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5. 31. 11:35ㆍ아티클 | Article/인터뷰 | Interview
A sense of space and Numaru derived from Hanok,
interpreted through modern architectural language: ‘HO-UN’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서 과거의 향수에만 젖어있다면 흐름에 뒤 쳐지기 십상이다. 그런 면에서 우리나라는 건축하기 참 어려운 환경 이라고 할 수 있다.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그리고 건축적으로도 변화의 속도가 빠르기도 하고, 경제적인 논리에 건축이 매몰됐던 시 대도 꽤나 길었기 때문이다. 이런 시대적 배경에서 자신만의 건축세 계를 가지고, 또 안마당, 누마루, 정자, 처마 등 한옥적 요소를 현대 적 건축언어로 활용하고 있는 김효만 건축사의 작품세계는 건축계 의 해묵은 과제를 해결하는 사례가 되기도 한다. 전통건축의 현대적 해석과, 재창조 작업의 정점에 서 있는 그의 작품, 누마루가 인상적 인 ‘호운’에 대해 듣기 위해 이로재김효만 건축사사무소를 찾았다.

# 월간 ‘건축사’는 신진건축사들이 자신의 작품으로 소통할 수 있는 소중한 공간. ‘가치’
박정연_인터뷰를 위해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먼저 간단한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김효만_지난 1970년대 말 김수근 선생님의 ‘공간연구소’에 입사해 실무를 경험했습니다. 그렇게 수련을 하고 1980년대 말 건축사사무소를 개설, 현재까지 이로재김효만 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박정연_기능성에만 주목하는 설계가 있는 반면, 건축주에게 특화된 맞춤형 작품들을 선보이는 설계자를 만난 건축주는 행운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갖습니다. 김효만 건축사님 같은 경우라고 할 수 있는데요. 최근 월간 건축사에는 젊은 건축사들이 주인공이 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그런 점에서도 이번 호는 독자들에게 색다른 매력을 선사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대가 있습니다. 특히 건축사님 활동이
뜸해 궁금해하시는 독자들에게는 반가운 페이지가 될 것입니다.
김효만_최근 나이를 먹었다고 느끼는 게 매체나 미디어에 나오는 건축사들 대부분을 모르고 있더라고요. 그럼에도 기쁘게 생각하는 점은 월간 건축사가 우리 신진건축사들의 무대로, 또 역량을 발휘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의 장이 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작품을 발표하지 않았다고 해서 활동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설계는 완료됐지만 경기침체로 지어지지 않아서, 현실화되지 않은 프로젝트
들이 조금씩 쌓여가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독자들과의 만남의 기회가 마련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 “한국적인 것, 전통건축의 멋, 한국문화를 풀어내는 것은 내게는 자연스러운 것”
박정연_연관된 내용일 수 있는데요. 저 같은 경우 건축물 사진 한 장만 제시되어도 김효만 건축사님 작품임을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개인의 아이덴티티일 수도 있고, 작품에 묻어나는 건축적인 정서를 느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난간의 형태라든가, 처마와 지붕 등을 통해 표현되는 현대적이지만 한국적인 멋은 학창 시절이나, 업계 입문 시점의 제게는 큰 충격과 어려운 숙제가 되었던 기억입니다.
김효만_과거 일산 주거단지가 미국식 목조건축 위주였는데. 문학을 전공한 한 부부의 어려운 요구조건이었던 한국적인, 또 한국성이 있는 건축에 주목하게 됩니다. ‘임거당’이라는 작품이었는데요. 해당 건축주 덕분에 작품활동을 함에 있어, 문화적 정체성이라는 가치를 높게 평가하기 시작했고 스스로에게도 작업에 의미부여를 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습니다.
좀 더 거슬러 올라가면 학교를 졸업 후 공간에서 일을 배울 시기가 됩니다. 당시는 해방 이후 현대 건축이 정립되지 않은 과도기적인 시기였죠. 새마을 운동이 대대적으로 전개되었고, 한편으로 민족적 정체성을 찾으려고 노력하던 시절입니다. 당대에는 국립부여박물관처럼 왜색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고, 경복궁 안에 콘크리트로 전통양식의 민속박물관이 지어지는 전통의 모사적 전수에 대한 건축계와 문화계에서 비판도 많았습니다. 김수근 선생님도 이런 과정 이후 한국 전통 건축 답사를 본격화하고, 연구하면서 보다 은유적인 재료와 공간적해석으로 전통문화를 풀어냈습니다. 그것이 공간 사옥으로 표현됐다고 봅니다. 이런 환경에서 건축 실무를 경험하고 배웠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한국성에 대하여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습니다.
# 건축주의 열정, 대지와 입지의 매력
‘호운’의 정체성을 부여할 수 있는 계기로 작용
박정연_오늘의 작품입니다. ‘호운’이란 이름, ‘호운’을 작업하게 된 계기를 포함, 작품에 대한 설명을 부탁합니다.
김효만_‘호운’은 대지가 위치한 ‘호수’와 우리가 ‘Cloud’라고 불렀던 3층 가족실의 별명을 연관해 건축주가 지은 이름입니다.
건축주는 15년 전쯤에 설계했던 분당주택전람회단지 내의 ‘가온재’를 보고, 평소 자신이 그려왔던 집과 부합한다고 생각하며 설계의뢰를 하셨습니다. 전통문화도시인 전주, 그리고 호수공원과 직접 면해있는 대지라는 입지조건이 설계자로 서도 매력적이었습니다. 건축주는 자칫 유치할 수 있는 전통문화의 풍미를 그들의 사옥을 통해 일상 속에서 세련되게 향유하고 있었습니다. 사옥의 인테리어 디자인을 보고 그 전문성에 내심 놀랐었고, 계약 시 수많은 사례의 사진들을 우리에게 프레젠테이션 할 정도로 학습이 된 건축주여서 인상 깊었습니다.
일례로 2층을 주생활공간으로, 1층은 손님방, 3층은 자녀방과 가족실로 계획한 수직조닝도 건축주가 제안했습니다.
여기에 더해 호수방향을 제외한 나머지 3면은 절대적으로 주변과 시각적인 프라이버시를 확보해야 한다는 조건도 추가 됐었습니다.
요구조건들을 문화적으로 승화시키면서 해결해야 하는 설계자의 입장에서 1층 손님방은 정원을 즐기는 별채와 정자의 개념으로, 주변과의 시선단절은 둘러싸인 중정의 도입으로, 2층이 주생활공간이어서 1층 대문에서 2층까지의 긴 외부공간의 동선은 유람적 시퀀스의 외부공간체계로 디자인하기로 했습니다.
건축주는 L·D·K에 주인침실까지 전체가 하나의 공간으로 오픈된 아파트식 기능성공간 구조를 요구하였고, 이에 대해 우리는 주인침실을 한 단 높은 툇마루로 분리하고, 호수와 연계되는 자연요소로서 ‘Cloud’ 형상의 가족실을 주공간 위에 띄움으로써 이 집에 공간적 정체성을 부여할 수 있었습니다.




# 누마루가 외부세계와 소통하는 뷰파인더,
전통건축의 매력 대중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적극적 도입
박정연_전통건축 ‘누마루’를 도입한 ‘삶의 문’이 인상적입니다. ‘삶의 문’이 시사하는 바가 무엇인지 궁금하고, 설계 당시에 어떤 의도를 갖고 계획했었는지도 답변 부탁합니다.
김효만_가장 고민해야 할 문제는 호수공원에 대한 건축적 태도였습니다. 호수를 향해서는 당연히 전면 오픈하는 것이 맞지만 그 사이에는 공원공간이 있습니다. 산책하는 공원 방문객들이 하루 종일 통행하고 있기 때문에 불특정다수의 시선침투로 인해 사생활이 침해되어, 정상적으로 일상생활을 할 수 없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해결책으로 주생활 공간인 본채는 공원과 안정적인 거리를 유지하고, 공원과 호수에 접해서는 반투명한 스크린의 역할을 할 수 있는 별채를 배치하고, 그 별채의 1층은 마당을 즐기는 정자, 2층은 호수를 즐기는 주생활공간이자 정원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누마루식 프레임을 계획했던 것이죠. 이 반투명한 틀은 사생활침해의 문제를 여과함과 동시에 거실공간에서 시간, 계절, 날씨에 따라 변화하는
마당, 공원, 호수, 신도시들의 복합적인 풍경을 관람하는 거대한 화면으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결국 누마루는 이 집이 항상 일상적으로 외부세계와 소통하는 건축적인 뷰파인더로서 생활의 문이 되고 있습니다.
박정연_호운을 두고도 전통건축과 현대건축의 교차점을 마련, 현대적 한국성을 잘 드러냈다는 평가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시기에 따른 그간의 설계 방법에 대한 주요 변화, 시사점과 공통점 등에 관한 답변을 부탁드립니다.
김효만_앞서 언급된 만큼 짧게 설명드리면, 1990년대 후반에 ‘임거당’을 통해서 소규모대지에서 외부공간을 최대화하는 수직적 마당을 주제로 은유적 한국성을 연구한 바 있습니다.
2010년대 중반에는 ‘가온재’를 시작으로 보다 직설적인 전통요소의 표현을 통해 대중이 느낄 수 있는 건축을 지향하기 시작했습니다. 여기서 말할 수 있는 공통점은 현대사회가 필요로 하는 행위와 환경을 전통문화적 요소를 적용해 해결하려 했다는 것이고, ‘호운’이 그 적합한 예가 될 것 같습니다.
박정연_대지가 도심 한복판의 전용 주거지역임에도 도시의 일상 그리고 도시로부터 벗어나 휴양과 안식처로도 손색없는 공간적 쾌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실제 각 공간들의 현재 쓰임에 대해 구체적인 해석을 듣고 싶습니다.
김효만_1층의 손님방과 안마당 그리고 정자는 평소 고요한 사색의 장소와 같습니다. 반면 정겨운 가족들의 야외식사 장소가 되는가 하면, 손님들과의 사교적인 바비큐파티의 연회장이 되기도 합니다. 2층의 누마루는 2층 정원의 기능을 가진, 호수의 조망을 즐기는 휴양지의 테라스와 같습니다.
주생활공간인 2층에서 휴양지인 1층 마당으로 내려가고 호수변의 휴양 테라스로 건너가는, 집 속의 작은 여행들이 일상적인 즐거움이 될 수 있는 것이죠.


# 언제까지나 건축적 열정 남아있기를 희망,
국내 건축사의 잠재력 무궁무진, 다양한 실험적 작품 시도했으면...
박정연_이번 작업 중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다면?
김효만_ 공사비를 줄이기 위해서 설계를 두 번 한 경우였습니다. 콘셉트는 유지하면서 여러 부분들을 포기, 수정하는 작업을 했습니다.
직접 감리를 하지 않았기에 결과를 예측하기 어려웠는데 감리자인 지역 건축사님과 시공을 해주시는 분들이 최선을 다해주셔서 만족할만한 완성도를 가지게 되었음에 감사하고 있습니다.
박정연_계획 당시와 비교해 완공 후 건축사님이 꼽는 가장 매력적인 공간은 어디인가요?
김효만_누마루식 열린 벽의 적용이 합리적 선택이 되었던 프로젝트였던 것 같습니다. 누마루의 다양한 역할이 가장 보람 있는 결실이 되었습니다.
박정연_건축사님의 향후 목표는 무엇인가요?
김효만_ 특별하거나 거창한 것은 아니지만, 언제까지나 건축적 열정을 유지할 수 있기를 바랄 뿐입니다. 그것이 가장 어려운 일이 되려나요? 하하(웃음)
박정연_독자들에게 마지막으로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김효만_연필로 도면 그리기를 배우고 실행했던 제 입장에서는 어느 순간 CAD가 자리를 잡았고, 또 눈을 잠깐 돌렸더니 AI 시대가 됐습니다. 격세지감을 많이 느끼는데, 그 과정에서 신진건축사들의 작품들을 보면 과거보다 높은수준으로 평준화 됐다는 생각을 가집니다. 입사지원을 하고 있는 학생들의 포트폴리오만 봐도 수준이 굉장히 높아졌다는 것을 체감합니다. 가깝게는 3~4년 전과도 확연한 차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점을 보면 K-건축의 미래, 잠재력이 대단하다고 말해도 과함이 없을 듯합니다. 다만 보다 다양한 주관을 가진 신진건축사들이 혼재되었으면 하는 바람은 있습니다. 친숙한 언어로 명쾌하게 정리된 절제된 건축도 좋지만, 좀 더 개인별 정체성을 반영한 실험적 시도들이 보다 많이 제시된다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프랑스의 퐁피두센터, 시드니의 오페라 하우스 등도 모두 설계공모를 통해 당선된 작품들입니다. 사실 그런 면에서 보면 그와 같은 당시로서는 지극히 실험적이고 미래적인 건축을 뽑은 심사위원들의 안목은 감동적입니다. 한국 건축의 발전을 위해 심사위원과 비평가들의 역할이 지대하다고 하겠습니다. 대한건축사협회에서는 심사위원 사전접촉 금지 등 설계공모의 공정성 제고를 위해 다양한 노력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노력들이 지속적으로 이뤄진다면 우리도 더 좋은 공공건축, 철학과 정체성이 투영된 건축, 그래서 메시지와 화두를 던지는 힘있는 건축을 자주 접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대담 박정연 편집국장
글 박관희 기자
사진 안상진 기자
김효만 건축사 Kim HyoMan
이로재김효만 건축사사무소
<서울특별시건축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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