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봉사자 엄마의 올림픽

2022. 11. 9. 16:54아티클 | Article/정카피의 광고이야기 | AD Story - Copywriter Jeong

Volunteer's Mom and Olympics

 

날마다 최강한파의 기록이 갱신되고 있는 추운 1월의 끄트머리에서 2월의 달력을 펼쳤다. 입춘 절기가 제일 먼저 눈에 들어 온다. 봄이 오긴 할까? 땅도 얼고 하늘도 얼고 가끔은 수도도 꽁꽁 어는 이 추위에 봄은 얼지 않고 무사히 우리 곁에 올 수 있을까? 추위가 매서우니 쓸데없는 걱정이 다 들기도 한다. 입춘이 지나면 바로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이 시작된다. 평창올림픽에 자원봉사자로 나선 둘째 아이 때문에 한파 걱정이 더 크다. 아이 덕에 별 감흥 없던 올림픽 관련 뉴스에도 귀를 기울이고 있다. 
1월 29일 오전 6시 평창동계올림픽 참가신청이 마감되었다. 그 결과 총 92개국 2,925명의 선수가 등록을 해서 동계올림픽 역사상 가장 큰 규모의 대회가 될 것이라고 한다. 2014년 소치동계올림픽 때는 세계 88개국이 참가했었다. 개최국인 우리나라는 15개 전 종목, 144명의 선수가 출전한다. 북한은 올림픽 사상 최초의 남북단일팀인 여자 아이스하키를 포함해 5개 종목, 22명이 평창 무대에 선다.
동계올림픽 홈페이지에 들어가 15개 종목을 살펴보았다. 평소 스포츠에 관심이 별로 없어서인지, 반 정도는 이름도 처음 들어보는 종목이었고 나머지도 경기를 본 기억이 별로 없다. 경기 장면이 연상되는 종목은 겨우 김연아 선수 덕에 익숙해진 피겨스케이팅과 우리 선수들이 금메달을 많이 따는 쇼트트랙 정도이다. 
대다수의 국민들은 이름도 모르는 겨울 스포츠 종목을 택해서 열심히 연습하고 국가대표가 된 선수들은 도대체 어떤 이들일까 궁금하다. 국가대표는 올림픽 무대에 서기라도 하지. 그들을 뒷바라지하는 감독이나 코치, 경기장 관리자와 같은 스태프들은 생색도 안 나고 보상도 별로 크지 않은 그 일에 오랜 시간과 노력을 바치고 있다. 무엇이 그들을 그토록 헌신하게 했을까? 겨울 스포츠 비인기 종목의 선수였다가 지금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올림픽을 위해 애쓰고 있는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만들어진 광고 영상에서 그들의 마음을 조금은 엿볼 수 있다.  

 

    자막)    한국사람
                대한민국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17년차 국가대표 이규선
    여NA)  저희는 대한민국에 하나밖에 없는 여자 아이스하키 팀입니다.

                고등학교 때 대표팀 들어왔어요. 17년차 됐죠. 
                달리는 게 너무 좋았어요. 스피드? 격렬함? 
                다친다 하더라도 그렇게 몸 부딪치며 하는 운동이 좋고 
                그 매력에 빠지니까 좋아서 계속 하게 된 것 같아요.
    자막)   차가운 빙판을 뜨겁게 사랑한 우리들 
                그러나 얼음보다 더 차가웠던 현실
    여NA)  여자하키는 거의 몰랐죠. 정말 열악했으니까…
                장비도 저희가 사서 써야 되고 장비 매니저님도 없었고 
                트레이너도 없고 우리선수들이 다 했으니까.
                허리통증이 계속 심했어요 결국에는 뭐 디스크가 터졌다 하죠. 
                아쉽기는 하죠. 올림픽 1년 앞두고 그만두게 된 거니까…
    자막)   내가 빙판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 
                이제 선수가 아닌 코치로 우리의 꿈 평창을 향해
    여NA)  뭐 함께 더 같이 했으면 좋겠다,란 생각은 있지만 
                지도자는 지도자 나름의 재미가 있는 거 같아요.
                진짜 죽을 거 같이 힘든데 그래도 그냥 재밌어요. 
                다 같이 무언가를 이뤘을 때 성취감? 
                평창이라는 큰 목표가 생겼기 때문에 더더욱 포기할 수가 없는 것 같아요.
                계속해서 성장을 하고 있는 우리 선수들이 멋있어요 자랑스럽고.
    자막)   달려라 자랑스러운 태극전사 
                마음을 담습니다
                마음이 닿습니다
                KBS
    (KBS_국민의 마음 캠페인_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_2017. 11월_카피)


캠페인 영상은 강영호 사진작가가 찍은 흑백사진으로 채워져 있다. 사진작가는 스케이트 끈을 매고, 혼자 운동복을 입고, 연습하다 넘어지고, 동료와 포옹하는 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 선수들과 이규선 코치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정지화면인데도 선수들의 움직임이 보이는 것 같은 사진들이다. 이 광고의 주인공인 이규선 코치는 고등학생 때 아이스하키 국가대표가 되었다. 그런데 선수 생활만으로는 생활이 안돼서 편의점과 고깃집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이으며 17년이나 국가대표로 뛰었다고 한다.

KBS_국민의 마음 캠페인_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_2017. 11월_스토리보드 1
KBS_국민의 마음 캠페인_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_2017. 11월_스토리보드 2

시리즈로 이어지는 캠페인의 다른 영상에는 평창 동계올림픽 크로스컨트리 스키의 임의규 매니저가 등장한다. 평창에서 태어나 평생 평창에 살고 있는 임 매니저는 일곱 살 때부터 스키를 탔다. 23년 동안 크로스컨트리 선수로 활동 했고, 그 중 9년은 국가대표였던 그는 이제 동계올림픽이라는 전 세계인을 위한 축제 준비에 힘을 보태고 있다. 그는 선수 엔트리 관리부터 경기장 조성, 경기 코스 개발 등 크로스컨트리 스키 선수들에게 완벽한 경기 여건을 마련해 주기 위한 많은 일들을 하면서 매일 설레는 날들을 경험하고 있다고 얘기한다. 캠페인 영상 속에서 임의규 매니저는 말한다. 


    “크로스컨트리 운영인력들만 봐도 342명이고
    그분들 중에 70살, 80살 먹은 크로스컨트리 완전 원로들도 계신단 말이에요.
    모든 지역 주민들도 마찬가지고 평창에서 하면 꼭 나가야겠다 염원했죠. 
    선수로서 계속하면 좋겠지만 매니저를 지금 하고 있다는 자체는
    저한테는 진짜 엄청난 영광이고 자부심도 느끼고 있거든요.
    그렇게 개최한 올림픽이기 때문에 잘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어요.”
    (KBS_국민의 마음 캠페인_크로스컨트리 스키_2018. 1월_카피 일부)

KBS_국민의 마음 캠페인_크로스컨트리 스키_2018. 1월_스토리보드 일부


사람들은 이제 올림픽이 순순한 세계 평화와 화합의 제전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올림픽은 자주 국력과시나 정치 선전의 전시장으로 이용되었고, 순수한 아마추어의 경쟁이라고 부르기도 어렵다. 이권을 챙기는 IOC나 거대기업들의 행태는 상업화의 비판도 받고 있다. 그러나 여전히 우리는 올림픽에서 만나는 선수들의 노력과 성취에 감동적하고 박수를 보낸다. 특히 어려운 환경과 편견을 극복하고 메달을 딴 선수들의 이야기는 지금 내가 겪고 있는 어려움을 견딜 용기를 주기도 한다. 
월드와이드 올림픽 파트너 P&G는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을 맞아 ‘사랑은 편견을 뛰어넘는다(#LoveOverBias)’라는 슬로건의 캠페인 영상을 제작했다. 이 광고 영상은 가난이나 차별, 편견을 극복하고 올림픽 무대에 우뚝 선 위대한 선수들의 실화를 모티브로 해서 제작되었다. 경제적 어려움을 극복하고 1998년과 2002년 올림픽에서 2개의 메달을 획득한 미국의 피겨스케이팅 선수 미셸 콴, 서아프리카를 대표하는 최초의 올림픽 크로스컨트리 스키선수인 토고의 마틸드 프티장, 최초의 여성 스키점프 금메달리스트인 독일의 카리나 포크트, 3번의 내셔널 챔피언 및 국제경기에 최초로 출전한 아랍에미레이트 출신의 피겨 스케이팅 선수 자하라 라리 등이 광고에 영감을 준 선수들이다.
광고 속에서 아직 어리고 미숙한 선수들은 스키 점프장대신 침대 위에서 점프를 하고, 낡아서 터진 스케이트를 신으며 친구들의 놀림을 받기도 한다.

P&G_TVCM_2018동계올림픽_2017. 11월_스토리보드 1

피겨스케이팅복을 입고도 히잡을 써야 하고, 의족을 한 선수는 다른 비장애인 선수에게 밀려 넘어지기도 한다. 계급, 성별, 종교, 성향으로 인해 차별을 받는 아이들이다. 하지만 그들의 어머니는 자신의 아이들을 지지하고 용기를 북돋는다. 어려운 환경과 수많은 편견을 극복하고 그들이 올림픽에 나갈 수 있었던 것은 특히 어머니의 사랑이 있었기 때문이다. 

P&G_TVCM_2018동계올림픽_2017. 11월_스토리보드 2

침대에서 점프하던 꼬마가 스키점프를 멋지게 해내고 엄마와 감동의 눈물을 흘리는 마지막 장면 뒤로 자막이 한 줄 흐른다. 


    엄마의 눈으로 바라볼 때 세상이 어떻게 보일지 상상해보세요.


기업의 주된 사업영역이 아기용품이나 생활용품인 P&G는 엄마의 사랑과 역할을 이 광고의 주제로 내세웠지만 내게는 침대 위에서 점프하면서도 밝게 웃는 꼬마가 먼저 눈에 들어온다. 낡은 스케이트를 신으며 머뭇거리는 소년의 표정과 피겨스케이팅 옷 위에 당연한 듯 히잡을 쓰며 거울을 보는 소녀의 단호한 눈빛이 마음에 남는다. 엄마도, 세상 누구도 대신 받아 줄 수 없는 비웃음과 멸시의 시선 앞에 서서 경기를 펼쳤던 선수들의 아픔과 성취가 더 존경스럽게 다가온다. 
자원봉사를 지원한 둘째 아이가 평창으로 떠났다. 집에서 평창을 오가는 KTX 기차요금도 지원되지 않으니 엄마의 물질봉사까지 포함된 자원봉사다. 잘 지내는지 전화를 했더니 주로 실내에서 일을 하는데도 발이 시리다고 한다. 아이가 머무는 자원봉사자 숙소는 경기장에서 셔틀을 타고 40분을 가야 도착한단다. 다섯 명이나 함께 쓰는 좁은 방, 정해진 시간이 끝나면 온수도 나오지 않는 욕실, 입김이 나오는 추운 식당이 내 집처럼 편하지는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편의점 하나 없는 황량한 숙소 주변환경이 견디기 어려울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나는 내 아이가 그 작은 불편들을 이겨내고 평창올림픽에서 작은 것이라도 인내와 헌신, 성취를 배워올 것이라고 기대한다. 
각 나라에서 종목마다 등수를 매겨 잘하는 선수만 뽑아 내보내고, 그들끼리 경기를 해서 금, 은, 동메달만 시상대에 세우는 올림픽이지만, 이번 올림픽을 볼 때는 꼴찌로 들어온 선수에게도 한 번 눈길을 주어야겠다. 화면에 나오지 않는 스태프들과 자원봉사자들, 지역주민들의 희생과 노력도 마음의 눈으로 보아야겠다. 곧 평창올림픽이 시작된다. 되도록 많은 이들 마음 속에 평화와 헌신, 성취의 정신을 전하는 축제가 되기를 기원한다. 

https://www.youtube.com/watch?v=AzOqG83QgjM
(KBS_국민의 마음 캠페인_여자 아이스하키 대표팀_2017. 11월_유튜브링크)

https://www.youtube.com/watch?v=0n0qPC-fSDI
(KBS_국민의 마음 캠페인_크로스컨트리 스키_2018. 1월_유튜브링크)

https://www.youtube.com/watch?v=JSWyrR4gXkw
(P&G_TVCM_2018동계올림픽_2017. 11월_유튜브링크) 

 

글. 정이숙  Jeong, Yisuk 카피라이터 (주)프랜티브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