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1. 30. 11:30ㆍ아티클 | Article/인터뷰 | Interview
“intaglio is the Treasure Box of Architecture”: Captivating Visitors with the Design of Exquisiteness, Emptiness, and Moderation
4.5미터의 층고와 선큰 구조가 프라이빗한 공간을 자아내는 인탈리오. 변산반도를 감싸는 낙조를 바라보며 숙소에서 느낄 수 있는 행복의 가치들을 담아냈다. 부와 성공을 상징하는 도시에서 벗어나, 새김과 비움이라는 건축적 정서도 자리한다. 스테이 건축에서 잘 보이는 화려함보다 성찰적 체류 공간의 성격을 띠었다는 점에서도 인탈리오만의 색깔이 도드라진다. 제26회 전북특별자치도 건축문화상 수상작으로 대중과의 접점을 확보한 인탈리오. 설계자 김동희 건축사(건축사사무소 케이디디에이치)는 ‘자신의 삶을 건축을 통해 번역해 낸 주체’라는 말로 건축주의 의도를 반영했고, 이는 객실의 독립적인 마당을 통해 하늘을 담아내는 창작성을 통해서도 잘 나타난다. 건축이 자연을 담아내는 그릇이고자 한 김동희 건축사를 통해 인탈리오의 모든 것을 맛보았다.
# 김동희 건축사, “비움은 끝이 아니라, 새김의 시작입니다”
공간의 맛이 10가지 있다면, 그 모든 결을 느끼게 하는 건축
박정연_ 월간 <건축사>의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김동희_ 인터뷰를 준비하며 잠시 되돌아보니 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한 지 15년이 됐더라고요. 참 수고했다는 생각도 들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왜 그렇게 미련하고 순진하게 건축을 해왔는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학교에서 배운 대로, 그렇게 형성된 가치관대로만 건축을 완성하는 것이 정답은 아닌데 말이죠.
미적으로 완성된 예쁜 건축, 모든 건축이 이론으로 설명되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것이 건축과 인생을 힘들게 만든 이유였죠.
지나고 보니 그런 과정 속에서 나타난 결과물이 인탈리오였습니다. 인탈리오는 저에게 이중의 의미를 지닌 작품입니다. 한편으로는 제 건축 이론을 완성하려는 목표가 투영된 작품이었고, 다른 한편으로는 그 틀을 깨트리는 작업의 순간이기도 했습니다.
박정연_ 케이디디에이치의 건축에는 자유분방함이 있고, 스티븐 홀이 가진 비례와 조형처럼 가끔은 엉뚱한데 보다 보면 기능적이면서 아름다운 공간을 만들어내는 건축을 볼 수 있습니다. 인탈리오의 비례와 형태 그리고 공간 역시 높은 완성도를 보이고 있는데요. 구체적으로 설계과정에서 어떤 점에 주목했는지 들어 볼 수 있을까요?
김동희_인탈리오는 건축주, 대지, 그리고 저 자신과 끊임없이 부딪히며 완성된 프로젝트입니다. 마찰과 갈등이 오히려 이 건축을 만들어내는 동력이 되었습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에너지가 고갈되어 평범한 결과에 안주했을지도 모릅니다. 스티븐 홀의 시애틀 채플(Chapel of St. Ignatius)을 방문했던 경험이 떠오릅니다. 공간에 들어선 뒤, 누구의 지시도 없이 모두가 고개를 숙이고 침묵했던 순
간이 있었습니다. 공간이 사람의 태도를 바꾸는 장면이었죠.
인탈리오 역시 그런 공간이기를 바랐습니다. 형태를 감상하는 장소라기보다, 머무는 행위 자체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공간. 건축이 앞서 나서기보다, 사용자의 감정과 시간이 조용히 스며들 수 있는 그릇 같은 공간 말입니다. 이곳을 방문한 이들이 의식하지 않아도 휴식에 몰입하고, 형태보다는 쓰임과 체류의 감각에 집중하기를 바랐습니다.
그래서 인탈리오의 공간은 시선보다 먼저 몸이 반응하도록 구성되었습니다. 걷고, 멈추고, 방향을 바꾸는 과정 속에서 몸의 움직임을 통해 공간이 각인되기를 바랐습니다. 그렇게 남은 기억이 이 건축의 가장 중요한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박정연_ 호텔 인테리어를 담당하는 이들이 공통적으로 제시하는 바가 있습니다. 컬러 해석이라든지, 오브제의 의미 부여, 일상에서 벗어난 독특한 장식과 같은 것들로부터 얻게 되는 첫인상이 중요하다고 말합니다. 인탈리오에서도 지붕 위의 구조물, 육면체를 지나면 또 다른 무엇인가가 나올 것 같은 기대감이 들고, 실제 그런 건축적 기교와 접근이 이 작품 하나에 폭발하듯 형태화 되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인탈리오를 작업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김동희_ 때로는 의미 없어 보이는 형태가 새로운 공간 경험을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것이 우연에 맡겨져서는 안되고, 반드시 계획 속에서 다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전북 고창의 ‘오로시’ 펜션을 설계했던 인연을 통해 인탈리오의 건축주를 만나게 되었고, “좋은 건축을 계기로 또 하나의 좋은 건축을 만들어보자”는 제안이 이 프로젝트의 출발점이 되었습니다. 저는 ‘비움’을 하나의 맛으로 생각합니다. 음식에서 단맛과 짠맛을 인지하듯, 공간에서도 비움은 분명한 감각입니다. 인탈리오에서는 낮은 레벨에서 높은 레벨로 이동하며, 좁아졌다 열리는 동선과 서로 다른 볼륨을 경험하도록 구성했습니다. 공간은 한눈에 이해되기보다, 단계적으로 체험되도록 의도했습니다.
걷고, 멈추고, 다시 방향을 바꾸는 과정 속에서 공간이 기억으로 남기를 원했습니다. 눈으로 이해하는 공간이 아니라, 몸이 먼저 반응하고 시간이 지나며 마음에 새겨지는 공간이 되기를 바랐습니다. 그런 체험의 축적이 인탈리오의 본질이라고 생각합니다.
건축주와의 관계 역시 그러했습니다. 소개로 시작했지만, 구현하고자 하는 계획안을 함께 조율하며 서로 성장한 프로젝트라 생각합니다.

# 마감재 통한 화려한 완결보다
재료의 질감이 건축 언어로 기능
박정연_ 구조를 드러내는 설계에 말씀처럼 비움과 새김이라는 의미가 도드라지게 나타난 건축물이라는 생각입니다.
김동희_ 광장을 과감히 비워 극대화된 공간에서 새로운 공간의 맛을 보여주려 했습니다. 하나에서 백까지, 차려진 모든 맛을 충실하게 느낄 수 있도록 말이죠. 노출콘크리트는 새로운 재료가 아닙니다. 하지만 의도적으로 좁은 공간을 연출해 열림과 닫힘을 표현하고, 공간의 수축과 이완을 경험하게 했습니다.
최근 인탈리오를 찾은 방문객들이 미술관이나 박물관 같다는 평가를 한다고 들었습니다. 공간이 하나의 서사로 읽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딱 떨어진 형태나 균질한 형태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색다름이 주효했던 것 같습니다. 중앙광장에서 병풍벽을 마주하는 순간, 떠 있는 벽을 지나 진입하는 장면은 절묘한 제스처로 긴장과 보호를 동시에 만듭니다.
많은 경우 공간은 채울수록 약해지고, 비울수록 깊어집니다.
비워진 자리에는 건축가의 의도가 아니라, 사용자의 기억과 감정이 새겨질 때 비로소 공간은 비로소 완성됩니다. 산책하듯 건축을 감상하고 느끼는 것, 한없이 자연과 가까워지는 이런 접점들이 긍정적으로 읽혔다고 생각합니다.
박정연_ <월간 건축사>에 드로잉 작업도 하고 계십니다. 생각의 전개가 틀에 갇혀있지 않고 자유로운데 드로잉을 통해 보이는 생각이 인탈리오에 반영된 바가 있나요?
김동희_ 물론입니다.
“이건 왜 안 될까”, “구현하기 어렵겠지”, “건축주를 설득하기 쉽지 않겠는데” 같은 생각들 앞에서 망설이게 되는 순간이 늘 존재합니다. 그럴 때 필요한 것은 결국 열정이고, 그 열정을 현실로 끌어오기 위한 설득력입니다. 그리고 설득력은 다시 진정성과 반복된 사유
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열정을 스케치로 남깁니다. 스케치는 단순한 드로잉이 아니라, 생각의 흔적을 저장해 두는 장치입니다. 한 번 그려 놓은 선은 시간이 지나 다시 불러낼 수 있고, 그 순간의 감정과 고민까지 함께 소환됩니다. 인탈리오에서는 그렇게 자칫 사라질 수도 있었던 아이디어들이 끝내 구현되었습니다. 병풍벽 역시 그렇고, 마감재를 통해 화려함을 완성하기보다 재료 자체의 질감으로 공간을 완성하려는 태도 역시 그러했습니다.
저에게 스케치는 연습이 아니라, 건축을 설득하기 위한 사유의 기록이자 기억을 준비하는 과정입니다. 동시에 미래를 위한 씨앗이기도 합니다. 순간순간의 감정을 저장하고, 다시 꺼내어 확장할 수 있는 빠른 생산성과 다양한 가능성을 내포한 일종의 건축적 무기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 SNS 통해 접점 확대 노력
빠른 생산성과 다양한 확장성이 무기
박정연_ 왕성한 SNS 활동으로도 정평이 나 있습니다. 유튜브에서 블로그와, 인스타까지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는데요.
김동희_ 접점을 확대하려는 노력입니다. 현재는 게시물의 수준을 높여 긴 주기로 만날 것인가, 아니면 다양한 콘텐츠로 확장성을 가져갈 것인가를 고민하는 시기입니다.
다중 인격체 같은 건축으로 접근하고 있고, 유쾌한 상상력을 표현할 수 있다는 점에 매력을 느낍니다. 현재는 생산력이 잘 따라주고 있어서 확장성에 우위를 두고 있습니다. 하다 보니 SNS 활동을 위해 움직일 때도 있는 것 같습니다. 어제도 아침 7시부터 저녁 9시까지 활동하며 하루에 650킬로미터를 운전하며 달렸더라고요.
박정연_ 인탈리오에서 가장 만족하거나 매력적인 공간은 무엇인가요?
김동희_ 오픈 후 많은 사람들이 다녀갔는데 한결같이 언급하는 부분이 숙박비가 아깝지 않다는 것입니다. 실제 유료로 공간을 체험한 이들의 객관적인 평가이다 보니 저에게도 긍정적인 에너지를 주고 있습니다.
특히 고객들의 마음을 움직인 포인트가 오로시 펜션의 경우처럼 ‘골목길’이라는 점입니다. 벽을 쌓고 옆으로 구부러진 길을 만들어 진입하게 했는데요. 마치 사람이 걸어가는 동안 길도 따라 걷는 느낌도 있고, 지루하지도 않고... 흥미롭게 접근하는 길이 방문자들에게는 가장 설레고 행복을 느끼는 구간이 되고 있다고 합니다.
그런 평가를 들을 때면 저도 기도를 할 수밖에 없었던 스티븐 홀의 채플을 떠올리며 미소를 짓게 됩니다. 공간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순간, 그것이 건축이 할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일이 아닐까 합니다.
# 어려운 시기이지만,
회원 모두가 열정 가득한 작품활동 기대
박정연_ 건축사님의 향후 목표는 무엇인가요?
김동희_ 솔직하게 말씀드리면, 이제는 건축주를 선택해 건축을 완성하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습니다. 교과서적인 건축이 아니라, 제 건축언어로 말할 수 있는 작품을 선보이고 싶습니다.
인생이라는 배에 올라타 물이 흘러가는 대로 살다 보니, 정작 내가 원하는 물길을 얻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앞서 말한 SNS 활동들도 엄밀히 말하면 그런 목표를 이루기 위한 수단이고 첫걸음입니다.
故 프랭크 게리는 자신이 하고 싶은 건축을 위해 필요하다면 미술계까지 기웃거렸던 시기가 있을 만큼, 작품에 대한 진정성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죠. 저 역시 교과서적인 건축만을 반복하기보다, 제 색깔이 분명한 건축을 하고 싶습니다. 제가 생각하는 건축에는 일종의 ‘추상기계장치’가 존재합니다. 깔때기처럼 열린 구조 속에 형태와 과장된 표현, 맥락과 욕망, 실험적인 생각들을 모두 집어넣습니다. 그 안에서 고민과 계획이 뒤섞이고, 시간이 지나면 오른쪽 끝에서 전혀 다른 성질의 결과물이 흘러나옵니다. 때로는 맥락이 없어 보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요소들이 결합되는 순간, 그것은 하나의 보물상자가 되기도 합니다.
각각의 요소는 개별성을 지니지만, 이 추상기계장치를 통과한 결과물은 결국 쓸모 있는 공간, 체험할 가치가 있는 건축으로 완결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형태 자체로 우수한 건축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더 바라는 것은 직접 들어가 보고, 걷고, 머물며 좋다고 느껴지는 공간입니다.
그런 건축을 계속 만들어 가고 싶습니다.
박정연_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소개해 주세요.
김동희_ 어려운 경기 속에서도 열정을 잃지 않길 바랍니다. 끄적끄적 그렸던 디자인도 설득력을 갖추면 작품이 될 수 있습니다. 열정이 가득한 작품 활동을 통해 자신만의 좋은 건축을 만들어 나가시길. 바랍니다.
대담 박정연 편집국장·글 박관희 기자·사진 안상진 기자
김동희 건축사 Kim DongHee
건축사사무소 케이디디에이치
<서울특별시건축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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