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하는 사람, 뭔가 해보는 사람 2025.11

2025. 11. 28. 12:05아티클 | Article/에디터스레터 | Editor's Letter

People who just do things, people who try something

 

 

 

가끔은 처리해야 할 이런 저런 업무를 눈앞에 두고 본격적으로 업무를 진행하지 못한 채 머릿속으로만 수많은 계획들을 펼쳐나가는 경우가 있다. 다른 많은 건축사님들도 이러한 순간을 마주하는 경우가 종종 있으리라 생각하는 것이, 건축사의 업무가 수많은 조건들을 충족시키는 무엇인가를 찾아내야 하는 복잡한 과정이기 때문이라는 핑계를 만들기 쉽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마주친 것이 ‘그냥 해’라는 제목의 영상이다. 같은 주제와 내용을 가진 전 세계의 수많은 강사들의 강의가 있는데, 심지어 여러 명의 강의 중 인상적인 부분만 발췌해 낸 영상도 있다. ‘그냥 해’라는 말은 너무 쉽고 이미 구슬도 꿰어야 한다는 속담처럼 당연히 머리로는 알고 있는 말이겠지만, 머리에서 손끝까지의 길이가 그렇게 먼 것인지 실제로 몸을 움직이기까지는 어려울 때가 있다.

 

작은 수첩과 펜을 항상 휴대하고 다니는 건축사님들이 종종 있다. 떠오르는 생각을 쓱쓱 그려내고 건축물을 계획하는 것인지, 업무와 관련된 메모를 하거나 주변의 사물을 그리기도 한다. 그 중 일부분은 불필요한 끄적임일 수 있으나, 생각 속에 떠다니는 형상들이 구현되는 첫 단계일 수도 있다. 위대한 건축의 시작일 수 있는 소통의 순간을 보며, 손에 일이 안 잡힐 때 자주 시청했던 영상 속 ‘그냥 해’라는 말이 떠올랐다. 작은 생각의 차이, 작은 생활 습관의 차이가 결국 커다란 결과의 차이를 만들어낼 것이기에 자주 그 귀감이 되는 순간을 떠올린다.

 

표지작 인터뷰를 진행하며 부산, 울산과 경상도 지역의 신진 건축사님들이 모여서 진행하는 전시를 살펴보게 되었다. 그룹이나 모임이 아니라 하나의 움직임(movement)이라고 강조했던 이들의 전시는, 건축사의 작업들이 수많은 대중과의 접점을 만들어 내려는 노력으로 보여서 큰 인상을 남겼다. 지역에서 업무를 하면서 경험하는 어려움에 더해, 제대로 잘하려는 노력이 저렴하고 루틴하게 처리되는 것과 경쟁해야 하는 어려움이 더해져 있을 텐데, 그러한 움직임을 보여주는 것은 다른 지역까지 전달되어야 할 파장이라고 생각했다. 학생 때 공부하던 TEAM10, 뉴욕5 등의 집단들이 교류하고 흐름을 만들어냈던 것처럼 대한민국에도 수많은 그룹이나 모임 또는 움직임이 만들어진다면 증폭된 무엇인가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행사가 많은 가을을 지나며 수많은 건축 관련 전시, 세미나 등 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이것들도 오랜 시간 체득된 경험과 감각이 그냥, 뭔가를 실천하기 시작한 건축사들이 만들어낸 것이라 생각하며 오늘도 한 번 더 스스로에게 ‘그냥 해’라고 말해본다. 많은 분들이 뭔가를 하게 되고 그 중에는 위대한 건축 작품도 있을 것이다. 이것이 쌓여서 작은 움직임이 되고 우리의 건축과 도시가 조금씩 아름다워지기를 기대한다.




글. 박정연 Bahk, Joung Yeon 본지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