이렇다 할 건물이 없어 산 능선이 그대로 보이고, 남쪽으로도 나지막한 산이 있습니다. 그래서 주변 자연경관을 단지 안으로 끌어들여 조화를 이루고, 도시의 녹지 축을 확장할 수 있는 자연친화적인 콘셉트를 구상했습니다.
먼저 단지 내부에 녹지 공간을 가로로 구성해 녹지 축을 연결하고, 두 개의 블록을 관통하는 보행자 도로와 교차시킨 후 각 블록의 커뮤니티 공간으로 확장했습니다. 또한, 주변 자연 요소를 입면과 색채 계획에도 반영하려 했습니다. 주거동 외관은 콘크리트 마감이나 철골이 가지는 차가운 이미지와 식상함에서 벗어나기 위해, 시화호 주변 갈대습지를 인용해 수직의 선으로 이루어진 면을 이용해 매스감을 형성하고 지붕 디자인에 적용했습니다. 또한, 자연적인 마감재로 편안한 느낌을 주고, 다채로운 컬러를 가진 조적조 벽돌을 주거동에 적용해 색채를 구성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입면 자체도 콘크리트나 돌보다는 조적조가 더 자연적인 느낌을 준다고 생각합니다. 너무 획일적인 것보다 컬러를 서너 개 섞어 쓰는 것이 더 자연스럽다고 여겼습니다. 덧붙이자면, 거주자가 다른 사람에게 이야기할 때, ‘1동 세 번째 집’이라고 설명하는 것보다 ‘1동 세 번째 갈색 집’이나 ‘하얀 집’이라고 설명할 수 있는 재미가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또 저희가 필로티 형식을 채택했는데요. 이곳에 지상주차가 금지돼 있음에도 그렇게 설계한 이유는, 갈대습지와 하천 같은 경관을 마주하는 동향을 바라보는 블록 때문입니다. 건물이 좋은 외부 경관을 가리는 것보다 필로티를 통해 외부를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또 입주자들이 필로티를 원하는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연립주택이면서 단독형일 때, 어떻게 하면 메리트가 있을까 생각해보니, 일반 공동주택은 프라이빗한 개인 공간이 별로 없잖아요. 그래서 약간 단독주택 같은 느낌을 줄 수 있는, 개인적인 공간을 만들어주는 콘셉트를 잡았습니다. 앞뒤로 개인 정원 공간도 제공하고요.

 

 


# 개인정원 등 공간으로 공동주택이지만 
   단독주택 같은 프라이빗한 느낌 형성
   준공 후 의도대로 사용되는 모습에 흡족
  
박정연_배치와 외장재 색의 조합이 더욱 자연스럽게 보이는 효과를 주는 것 같습니다. 준공 후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어디인가요?

이승복_지난주에 다녀왔는데, 입주하신 분들이 세대 앞 개인 정원을 개성 있게 꾸며두셨더라고요. 폭 1.5미터에 길이 2미터 정도 되는 공간인데, 조명도 설치하고 인형을 두거나 우편함을 세워놓기도 하셨습니다. 개인 공간을 만들어주자는 생각으로 작업한 부분이 저희 생각대로 잘 가꿔지고 있는 것 같아 뿌듯했습니다. 나무도 많이 자라서 보기 좋았고요. 개인적으로는 필로티를 통해 옆 세대와 뒷산을 가리지 않고 볼 수 있는 점도 마음에 듭니다.

박정연_진행 중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나 난관은 없었는지 궁금합니다.

이승복_시행사 측에서는 공사비와 시공성 문제로 주동 입면을 일자로 펴길 원했습니다. 그러나 저희는 단지 형태에 맞춰 굴곡을 주는 것이 더 자연스럽고, 나중에 지어졌을 때 중간중간의 뷰도 더 좋을 것이라고 생각해 설득해 결정했습니다. 약 50% 이상은 엇갈리게 배치됐을 것입니다. 그 과정이 기억에 남습니다.
모든 프로젝트에서 이상과 현실의 괴리라는 공통된 딜레마가 반복된다고 생각합니다.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의도했던 부분들이 현장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경우가 많이 발생합니다. 터파기 시 예상보다 많은 지하수가 발생해 흙막이 공법을 일부 변경했던 과정, 주동 연결부위의 단열 설계, 세대별 특화된 외부 마감 디테일 반영, 우수와 오수의 처리와 설비 관련 상황의 반영 등 수많은 사항들은 시공사, 건축사사무소 등 협력사들과의 유기적이고 지속적인 대화와 협의를 통해 본래 의도를 구현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박정연_한국 건축에서 공동주택이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이를 작품으로 소개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공동주택 프로젝트가 더욱 의미를 갖는다고 생각합니다. 더 다양한 타입의 주거와 가치를 고민하는 프로젝트들이 시도되고, 이런 저층 공동주거가 여러 타입으로 공급되면 좋겠습니다. ‘메종 드 엘리프 송산’은 전체적으로 커뮤니티 형성, 그리고 녹지 축의 방향과 시선을 집중하려는 건축사의 의도가 잘 구현된 작품으로, 이 지역에 잘 어울리는 프로젝트라고 생각합니다.

 

 


# ‘사람이 우선’ 거주자가 행복할 수 있는 설계 추구
   선으로 그어진 공간에 거주할 사람들 생각…사명감 되뇌며 보람 느껴

박정연_설계를 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시는 점은 무엇인가요?


이승복_거주하는 사람들이 더욱 편안하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설계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설계할 때도 입면보다는 항상 내부에 더 포커스를 맞추고 있습니다. 주택은 원래 사람이 사는 공간이지 않습니까. 기본적으로 아늑하면서도 겨울엔 따뜻하고 여름엔 시원한 공간이어야 합니다. 어느 지역의 얼마짜리 건물인지, 몇 평인지 같은 외부 요소를 중요시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지만, 저는 햇볕이 얼마나 잘 들고 조망이 얼마나 좋은지 같은 이야기가 많이 오갈 수 있는 작품을 설계하고 싶습니다.
 
박정연_마지막으로, <건축사>지를 보고 계신 분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승복_학생이나 젊은 분들에게 더 많은 것을 경험해보라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개인적으로 그런 경험을 많이 하지 못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때때로 스스로 알고 있는 것이 전부인 것처럼 느껴지고, 대화를 나눌 때도 이야기를 편하게 풀어내지 못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다른 분들은 가능한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경험을 했으면 좋겠습니다. 건축뿐만 아니라 문화적으로, 또 여러 다양한 방면에서 생각을 넓혔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서 우리의 수많은 고민과 생각으로 풀어내는 공간도 다양한 삶의 모습을 담아낼 수 있는 곳이었으면 하는 바람을 갖고 있습니다.
저는 우리가 그린 단순한 선, 그 선으로 만들어진 하나의 공간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얼마나 오랜 시간 머무를 공간인지에 대한 사명감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이야기를 가끔 하곤 합니다. 일에는 세 가지 종류가 있다고 합니다. 하고 싶은 일, 할 수 있는 일, 그리고 해야 하는 일. 누구나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기 위해 도전도 하고 배우기도 하지만, 그 도전이나 배움이 꼭 성공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서 할 수 있는 일을 찾고, 해야 하는 일을 찾게 됩니다. 건축 설계를 하는 사람들도 마찬가지일 거라 생각합니다. 저 역시 그 세 가지를 일치시키려 부단히 노력합니다. 이 세 가지 중 한 가지만 충족해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고 싶은 일은 즐거운 마음으로, 할 수 있는 일은 자부심을 갖고, 해야 하는 일은 사명을 가지고 하면서 우리가 하는 일이 얼마나 소중한지 되새긴다면, 사명감만으로도 충분한 보람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터뷰 이승복 건축사 Lee, Seungbok (주)종합건축사사무소 창건축

대담 박정연 편집국장

글 육혜민 기자

사진 홍민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