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2. 7. 09:05ㆍ아티클 | Article/인터뷰 | Interview
"Architects and administrators are demanding more ... We will solve urban issues based on the public nature of architecture"
진희선 서울특별시 행정2부시장
“건축이 가진 본질적인 의무가 인간의 삶을 담는 공간, 더불어 공동체 속에서 살 수 있는 공간 을 만들어내는 것이라 할 때, 건축의 공공성을 최우선 가치로 두고 공동체간 소통하며, 공유할 수 있는 공간들을 많이 만들어내는데 힘을 쏟을 계획입니다.” 진희선 서울특별시 행정2부시장은 서울시에서도 손꼽히는 건축·도시전문가다. 기술고시 23회 출신으로 공직생활을 시작해 서울시 도시관리과장, 주거재생정책관, 주택건축국장 등을 지내 고 지난 2015년 1월부터 도시재생본부장으로 업무를 수행하며 지역별 주거생활권 특성을 살 린 정비사업 패러다임을 재정립했다. 개발과 보전의 조화를 통한 서울형 도시재생사업을 총괄 해 서울의 건축·도시 기본틀을 마련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 올 8월에는 서울시 행정2부시장에 임명돼 서울시 도시·건축행정 사령탑을 맡게 됐다. 건축전문가로 서울시 최고위직에 오른 거의 최초의 인물이라 서울시의 질적 성장에 기대가 크다. 작년 ‘UIA 2017 세계건축사대회’ 개최는 우리 건축이 세계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계기가 됐 다고 말하는 그는 앞으로 서울이 이전보다 더 주변과 어울려 하나의 공동체 역할을 할 수 있 는 공간구조가 되도록 하고, 시민의견을 반영해 여러 도시문제를 조율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대담 편집국장, 글·사진 장영호>
Q 안녕하십니까? 반갑습니다. 건축사이기도 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우선 건축사라는 자격 또는 공부가 도시 행정에 어떤 의미와 가치가 있는지 궁금합니다.
건축을 전공하고, 도시계획으로 석·박사를 했습니다. 이 점이 서울시라는 대도시 행정을 섬세하게 접근하면서 또 거시적으로 바라보는 데에 도움이 많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도시 관리를 위해선 굉장히 디테일하고 섬세한 접근방식, 그리고 공간감이 필요합니다. 도시를 바라보는 관점에서 건축적인 시선은 좀 더 인문적 사유를 많이 할 수 있게 해줍니다. 건축 적 백그라운드를 갖고 행정을 하다 보면 굉장히 구체적이고 실행적인 아이디어들이 많이 나오게 되는데, 실제 그것들이 성과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예전만해도 건축하면 구청의 건축 인·허가로만 제한해 인식하는 경향이 있었지만, 지금 은 시대가 바뀌어 서울시 내부에서도 그렇고 밖에서도 그렇고 건축을 예전처럼 단편적으 로만 바라보지 않습니다. 건축에 대한 인식이 그동안 많이 개선됐고, 건축문화 저변이 많이 확대가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건축적 소양이 도시행정 전반을 다루는 하나의 베이스먼트가 될 수 있었다 생각을 해봅니다.
현대 대도시의 문제는 결국 도시·건축과 관련됩니다. 도시·건축 행정에 건축사의 전문적 능력이 더 많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현재 서울시는 공공건축가제도 등 건축사가 도시행정 에 참여할 수 있는 길이 많습니다. 건축사는 도시·건축경관, 도시의 구조적 틀을 만드는 전 문가이며, 도시행정은 보편적 가치를 담아 미래 유산을 구상하는 의미있는 직업입니다. 시 민의견을 중심에 두고 건축적 사고를 토대로 수많은 도시문제를 조율해나가고자 합니다.
Q 통상 건축사들은 개인 건축주들을 위해서 일을 하지만, 개별 건축이어도 이웃이나 도시 관계를 고민할 기회들이 생깁니다. 그래서 건축이라는 단위와 건축으로 이루어진 도시의 구 성이 모두 중요합니다. 우리 사회의 공간 양극화가 점차 더 심해지는데, 이를 극복할 정책적 방향이나 아이디어가 어떤 것이 있을까요?
도시 균형발전에 대한 문제인식은 세계 어느 도시나 공감하고 있고, 해법 찾기에 집중하 는 주제입니다. 서울시는 과거 대규모 개발 위주보다는 지역여건과 사회경제적 삶의 질 개 선을 통합적으로 고려한 ‘지역 특성별 특화발전’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균형발전을 위해서 는 지역별로 특화된 수요와 잠재력에 바탕을 둔 자족기능 강화와 기초 생활서비스개선이 함께 추진돼야 합니다.
서울시는 도시공간 측면에서 지역간 균형발전을 위해 2014년 ‘2030서울도시기본계획’을 수립했습니다. 중심지 체계를 개편해 ▲ 3도심(강남, 영등포·여의도, 한양도성)은 서울시 대도시권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 7광역중심(용산, 창동·상계, 청량리·왕십리, 상암·수색, 마곡, 가산·대림, 잠실)은 지능적으로 특화된 중심지 육성을 통한 권역별 균형발전을 ▲ 12 지역중심(동대문, 망우, 미아, 성수, 신촌, 마포·공덕, 연신내·불광, 목동, 봉천, 사당·이수, 수 서·문정, 천호·길동)은 생활권별 고용기반 마련과 자족성 강화를 도모합니다. 또 작년 ‘서울시 지역균형발전 조례’를 마련해 지역간 격차해소와 지역의 특성있는 발전 을 위해서 ‘서울시 지역균형발전계획’ 수립을 올해 시작해 내년도 끝낼 예정입니다
또 작년 ‘서울시 지역균형발전 조례’를 마련해 지역간 격차해소와 지역의 특성있는 발전 을 위해서 ‘서울시 지역균형발전계획’ 수립을 올해 시작해 내년도 끝낼 예정입니다.
Q 저는 고향이 서울인데, 제가 어릴 때는 단독주택이 많아서 그런지 소셜믹스의 공간이었 습니다. 그런데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표준화된 평면과 규모가 계층 분화를 가속화 시켰고 계층 단절을 가져왔습니다. 최근 우려되는 것은 블록화된 대규모 아파트 단지는 점차 시간 이 흐르면서 정치적 공간 블록으로 변화입니다. 아파트의 익명성은 어떤 이유로도 모이지 않지만, 이익문제가 되면 대동단결합니다. 자꾸 바람직하지 않는 방향으로 흐릅니다. 때문에 단지 아파트에 대해서 오랫동안 서구에서 문제로 인식하고 새로운 대안으로 지하는 통 합하되 지상은 개별화된 형태로 발전되었습니다. 맨하탄의 배터리 파크 시티가 대표적입니 다. 서울의 공간 재편을 주도하실 텐데 이런 측면에서 어떤 생각이 있으신지요?
주거유형중 아파트가 우리 도시경관에서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주거 중 현재 60%에 이르죠. 갈수록 아파트에 대한 욕구가 높아지고 있는데, 아파트가 대단위 규모 로 단지화된 도시는 서울이 세계 유일합니다. 강남을 중심으로 이런 욕구는 계속 높아져가 고 있습니다. 하지만 미래세대를 위해서, 서울이라는 생활권 공동체를 위해서는 바람직하 지 않습니다. 교통이나 공간 단절 등 많은 문제가 있습니다. 주변과 같이 어울려서 하나의 공동체 역할을 할 수 있는 공간구조를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를 고민해야 합니다.
사람은 건축을 만들고, 건축이 다시 사람의 심성·문화·행동양식을 만들어내지 않나요. 때문에 아파트단지를 앞으로 어떻게 만들어가느냐에 따라 우리 라이프사이클이나 도시 경관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가령 재건축된 경우도 담을 없애라 했더니 서로 울타리, 조경, 돌을 쌓아서 단절되는 등 각각 블록화돼 있습니다. 세계적인 전문가들이나 국내 전문가들 도 주변과 단절된 ‘도시속의 섬’으로 개선하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단절된 공간들을 어떻 게 서로 공유하고 소통케 할 것인가’ 이것이 가장 큰 고민입니다. 이 지점에서 건축사의 역 할이 중요하다고 봅니다
건축이 가진 본질적인 의무가 인간의 삶을 담는 공간, 더불어 공동체속에서 살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내는 것이라면, 건축의 공공성을 첫째로 두고 사적영역에서 공적영역으로 공유할 수 있는 공간들을 많이 만들어내는데 힘을 쏟을 계획입니다.
Q 제인제이콥스가 주장한 도시의 생활이나 얀겔이 유럽과 호주에서 실천한 보행 도시 지 향은 건축사들에게도 흥미로운 주제입니다. 다만 우리나라의 경우는 선제적으로 보행도시 구성이 진행되지 않고, 항상 지역이 자연스럽게 상업화 된 이후에 보행 디자인을 하기 때문 에 여러 가지 난관을 겪습니다. 제 회사가 있는 성수동 지역도, 지금 변화가 시작되었습니 다. 지금쯤 가로에 대한 적극적 디자인과 구성이 필요하다고 느끼는데, 보행도시를 위한 정 책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상업화 이후 공공의 디자인 개입은 신중해야 합니다. 예를 들면 유럽이 도시 중심부 골 목길이 잘 정비돼 있는 것처럼, 역사적 문화유산 골격을 유지하고 현대성을 간직한 도보 관 광 명소를 만들고자 합니다.
‘걷는 도시, 서울’ 주요정책은 도로공간 재편과 보행환경 개선사업 등을 핵심으로 합니 다. 올해 5월 ‘퇴계로’ 차로를 줄여 보행친화거리로 만들었으며, 회현역부터 퇴계로 2가 총 1.1km ‘도로 다이어트(보행자 중심 도로공간재편사업)’을 완료했습니다. 또 1∼2개 차로를 줄이고 보도폭을 최대 18.1미터로 확장했고, 남대문시장 상인의견을 반영해 조업차량과 이 륜차 정차공간을 조성, 관광버스 승하차 전용공간도 마련했습니다.
Q 많은 회사들이 실질 임금을 올려주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하지만, 교통비나 거주 생활 비가 근본적으로 많이 필요해서, 급여에 따라 이직하는 경우도 상당합니다. 당장 성수동만 하더라도 청년 직장인들의 이동시간이 생활 비용을 앗아갑니다. 용산역이나 왕십리처럼 교 통이 밀집되고 용이한 이런 지역이야 말로 청년 주택이나 신혼부부 주거지를 제공해야 합니 다. 시가 주도적으로 직접 이런 사회적 주택사업을 진행할 용의가 있는지요? 사실 인접 주 민들은 자신들의 부동산 가격이 떨어질까봐 저항이 큽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전략중 하 나는 건축적 완성도를 높이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다양한 케이스도 있구요. 이를 위한 서울 시의 선택과 전략이 있는지요?
50년의 압축성장 과정에서 아쉬운 것 중의 하나가 역세권 개발을 상당히 소홀히 했다는 점입니다. 일본만 하더라도 역사를 포함한 임대주택을 개발해 용적률 1,000%가 적용된 고 층건물이 들어서 있습니다. 건물에서 내려와 역사 티켓팅 장소까지 막힘없이 한 번에 도달 할 수 있는 무주차 빌딩이 굉장히 많습니다.
우리는 보통 역세권 200∼300미터 내에 개발을 하다 보니 땅값이 비싸고, 필지를 크게 해 개발하면서 건물이 도시 경관적으로 보기 좋지 않습니다. 일본은 역사와 붙어서 딱 한 동만 올라가죠. 용적률 1,000% 올라가도 경관·밀도면에서도 부담이 적습니다. 사실 예전 지하철 4호선까지는 시대적으로 간과해 어쩔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역사와 연계된 개발사 업을 계획성있게 추진했으면 어땠을까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요즘은 사유지 매입이 쉽 지 않습니다.
이런 공간들은 패밀리하우스로서는 부족하지만, 신혼부부·청년주택은 굉장히 좋은 공 간입니다. 서울시는 2022년까지 공적임대주택 24만호를 공급할 계획입니다. 이중 교통이 편리한 역세권에 청년주택 5만6천실, 신혼부부 2만4천실 총 8만실을 공급할 계획입니다. 기존 공급계획을 발전시켜 대중교통이 편리한 지역 중심의 노후청사, 유수지 등 유휴공간 을 활용한 복합화 방안(임대주택+주민편의시설 등)도 준비중에 있습니다.
Q 마지막으로 저는 블록화 되는 대단지 주거지를 볼 때마다 도시적 맥락을 끊는 행위라 안타깝습니다. 이를 극복할 모델이 저는 맨하탄 배터리 파크 시티 같은 열린 단지라고 봅니 다. 서울시가 종상향 등 다양한 인센티브를 제공할 때 보다 적극적으로 기브앤테이크 개념 으로 개입해서 사업 속도를 높일 수는 없는지요?
예전에는 종상향 조건으로 공원, 도로, 문화시설을 서울시가 받았지만, 지금은 제도를 개 선해 대신 공공임대나 주거공간을 받고 있습니다. 이미 건축인센티브에 대한 조건으로 일 자리 공간, 창업공간으로 받을 수 있도록 제도개선을 한 게 있습니다. 청년들의 임대주택 공 간이 많아져야 소셜믹스가 자연스럽게 된다고 봅니다.
도시적 맥락을 저해하는 대규모 아파트단지는 당연히 열린 단지로 재조성돼야 한다고 생 각합니다. 맨하탄 배터리파크시티가 바람직한 사례라 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 아파트 단지 는 대규모 블록 대신 ‘가로로 분절된 소규모 블록으로 조성’돼야 하며, 기존 도시가로를 최 대한 보전해 도시적 맥락을 유지토록 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Q 주차는 통합하되 지상은 개별화된 배터리파크 방식은 저역시 대 찬성입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하고 싶으신 이야기가 있다면 부탁합니다
우리 건축사제도는 압축성장과정에서 같이 성장해왔습니다. 작년 UIA 2017 세계건축사 대회를 통해 건축계가 글로벌하게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마련됐다고 봅니다. 우리 건축사 가 글로벌 현장에서 활동하고 역할을 할 수 있는 능력과 자질 등을 가졌는지 다시 한번 성 찰해볼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됐습니다.
건축이 공공성을 갖고 주변과 조화를 이루고, 이웃과 공동체를 형성할 수 있을지 건축사 가 고민해 공공적 역할을 수행해야 합니다. 뿐만 아니라 공공의 정책에 참여하며 건축의 사 회적 특성을 어떻게 하면 강조할 수 있을지, 또 건축사들이 제대로 된 대가를 받으면서 사회 적 대우를 적절히 받고 할 수 있는 역할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담 편집국장, 글·사진 장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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