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새로운 시대의 건축사시험의 변화 2018.12

2022. 12. 11. 15:13아티클 | Article/칼럼 | Column

건축담론

 

 

편집국장 註

 

5월호부터 시작한 건축담론은 너무 무겁지 않게, 논문처럼 딱딱하지 않으면서도 우리 건축계가 고민하고 있는, 또는 고민할 만한 키워드를 중심으로 전개합니다. 다양한 관점과 생각들을 소개하는 자리이기도 합 니다. 아주 추상적 주제부터 구체적이고 실증적인 부분까지 다루려 합니다. 가벼운 이야기부터 무거운 논 쟁의 소재도 담으려 합니다. 물론 한두 편의 글이 세상에 어떤 영향을 미치거나 큰 힘을 발휘하지는 않겠지 요. 그래도 우리는 생각의 기회를 한번 마련하고 싶었습니다. 가장 많은 건축사들이 보는 건축사지는 짧게 라도 생각할 여지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혹시라도 요청하시는 담론주제가 있다면 망설이지 마시고, 연락주 시기 바랍니다. 직접 참여하고 싶으신 분들의 연락도 좋습니다. 저희 지면의 한계 상 더 많은 토론을 하지 못하지만 여러분들께서 이 기회를 통해 확산시키고, 깊이를 다듬어 가시길 바랍니다.


2018년 12월호 건축담론은 잠시 숨을 고르는 대신에 건축사 시험에 대한 단상으로 대처하기 로 했습니다.

 

올 한해 수많은 사고가 유난히 언론을 장식하면서 벌어졌습니다. 사고가 날 때마다 섬뜩했던 것은 삼풍백화점 붕괴가 중첩되기 때문입니다. 아주 오래전 와우아파트 붕괴도 있었죠. 이런 일이 벌어질 때마다 나타나는 데자 뷰가 있습니다. 정치권이 떠들고, 공무원이 움직이고 제재의 법들이 생깁니다. 여지없이 올 한해도 그랬습니다. 이런 일들 속에서 여러 분야도 있지만 가장 기본이 되는 설계와 감리를 하는 건축사라는 직업을 생각하게 됩니 다. 건축사는 과연 어떤 사람들일까요? 이번 호는 그 첫 과정인 건축사 시험을 이야기 하고자 합니다. 시험 합 격률 가지고 이야기 하지는 않았으면 합니다. 합격률? 혹자는 말하더군요. 당신들이 사법 시험이나 의사 시험처 럼 정말 그렇게 미친 듯이 했는지? 다른 이는 말합니다. 죽어라고 했다고... 그래서 이런 합격률보다는 보다 본질 적인 건축사라는 직업의 태도를 정하는 첫 단추로서 시험을 이야기 했으면 합니다. 그리고 어차피 산업사회에 서 필요한 기능으로서 자격이나 면허를 만들었기 때문에 수요와 공급의 개념에서도 바라보길 희망합니다.

 

01 새로운 시대의 건축사시험의 변화

Changes in the Architect Registration Examination in the new era

 

6년 전 그날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다. 시험장에 일찍 가서 장소에 적응하기 위해 무거운 제도판과 점심 도시락을 들고 잠실의 어느 고등학교에서 시험을 봤던 그 기억. 이 글을 보시는 대부분의 건축 사분들도 시험에 관해 나름의 추억이 다 있을 거라고 판단된다. 만약 누군가가 나에게 여러 해 시 험을 준비하면서 무엇을 배웠는가라고 묻는다면 바로 대답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건축사로서의 자 질 판단이 몇 시간의 시험을 통해 이루어지는 한 많은 사람들이 그와 같을 것이라 생각된다. 얼마 전 2018년도 건축사 자격시험 예비합격자 명단이 발표되었다. 지난해보다 1,073명이 늘어난 총 7,122명 이 응시하여 약 752명의 합격자를 배출했다. 전년도와 비슷한 약 10% 수준의 합격률이다. 건축사 시 험을 논할 때 항상 나오는 화두가 공급과잉의 건축사 수를 이야기한다. 이는 예전 건축사의 원활한 수급을 위해 배출인원을 조절하는 장치로서 건축사시험이 역할을 했었기 때문이다. 실제로, 줄어드 는 설계건수가 현실적으로 느껴지고, 건축사의 수는 줄어들지 않기에 이러한 위기의식은 당연할지 모르나 수요와 공급의 조절장치로서 건축사시험을 한정 짓는 것은 건축사 스스로가 사회적 위치와 책임을 떨어뜨리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그보다 이제는 건축사의 자질을 높일 수 있도록 평가 제 도를 개선하고 변화하는 미래에 보다 앞서서 나갈 때이다.

 

조금은 원론적으로 돌아가서 건축법 제1장 제1조를 보면 다음과 같이 기술하고 있다. “이 법은 건축 물의 대지·구조·설비 기준 및 용도 등을 정하여 건축물의 안전·기능·환경 및 미관을 향상시킴으로 써 공공복리의 증진에 이바지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즉, 건축은 개인 또는 단체의 사유재산일지 라도 일정 부분 공공의 영역으로 건축물을 포함시킴으로써, 사적 영역의 이익과 공공의 이익을 동 시에 고려해야 한다. 그 교집합을 끊임없이 고민하는 것은 건축사의 직업윤리 또는 철학과 관련된 문제라 할 수 있다. 최근 들어 모 현상설계 관련한 내용이 SNS와 기사를 통해 알려지면서 핫이슈가 되고 있다. 이미 어느 정도 공론화되어 있는 만큼 많은 사람들이 각자의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을 것 이다. 심사과정 및 당선된 설계안에 대한 평가가 주된 이슈라 볼 수 있는데, 두 가지 다 직업윤리와 건축전문가로서의 소양과도 관계가 깊다. 이는 특정 다수의 이익과 불특정 다수의 이익 사이에서 심도 있는 고민이 이루어지지 못한 결과다. 이러한 문제를 적절치 못한 시스템 탓이라 할 수 있지만 결국은 사람이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고, 양적 생산에 몰두한 교육의 문제가 더 근본적인 원인이라 볼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하루에 집중된 평가로 거의 모든 것이 결정되는 지금의 건축사자격제도로는 ‘공공복리에 이바지’하며 직업윤리를 갖춘 건축사 배출을 기대하기 힘들 것이다. 

 

현재 한국의 건축사 자격시험은 예전 일본 건축사시험의 형태를 답습하여 출발한 이 후 UIA기준 과 시장개방에 맞추어 응시자격과 자격시험이 변화된 형태를 취하고 있다. 큰 틀에서 바라보면 일 본과 미국의 중간 형태라 할 수 있다. 먼저 미국의 건축사 시험제도를 살펴보면, 건축을 통한 시민 의 건강, 안전, 삶의 질 향상에 기여하겠다는 목표 아래 NAAB(미국건축학교육인증원), NCARB(미 국건축사등록원), AIA(미국건축사협회)의 3개 단체가 미국 건축사자격과 관련한 사항들을 주관하 고 있다. NAAB을 통해 인증된 대학이나 대학원과정 졸업 후 실무수련과정(IDP)을 2~3년 거쳐 응 시자격이 주어지는 것은 한국과 비슷하지만 각 단체에서 주관하는 내용이나 평가에서는 차이가 있 다. 대학의 인증 심사를 하는 NAAB는 NCARB, AIA 뿐만 아니라 학교의 권익을 대변하는 건축학교 육협의회(ACSA)와 공동으로 구성하고 주관함으로써 보편적인 교육과 실무를 위한 교육의 적절한 균형을 유도한다. NCARB는 실무수련과정 동안 건축사로서 요구되는 기준을 충족시키도록 PreDesign, Design, Project Management의 세밀한 형태로 분류하여 실무역량별 일정 시간 이상 수련할 것을 지정하고 있다. 또한 NCARB는 변화하는 건축 환경에 보다 앞장서서 시험 평가 방법을 지속적 으로 개선해 나가고 있다. 현재는 기존의 ARE 4.0버전의 시험을 2018년 6월 20일부로 폐지하고 새 롭게 ARE 5.0버전으로 변화 시켰으며 기존의 응시자가 혼란스럽지 않게 유예기간을 부여함과 동시 에 개선된 시험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미국의 건축사 자격취득 과정 중 가장 주목할 부분이 시험제도라 볼 수 있는데, 우리와 달리 시험 과목은 프로그래밍, 기본설계, 배치계획과 설계, 구조 시스템, 설비시스템, 시공, 마지막으로 실시도면과 건축사 실무 등의 일곱 과목으로 구성 된다. 이는 학교를 졸업한지 여러 해 지났더라도 실무수 련 후 설계 일부 과목들만 응시하게 되어 있 는 우리의 제도와 큰 차이가 있다. 시험의 방 법 또한 상당한 차이를 보이는데 하루에 집중 되는 한국과는 달리 1개월에 한 과목씩 본인 이 원하는 날짜에 전산화된 시험을 치를 수 있다. 이는 시험 준비를 위한 피로도를 분산 시키고, 건축사에게 요구되는 다양한 지식과 능력의 평가를 여러 번의 시험을 통해 수월 하게 진행할 수 있다. <참조 : 이준석, 미국의 건축사제도와 교육>

 

미국건축사시험(ARE 5.0) 핸드북 출처 : www.ncarb.org

 

영국의 건축사 자격제도는 좀 더 세분하여 나누어진다. RIBA(영국왕립건축사협회)가 인증한 학 교에서 3년 교육(학부과정)과 1년 실무수련, 다시 2년 교육(대학원과정)과 1년 실무수련을 마치면 RIBA part 3에 응시하여 합격 후 건축사를 취득하게 된다. 이는 교육(RIBA part 1)-실무(Stage 1)-교 육(RIBA part 2)-실무(Stage 2)-최종평가(RIBA part 3)로 이어지는 형태로 교육과 실무 수련이 밀접 하게 병행된다. RIBA part 1의 학부과정 3년은 다른 분야로의 진출이 가능한 보편적인 건축교육이라 할 수 있다. 건축설계를 중심으로 건축역사, 구조, 재료 및 시공기술 등 다양한 건축적 지식을 배우 게 된다. RIBA part 2의 대학원 과정 2년은 종합적인 설계교육이 진행되며, 1년의 실무수련 경험을 바탕으로 건축교육을 심화 시킬 수 있다. 이 과정에서는 전문적인 건축공부와 복잡한 프로젝트를 다뤄볼 기회를 제공하며, 1년차에는 논문과 2년차에는 설계 작품을 제출해야 졸업이 가능하다. 최종 관문인 RIBA part 3에서는 2년의 실무능력평가, 사례연구, 필기시험, 최종 구두시험을 보게 된다. 필 기시험의 경우 오픈 북 형식으로 3일간 진행되어 밀도 있는 평가가 가능하며, 최종 구두시험이 가장 힘든 과정으로서 필기시험의 답에 대한 논리를 재확인 및 건축사로서의 윤리의식 등을 평가 할 수 있다. 그뿐만 아니라 실무에서 필요한 현장경험, 계약관리, 설계관리 및 법적 책임에 대한 실무 경험 을 요구한다. 이상의 RIBA Part 1, 2, 3의 자격을 획득하면 법적으로 보호받는 ‘RIBA의 공인 건축사’ 자격을 최종적으로 갖게 된다. 이와 같이 영국의 건축사 자격제도의 핵심은 교육과 실무의 병행으 로 각 Part 1, 2 이후에는 실무 경험을 쌓게 하며 마지막 최종 Part 3 과정에서는 실제 현장에서 요구 되는 실무 수행 능력 검증에 중점을 두고 있다. <참조 : 정재용, 영국의 건축사 자격과 등록에 대한 제도>

 

RIBA part 3. 설명회와 응시자를매뉴얼&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출처 : www.architecture.com

 

한국도 이제 건축학교육인증원과 건축사등록원에서 건축사자격을 위한 교육과정의 인증과 실무수 련을 감독함으로써 미국이나 영국과 비슷한 형태의 교육·실무수련·최종자격시험의 모습을 갖추고 있다. 즉 어느 정도 시스템은 구축되어져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하지만 아직도 교육과 실무수련은 본 시험장으로 가기 위한 관문의 형태이며, 하루의 자격시험에 거의 모든 평가가 이루어진다고 볼 수 있다. 건축사 자격에 요구되는 다양하고 전문적인 지식은 물론이고, 직업윤리와 건축사의 철학 등의 소양은 하루의 소모적인 시험으로 모든 것을 평가 하기 어려울 것이다. 미국이나 영국의 사례 처럼 교육과 실무수련의 과정 속에 평가가 자연스럽게 분산되어야 하며, 본 시험도 하루에 끝나는 시험이 아니라 필요하다면 여러 번 분산되어 교육과 실무수련 과정이 종합적으로 평가될 수 있는 방식으로의 전환을 고려해보아야 한다. 이러한 단계별로 분산된 평가는 집중된 피로도를 낮추고, 그들의 실무 과정을 원활히 이어가면서 시험을 준비할 수 있게 해 줄 것이므로 예비건축사들도 수 용할 만한 대안이 될 것이라 기대 할 수 있다. 전산화된 평가 방식으로의 전환도 지금의 방식으로는 운영이 불가능할 것이므로 새로운 시험방식과 같이 고민해야 할 문제이다. 시험의 난이도와 관련한 합격률 또한 여러 번의 단계로 평가가 분산됨으로 지금의 건축사 자격시험제도보다 높지는 않을 것 이라 예상된다.

 

이러한 합격률 및 건축사 수급에 관련하여 다른 분야를 살펴보자. 대한의사협회는 2016년도부터 의과 대학 입학정원을 감축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의대정원을 증원·신설할 경우 새롭게 입학한 학생 이 활동의사가 되는 10년 후인 2025년에는 의사공급의 과잉 현상이 발생하며, 한 번 신설된 의대나 증 원된 정원은 폐쇄·감축하기 어려워 다양한 문제가 발생될 것이라는 우려다. 반면 시민단체 등은 우리 나라의 임상 의사 수(한의사 포함)는 인구 1,000명당 2007년 1.7명에서 2012년 2.1명으로 0.4명이 증가 했지만, OECD 평균 3.2명보다 1.1명이 적은 것을 근거로 인력 공급 확대를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변호사의 경우는 사법고시가 2017년을 마지막으로 폐지됨에 따라 비싼 학비를 지불해야하는 로스쿨 에 진학을 해야 한다. 하지만 졸업 후 5년이 지나면 시험에 응시 할 수 없는 제도로 높은 진입 장벽이 존재 하고 있다. 로스쿨의 취지는 소정의 교육과정을 거쳐 졸업을 하면, 모두 변호사가 되는 제도를 전제로 도입되었지만 교육을 통한 법조인 양성이 아니라 시험을 통한 제도로 정착되어지는 모습이 다. 법조인이 되기 위한 자격시험에 로스쿨이라는 학력제한을 두고 있는 셈이다. 인위적으로 입학정 원을 감축하기 원하는 대한의사협회나 사법고시를 폐지하고 로스쿨을 개방했지만 값비싼 비용과 응 시제한으로 높은 진입 장벽을 만든 법조인들의 모습을 그대로 따라가기에는 다양한 이해관계를 반영 하기 힘들고 많은 문제점이 발생 할 수 있다. 하지만 건축의 범주 안에서 한정하여 우리의 자격제도를 논하기보다는 다양한 전문분야 자격제도의 이해를 통해 개선 방안을 연구 할 필요가 있다.

 

김종무는 1978년 서울 출생으로 홍익대학교 건축공학과 졸업 후 홍익대학교 대학 원에서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주)종합건축사사무소 이.상에서 실무를 시작하여 건 축사 취득 후 디자인총괄 소장으로 근무 중이며, 서울문화예술대학교에서 설계스튜 디오 및 건축계획 강의를 하고 있다. 에티오피아 국립경기장 국제현상설계에 당선하 여 설계 및 감리를 수행중이며, 강원대학교 건강스포츠교육관 및 고수동굴 방문객 센 터, 옥천 주택 등 다양한 규모의 실무적 경험과 생체모방 건축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 중에 있다. 최근에는 한국건축가협회의 올해의 건축가 100인전 및 대학건축학회의 Young Architects’ Design Session에 선정되어 출품했다

 

 

 

글. 김종무 Kim, Jongmoo ┃ (주)종합건축사사무소 이상 · 건축사

 

 

 

 

 

02 “신진건축사 대상의 새로운 위상과 정립이 필요할 시점”

"When the new status and the establishment of new registered architects are needed"

 

 역대 ‘대한민국신진건축사대상’ 대상 수상자들이 말하는 건축이야기

 

올해로 ‘대한민국 신진건축사대상(이하 신진건축사대상)’은 6회째를 맞이했다. 정부가 한국식 ‘유로판 (Europan)’을 추진한다는 목적 하에 젊고 창의적 건축사를 육성하기 위한 취지로 시작된 본 시상제도 는, 만 45세 이하 건축사 중 건축사사무소를 개설 신고해 본인 설계로 준공된 작품이 1개 이상 보유한 건축사만 참여할 수 있다. 정부의 취지 만큼 국제적 명성의 건축사를 성장시키는 토양과 배려가 필요한 시점이다. 사실 단순 상수상은 의미가 없다. 건축사의 설계 작품은 건설업이나 건자재 사업을 촉진 시킬 수 있는 지식 산업으로 인식이 필요한데,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 정책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신진건축사 대상은 2013년 국내 건축문화와 우수 건축사에 대한 국제브랜드화를 위해 명망 높은 신진 건축사를 키우기 위해 시작됐지만, 인센티브 부족 등 당초 기대치에 못 미친다는 지적도 있다. 정부가 그동안 공 을 들여온 신진건축사 육성을 위해선 사무소 직원채용 지원, 홍보, 각종 정부사업 참여로 파이를 키울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는 등 실질적인 인센티브를 부여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월간 건축사>가 역 대 ‘대한민국 신진건축사대상’ 대상수상자에게 시상제도 발전을 위한 제언과 대한민국 건축사로 살아 가며 느끼는 다양한 건축이야기들을 들어봤다.

 

<대담 편집국장, 글·사진 장영호>

 

 

유로판(Europan)이란?

유로판(europan)은 실제 사업대상지에 대한 참신한 아이디어 발굴을 목표로 유럽의 40세 이하 신진건축사를 대상으로 하는 유럽 도시계획건축 설계경기로 당선안의 실현 을 지원하며, 2000년에 시작되어 매년 개최되고 있다.

 

 

편집국장 : 현 시상제도에 대해 어떤 의견이 있나요? 그리고 대한민국 신진건축사대상 수상자로서 각자 어떤 혜택·특전을 받았나요?

 

김현진 : 수상 당시 신진건축사대상 수상자는 정부가 주최·주관하는 각종 정책·사업의 심의·자문 위원으로 위촉되거나 ‘신진건축사 설계·아이디어 공모전’ 참가 시 가산점 부여 등 여러 혜택을 받 았습니다. 이런 기회 안에서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고 뛰어넘어야 하는데, 그래도 신진건축사들의 최대 관심은 생존이기 때문에 이 부분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강영진 건축사

강영진·강우현 : 사실 수상에 대한 실질적인 혜택은 없는 것 같습니다. 보통 사무소 홍보를 위해 응모하는데 기대만큼은 아니어서 아쉽습니다. 신진건 축사로서 여러 분야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가 더 폭넓게 있었으면 하고, 특히 사무소를 이제 막 시작하는 입장에서 생존과 결부된 인센티브가 있다면 지 금보다 더 많은 참가자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김현진 건축사

 

김현진 : 본 상의 홍보범위가 매해 조금씩 축소되는 것은 맞는 것 같습니다. 예전보다는 개개인의 개성 시대다 보니 기관에서 주는 상의 권위·관심도가 떨어지는 것은 추세라고 봅니다. 신진건축사대상, 젊은 건축가상을 수상한 다 해서 뭔가 뚜렷하게 바뀌는 것도 아니고, 솔직히 많은 실력 있는 건축사 들이 이 상에 응모한다고도 생각하지 않습니다. 예전 대상 수상자는 건축 문화대상 심사위원으로 위촉이 한번 됐고, 제 경우엔 국토부 자문위원풀 (Pool)에 포함돼 활동을 했습니다. 국토부 연구과제, 사업 총괄코디, 더 나아 가 정책을 논의하는 자리에도 참여하게 됐습니다. 이 상의 실질적 혜택을 위해서는 수상자를 대상 으로 한 제한공모라든지 특정 또는 공공프로젝트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게 더 좋을 듯 합니다.

 

전보림 : 주관 정부부처인 국토부에서 신진건축사대상을 위한 예산을 차츰 줄여서 올해부터는 신 진건축사대상을 위한 심사위원풀을 별도로 만들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신진건축사대상의 경우 전시를 위한 판넬 출력비 조차도 지원이 안 되지만, 젊은 건축가상의 경우엔 상금 및 전시지원금 지급, 출판기념회, 국내전시, 대담회 개최 등의 혜택과 홍보행사가 있습니다.

 

김현진 : 젊은 건축가상의 경우는 과거 5팀을 뽑아 1인당 500만원의 전시지원금을 지원하고, 도록 제작을 위해 편집디자이너도 한명씩 보조했습니다. 지금은 이러한 전시지원금이 축소됐고, 신진건 축사상의 경우엔 별도의 전시가 아예 없습니다.

 

편집국장 : 두 시상제도에서 보듯 신진건축사대상처럼 작품에 초점을 맞춰 상을 수여하는 게 맞는 지 아니면 젊은 건축가상처럼 작가에 초점을 맞춰 주는 게 맞는 건지 어떤 의견이신지요.

 

김현진 : 꾸준히 작업을 하고 그 사람이 수상할만한 퀄리티를 입증할 때 상이 가치가 있는 것 아 닐까요.

 

전보림 : 젊은 건축사를 정말 위한다면 작품보다는 작가에게 집중하는 게 맞습니다. 그래야 그 작 가한테 더 많은 기회가 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지금 젊은 건축사들이 힘들어하는 것은 바로 프로 젝트 수주에 관한 문제입니다.

 

# 건축계 문제를 풀 수 있는 해법은 뭘까요?

 

 

홍성용 편집국장

편집국장 : 프로젝트 수주 사안은 건축사 모두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현재 약 80% 이상이 1인 사무소이며, 개업건축사는 약 1만 5천명, 그리고 건축사 자격을 가진 사람만 총 2만4천명 가까이 됩니다.

건축하는 사람이 갖는 발언에 대한 조직적 장점을 인정하지 못하는 게 있 습니다. 달리 말하면 ‘제도개선 등 문제가 있을 경우 보다 나은 환경을 위해 내가 조금 희생해서 협회 등 조직에 들어가 활동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 니다. 제가 활동하고 있는 서울시 공공건축가는 총 약 210여 명 정도 됩니 다. 중요모임 공지를 하고 모이면 채 10명이 안될 정도로 참석률이 저조합니다. 서울시의 경우 설계 비 미지급, 늘어나는 워킹타임 등 불만을 토로하면 데이터를 요구하는데, 작년의 경우 간사 3명만리포트를 제출했습니다. 보통 설계협의를 하면서 문제점에 대해 이야기들을 많이 하지 않나요. 문 제가 있으면 협회 등 조직을 활용해 의견을 낼 필요가 있습니다. 반응이 어떻든 그래야 뭔가가 나 오지 않나요.

 

전보림 : 지금 건축계에 가장 필요한 것은 이슈를 만드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올해 그랜드슬램으로 상 받은 건축사가 대중에게 많이 알려지는 게 전체 건축사 모두에게 이로운 것 아닐까요. 이유는 우리 사회가 아직도 건축사의 존재를 잘 모르기 때문입니다. 어떤 이슈를 만들어주고 설계로 주목 받는 건축사가 있다는 것을 국민들에게 더 많이 알리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홍영애 건축사

 

홍영애 : 수상 후 1년간 정부 주관 각종 정책, 사업의 자문을 했었고, 그 후 공 공건축가로서 작은 공공 프로젝트도 했었습니다. 수상 후 보도자료, 멘토링, 다양한 경험을 통한 혜택이 어느 정도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러한 것들이 천천히 쌓인다는 느낌이었습니다. 요즘은 조바심내지 않고, 내공을 길러야 겠다라는 생각으로 길게 바라보면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저희 같은 작은 사무실은 생존이 절실해 외부 활동이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건축사의 역할과 지위가 나아져야 하고 저도 책임있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인식은 하고 있지만, 여유가 없는 것 같습니다. 설계자로서 결정을 내리고 제안을 하는 입장에 있다 가도 어느 순간 수용하고 조율하는 입장이 되어 모든 과정에 참여하고 관여하게 됩니다. 사건사고 의 연속이고 큰 생각(?)을 할 틈과 여유가 없습니다.

 

전보림 건축사

 

전보림 : 공공건축을 하면서 건축사들이 제일 힘들어 하는 게 업무대가 문제입니다. 설계변경에 대한 적정대가를 받지 못하고, 시간은 시간대로 흘러 가고 일은 일대로 많이 하고 제대로 된 보상을 받지 못해 대부분 많이 힘들어합니다. 업무에 대한 적정대가 기준이 바로서야 합니다. 이 일을 바로잡는 것부터 서둘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편집국장 : 사실 설계업무 중 기획업무가 건축설계업무만큼 비중이 커져야 합니다. 기획업무는 크 리에이티브한 솔루션에 대한 부분입니다. 이를 제조업처럼 원가를 따질 수는 없습니다.

 

전보림 : 기획과 디자인이 서로 유기적으로 연결돼 있음에도, 기획이 얼마나 중요한지에 대해서 잘 모르기 때문에 디자인이 중요하다는 것도 이해를 못하는 거죠.

 

한보영 : 대형사무소는 PPT 등 프로젝트 기획에 대한 비용들을 감당할 순 있지만, 이제 막 사무소 를 시작하는 건축사들은 여건이 안 돼 할 수 없는 상황이 대부분입니다. 계약하지도 않은 일을 할 시간적·경제적 여유가 없어서입니다

 

# 신진건축사대상의 권위는 건축계를 위해 필요

 

편집국장 : 건축계에 상이 너무 많습니다. 그러다보니 권위가 없는 것도 이 때문 아닐까요?

 

김현진 : 과거 이 문제를 놓고 국토부 건축문화경관과에서 간담회를 한 적이 있습니다. 국토부는 각 종 시상제도를 통합하고 싶어 하는데 현실적으로 어려운 점이 많습니다. 한번 폐지하면 다시 시상 제도를 만들 수 없는 것에 굉장히 부담을 갖고 있어, 혜택을 줄이되 그 상의 명분을 유지하는 게 어 쩌면 당시 최소한의 방어였던 것 같습니다.

수상자로서 어쩔 수 없이 앞으로의 참가자들에게 롤모델이 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인데요. 그러려 면 우리 수상자들이 다음 세대의 취업을 책임질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인턴제를 좀 더 확장해 1~2년 정도 보장해 주고, 직원을 채용할 수 있는 지원을 해주는 게 낫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국가에서 이슈가 되는 사업참여를 높이는 방법이 있습니다. 관련 사업들의 총괄 코디네 이터 또는 부코디네이터로서 추천을 해줘야 합니다. 이번 도시재생사업에서 일부 건축이 메인으로 있는 사업들이 선정됐습니다. 국토부에서 수상자팀에 도시재생사업 중 건물 몇 개를 실제적으로 계약을 하게 해주든지 파이를 키울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도 좋습니다. 건축사사무소는 소상공인 으로 인정돼 청년일자리장려지원금을 9백만 원에서 3천만 원까지 받을 수 있습니다. 또 여성건축 사가 대표로 여성기업인증을 받으면 5천만 원까지 공공분야 수의계약이 가능합니다. 건축사사무 소는 학술용역업무를 등록할 수 있고, 일정조건을 갖추면 산업디자인회사로 신고해 대부분 2억 원 내외에 이르는 도시재생활성화계획과 마스터플랜 수립용역에 응모할 수 있습니다.

 

# 건축 행정의 임의 규제는 전국적 문제, 규제만 있고 협상은 없어

 

편집국장 : 지방에서 활동할 경우 어떤 애로점이 있나요.

 

한보영 건축사

한보영 : 프로젝트 진행할 때 지자체별 건축 관련 임의규제가 더러 있습니 다. 예를 들어, 다락에서 나가는 문이 있으면 안 된다거나 주차장을 계획하 고 녹지율이 나오지 않아 옥상에 녹지를 만들어야 한다는 식의 임의규제들 입니다. 다락의 경우 불법을 예방하기 위해 건축과 자체적인 가이드라인에 따른 제약을 둡니다. 그리고 서울과 지방의 설계비에 대한 인식차이도 어려 운 부분입니다.

 

김현진 : 건축학부 졸업생들이 서울이나 타 지역으로 가지 않고 그 지역 내에서 일자리를 찾도록 하 는 것도 중요합니다. 바로 자기가 태어난 곳에서 자라난 그 친구들이 해당 지역에 취업을 할 수 있 게 만드는 것인데요. 예를 들어 대구지역 학생이 서울에 가면 삶의 질이 너무 떨어집니다. 주거비· 생활비가 너무 많이 들어서인데, 대구에 본인 집이 있고 출퇴근 한다면 현재 받는 급여로도 오히려 서울 강남보다 훨씬 경제적·안정적·정서적으로 행복하게 살 수 있습니다. 지역에 취업하기 좋게 지 역에도 좋은 건축사사무소가 더 많아져야 합니다.

 

홍영애 : 협회가 건축계에서 드러내고자 하는 가치·이상이 정확하게 보여져야 합니다. 그래야 비가 입 건축사들도 동조하고 따를 수 있습니다. 건축설계는 공공프로젝트를 빼놓고는 논할 수 없는데, 건축행정에 대해 협회에서 자문·멘토링해줄 수 있는 체계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한보영 : 젊은 건축사들은 무엇보다 수주방법에 많은 어려움을 겪습니다. 공모전, 신진건축사대상 이 아니면 딱히 방법이 없는 것도 사실입니다. 신진건축사 지원 공모전이 좀 더 확대되고, 참여할 수 있는 기회의 문이 더 활짝 열렸으면 합니다. 일반 공모전에선 심사위원 평가내용이 없다 보니 피 드백이 잘 안되고, 공모전을 계속 참여해야 하나라는 회의감마저 듭니다. 공공 설계공모의 투명성, 심사위원 배정율 등 건축이 말할 수 있는 힘을 조금씩 넓혀가다 보면 건축을 대중들도 긍정적으로 인식할 수 있는 변화의 계기가 마련될 수 있을 것입니다.

 

 

강우현 : 신진건축사대상에 응모하면서 2015년 장려상을 수상한 적이 있습 니다. 한편으론 사무소 홍보, 작업했던 작품에 대한 일종의 보상을 받았다 라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신진건축사대상에 응모하는 이유 중 하나는 본인 이 이런 작품활동을 하고 있다라는 점을 대중들과 건축 관련 기관에 더 알리고 싶은 거죠. 올해는 홍보면에서 예전에 비해 느슨해졌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이 점이 많이 아쉽습니다.

 

전보림 : 공공프로젝트를 하게 되면 대중이 이용하는 시설을 설계한다는 것에 큰 보람을 얻습니다. 비슷한 예산을 투자하지만 좋은 설계로 얼마나 다른 결과물을 보여줄 수 있는지를 목격하게 됩니 다. 국내 공공건축물은 일정 규모 이상은 대형사무소에서 대부분 설계를 하고 있는데, 그 퀄리티가 현재 인력풀 수준과 비례한지는 솔직히 의문입니다.

신진건축사들에게 규모가 있는 공공건축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게 굉장히 필요하다고 생 각합니다. 능력이 검증된 팀을 지명해 설계공모전에 참여케 하고, 우수한 퀄리티가 보장되는 공 모전을 만드는 것도 중요합니다. 국내 설계공모는 그 과정에서 불합리한 부분이 너무 많습니다. 공공건축물을 통한 설계의 가치를 보여줄 수 있는 일을 차근차근 만들어나가면 건축사의 위상 도 높아지고, 전체적으로 건축사가 지속가능한 직업이 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편집국장 : 사실 건축계에서 반복되는 이야기일지라도 수십 번 말하고 이것이 언론, SNS 등 여러 통로로 전달될 때 조금씩 바뀔 수 있다라는 희망을 가집니다. 지금처럼 미래의 희망을 향해 부단히 노력해주셨으면 합니다.

 

 

 

 

 

<대담 편집국장, 글·사진 장영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