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의 건축] 축소지향의 도시에서 건축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 Shrinking cities 2026.7

2026. 7. 31. 10:25아티클 | Article/칼럼 | Column

What Must Architecture Prepare for in a City of Miniaturization?
Shrinking cities

 

수도권은 거주할 집의 부족이 수십 년째 사회적 문제라고 하지만, 지방은 소멸위기의 도시이냐 아니면 그나마 사라지지 않고 살아남을 도시인가로 나뉠 뿐이어서, 우려 섞인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거주지를 옮기면 다양한 방식으로 생활비나 교육비 등을 지원해 주는 정책이 시행되고 있지만, 지방에서 살며 매력을 느끼는 경우보다 수도권에 거주하며 상대적 불편함을 감수하는 이가 많기에 결과적으로 인구 변화를 역전시키는 사례가 거의 없다.

2026년 제45회 대한민국건축대전이 ‘수축 사회: 새로운 평형의 건축 Shrinking Society: Architecture of New Equilibrium’이라는 주제로 공고되었다. 주로 건축 관련학과의 대학생들이 많이 참여하는 공모전에 사회가 수축된다는 주제가 주어진 이유와 어떤 건축적인 제안을 해볼 수 있을까를 고민하며, 발간된 지 20년도 넘은 이 책이 생각났다.

 

 

Shrinking Cities
이 책은 독일에서 건축과 도시를 연구하는 필립 오스발트 Philipp Oswalt가 주도한 국제적인 연구 프로젝트의 결과물을 엮은 책이다. 연구와 책이 진행되던 시기인 2005년경에는 중국과 두바이 등에서 엄청난 속도로 성장하는 도시가 주목받았다. 거대한 자본이 투입되어 눈부신 도시들이 짧은 시간에 만들어져 수많은 관광객을 유치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 책은 인구감소와 산업 쇠퇴로 인해 앞으로 수많은 도시들이 경험하게 될 ‘수축’에 주목했다. 자동차 산업이 쇠퇴하고 있는 미국의 디트로이트, 제조업 쇠퇴의 영국 맨체스터와 리버풀, 사회주의를 벗어나는 과정의 러시아 이바노보, 다양한 사회요인을 통해 수축하는 독일 할레 라이프치히 등을 살펴보며 분석하고 제안했다.


이 책은 4권으로 나누어져 있는데, 출간된 지 오래되었지만 여전히 많은 연구자들이 찾는 책이다. 1권은 먼저 ‘왜 축소되는가’를 분석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국가적 관점의 출산율 저하가 저변에 있지만, 이 책에서 사례로 살펴보는 도시는 탈산업화, 교외화, 글로벌화, 사회 체제의 붕괴와 변화 등을 거치며 축소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2권에서는 도시가 축소되면 어떻게 (건축적으로) 대응해야 하는가에 대해 다루고 있다. 새로 건물을 짓거나 재개발하는 것보다는 빈 공간을 활용하고 철거한 부분을 재생하며, 임시적인 프로그램을 만들어 사용하는 등의 인상적인 제안과 사례들을 모았다. 사회가 축소되는 것에 대응하여 막아내는 것이 아니라 축소된 상태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를 연구했다. 3권에서는 지도와 통계자료를 시각적으로 이해하기 쉽게 표현하고 있는데, 같은 크기의 책이 아니라 큰 사이즈 판형에 지도책 같은 느낌으로 발간되었다. 이 책 이전에 우리나라 건축학과 학생들이 많이 사서 참조했던 (줄여서 하이캣이라고 부르기도 했던) ‘하이퍼 카탈로니아'에서 스페인 카탈로니아 지역에 대한 데이터와 분석을 통해 건축적 제안을 연구했던 것을 떠올리게 하기도 한다. 4권이라고 표현되는 것은 연구과정 중 남긴 도시와 사회에 대한 사진들을 기록과 전시를 위해 아카이브이다. 4권 역시 책의 형태가 아니라 영상과 미디어를 담은 디지털자료이다.

 

volume 1 : International Research
volume 2 : Interventions
volume 3 : Atlas
volume 4 : Film, Documentation

 

 

이 책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것은 건축만이 아니다. 도시 전체에서부터 사람과 관련된 다양한 학문과 심리적인 부분, 사회학과 경제학, 그리고 예술의 영역까지 함께 고민하게 만드는 책이다. 비슷한 이름을 가진 책들이 많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을 보면 축소되는 사회에 대한 고민이 비단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이미 절판되었지만 해외 온라인으로 새책과 중고책을 구입할 수 있기에 본 연재를 통해 이 책을 소개해본다.


우리나라에서도 ‘인구소멸’을 분석하고 대응하기 위한 다양한 연구가 있겠지만, 새로 건축물을 만드는 것이 ‘건축’의 본질이며, 성장이 성공이라는 사회적인 인식을 만들어냈다, 반면 ‘축소사회’에 대해 연구한다는 것은 건축분야에서 쉽지 않다. 이 책처럼 해외에서 건축의 시점에서 사회문제에 대해 고민하고 감소를 경험하는 도시도 하나의 정상적인 상태라고 인식한 뒤 다양한 제안을 해보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는데 대한민국건축대전이 정한 주제가 이러한 연구가 한국에 적용되게 하는 중요한 마일스톤이 될 것으로 보인다. 대한민국건축대전을 준비하는 분들에게 힌트가 되기 위해 이 책을 살펴보라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나라에 어떠한 건축적 제언을 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을 시작하면서 살펴보기에 적절한 책일 것이다. 우리나라의 도시가 처한 다양한 상황에서 어떠한 제안들이 만들어질 수 있을지 기대한다.



 

글. 박정연 Bahk, Joung Yeon
본지 편집국장

 

 

 

박정연 건축사·그리드에이(Grid-A) 건축사사무소


건축사 박정연은 전북대학교 건축공학과와 서울대학교 대학원 건축학과를 졸업하고 실무를 쌓은 후 그리드에이(Grid-A)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사회 속에서 건축의 역할과 이를 만드는 건축사들이 놓여진 상황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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