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11. 7. 10:40ㆍ아티클 | Article/정카피의 광고이야기 | AD Story - Copywriter Jeong
New Year's Wish
미국 독립전쟁이 한창이던 1777년 10월 4일, 조지 워싱턴 장군의 군대는 저먼타운 전투(The Battle of Germantown)에서 윌리엄 하우 장군이 이끄는 영국군 본대를 공격했지만 실패하고 후퇴했다. 광고는 패전한 워싱턴 장군의 야전 막사 풍경을 비추는 것에서 시작한다. 찬바람은 불고 군데군데 피워놓은 화톳불만으로는 한기를 쫓기에 역부족으로 보인다. 침울한 목소리로 사상자의 숫자를 체크하고 있는 조지 워싱턴의 막사에 병사 둘이 강아지 한 마리를 안고 들어온다.
“워싱턴 장군님, 캠프에서 이 개를 발견했습니다. 개의 목걸이를 보세요. 이 개는 하우 장군의 것입니다.”
병사가 이렇게 말하자 워싱턴 장군 주변의 보좌관들은 냉소 어린 반응을 보낸다.
“어떤 바보가 자기 개를 전쟁터에서 잃어버리지?”
“이 개를 진격하는 병사들의 제일 앞에 마스코트로 내세웁시다.”
“이 똥개를 쏘아버리죠.”
부하들은 이렇게 말하는데 워싱턴은 한마디로 딱 자른다.
“돌려 보내.”
“뭐라고요?”
“휴전 깃발을 달아서 이 개를 주인한테 돌려 보내.”
적군인 하우 장군은 한 번도 자비로운 행동을 한 적이 없다고 말하며 부하 장교는 반발하지만, 워싱턴은 뜻을 굽히지 않는다. 한 술 더 떠서 우연히 손에 들어온 하우 장군의 개를 돌려줄 수 있어서 기쁘다는 편지까지 동봉하게 하여 개를 돌려 보낸다. 1777년 10월 6일의 일이다. 개를 되찾은 하우 장군은 자신의 개를 귀환시킨 행동은 훌륭한 신사의 명예로운 행위라고 칭송했다. 당시 조지 워싱턴이 하우 장군에게 보낸 편지는 미국 의회 도서관에 현재까지 보관되어 있다. 영상의 마지막에는 마치 영화의 엔딩 같은 설명이 이어지고 다음과 같은 자막이 흐른다.
개는 우리 안에 있는 선함을 끌어낸다.
(Dog bring out the good in us.)
미국의 개 사료 회사 페디그리(Pedigree)가 2017년 4월 방송한 TVCM 내용이다. 페디그리는 ‘좋은 것을 먹이자’(Feed the good)라는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는데 개가 어떻게 사람 안에 있는 선한 마음을 이끌어 내는지 보여 주기 위해 역사적인 에피소드를 발굴하여 광고를 만들었다고 한다. 강아지가 자연스럽게 연기할 수 있도록 강아지 트레이너를 병사로 분장시켜 영상에 등장시켰다는 후일담을 광고대행사인 BBDO뉴욕은 전하고 있다.
전쟁터에서 주인 잃은 개 한 마리는, 적이 되어 서로 총을 겨누던 두 장군의 관계를 잠시 개를 잃은 사람과 그 개를 주운 사람으로 변화시킨다. 공격에 실패하고 많은 부하를 잃은 패전 장군 워싱턴. 적장의 개를 품에 안고 무슨 생각을 했을까? 전쟁터로 떠날 때 동구 밖까지 애처롭게 짖으며 따라오던, 자신의 개를 생각했을지도 모른다. 잃어버린 강아지를 찾아 며칠씩 온 동네를 찾아 헤매던 어린 시절을 떠올렸을 수도 있다. 그 순간 조지 워싱턴에게 윌리엄 하우는 적장이 아니라 그저 키우던 개를 잃고 상심한 개주인일뿐이었다. 주인 잃은 개 한 마리가 전쟁이 억눌러 놓았던 배려 그리고 역지사지의 마음을 잠시나마 되살려 주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이다.
2018년 무술(戊戌)년이 밝았다. 무술년을 천간과 지지로 풀면 황금 개의 해이다. 2018년에 태어난 아기들은 황금 개띠가 되는 것이다. 굳이 황금 개일 필요도 없이 개는 인간과 가장 가까운 동물이다. 농림축산식품부 조사결과에 따르면 2016년까지 등록된 우리나라의 반려견은 약 107만 1,000마리 정도이다. 하지만 국내 반려견을 키우는 인구는 약 1,000만 명에 달하고 실제 반려견 숫자는 400만 마리가 넘을 것으로 애견 전문가들은 이야기 하고 있다.
개는 내가 아무리 밤늦게 현관 문을 열어도 기다렸다는 듯이 제일 먼저 달려 나와 반겨준다. 이른 새벽 집을 나설 때는 아쉬워하며 바짓가랑이를 물고 늘어진다. 세상에 나 밖에 없는 것처럼 나에게 올인한다. 내가 키우는 개는 내가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이 되는 경험을 선물한다. 이러한 반려견의 조건 없는 충성과 애정을 잘 보여주는 광고 한 편이 있다. 2017년 8월에 방영된 옥션의 TVCM이 바로 그것이다. 겨우 문 앞에 택배를 가지러 갔다 온 주인이, 마치 십 년은 헤어졌던 연인이라도 되는 것처럼 미친 듯이 달려와 안긴다. 늘어나고 있는 1인 가구의 변화된 라이프 스타일을 엿볼 수 있는 영상이기도 하다.
남) 잠깐 택배 가지러 나갔다 왔을 뿐인데
세상 오랜만에 만난 연인처럼
늘 격렬하게 나는 반겨주는 우리 헐크.
너 때문에 산다!
Na) 어서옥션
(옥션_TVCM_2017_카피)
개의 입장에서 보면 어떨까? 반려견이 되는 것이 꼭 행복한 일만은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원하는 것을 먹지도, 마음대로 짖지도 못하고 내키는 상대와 짝짓기도 못한다. 부모형제와 생이별하여 인간이 쳐놓은 울타리 안에서만 살아야 한다. 사람이라면 절대 선택하지 않을 극한직업이다. 호주의 맹인안내견 서비스 기관인 Guide Dogs NSW/ACT의 광고는 맹인안내견에게 요구되는 무한한 헌신의 자질을 채용인터뷰 형식으로 재미있게 보여주고 있다. 어느 입사 면접장, 대기실에 지원자들이 대기하고 있고 안에서는 면접관의 다소 무리한 질문과 요구가 이어진다.
면접관) 이 직업은 누군가가 독립성을 가질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지원자1) 네
면접관) 1주일에 7일 24시간 근무하고 휴가는 없습니다.
지원자1) 오… 음…
면접관) 생사가 걸린 결정을 내려야 한다면 어떠시겠어요?
지원자2) 저는 아주 잘 할 수 있습니다.
면접관) 트레이닝을 10년 받아야 합니다.
지원자3) (머뭇거리며)아 네…
면접관) 누구와도 교류하면 안되고 직선으로만 걸어야 합니다.
지원자2) 직선으로요?
지원자4) 무슨 뜻이죠?
면접관) 혹시 잘 놀라시나요?
지원자6) 아니오. 공포영화 볼 때만 빼고는요.
면접관) (갑자기 책상을 탁 친다)
지원자3) (움찔하며 놀란다)
면접관) 비스킷 드세요.
지원자7, 8) (비스킷을 먹는다)
면접관) 먹으면 안됩니다. 이 직업은 유혹을 거부해야 합니다.
지원자6) 보수는 어떻게 되죠?
면접관) 사랑입니다. 오직 사랑뿐이에요.
지원자6) 차… 혹시 차는요?
면접관) 당신은 사랑을 얻을 거예요.
지원자6) 선물은요?
면접관) 없어요.
여기까지 면접이 진행되자 지원자 모두가 떠나 버리고 대기실에는 아무도 남지 않는다. 남은 것은 오직 작은 강아지 한 마리뿐이었다. 어린 강아지는 가혹한 조건들만 골라 이야기한 무자비한 면접관 뒤를 쫄랑거리며 기꺼이 따라간다. 그리고 한 줄 자막이 이어진다.
우리는 완벽한 후보를 찾았습니다.
1년 365일, 하루 24시간 근무에 휴가는 하루도 없고 보상은 오직 사랑뿐인 직업이라면 ‘엄마’의 임무와 비슷해 보인다. 그런데 다른 사람과 교류도 못하고 남이 주는 모든 음식을 뿌리쳐야 한다니 신사임당이라도 감당 못 할 노릇이겠다.
연말을 지독한 독감을 앓으며 보내는 통에 변변한 계획 하나 세우지 못하고 새해를 맞았다. 굳이 독감이 아니더라도 더하지도 덜하지도 않은 ‘그저 지금처럼만’을 소심한 신년계획으로 삼은 지 여러 해가 되었다. 그런데 칼럼을 쓰다 보니 새로운 새해 소망 하나가 살며시 고개를 든다. 좁은 아파트 안에서 반려견을 키울 자신은 없지만 내 안의 좋은 것, 선한 것을 이끌어내 줄 그 무엇을 만나는 것이다. 그 무엇이 사람이라도 좋고 책이나 음악, 그림, 꽃이나 나무도 좋다. 좋은 것을 가까이 두고 깊이 사귀다 보면 세파에 시달려 희미해진 내 안의 선함을 다시 만나는 날이 올 것이다. 언젠가는 내가 다른 누군가의 ‘선함’을 끌어낼 수 있는 사람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내 안의 선함을 이끌어낼 좋은 것들을 만나고 싶은 새해 새 소망! 맨날 이런 추상적인 소원이나 빌고 있으니 노후대책은 언제 세우고 새 책은 언제 쓰지? 새해에도 부자의 꿈은 접어야 할 것 같다.
https://www.youtube.com/watch?v=L3QiBLndU-k
(페디그리_TVCM_2017_유튜브링크)
https://www.youtube.com/watch?v=7UmE4WcVZb0
(옥션_TVCM_2017_유튜브링크)
https://www.youtube.com/watch?v=lxwJ2GgtDHs
(Guide Dogs NSW/ACT_ TVCM_2010_유튜브링크)
글. 정이숙 Jeong, Yisuk 카피라이터, (주)프랜티브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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