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극화 시대에서 다양성의 시대로, 조금이나마... 2026.4

2026. 4. 30. 12:05아티클 | Article/에디터스레터 | Editor's Letter

From an Era of Polarization to an Era of Diversity,
Even If Only a Little...

 

 

미술사와 건축사(역사)를 쉽게 설명한다면 큰 파도가 점차 그 폭과 깊이를 줄이며 잔잔하고 다양한 파장으로 바뀌어 가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서양에서는 구하기 쉬운 재료였던 석재를 다듬고 쌓는 방식이 발전했는데, 더 화려하고 아름다운 장식을 중요시했다가 다시 합리적이고 기능적인 측면을 중요시했다가 하며 발전해 왔다. 그 와중에 아치와 돔, 볼트 등 구조적인 발견과 발전이 있어서 변화를 만들어내고 또 다른 양식을 만들어내는 데 일조하기도 했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동양에서는 목재를 건축의 주요 구조재로 사용하는 것이 자연스러웠는데, 풍요롭고 안정적인 시기에는 조금씩 화려한 장식을 더하다가도 국난이 발생하거나 검박한 통치자의 국치 시기에는 다포양식이 주심포 양식으로 회귀한다거나, 민가에서 원기둥 사용을 금지하는 등 건축에서도 파도의 산이 골로 바뀌는 경향을 보여주었다. 새로운 사조가 나타나는데 고대와 중세에는 수 세기가 걸렸었다면 근현대로 올수록 그 주기가 짧아져 수십 년 혹은 수년 만에 새로운 사조가 나타나며, 다양한 경향이 공존하는 상태가 되었다. 


그러나 지금의 상황을 다양성이 드러나기 어려운 양극화의 시대라고 표현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소위 흙수저와 금수저라고 하는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조건이 다른 것을 표현하는 신조어가 유행하기도 한 것처럼, 건축사사무소도 대형 사무소와 중소형 사무소의 격차가 커지고, 유명한 건축사와 그렇지 않은 건축사의 격차가 매우 커지고 있다. 건축사 업무의 총량은 눈에 띄게 감소했으나, 일부 건축사에게만 업무가 몰리고 있다. 업무 총량이 줄어든 것은 경기가 위축된 것이 가장 큰 원인이겠고, 일부에게 업무가 몰리는 것은 시장경제 논리에 의해 이상한 것이 아닐 수 있으나, 국가와 기업, 그리고 사회가 조금 다른 시각을 가지고 역할을 해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이미 유명한 명품을 소비하고 싶은 마음처럼 해외 유명 건축사들의 작품을 유치하고 싶은 것도 한편으로는 이해되지만, 국가와 기업이라면 가능성을 가진 건축사를 발굴하고 성장시키는데 일조할 필요가 있다. 이는 장기적으로 건축 문화의 저변을 넓히는 일과도 맞닿아 있다. 그들이 잠재력을 펼칠 수 있도록 작고 소중한 기회를 만들어주는 중요한 일이 곳곳에서 일어나길 바란다. 피카소에게도 그의 예술성을 믿고 작품을 구입해 준 투자자들이 있었으며, 가우디에게도 구엘이 있었던 것처럼 말이다. 


커다란 바람을 이야기 한 뒤에 월간 건축사지에서 하고 있는 노력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건축사지는 건축사들이 저마다의 건축주를 설득하고 시공자와 협력하여 작업을 작품으로 부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전국의 많은 작품들을 찾아내어 들추는 역할을 충실히 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이것이 양극화의 시대라고 표현되는 지금의 상황을 되돌려 조금은 다양한 건축사들의 이름이 거론되고 작업이 소개되는 장이 되도록 하는 노력이다. 건축물의 준공 절차를 마치면 꼭 소개하고 싶은 지면이 되었으면 한다. 이번 호에 소개되는 작품들과 그 안에 담긴 건축사들의 노력을 살펴봐 주시고, 앞으로도 소개될 작품들도 기대해 주시길 바란다. 

 

 

글. 박정연 Bahk, Joung Yeon 본지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