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책연구소로서 성찰 깊이 더해 미래 건축도시정책, 새로운 10년 만들어가야죠”_박소현 건축도시공간연구소 소장 2018.08

2022. 12. 6. 09:06아티클 | Article/인터뷰 | Interview

"Adding deep introspection as a national policy research institution, I would like to create a future architectural city policy and a new ten-year plan"

 

“건축도시공간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지, 우리에게 어떤 건축도시공간 서비스가 필요한지 성 찰을 통해 국민들에게 다시 공감할 수 있도록 설명해야 할 시점 아닌가요?” “대다수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을 제시하는 연구, 일상생활에 실질적 도움이 되는 공간 환경 서비스 연구를 전개해 정책활용도와 전략의 현실성을 구체화시켜 나가겠습니다.” 환하게 웃는 표정 속에서도 단호함이 묻어나온다. 지난 5월 취임한 박소현 제5대 건축도시공간연구소장을 7월 25일 세종시에서 만났다. 앞으로의 연구소 운영계획·방향에 대해 듣기 위한 취지였다. 2017년을 기해 개소 10년을 맞은 건축도시공간연구소(이하 auri)는 다가올 새로운 10년을 준비하고 있다. auri는 건축서비스산업이 당면한 각종 현안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국 가건축정책의 싱크탱크로(Think Tank)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다. auri가 맡은 역할을 소개하면서, 박소현 auri 소장은 앞으로 “분야별 연계와 다학제·신기술이 기반이 된 연구와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대담 편집국장, 글·사진 장영호>

 

박소현 소장 연세대 건축공학 학석사, 미국 오리건대학교 역사보존학 석사, 미국 워싱턴대학교 도시설계계획학 박사 / 현 서울대학교 공과대학 건축학과 교수 / 대통령 소속 국가건축정책위원회 위원, 문화재청 문화재위원회 사 적분과민속분과세계문화유산분과 위원, 국무총리 산하 경제인문사회연구회 기획평가위원회 위원 등 역임

 

Q. 먼저 제5대 소장 취임을 축하드립니다. 소장님께서는 취임사를 통해 “성찰의 깊이를 더해 국가정책 어젠다를 발굴해 나가자”고 밝히신 바 있는데요. 소감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소장에 취임해 매우 새롭고 감사한 경험을 하고 있다. 건축도시공간연구소의 소장이 되 기까지, 새로운 도전과 변화에 대한 열망과 주변의 조언도 동기가 되었지만, 가장 큰 요인 은 매우 원론적인 저의 궁금증이었다. 지난 10년간 우리 건축도시공간 분야의 대표 연구기 관인 auri가 어떤 연구를 어떻게, 왜 해왔는지 성찰해 보고 향후 10년을 그려 보는 일에 관 심이 갔다.

아시다시피 auri는 지난해 10주년 기념식을 했다. 그간 auri가 노력하여 건축도시 관련 국 가 정책 연구의 많은 발전이 있었다고 생각한다. 건축도시 관련 법 제도를 개선하고 건축기 본계획을 정비하는 등 살기 좋은 건축도시환경의 토대가 될 많은 일들을 수행했다. 개인이 든 단체든 10년이 지나면 다시 지난날을 되돌아보며 새로운 도약을 꿈꾸게 마련이다. 이러한 중요한 시점에 소장직을 맡게 되어 어깨가 무겁지만, 의미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는 생 각으로 열심히 해보고자 한다.

그동안 우리는 압축성장의 시대를 지나오면서 우리의 건축도시공간이 무엇이고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한 탐구보다, 당대의 사회적 요구에 부응한 개발 행위에 치중해왔다. 이제 는 건축도시공간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지, 우리에게 어떤 건축도시공간 서비스가 필요 한지 치열한 성찰을 통해 이를 국민들에게 다시 공감할 수 있도록 설명해야 할 시점이라 고 생각한다.

이러한 성찰을 토대로 대다수 국민들이 공감하고 납득할 수 있는 설명을 제시하는 연구, 일상생활에 실질적 도움이 되는 공간환경 서비스 연구를 전개하여 정책 활용도와 전략의 현실성을 구체화시켜 우리나라 건축정책연구 생태계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고자 한다. 아울러 세계 연구기관과 지속적인 국제협력체계를 견고히 구축하여 우리 연구의 전문성을 높이는 데에도 주력하고자 한다.

 

Q. 취임하신지 100일이 가까워오고 있습니다. 앞으로 연구소 운영 방향에 대해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지금 우리 건축도시공간을 둘러싸고 있는 여건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지구온난화와 대기오염의 증가뿐만 아니라 각종 안전사고 발생과 자연재해 등 여러 문제들이 눈앞에 있 다. 우리 건축도시공간을 더욱 건강하고 안전하게 가꾸어 나가야 할 필요성이 더 높아지고 있다. ‘국민의 생활공간 현장을 지원하는 연구’라는 비전 아래 세 가지에 중점을 두고 연구 소를 운영해보고자 한다.

먼저 국책연구소로서 성찰의 깊이를 더해 미래 건축도시 정책을 모색하고자 한다. 국민 이 체감할 수 있는 건축도시정책 의제를 발굴하고, 중장기 연구로드맵을 수립해나가고자 한다. 특히 미래의 환경변화에 대응하는 건축서비스산업의 현실화에 힘쓰고자 한다.

모든 정책연구가 그렇겠지만, 특히 건축도시분야는 현장과 긴밀히 연계될 때 비로소 실 효성 있는 정책이 마련된다. 따라서 보다 현장대응형 공간환경 연구에 매진할 계획이다. 장 소의 현장 가치를 높이는 건축도시공간의 활성화 전략을 제시하고, 건축자산을 활용한 정 책서비스를 더욱 확대하는 한편, 이러한 연구결과가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연구성과의 대중 친화적 공유에도 중점을 둘 생각이다.

마지막으로 지금까지 auri가 해왔던 분야별 정책연구는 더욱 심화해 나가되 신기술, 다 학제, 융합에 기반을 둔 연구체계를 강화하는 일에도 힘쓸 예정이다. 이를 위해서는 국내 외 연구 네트워크를 활성화하고, 교류하는 것에도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auri의 구 성원은 이러한 비전을 실현하는 중요한 동력인만큼 연구의 질을 높일 수 있는 연구 환경 의 안정화와 연구의 수월성을 높일 수 있는 조직문화를 활성화하는 데에도 역량을 집중 할 계획이다.

 

Q. 건축서비스산업을 둘러싼 여건이 좋지 않습니다. 그간 auri에서 추진된 건축서비스산 업과 관련된 연구성과에 대해 소개해주시기 바랍니다.

 

2014년 6월 「건축서비스산업 진흥법」 제정 이후, 그 잠재된 영향력이 이제 시험대에 오 르고 있다. 최근 우리 연구소에서 발간한 「건축설계산업 동향 및 실태」(2017)에 따르면, 일 반 건설업보다 전문 지식과 기술을 바탕으로 하는 건축서비스산업이 창출하는 부가가치 와 고용효과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으나 선진 사례로 제시된 유럽·호주·미국 등과 달리 국 내 건축서비스산업은 건설업의 하위 개념으로 되는 경향으로 국내 경쟁력이 훨씬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auri에서는 2015년 건축서비스산업 실태조사를 시작으로 2016년 제1차 건축서비 스산업 진흥 기본계획 수립 지원을 도모했고, 2017년부터는 건축서비스산업 미래전망 대 담회와 세미나를 개최해 건축서비스산업 생태계 변화·동향을 지속적으로 파악하고 있다. 건축서비스산업 육성 지원사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며 건축서비스산업 진흥을 위한 정책 과 제도 연구, 건축서비스 표준화 연구, 건축투자 활성화 지원 등의 연구와 관련 사업을 추 진하고 있다. 이 노력의 결실이 국민 일상 생활공간의 질 향상을 위한 보다 구체적인 현장 지원 해법으로 지어지길 기대한다.

앞으로도 우리 연구소는 건축서비스산업 다변화를 위한 정책지원 방안을 적극 마련하 고, 건축서비스산업 관련 현 정책·제도 개선방안을 제안하는 등 건축서비스산업에 대한 건 축과 관련 산업분야의 공감대 확산을 위한 노력을 강화할 방침이다.

 

Q. 중장기적인 한국 건축서비스산업 발전에 조언해주신다면.

 

건축서비스산업은 국민의 안전한 생활과 복지환경의 기반을 조성하는 것은 물론 문화국 가의 기틀 마련에도 아주 중요한 요소다. 건축 관련 전문 지식과 기술제공 서비스를 통해 타 산업의 중간재로 활용되며 높은 부가가치와 일자리 창출 효과 역시 큰 지식기반산업이라 고 할 수 있다. 정부는 ‘2021년까지 선진국 수준의 건축설계산업 육성을 위한 과제를 도출’, ‘건축 분야 일자리 창출을 위한 건축서비스산업 활성화 방안’ 등을 발표하기도 했다. 그러 나 아직까지는 건축서비스산업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 형성 부족 등 현장 체감의 내용으로 구체적 소통을 이루는 문제와 같이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들이 많다.

해결해야 할 여러 과제가 있겠지만, 주지하다시피 건축서비스 산업과 관련된 제도는 여러 부처와 소관과가 얽혀 있다. 건축계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뒷받침되어야 하며, 국민의 입장에서 개선의 필요성과 당위성을 꾸준히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Q. 정부가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도시재생에 대한 견해와 어떤 방향으로 추진돼야 하는 지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우리 사회는 저출산·고령화, 저성장 등 사회적 여건 변화와 이에 따른 빈집 등 도시쇠퇴 문제, 기술 발달에 의한 미래 공간구조의 재편, 지능정보기술를 필두로 하는 제4차 산업혁 명의 대두 등 과거보다 훨씬 복잡한 건축·도시의 과제에 직면해 있다. 특히 현 정부의 대표 적인 국정과제인 도시재생의 추진에 있어서도 우리 연구소는 이러한 상황을 어떻게 마주 해야 할지 치열한 고민과 연구를 진행 중이다.

도시재생은 지역 공동체와 함께 도시의 브랜드를 만들고 가치를 높이는 작업을 통해 지 역성(Locality)을 회복하는 것을 기반으로 한다, 이는 ‘사람과 일이 있는 지역 만들기’를 의 미한다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지역성을 대변하는 큰 자원의 하나는 바로 그 지역의 건축 과 도시공간이다. 우리 연구소는 지역성 회복을 촉매제로 활용하여 장소만들기로 발전할 수 있는 활용 수단과 전략을 제시하는 도시재생에 주목해 왔다.

건축과 도시공간은 도시재생을 위한 그릇으로서 지역 주민과 전문가가 좋은 건축물과 공간환경을 만드는 데 함께 하는 과정, 그 자체가 도시재생을 실현하는 방식으로 작동되길 바란다. 사람이 중심이 되는 도시재생을 우리가 진정으로 이루어가고 있는지에 대해 냉 정히 돌아보아야 한다.

 

Q. 현재 건축분야의 위기요인과 기회요인은 뭘까요.

 

최근 연이어 발생하고 있는 건축물 관련 화재나 안전사고로 인해 안전에 대한 국민적 관 심이 높다. 특히 건축물이 대형화되고 복합화되면서 이에 따른 인명피해와 재산피해도 커 그 불안감은 더욱 크다고 할 수 있다. 건축물의 안전 확보에 대한 국민적 관심이 증대하고 있다는 점은 건축분야의 위기요인이자, 기회요인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그동안 추진해 왔던 정책과 연구를 다시 한 번 성찰해보겠다. 우리 앞에 산재한 과제와 위기에 대해 다학제적이고 다원적인 지역공간서비스로 융합된 해법을 요구하고 있 는 시기이자 이러한 해법의 모색이 구체화될 수 있는 시점이기도 하다. 요컨대 해외 연구소 들의 융합연구사례들은 우리에게도 많은 시사점을 준다. 세계 곳곳에서 이미 민간-공공, 다학제, 다차원, 신기술 기반의 통섭적인 접근을 통해서 일상생활의 환경을 개선할 수 있 는 지역서비스를 개발하고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고 있다. 분야별 연계와 다학제·신기술 이 기반이 된 연구와 사업의 추진을 통해 건축분야의 새로운 진흥이 이루어지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