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1. 30. 12:05ㆍ아티클 | Article/에디터스레터 | Editor's Letter
Joyful Architecture, Witty Architecture
100곡 이상의 교향곡을 작곡해 ‘교향곡의 아버지’라고 불리기도 하는 하이든(Haydn)을 처음 접한 것은, 초등학교 시절 음악교과서에서 교향곡 101번 2악장이 마치 시계가 째깍거리는 소리처럼 들려서 ‘시계’라는 이름을 가지는 것을 소개할 때였다. 음악을 통해 사물이나 현상을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을 직설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이기 때문에 시계 교향곡이라고 설명한다면 정확한 멜로디는 아닐지라도 어떤 느낌의 곡일지 연상할 수 있게 만든다. 작곡가가 음악을 통해 표현하듯, 건축사도 건축을 통해서 때로는 직설적으로 때로는 은유적으로 무엇인가를 표현할 수 있다.
하이든의 교향곡 중 또 다른 유명한 곡이 ‘놀람 교향곡’이라고 알려진 교향곡 94번 중 2악장일 것이다. 익숙한 멜로디가 이어지다가 갑자기 포르테시모로 표현되는 부분에서 살짝 몰려오던 졸음이 싹 달아나버리게 만든다. 예나 지금이나 클래식 음악이 다소 지루하게 들릴 수 있나 본데, 이제는 놀람 교향곡이 연주될 때 관중들은 이 부분을 기다리느라 더 집중해서 감상할 것 같다. 현악 4중주 33번 ‘농담’에서는 악곡이 끝난 것처럼 연출하여 관객의 박수가 나올 때쯤 마지막 멜로디가 연주되도록 하기도 하고, 교향곡 93번 2악장에서는 우아한 연주 중 바순이 방귀 소리를 표현해 ‘방귀 교향곡’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교향곡 60번 6악장에서는 일부러 음정을 틀리고 조율을 하는 것처럼 연출해 지휘자를 희극인으로 만들기도 하는데 작곡가가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위트라고 느껴진다. 이처럼 유머러스하기도 했던 하이든은, 교향곡 45번의 마지막 부분에서 연주 도중 연주자들이 한 명씩 악보를 비추는 촛불을 끄고 퇴장해 버리는 퍼포먼스를 통해, 당시 오케스트라를 고용한 영주에게 휴가를 요청하는 스토리를 담아내기도 했다.
작곡가 중에서 괴짜 천재라고 표현되는 사람이 많은데, 건축사도 천재적이고 고집스러우면서도 나름의 위트를 가진 사람들이 있다. 이번 호 표지작으로 소개하는 작품에서는 건축에 이러한 유머와 재치를 담으면 어떻게 될 수 있을까를 여실히 보여준다. 땅이 만들어내는 방향과 선을 복잡해 보이지만 적절한 논리를 부여해 형태를 만들고, 이스터 에그처럼 슬래브를 조금 뚫어놓고 이러한 재미있는 부분을 보물찾기 하듯 이용자들이 찾아내 줬으면 한다는 기대를 담기도 했다. 또한 마당과 거실, 2층의 침실을 거쳐 계단을 통해서 전망대로 나가는 여정은 마치 악당들을 물리치고 공주를 구출해 내는 서사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어쩌면 지금 현실에서는 건축에 즐거움과 위트를 담아낼 공간이 부족하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하이든의 음악이 주는 것처럼 건축 공간을 경험할 때 잠깐의 미소를 짓는 분들이 많아진다면 건축사들이 좀 더 즐겁게 일하는 한 해가 될 것이라 생각한다. 즐거운 작품이 선한 영향력으로 다른 건축주들이 좋은 공간을 기대하도록 만들 것이다. 모든 건축사님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붉은말을 타고 달려 나가듯 좋은 일 많은 한 해 보내시길 바란다.
글. 박정연 Bahk, Joung Yeon 본지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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