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언제나 두드리고 싶은 것이 있다"

2022. 11. 10. 13:59아티클 | Article/정카피의 광고이야기 | AD Story - Copywriter Jeong

"We always have something we want to knock on"

 

    우리는 언제나 두드리고 싶은 것이 있다
    그것이 창이든, 어둠이든
    또는 별이든

교보생명_광화문글판_옥외광고_2022

2022년 가을에 새로 걸린 광화문글판의 내용이다. 광화문글판은 교보생명 사옥에 부착되어 있는 시민을 위한 글판이다. 1991년부터 시작됐으니 30년 넘게 계속되고 있다. 광화문글판은 ‘인생 한 문장’이라는 슬로건으로 1년에 서너 번 바뀌어 게시된다. 빌딩의 두 개 층이 넘는 높이로 걸려있는 커다란 현수막은 오가는 사람들에게 계절의 변화를 알려주며 생각할 거리를 안겨준다. 교보생명은 이 글판이 ‘우연히 가슴에 와닿아, 삶의 어느 순간 소중한 힘이’ 되고, ‘위로와 격려, 다시 일어날 용기를’ 사람들에게 전하고 있다고 홈페이지에 소개하고 있다. 
내용이 바뀔 때마다 여러 사람이 찍어서 자신의 SNS 계정에 올리는 것을 보면, 광화문글판은 어느 광고보다 효과가 좋은 교보생명의 옥외광고판이라고 할 수 있겠다. 
코끝에 와닿는 바람이 선선해지기도 전에, 가로수가 단풍으로 물들기도 전에 광화문에 내걸린 광화문글판을 보고 가을이 왔음을 깨닫는다. 이번에는 가을에 풍덩 빠질 차례다. 한가롭게 단풍놀이에 나설 형편은 못 되니 아쉬운 대로 붉게 물든 가을 숲의 모습이 화면을 꽉 채우고 있는 광고를 찾아본다.

 

    자막)           음악을
                        차 안에 가둬 두지 마시길
                        볼륨을 끝까지 올리고
                        차에서 내려
                        낙엽과 함께 들어보시길
                        쏘나타의 오디오 볼륨이 45까지인 건
                        그 때문이니까요
    여_혼잣말)  감성에 너무 취하셨네.
    자막)           블루투스 멀티커넥션
    남_혼잣말)  가야겠다. 
    자막)           쏘나타는 원래 이렇게 타는 겁니다
                        쏘나타는 이제 이렇게 타는 겁니다
                        Keep Growing
                        SONATA
                        2021 쏘나타 센슈어스 출시
                        HYUNDAI

 

현대자동차_쏘나타_낙엽 편_온라인 광고_2021

2021년, 현대자동차가 쏘나타 연식 변경 모델을 출시하면서 선보인 영상 광고이다. 영상 속의 등장인물은 단풍 가득한 숲에서 차의 오디오 음량을 최대로 높이고 가을을 만끽하고 있다. 차의 문을 열어 두고 내려서 맨발로 낙엽을 밟으며 걷기도 한다. 이 광고가 눈길을 끄는 또 다른 이유는 2013년에 제작한 쏘나타 자신의 광고를 그대로 오마주 했기 때문이다. 2013년 광고에도 거의 똑같은 단풍숲과 차문을 열어놓고 음악을 즐기는 장면이 등장한다. ‘쏘나타는 원래 이렇게 타는 겁니다.’라는 2013년의 광고 카피를 그대로 사용하면서 거기에 한 줄을 더해 ‘쏘나타는 이제 이렇게 타는 겁니다.’라고 덧붙인 것이 재미있다. 
1985년 첫 출시 후 37년 동안 시장을 지키고 있는 자동차 쏘나타는 ‘부장님 차’, ‘국민 중형차’소리를 듣기도 했고, 한때 대기업의 임원용 차량으로 사용되기도 했다. 하지만 2009년 내수시장에서만 14만 6천여 대를 판매해 그 해 가장 많이 팔린 베스트셀링카의 자리를 차지했던 쏘나타는 2021년에는 역대 최저 판매량을 기록하고 있었다. 이를 타개하기 위해 현대차는 2021 쏘나타 센슈어스 출시를 계기로 ‘어른이 되어간다. 가치를 알아간다’라는 주제의 TV 광고 시리즈를 선보였다. 새로움(New)과 복고(Retro)를 결합한 뉴트로(Newtro) 감성을 통해 MZ 세대를 공략하고 전 세대로 공감의 폭을 확대하려는 노림수였다.  
MZ 세대의 마음을 얻기 위해 온라인 광고 시리즈는 위에 얘기한 ‘낙엽’ 편처럼 젊은 세대가 차를 사용하는 감성적인 방법을 소재로 제작되었다. 동시에 만들어진 TV 광고 시리즈는 세월이 변함에 따라 오래된 것이 갖는 가치를 발견하며 어른이 되어 가는 젊은이를 모델을 내세워 쏘나타의 이미지 쇄신을 시도하고 있다. 특히 상업광고 최초로 조용필의 노래 ‘고추잠자리’가 삽입되었다는 사실이 광고계에서는 화제가 됐다. 조용필의 노래 중 가장 오랜 기간 음악 프로그램 1위를 했고, 지금 들어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트렌디함을 지니고 있는 ‘고추잠자리’가 오랫동안 국민 차로서 자리를 지키고 있는 쏘나타의 가치와 자연스럽게 연결된다는 것이 현대차 측의 설명이다.

남)       난 옛날 노래가 옛날 사람들 것인 줄로만 알았다.
            오해였다.
BGM)   아마 나는 아직은 어린가 봐, 그런가 봐
            엄마야~ 나는 왜 자꾸만 기다리지…
자막)    고화질 대화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앰비언트 무드 램프
남)       우와, 이거 힙합이네!
Na)      어른이 되어 간다.
            가치를 알아 간다.
            Keep Growing
            SONATA
            2021 쏘나타 센슈어스 출시
            HYUNDAI

 

현대자동차_쏘나타_고추잠자리 편_TV광고_2021

갈대밭 위를 나는 빠알간 고추잠자리! 까맣게 잊고 있던 가을 풍경이다. 모니터에 집중하던 눈을 들어 밖을 보니 노랗게 물든 나뭇잎 하나가 창을 살짝 건드리며 떨어진다. 똑똑 창문을 두드리는 것 같다. 가을이 다 가기 전에 하늘을 보라고, 단풍을 즐기라고, 그리운 이를 만나라고 똑똑 창을 두드리고는 너울너울 땅으로 내려앉는다. 더 추워지기 전에 더 게을러지기 전에 더 늙기 전에 나도 누군가의 문을 두드려야겠다. 문을 활짝 열어주는 그이의 손을 잡고 지난 열 달 사는 동안, 그리웠다고 외로웠다고 때로 막막했다고 응석을 부려야지. 수척해진 상대의 어깨를 토닥이며 괜찮다고 애썼다고 잘 지낸 거라고 위로해야지. 서로 부축하고 부축을 받으며 밤늦도록 술잔을 기울여야지…
친구들아 11월 어느 날 약속도 없는데 갑자기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거든 나인 줄 알아채기를! 닫힌 문 환하게 열고 반갑게 맞아 주기를…! 
광화문글판에 적힌 강은교 시인의 시 전문을 찾아 읽는다.


빗방울 하나가 5
 - 강은교

무엇인가가 창문을 똑똑 두드린다
놀라서 소리 나는 쪽을 바라본다
빗방울 하나가 서 있다가 쪼르륵 떨어져 내린다

우리는 언제나 두드리고 싶은 것이 있다
그것이 창이든, 어둠이든
또는 별이든

 

https://www.youtube.com/watch?v=dV-aMJEEYxk
현대자동차_쏘나타_낙엽 편_온라인 광고_2021_유튜브 링크 

https://www.youtube.com/watch?v=gnnojD7BJ_A
현대자동차_쏘나타_고추잠자리 편_TV광고_2021_유튜브 링크

 

글. 정이숙 Jeong, Yisuk 카피라이터

 

정이숙 카피라이터

연세대학교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카피라이터로 광고와 인연을 맺었다. 롯데그룹의 대홍기획을 시작으로 한화그룹의 한컴, 종근당의 벨컴과 독립 광고대행사인 샴페인과 프랜티브에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로 일했다. 지금은 디지털 마케팅 에이전시의 CD로 퍼포먼스 마케팅의 세계에 발을 담그고 있다. 지은 책으로 <응답하라 독수리 다방>(2015), <광고, 다시 봄>(2019), <똑똑, 성교육동화>시리즈(2019) 12권, <김민준의 이너스페이스>(2020)가 있다.

abacaba@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