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목, 그 갈망의 정점 2026.7

2026. 7. 31. 10:35아티클 | Article/칼럼 | Column

Crossroads,
the Apex of That Longing

 

건축설계 업무 중, 상업 건축물 사업성 검토를 위해 해당 지번을 처음 접할 때 가장 중요한 점은 ‘입지’다. 분양에 관계되는 공동주택이나 판매시설 등 모든 관계자는 하나도 입지요, 둘도 입지요, 셋도 입지라고 외친다. 건축 설계에서도 이 점이 중요하기에 분양 관계자들은 역세권, 숲세권, 학세권 같은 신조어를 생산해내고 있고, 그 점을 대지 선정의 금과옥조로 여긴다. 오늘 좋은 입지에 관계되는 목 좋은 곳, 길목에 대해 생각해 보면서 건축 설계와의 상관성을 생각해 본다.

'목이 좋으면 돌을 구워서도 판다'는 속담이 있다. 현시대에 전혀 맞지 않는 것 같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상황이 좀 다르다. 겨울에 우리는 핫팩의 고마움을 느끼며 살고 있다. 노지에서 일하는 사람들, 전방과 같이 추운 곳에서 불철주야 국방에 최선을 다하고 있는 군인 등. 그들에게 핫팩은 정말 고마운 물건이다. 그런데 핫팩이 등장하기 오래전 겨울, 우리 조상들은 돌을 구워 헝겊에 싸 휴대하며 추운 겨울을 나는 지혜를 발휘했다. 지금 관점에서 보면 핫팩이다. 즉, 사람이 많이 다니는 좋은 목에서는 돌을 구워서도 잘 팔 수 있다는 말씀이다. 그렇듯 좋은 목, 전문 용어로 ‘입지’는 정말 중요하다.


좋은 목에서 파생된 단어 길목은 3가지로서 큰길에서 작은 길로 들어가는 어귀, 그리고 위에 언급한 길의 중요한 통로가 되는 어귀, 그리고 시간적 의미로서 어느 시기에서 다른 시기로 넘어가는 때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로 사전은 정의한다. 그리고 좋은 목의 장소성에 대한 의미로 몇 가지 일화를 소개한다. 아울러 여가시간을 우리 건축인들은 어떻게 보낼지 궁금하기도 하지만 필자의 경우 루어낚시를 즐기는 관계로 여기에 빗대어 이야기를 풀어본다.


평소 봄부터 가을철까지 쏘가리 루어낚시를 즐기는데, 고기를 잘 잡고자 하는 욕심에 좋은 목(포인트)을 찾아다니곤 한다. 주변 낚시인에게 묻기도 하고 인근 강가 상점이나 식당 등에서 현지인에게 묻기도 하여 좋은 목을 소개받기도 하지만 대다수는 헛수고를 한다. 왜일까? 우리 민족에게는 아버지가 아들에게 한계 수명에 다다를 때에야 비로소 가르쳐 준다는 4대 좋은 목(포인트)이 있다. 즉, 자기만의 영업 비밀(?)을 유지하면서 생계에 반영하고픈 생존 본능이 있어서라고 보는데......

일단 첫 번째는 산삼목이다. 산삼은 인적이 드문 곳에서 주로 발견되는데 그 이유는 새가 인삼이나 산삼의 꽃이나 열매를 먹고 난 후 휴식을 취하는 곳이 천적이나 인간 왕래가 없는 곳 나무 위에서 휴식을 취한다고 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편안할 때 배변을 하는 데 그때 인삼 씨가 같이 배출되어 적정한 온습도와 자양분 등이 제공되는 환경이 조성되면 그 자리가 산삼 배출터가 되는 것이다. 그리하여 그곳 주변에서 산삼이 무더기로 발견되곤 하기 때문에 당연히 그곳을 발견한 사람은 그 좋은 목을 비밀로 해두어야 두고두고 평생 캐내어 이용하기에 그 누구에게도 가르쳐 줄 수 없는 곳이리라.


두 번째는 송이목이다. 이 경우 역시 산삼의 경우와 흡사하므로 그 경우를 갈음할 수 있다.

 

 

세 번째는 석청, 목청목이다. 이 경우도 꿀벌이 인적이나 천적이 드문 곳에 꿀을 모을 수 있고 애벌레를 키울 수 있는 곳에 자리를 잡기에 그렇다.


네 번째가 쏘가리목이다. 이 경우는 조금 특별하다. 일전에 옥천 금강 보청천 합수머리 주변에서 어부로 생업에 종사하는 분 식당에서 단골로 자주 식사를 하였는데, 그분의 이야기는 이렇다. 쏘가리는 월척일 경우 횟감으로 이용하는데, 횟감을 자주 주문하는 단골손님은 미리 하루 전에 주문을 한다고 한다. 그러면 어부는 잠수복과 수경 그리고 어망을 준비하여 자기가 아는 길목에 잠수를 하고 들어가서 쏘가리 월척을 아가미를 잡아서 꺼내어 온다고 말했다. 그곳은 당연히 누구에게도 말해줄 수 없는 대단한 목이다. 그는 오늘 월척을 꺼내어 오면 다음 크기의 쏘가리가 약 일주일 후면 또 그곳에 터를 잡는다고 했다. 그곳은 쏘가리가 휴식을 취하는 집이나 굴이라고 했다. 필자 역시 그곳에서 낚시를 드리우거나 홀림 낚시로 꼬시면 어김없이 월척을 낚으련만, 어부가 그곳을 나에게 가르쳐 줄 리는 만무하다.


그러던 중 필자에게 좋은 목을 가르쳐 준 낚시 후배가 있었다. B 후배는 그 목을 가르쳐 주면서 이곳이 자기의 ‘냉장고 포인트’(냉장고에서 음식을 먹고 싶을 때 아무 때나 꺼내 먹는다는 의미로 자주 쏘가리를 낚아 내는 곳이라는 뜻)라고 말했다. 내가 그 후배의 인심을 어찌 그냥 맨입(?)으로 알아냈겠는가? 나는 후배에게 많은 날의 점심을 사주었다. 그렇지만 나는 그 좋은 목을 유튜브 뮤직 비디오와 네이버 블로그를 통하여 과감히 공개함으로써 만천하에 알렸다. 그 영향도 있겠고, 다르게는 수달과 고온으로 인해 작년 쏘가리 낚시 어획고는 절반으로 줄어들었다.

 

 

어느 날 평소 대황강 출렁다리 앞에 있는 점심을 즐겨 먹는 맛집, ‘시골밥상’ 식당에서 우연히 양봉업을 하는 분과 겸상을 하게 되었다. 그분은 양평 한강변 토박이이며 쏘가리에 대해 아주 잘 아는 분이었다. 점심 때면 양동이에 물을 갈아 넣고 2층 테라스 야외 테이블에서 식사를 하곤 했는데, 마침 그날 잡아놓은 쏘가리를 구경하고 있는 필자를 보며 자신의 쏘가리 길목 지론을 설파했다. 그리고 특정 목을 이야기했다. ‘으잉? 포인트를 나에게 가르쳐 주다니?’... 점심 식사를 마치고 오수를 즐긴 후 양봉업 사장이 말한 곳을 탐색했는데, 그 곳에서 약 30분 만에 월척을 한 수 했다. 다음 주 점심시간에 가르쳐 준 곳에서 잡은 쏘가리 사진을 보여주며 양봉업 사장과 더 진한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그는 ‘목사동 다리’ 교각 주변에 대해 이야기해 주었다. 나는 그곳을 가보았으나 평소에는 물이 너무 얕아 낚시가 불가능한 곳이었다.
그런데 어느 가을, 이틀 뒤 태풍예보가 있는 토요일이었다. 평소처럼 낚시를 위해 나섰는데 닥쳐올 태풍과 폭우를 대비해 상류 댐에서 엄청난 양의 물을 방류했다. 그야말로 물 벙벙한 상태가 되어 낚시가 어려울 것이라 생각했다. 포기하고픈 마음이었지만, 새벽부터 달려온 것이 아쉬워 대황강 강변을 드라이브하다가, 마침 양봉업 사장의 가르쳐준 포인트 ‘목사동 다리’가 생각났다. 차를 조심히 몰고 도착하고 보니 역시 낚시 불가능으로 보였는데, 자세히 살펴보니 강 연안에 풀 숲에 간신히 물에 들어가지 않아도 낚시를 할 공간이 보여서 가슴 장화를 착용하고 풀숲을 조심히 헤쳐서 공간을 만들고 서서 낚시를 했다. 물은 교각에 있는 눈금을 기준으로 평소보다 2미터 정도 높이 흐르고 있었고, 물색은 댐에서 방류한 물이라 옥색 물빛이어서 낚시를 할 만 했다. 비는 어설프게 조금씩 내리고 바람은 미풍 수준으로 불고 있었다. 약 40분간 낚시 줄을 던지고 감고를 반복하던 중, 묵직한 수초 더미를 걸은 느낌이 왔다. 수초일까 생각하던 찰나 우직 우직한 떨림과 쿡쿡 박아내는 쏘가리 특유의 거센 저항이 느껴졌다.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쏘가리다’. 이 느낌은 분명 40cm가 족히 넘는 무게감이 전해왔다. 거센 물줄기에 도도히 저항하며 힘자랑을 하는 녀석을 요리조리 얼레를 조종하며 낚싯대가 부러지지 않게, 그리고 낚싯줄이 끊어지지 않게 얼레 줄 조리개를 약간 열어두어 실이 얼레에서 ‘찍 지익’ 풀어지도록 조절해 가며 녀석의 용트림을 서서히 제압했다. 잡고 꿰미에 걸어두고 녀석을 감상했다. 황금빛 몸통에 점박이 문양의 쏘가리 고유의 무늬, 언뜻 보면 표범 무늬와 비슷하지만 그림을 그릴 때 자세히 보니 엄연히 다른 문양이고 바탕색도 현격히 다른 쏘가리. 여지없이 화가 나면 등가시 12개를 쫘악 펴고 동그란 금테 눈으로 파란색 눈동자를 굴리며 놀란 눈으로 쳐다보는 녀석, 녀석의 눈동자에 비친 선글라스를 끼고 하얀 이를 드러낸 필자의 모습을 보고 나서 강물에 꿰미를 담갔다. 그 후 30분 뒤 앞선 쏘가리와 같은 사이즈 1마리를 더 잡을 수 있었다.


나는 여러 가지 일화를 통해 몇 가지 교훈을 얻었다. 좋은 길목을 선점하고 나만 즐기는 낚시가 아닌 만인을 위한 작은 공개, 그리고 그것이 돌고 돌아서 다시 나에게 오는 경험, 이것은 결코 나만의 영업비밀이 아닌 모두에게 유익하도록 하는 일, 요즈음의 AI도 그러한 관점에서 바라보고 활용하면 일맥상통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글·그림. 조정만 CHO Jeong Man
(주)무영씨엠 건축사사무소

 

 

 

조정만 건축사 (주)무영씨엠 건축사사무소(문학작가·뮤지션)

 

조정만(趙正滿)은 전북특별자치도 남원시에서 출생하였다. 건국대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건축사 자격 취득 후 자신의 네이버 블로그에 작품을 지속적으로 발표하고 있다. 2016년 한국수필에 등단하여 문학작가로도 활동 중이며, 산문집 <요원의 들불처럼>을 출간했다. 음악인으로서도 활동하며 인류에게 좋은 취미생활을 권장하는 노래 <쏘가리>와 <꽃과 빛망울의 하모니>를 발표하였다. 최근에는 <하모니 앤 앙상블>을 발표, 음원 사이트와 유튜브에서 스트리밍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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