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1. 30. 11:45ㆍ아티클 | Article/인터뷰 | Interview
Creating a Healthy Spatial Environment... JUNGLIM ARCHITECTURE’s
Values: Architecture that Saves the Environment Through Leading Technology
신년 특집 인터뷰 - (주)정림건축 종합건축사사무소 이명진 첨단설계부문 대표이사
지난 2025년 대한건축사협회가 창립 60주년을 맞아 의미 있는 해를 보냈듯, 1967년 창립한 (주)정림건축 종합건축사사무소(정림건축)도 미래 비전을 제시하고 지속 성장과 도전 정신, 지역과의 상생 등에 집중한 한 해였다. 정림건축 이명진 대표 건축사(대표이사)는 창립 59주년을 맞는 2026년은 “이제 기업의 역사와 미래를 함께 돌아보고 새로운 도약을 다짐하는 상징적 의미가 있는 해”라며 의미를 부여하면서, “거버넌스 지휘체계 등 집단지성으로 선한 영향력을 전달하고, 끊임없는 혁신으로 사회 요구에 적극 대응해 나가고자 한다”라고 밝혔다.

# 정도와 성실, 조직적 창조활동이 정림의 근간
한국외환은행 본점 설계공모 당선으로 건축계 입지 넓혀
Q. 건축디자인의 트렌드를 제시하면서도 건축을 통한 사회공헌, 기술 선도라는 목표의식을 두고 있는 정림건축입니다. 창립 당시로 돌아가 당대의 어떤 문제의식과 지향점을 가지고 출발했는지 궁금합니다.
정림건축은 정도와 성실을 바탕으로 1967년 ‘정림건축연구소’라는 이름으로, 故김정철, 김정식 형제를 포함한 4명의 직원으로 출발했습니다. 당시 만들었던 운영지침에서 전후 국가와 민족 부흥을 위한 열망과 국제화의 흐름에 대응하겠다는 노력을 엿볼 수 있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건축을 통한 사회공헌과 조직적이고 종합적인 건축, 기술 선도에 지향점을 두고 있다는 내용을 확인할 수 있죠. 설립 당시에는 국가발전이 중요한 화두였습니다. 정림도 이 부분을 우선적으로 받아들이고 기술개발과 축적에 매진했으며, 기술 수준을 국제화해 국위선양에 뜻을 두게 되었습니다. 이는 현재 정림건축의 아이덴티티라고도 할 수 있겠습니다. 이른바 스타아키텍트로부터 도제식 건축설계 기술 함양이 아닌 조직적으로 종합적인 창작활동을 도모한 사내 문화를 내세운 것도 정림이었죠.
이는 두 형제의 실무경력에서 가늠해 볼 수 있습니다. 김정철 건축사는 종합건축에서 국제 합리주의 건축 철학을 접하고 건축의 산업화·대형화·복합화의 흐름을 인식했고, 김정식 건축사는 창고, 병원, 공장, 연구소와 사택단지 등의 설계·감리 업무를 총괄하며 실무경험을 탄탄히 갖추고 있었습니다. 전후 재건에서 산업사회로 전환하던 국내 환경에서 조직화된 건축사사무소로 입지를 다질 수 있던 바탕을 일찍이 마련할 수 있었던 셈이죠.
Q. 외환은행 본점, 종합전시장, 여의도 MBC와 같은 프로젝트는 정림건축의 이름을 건축계에 널린 알린 계기가 됐습니다. 이런 작업들의 배경이나 의도를 들어볼 수 있을까요?
소규모 사무소였던 정림의 이름을 알린 계기는 1973년 한국외환은행 본점 설계공모에 당선되면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김중업 건축사 등 기라성 같은 건축사들이 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는 당대 설계공모에서 김정철 건축사는 한국은행과 외환은행 등 금융기관에서 재직 경험을 바탕으로, 은행 건축이 필요로 하는 기능과 이를 디자인적으로 효과적으로 구현해 내는데 역할을 했습니다. 한국외환은행 본점은 초고층 건축물로 도시에 생기를 불어넣고, 특히 공공에 이로우면서 주위와 조화를 이뤄 이후 지방 은행들의 본점 설계를 잇따라 진행하는 시발점이 됩니다. 도심 속에 작게 분절된 기하학적 매스들로써 휴먼 스케일로 조응하는 정동제일감리교회, 매스미디어가 지닌 경쾌한 도시적 감각을 풍요로운 조형과 색감으로 지어낸 MBC 스튜디오도 그러합니다.
국제무역박람회 개최 등 무역업이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루고, 아시안게임과 올림픽 등 세계화의 의미 있는 진전이 있으면서 정림도 국제적인 위상을 드러낼 수 있는 건축물 설계에 나서게 됩니다. 80년대 한국의 세계화를 상징하는 대표적인 랜드마크인 무역센터를 니켄세케이, 원도시건축과 컨소시엄으로 설계했고, 한국종합전시장을 건축환경연구소 광장과 협업해 설계했습니다. 특히 무역센터는 올림픽과 연계된 행사들을 유연하게 수용하기 위해 종합전시장과 무역회관, 호텔과 백화점, 공항터미널까지 다양한 기능을 담은 건축물로 계획했습니다.

# 성장 이후 찾아온 정체성에 대한 고민
한국 전통미 살린 국립중앙박물관과 서울월드컵경기장
Q. 정림은 국립중앙박물관, 서울월드컵경기장처럼 규모와 공공성이 큰 프로젝트에 참여한 경험이 많습니다. 이런 프로젝트를 설계할 때 특히 고려했던 점이 있다면 어떤 부분이었는지 궁금합니다.
경제적 성장기, 현대화 요구에 대응한 이후 찾아오는 것은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었습니다. 우리나라 건축에 대한 지역성, 우리 건축이 우리의 문화를 반영하며 어떻게 세계와 소통할 것인가가 중요한 과제가 되었죠. 고민의 결과는 두 개의 프로젝트로 남아 있습니다. 바로 서울월드컵경기장과 국립중앙박물관이죠.
류춘수 건축사와 협업한 서울월드컵경기장은 국제적 행사에서 우리나라를 상징하는 건축물로, ‘소박하지만 풍요로운’ 팔각 모반과 ‘희망을 띄운다’라는 의미의 방패연에서 모티브를 얻어 독창성이 돋보이는 설계안을 제시했습니다. 더불어 행사를 끝마친 뒤에도 경기장이 지역 도시에서 지속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복합상업시설 계획 등 경기장 대지의 마스터플랜을 진행한 프로젝트입니다. 시설이 갖는 국가적인 대표성과 더불어 장기적인 측면의 공공성까지 고려해 한강에 조성된 생태공원과의 연계도 포함했습니다. 국립중앙박물관의 배치는 전통의 배산임수 방식을 따르고, 건물벽체는 우리나라 옛 성곽에서 따온 성벽구조입니다. 성벽 중 가장 크게 뚫린 곳이 바로 건축물의 출입구인 ‘열린 마당’입니다. 지붕은 있지만 벽이 없고, 실내외 실외도 아닌 열린 마당은 우리 건축의 ‘마루’를 닮았습니다.
특히 국립중앙박물관은 편파 시비가 없도록 국제건축사연맹(UIA)의 공인을 받은 국제설계공모로 진행되었는데, 국가의 문화유산을 품는 건축물을 설계하는 사업을 정림이 수행해 자랑스럽고 기쁜 일이 아닐 수 없었습니다.

Q. 2000년대 들어 남북 교류 문화가 조성됐고, 정림건축 역시 대북사업에 대한 진전이 있었습니다. 당시 어떤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었던 것인가요?
시작은 2001년 평양과학기술대학 설계였고, 이후 북한 봉산군 천덕리 농촌시범마을 및 학교 조성(2005~2008)이 있었습니다. 평양과기대의 경우 당시 총장과 평양 출신이었던 김정철·김정식 형제와 연이 닿아 의뢰를 받았던 사례입니다. 고향에 있는 교육기관의 설계를 맡은 것 자체로 큰 의미가 있었던 경우입니다. 천덕리 농촌시범마을 조성은 남북나눔운동(통일부 지정 첫 대북지원단체)의 주도로 진행된 농촌지원사업의 일환입니다. 농촌에 주택(살림집) 400 가구와 탁아소, 유치원, 진료소, 마을회관 등 편의시설을 건립하는 주거환경 개선, 지역개발 사업입니다.
정림건축은 일련의 사업추진으로 북한건축과 도시를 현실적으로 경험해 볼 수 있었습니다.
한편 2018년 4월 판문점에서 제1차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되면서 남북관계가 다시금 활성화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고조되었습니다. 정림 역시 이에 대응하고자 기획·설계·CM·국방·법률 및 지원·홍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분야의 요구를 담은 대북사업 TFT를 발족했습니다. 대내적으로는 정림 구성원들이 북한 건축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도록 각종 세미나와 답사 등을 추진했고, 대외적으로는 DMZ 평화협력포럼 참석·평양 과기대와의 간담회·서울특별시건축사회 주관 세미나 발제 등의 활동을 펼치면서 남북경제협력사업을 추진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했습니다.

Q. 최근 건축에도 사회적 책임이나 환경적 변화에 대한 고민이 함께 요구되고 있습니다. 이런 변화 속에서 정림건축이 앞으로 어떤 방향을 지향하고 있는지 혹은 건축계에 전하고 싶은 생각이 있다면 말씀 부탁드립니다.
정림에서는 최근 ESG, 사회활동, R&D가 핵심 키워드가 되고 있습니다. 지속가능 기반 디지털트랜스포메이션(DT)과 그린 트랜스포메이션(GT)도 있죠. 기존 기술들은 환경을 극복하기 위한 수단이 됐다면 지금의 핵심기술들은 환경을 구원해야 한다는 명제가 뒤따르고 있습니다. 설계자로서는 AI와 디지털테크닉을 지속가능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게 되죠. 정림은 미션자체가 건강한 공간환경을 창출하고, 현재에 이뤄지고 있는 선도기술들을 통해 환경에 도움이 되는 건축에 앞장서는 것입니다. 이미 3년 전부터 건축물의 기회단계에서부터 기본·실시설계 등 모든 프로세스에 환경적 입장에서 시뮬레이션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시범프로젝트를 마쳤고, 올해부터 전 프로젝트에 적용할 예정입니다.
최첨단 산업군에 해당하는 SK 하이닉스 용인 반도체 클러스트 조성사업을 예로 들어볼까요? 해당 프로젝트는 건축면적 185만 1,239제곱미터(56만 평), 대지 694만 2,148제곱미터(210만 평) 규모로 약 20년 간 세계적인 반도체 생산 캠퍼스를 설계하는 내용입니다. 반도체 산업은 세계정세와 시장, 경쟁사와 공급망, 국제적인 환경규제의 영향을 받습니다. 이상을 심도 있게 반영한 클러스터 전반의 계획 방향을 2022년 수립, 현재 진행 중에 있는 것입니다.
네이버 데이터 센터 각 세종도 있습니다. 친환경을 적극적으로 고려해 실현한 프로젝트입니다. 4차 산업의 인프라와도 같은 데이터센터는 이 땅의 모든 정보를 안전하게 저장하고 또 안정적으로 활용하면서 후대에도 지속적으로 전할 수 있어야 합니다. 동시에 아시아 최대 규모를 지닌 기계적 건축이 원형 산지에 배치되는 만큼 프로젝트 내내 ‘타협 없이 기능을 완전히 질서시킴’과 동시에 ‘자연의 유동적인 순리’와 조화를 이루고 공존하는 것이 숙제였습니다. 사계절 내내 변화하는 외부 환경과 기후 속에서 공간의 항상성과 지속성을 지킬 수 있도록 모든 건축적 역량과 기술을 집결시켰습니다.
건축사로서 가장 시급하게 당면한 과제라면 ‘기술’과 ‘환경’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인류는 19세기 영국의 산업혁명 이후 첨단 기술의 획기적인 도약에 힘입어 4차 산업혁명으로 일컬어지는 기술 발전을 이룩했습니다. 동시에 우리는 초국가적 대응이 필요한 기후 위기를 현재 진행형으로 마주하고 있습니다. 정림은 앞으로 세계를 선도하는 한국의 미래 전략산업에 건축적 솔루션을 제공하는 책임을 다하면서, 지구 환경을 위한 지속가능한 건축을 행하는 일 역시 건축사의 시대적 소명으로 받아들일 것입니다.
글 박관희 기자, 사진·편집 홍민기
이명진 Lee MyungJin 정림건축 첨단설게부문 대표이사
(주)정림건축 종합건축사사무소
<서울특별시건축사회>
이명진 정림건축 첨단설계부문 대표이사
정림건축에 입사해 디자인랩과 설계그룹에서 디자인을 이끌어왔으며, 현재는 첨단설계부문 대표이사를 맡고 있다. 업무, 연구, 상업, 의료, 생산, 데이터센터 등 다양한 분야의 건축 작업을 수행해 왔다. 한국건축문화대상, 대구광역시건축상, 대한민국녹색건축대전 최우수상 등을 수상했으며, 주요 국내, 국제 공모전에서 당선했다. 주요 작품은 SK하이닉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네이버 데이터센터 각 세종, 현대차 하이테크 센터, 카카오 제주 아지트, 이대서울병원, 원주 세브란스 기독 병원, UNSIT 이차전지 연구소, 대구은행 제2본점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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