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를 아십니까? 2018.11

2022. 12. 9. 09:04아티클 | Article/에세이 | Essay

Do you know Side?

 

해군 근무 시절 이상한 용어를 접한 적이 있었다. 어느 날 저녁 휴식 시간에 고참이 “사이드 타고 올게”라고 말했다. 나는 처음 듣는 말이라 속으로 의아해 했다. 사이드 오토바이 를 타고 오겠다는 뜻인가 생각했고 고속 전투정 정박한 섬이 서해 격오지이기 때문에, 2 차 대전 시 독일군 두 명이 나란히 탔던 그런 오토바이가 아직도 있나 보다라고 생각했다. 고참은 두루마리 화장지를 챙겨서 공동 침실에서 나갔다. 그 화장지로 오토바이 안장을 닦으려나 라고 더 생각했다. 잠시 후 나는 바람을 쐬고자 갑판 위를 서성이다가 이윽고 배 후미 쪽으로 무심코 다가 갔는데, 배 후미 어두컴컴한 곳에서 담배 연기 냄새가 났다. 무 슨 일인가 다가가 보니 고참이 후미 충돌방지판 위에서 큰일을 보면서 담배를 피우고 있 는 것이 아닌가. 배 갑판 위에서 보면 1미터 하단 위치에 마치 선반처럼 배 후미를 다른 배 가 충돌할 때 충격을 완화시킬 목적으로 설치한 충돌 방지판이 있었는데 고참은 거기서 앉아서 큰일을 보고 있었던 것이다. 화장실이 배 안에 있기는 하지만 좁고 냄새가 났고 군 대 특성상 계급적으로 사용하는데 제한이 있었으므로, 배 대원들은 어두워서 아무도 보 이지 않는 저녁 시간대에 다른 곳 보다도 이곳에서 자주 큰일을 보았던 것이다. 선반 형태 의 바닥판은 바다 수면과는 2미터 정도 높이 차이가 있어서 엉덩이를 바다 쪽으로 내밀 고 일을 보아도 덩어리 낙하로 인해 바닷물이 튀길 염려도 없고, 무엇보다도 시원한 바람 이 엉덩이를 간지럽히며 보는 큰일은 천연덕스럽게 경험할 수 밖에 없는 상쾌함의 극치 였다. 그 후로 나도 사이드를 자주 탔는데 어떤 날은 두 명 이상이 후미 그곳에서 큰일을 본 적도 있었다.

건축설계 일을 하면서 늘 화장실 설계를 하다 보면 그 시절이 떠올라 배시시 웃곤 한다. 사이드를 탄다는 뜻은 충돌 방지판 위를 탄다는 뜻이고 큰일을 그 곳에서 볼 때 사용하는 해군 고속 전투정 대원들만의 은어였던 것이다.

에이, 더럽고 냄새나는 글을 쓰냐고 혹자는 반문할 것이다. 하지만 우리 인간의 일상에서 아니 모든 생물의 일상에서 배설이 없다면 어찌할 것인가. 건강하다는 것은 무엇인가. 잘 먹고 일 잘하고 잘 놀고 잠 잘 자고 잘 싸야 하지 않는가. 어느 한 곳이 막힌다면 상상하기 어려운 고통이 따른다. 그리고 어느 정도 먹어줘야 큰일도 잘 보는 것이다. 일화가 있다. 시집을 간 어느 집 딸이 친정에 들러서 시집이 너무 못살아서 먹는 것이 시원찮아 배고파 죽겠다고 부모님께 푸념하자 친정아버지가 물었다. 하루에 큰일은 몇 번 보니? 라고 말하 자 딸은 볼멘 소리로 아 그야 한 번은 보죠! 라고 답했다. 그러자 친정아버지는 우리 딸내 미가 먹기는 제대로 먹고 있구만, 잘 먹으니까 하루에 한 번 큰일을 보는 것이다 라고 말 하며, 적게 먹는 것이 몸에 오히려 이로우니 불만 말고 시집 식구들과 잘 살거라 하며 시 집으로 등 떠 밀어 보냈다고 한다. 이 짧은 구절 일화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는 몸 에서 주기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순환체계를 잘 점검해서 건강을 챙길 필요가 있다. 그곳 은 바로 화장실에서다. 소변 색깔과 상태, 냄새 그리고 양, 큰일을 볼 때 역시 마찬가지다. 역겨운가. 옛날 어의는 임금의 큰 것 맛도 보았다고 기록은 말하고 있다.

호텔 화장실은 신체 비례에 비해 여유롭게 적당히 크고 시원스럽게 천장이 높다. 그리고 공기조화 시스템이 잘 되어 있고 물도 풍부하게 잘 나와서 냄새도 거의 없다. 그래서 모 든 화장실은 고급 호텔 화장실처럼 공간을 꾸려야만 한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화장실 을 설계하고 짓고 있다. 인생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공간을 냄새난다고 더럽다고 막 다루 면 화가 미치리니. 우리는 화장실을 훌륭하게 꾸미고 위생적으로 잘 관리하여야만 건강 의 선순환 체계를 맞이할 수 있기에 화장실은 정말 잘 만들고 잘 관리하여야 하는 공간인 것이다. 화장실을또 다른 이름으로 나는 제안하고 싶다.

단장을 하는 의미의 화장실뿐만 아니라 그 곳을 다녀오면 늘 상쾌하므로 그 이름을 ‘상쾌실’로 짓고 싶은 것이다. 나는 오늘도 아침에 기지개 켜고 일어나 신문을 들고 그곳에 가서 기사를 정독하며 배설 의 기쁨을 만끽하며 하루를 시작한다. 비록 해군에서 느꼈던 ‘사이드 타는 쾌감’ 을 이제 는 맛 볼 수는 없어도, 집 안 안락한 곳에서 하루 동안 먹었던 식사의 찌꺼기를 깨끗이 비 우고 씻고 나서면 건강한 하루가 상쾌하게 나를 기다리고 있으리니.....

 

 

 

 

 

 

 

 

 

글. 조정만 Cho, Jeongman • (주)무영씨엠 건축사사무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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