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될 겁니다. 2026.6

2026. 6. 30. 12:10아티클 | Article/에디터스레터 | Editor's Letter

It'll be all right.

 

 

“여러분, 모두 부자 되세요. 꼭이요”라는 문구의 카드사 광고는 국제적인 외환위기의 여파가 아직 남아 있던 시절, 많은 사람들의 기억에 각인되었다. 하얀 눈밭을 배경으로 여배우가 빨간 옷을 입고 이 문구를 외치는 장면이 많은 사람들에게 기억되는 이유는, 사회적 경직이 가시지 않은 시점에 줄도산과 구조조정 등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많았고, 이러한 표현이 속물적이고 금기시되는 말일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광고 초반에는 ‘당장을 버틸 여력도 없는데 부자는 무슨...’이라는 반응도 많았으나, 점차 희망적인 문구가 전하는 긍정적인 기운이 당시 최고의 유행어처럼 사용되기도 했다. ‘돈 많이 버세요’라는 직접적인 말보다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말하던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살짝 선을 넘는 표현일 수 있었지만, 희망의 말을 강요가 아닌 순수한 의도로 전한 것으로 받아들여졌기에 그러한 결과를 낳았다.


건축사 업무에 대해 살펴보면 너무 오랫동안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나아지고 있다는 경제 지표는 반도체 관련 산업이 이끌고 있어 건축 분야에서 긍정적인 영향을 받는 경우는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 것 같다. 많은 건축사들이 새로운 일을 수주하기 위해 경쟁 프로젝트에 시간과 노력을 쏟아 넣기도 하는데, 누군가는 성과를 내겠지만 전체적으로 보면 결국 제 살을 깎아먹는 상황이 되기도 한다. 이러한 경쟁이 반복되면서 지쳐 건축사 업무만으로 삶을 영위하기 어려워 다른 사업을 병행하거나, 더러는 건축사 업무를 접는 경우도 있다. 이번 호 표지에 작품을 소개한 건축사 역시 현실의 어려움을 이야기했지만, 그럼에도 건축에 대한 애정과 열정을 품고 있었다. 현실이 어려워 건축을 떠나야 할지 농담처럼 이야기했지만, 오히려 그보다 더 강하게 건축을 붙들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건축의 현실이 20여 년 전 외환위기 시절보다 더 나쁘다고 말하는 분들도 있다. 제도는 개선되어야 하고, 설계 대가 정상화도 필요하며, 과도한 경쟁 구조 역시 완화될 필요가 있다. 건축사의 창의적 노동이 존중받는 환경도 필요하다. 그러나 그 변화 역시 결국 지금 이 일을 끝까지 붙들고 노력하는 건축사들에 의해 만들어질 것이다.


생각해 보면 건축은 원래 희망을 전제로 하는 일이다. 누군가는 새로운 집을 짓고, 누군가는 회사와 공장을 만들며 그 안에 커다란 꿈을 그린다. 건축사의 설계업무는 사실 사람들의 삶을 설계하는 일이기도 하다. 그래서 어려운 시대일수록 누군가의 희망을 그려내기 위해 건축사가 먼저 희망을 품어야 하지 않을까.


막연한 낙관만으로 현실이 바뀌지는 않는다. 하지만 지금 건축사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서로에게 건네는 짧은 한마디인지도 모르겠다. “잘 될 겁니다.” 근거를 증명할 수는 없어도 누군가의 하루를 조금 더 버티게 만드는 말. 외환위기 시절의 광고 문구가 그랬던 것처럼, 지금 우리에게도 그런 희망의 언어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 말은 단순한 위로가 아니라, 여전히 건축을 통해 꿈을 그리는 건축사들의 믿음이기도 하다. 




글. 박정연 Bahk, Joung Yeon 본지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