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성 기반으로본질에 가까운건축 통해 ‘자립(自立)’ 2025.11

2025. 11. 28. 11:30아티클 | Article/인터뷰 | Interview

“Self-Reliance” through Architecture Close to the Essence of Locality

 

 

 

월간 <건축사> 11월호 표지를 장식한 ‘고성 모노섬’의 설계자 오신욱 건축사(주. 라움 건축사사무소)

 

고성 모노섬은 자연과의 교감과 소통의 산물 월간 건축사 11월호 표지를 장식한 작품은 ‘고성 모노섬’이다. 강원도 북단 고성의 바닷가에 자리해 편안한 휴식을 보장한다. 모노섬 앞에 펼쳐진 ‘백도’와 조형적 의미로 관계를 맺고 있으며, 공간 어디에서나 백도와 소통하지만 각 입방체마다 백도를 향한 관계는 조금씩 다르다. 사면의 외부 공간이 자연을 동시에 담아내고 있는 ‘고성 모노섬’을 설계한 오신욱 건축사(주.라움 건축사사무소)를 만나 건축적 지향과 목표를 들어봤다.

 

 

# 지역성을 바탕하면서, 지역을 넘는 새로운 시도

 

박정연 _ 월간 <건축사>의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먼저 독자분들께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오신욱 _ 지난 2001년 건축사사무소를 개소, 현재는 부산에서 (주)라움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는 오신욱 건축사입니다. 노정민 건축사가 아내이고요. 저의 작품세계는 과거 모 매체에 ‘반쪽집’ 작품이 게재되고, 또 의욕을 갖고 임했던 설계공모에 당선되고 수상한 전과 후로 나뉠 수 있는데요. 기존에는 단순히 고객의 요구에 맞게 수동적으로 설계가 이뤄졌다면, 계기가 있은 후부터는 ‘제대로
방향을 잡고 작업을 해보자’라고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다행스럽게도 이런 노력들이 신진건축사상, 한국건축문화대상 본상과 대상을 받으면서 ‘제대로 가고 있고, 내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라는 확신으로 돌아오게 된 것이죠. 현재는 부산에서 본협회와의 연결성을 강조하며 교두보 역할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한편으로 부산을 기반으로 하지만 활동 지역을 넓히려고 노력하기도 합니다. ‘고
성 모노섬’ 역시 그 일환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박정연 _ ‘고성 모노섬’을 작업하게 된 계기와 작품에 대한 설명 부탁드립니다.

 

오신욱 _ 최근 라움에서 하고 있는 대다수의 작업이 그러하듯, 모노섬은 상담을 통해 계약하고, 진행된 프로젝트입니다. 클라이언트는 서울에서 생활을 하다 강원도 고성으로 기반을 이전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동해안을 따라 많은 바닷가 건축, 또 카페 등 이색건축을 둘러보면서 라움을 찾았습니다. 기존 라움의 작품들에서 자연과의 소통 가능성을 발견하고, 이를 고려했던 것 같습니다. 설계과정에서도 오백 리 길을 마다하지 않고, 자주 방문해 주셨던 건축주의 열정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결과물이기도 하고요. 일단 모노섬은 멋을 부리기보다는 건축의 직능적 가치를 올리는 것에 집중했고, 설계자의 건축적 욕심에 앞서, 건축주의 꿈과 목표에 어울리는 건축물을 만드는 데 집중했습니다.

 

# 개체의 볼륨 중시,
볼륨 표현하다 보면 개별적인 성향과 존재감 나타나

 

박정연 _ 라움의 지난 10년간 작품들을 모니터링해 봤는데, 강한 맥락이 있다는 걸 확인했습니다. 이를테면 매스를 쌓아놓은 것 같은 형상인데, 공간자체의 개별적인 성향과 존재감이 중요하게 녹아든 것과 같은 형태인데요. 모노섬에서는 하얀색 박스에 더해 형태끼리 맞물리고 만나는 걸 보여줬다는 생각이 듭니다.

 

오신욱 _ 개체성이라는 말을 하죠. 일반적으로 여러 기능이 한데 어우러져 한 건축물이 완성되는데 저는 개체의 볼륨을 중시하고, 볼륨에 최적화된 형태를 고집하다 보니 비틀어지고, 엇갈리는 모습이 나오는 것 같습니다. 최소투자로 조형성과 아름다움을 이끌어내기 위한 방편인 셈이죠. 모노섬의 경우 외장에서 흰색이 주로 사용됐는데, 해양성 기후에 잘 맞고, 지역성에 대한 의미도 담고 있습니다.

 

박정연 _ 지역성이 나와서 말인데, 모노섬을 등지고 서면 흰빛의 백도가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모노섬과 백도(흰색 바위로 이뤄진 작은 섬)는 어떤 관계로 소통하는지, 또 대지가 지닌 특징에 대해서도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오신욱 _ 사이트가 백사장 안으로 들어가 있는 형태이죠. 그런 면에서 보면 사이트의 특성과 장소성이 매우 강한 곳입니다. 백사장으로 돌출된 땅의 형상은 처음 현장 조사를 할 때, 감동을 넘어 충격을 줄 정도였습니다. 설계 전 사이트를 파악하고 주어진 조건에 순응해 건축을 완성하려 했지만, 이곳은 어떤 건축이 들어서더라도 주변에 순응하지 않을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렇게 생각하고 보니 사이트의 많은 지점에서 백도를 바라볼 수 있지만, 역으로
백도와 관계를 맺으려 하면 대비의 방식으로 표현해야 했습니다. 바다 중심에 백
도가 있으니 해안가에는 백도와 관계를 맺는 건축물이 있어야겠다고 생각한 것
이죠. 노출콘크리트에 흰색을 덧입혀 재료적인 면에서 연관성을 가지게 했고, 계
획단계에서는 경관의 멋을 살리기 위해 방향을 조금 더 틀려고 했지만 모노섬 어
느 곳에서도 백도를 바라볼 수 있도록 해야겠다는 생각에 모노섬이 백도를 알리
는 장소이자, 방문지의 역할을 하도록 계획했습니다.

지난 10월 17일, (주)라움 건축사사무소에서 오신욱 건축사와 월간 ‘건축사’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 해안가 모래사장으로 대지가 돌출,
어려움 극복하자 자연과 관계 맺는 건축 구현

 

박정연 _ 말씀하신 대로 사이트가 모래 벌판이 펼쳐진 곳이라, 설계–시공–감리로 이어지는 과정에서 어려움이 많았을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해결했는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오신욱 _ 처음에는 ‘왜 백사장 중간에 집을 짓느냐?’, ‘특혜가 아니냐?’와 같은 오해도 많았습니다. 지질 조건이 모래였고, 휴가철에는 관광객들이 무단으로 접근해 문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지질 조사 후 사질토 지반에 적합한 방식으로 치환과 기초 형식을 결정했고, 백사장과의 인접 조건은 기존 자연 석축을 그대로 유지하도록 했습니다. 주민들의 오해를 불식시키기 위해 정확한 대지현황을 표시하고, 주변의 소유주들과 소통 기회도 많이 가졌습니다. 마을의 다양한 기반시설을 개선해 나간다고 생각하니 도로나 우수시설, 조경에 이르기까지 전반적인 정비가 이뤄져 주민들에게 공감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박정연 _ 이번 작업에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오신욱 _ 강원도 고성은 해안선을 따라가더라도 부산에서 가장 먼 곳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때문에 설계·감리 과정에서 에피소드가 제법 됩니다. 현장을 방문하기 위해 가장 빨리 갈 수 있는 방법은 비행기를 이용해 김포공항에 내려, 렌터카를 타고 접근하는 방법입니다. 불과 1~2시간의 미팅이지만 1년 이상을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보니 강원도 음식부터, 고성의 건축행정에 대해서도 깊은 인상을 받았습니다. 특히 인허가와 사용승인 과정에서 보여준 허가권자의 합리적인 접근과 결정에 감명을 받게 됐고, 지역건축사회의 적극적인 협조 등을 통해 깊은 동료애도 느꼈습니다. 그래서인지 고성이 부산과 거리는 멀지만 정서적으로는 매우 가깝게 인식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 기본에 충실하면서
완성도 높은 공공건축 제시할 것

 

박정연 _ 시기에 따른 작품 활동의 차이점과 공통점에 대해 설명 부탁드립니다.

 

오신욱 _ 용도별로 차이가 좀 있습니다. 도심 속 주거공간이라면 도심 속에서 이뤄질 시선처리가 우선이죠. 창을 막거나 틈새를 찾아 창을 내거나 하는 경우입니다. 겹집이 있고, 홑집이 있다면 부산은 홑집입니다. 도로에서 문을 열면 방이 되어야 하는 것이죠. 도심의 경우 이처럼 기능성이 강조됩니다. 이에 비해 해안선을 배경으로 하는 작업은 선형적 작업, 건물의 축, 조형의 연속성에 맞춰야 하는 경우가 많죠. 인간이 도심과 자연 속에서의 반응이 다르듯 건축물도 장소와 용도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는 것이죠. 다만 도심이든 자연이든 사면을 그냥 두지는 않는다는 공통점이 있기도 합니다. 사면 모두에서 누구나 바라보기 때문에 표면만 가지고 디자인하는 것을 경계하고 싫어하는 편이죠. 라움을 거친 후배 건축사들을 보면 그런 학습의 결과물들이 잘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10센티미터도 이유 없는 선을 그려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는 철학들이 곳곳에서 묻어납니다. (웃음)

 

박정연 _ 모노섬을 비롯 현재 작업 과정에서는 어떤 점에 주목하고 있는 것인가요?

 

오신욱 _ 앞서도 언급했지만 작품이 수상하고 난 이후 설계에 대한 마음가짐이 바뀐 케이스입니다. 어지간한 작품을 내놓더라도 수상한 작품을 뛰어넘기는 힘들 것이며, 업계는 더 나은 작품성을 기대하면서 제 작품을 평가할 것이라고 생각하니 막막하고, 두렵기까지 했습니다. 다행스럽게도 고민의 과정을 지나오면서 ‘아, 좀 더 기본에 충실하는 게 좋겠다’는 자세가 형성되었습니다. 건축의 기본은 무엇이며, 건축은 누구를 위해 존재해야 하는지 좀 더 깊게 생각하게 된 것이죠. 특히 세월이 흐른 후 나의 작품이 철거되거나 누군가에게 팔리게 된다면 이후 작품들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라는 질문도 스스로에게 하게 되었습니다. 건축은 순환을 대비해야 하고, 그 가치는 설계자의 판단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는 지극히 단순한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모노섬 이후로 공공건축에도 도전하고 건축 디자인에서도 힘을 덜어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최근에는 작품들이 주목받지 못하고 있는 느낌도 받습니다. 사실은 점점 자극적인 건축과 디자인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고민 중이기도 합니다.

 

박정연 _ 건축사님의 향후 목표는 무엇인가요?

 

오신욱 _ 국내 민간건축 경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입니다. 회복할 여지나 동기부여도 부족한 게 아닌가 생각되고요. 때문에 건축 설계시장의 틈새전략, 또 해외 진출 방법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이를 위해 공공건축 공모전을 통해 작업한 프로젝트를 잘 마무리해서 가치 있고, 완성도 높은 공공건축물을 제시하고 싶습니다. 건축을 전문적으로 비평해 주시는 분들이 라움의 건축을 보고 ‘부산의 지역성’을 가지고 있다고 말해 주십니다. ‘극도로 세련된 부분은 아니지만, 또 어수선한 면도 있지만, 그럼에도 아련한 느낌의 지역성, 연결성을 잘 갖고 있다’고 표현해 주십니다. 지역 건축사로서는 이보다 더 만족할 만한 수식어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이런 지역성을 바탕으로 한 건축을 꾸준히 제시해 국내외 건축상에서 조명도 받고, 그래서 지역건축사들의 설 자리가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박정연 _ 독자분들께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오신욱 _ 지난 25년의 시간을 되돌아보면, 항상 어렵고 힘들었던 기억입니다. 어렵지 않았던 시기는 한 번도 없었고, 경제적으로 넉넉했던 시기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즐거워했던 설계를 했기 때문에 오늘까지 버틸 수 있었습니다. 직업으로서 건축사는 제 삶을 영위하게 해 줬고, 가족을 부양할 수 있게 해 주었습니다. 그래서 앞으로도 이 일에 최선을 다할 생각입니다. 고민과 인내 속에서 방황하고 있을 많은 후배 건축사들도 어려운 시기를 잘 이겨 내, 저보다 훨씬 훌륭한 작품을 세상에 내놓고 경제적으로 안정되며, 그렇게 보다 창의적인 작품 활동에 매진할 수 있기를 기도합니다.




대담 박정연 편집국장

글 조아라 기자

사진 안상진 기자

인터뷰 오신욱 건축사 Oh, SinWook (주)라움 건축사사무소
<부산광역시건축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