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건축, 공간 설계자료_건축비평 2019.4

2022. 12. 19. 10:22아티클 | Article/칼럼 | Column

Disappearing architecture, materials for space design

 

▲ 40여 년 전 건물자료를 보면서.

 

70년대 발간된 건축사지 PDF 자료를 보면 여러 생각이 든다. 당시 건축계에서 고민한 주제가 40여 년이 흐른 지금과 비슷하다는 것과 그 당시 회원작품으로 소개된 건물들이 지금은 그 작품소개 페이지가 아니면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다 는 것. 1973년 5, 6월 건축사지의 작은 칼럼에는 ‘사라지는 서울의 근대건축’이 라는 글이 2회 연재되면서 1936년 완공된 ‘반도호텔’을 이야기하고 있다. 1975 년에 들어설 롯데호텔에 의해서 역사적인 건물이 사라지는 것과 중구 소공동 국 립중앙도서관, 미도파백화점 등을 이야기하고 있다. 요즘처럼 강하게 보존해야 한다는 논조는 아니다. 하지만 역사적 의미와 가치를 언급하고 있다. 70년대에 30년대 건물의 소멸을 생각하는 것이 현재 서울이 1967년에 지어진 세운상가를 보존, 이용하는 모습과 겹쳐 생각하게 된다. 지금 세운상가와 같이 이름난 건물 이 아닌 수많은 60~70년대 많은 건축사의 노력결과가 거의 사라지고 남아있는 것은 오래된 건축사지에 있는 사진과 작은 도면뿐이라면 너무 아쉬운 생각이 든 다. 주택가 골목의 좀 규모가 큰 대지에 설계된 70년대 당시 회원작품 대부분은 80년대 다세대, 다가구주택 신축으로 모두 사라졌다. 그 다세대들은 골목과 함께 아파트단지가 되었다. 현실 어디에도 건물의 흔적은 없다.

 

▲ 지금도 사라지는 건물, 공간의 역사

 

그 당시 설계를 진행했던 많은 건축사사무소가 지금까지 도면과 문서자료를 가 지고 있을 것으로 생각할 수는 없을 것 같다. 최근 제법 큰 설계사무소 건축사님 의 갑작스러운 부고와 함께 그 사무실에서 만들어진 자료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 민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사무실을 누군가 이어받아 운영할 처지가 안되는 것 같아 나오는 이야기라 생각된다. 이것이 단지 그 사무소의 이야기는 아닐 것 이다. 최근 리모델링 또는 용도변경 등을 진행하려다 보면 건축주는 설계도면을 가지고 있는 것보다 아무것도 없는 경우가 더 많고 원래 작업한 사무소의 폐업도 많아 자료 없이 건축물관리대장의 도면만 가지고 시작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지 금 2019년 설계하는 건물들의 도면자료와 그 과정의 경험들은 어떻게 될지, 40 년 후 사라질 수 있는 건물의 역사는 누가 가지고 있는 것이 좋은지 다시 한번 생 각하게 된다. 물론 개인재단에서 유명건축가들의 스케치와 역사를 보관하는 사 업을 진행하기도 한다. 이 경우는 좋은 보관이 되고 역사가 남겠지만 그 밖의 수 많은 노력의 결과는 어디에 두어야 할까? 지금은 설계한 건축사사무소에서 보관 되고 있는 것이 대부분이라고 생각된다. 그 사무실이 40년을 더 지속하여 나갈 수 있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지금의 많은 작업은 건축물대장의 도면으로 남는 것과 함께 70년도 잡지의 한 페이지처럼 각종 온라인의 이미지로만 남을 수 밖에 없을 수 있다.

 

▲ 보존되지 않는 자료

 

건축물과 공간을 공공재라 생각한다면 건물과 공간의 역사는 개인이 보관하는 것과 함께 잘 보관되고 활용될 수 있는 방안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다. 지금 대한건축사협회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는 ‘건축종합정보센터’의 서비스 내용이 잘 운영되어 건축물대장의 기본도면이 아닌 실시준공도면 자료와 설계과 정, 행정과정 등 필요한 부분이 공유되어 더욱 효율적인 설계업무가 가능하게 되 고 이런 자료를 바탕으로 다른 유익한 작업 계획을 구상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 한다. 지금 각 건축사사무소에서 프로젝트가 진행되면 많은 문서가 만들어지는 데 그 문서들이 프로젝트가 마무리되면 잘 선별되어 저장되겠지만 많은 과정기 록은 간략화되어 법적 필요 서류 중심으로 정리되는 것이 대부분이라고 생각된 다. 이런 법적서류 보다 좀 더 많은 설계과정의 기록이 잘 정리되어 보관되어야 건물과 공간 설계의 역사가 이야기로 만들어질 수도 있고 건물을 다른 방식으로 이용하고자 방안을 모색할 때 그 자료는 큰 가치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 많은 자료를 가지고

 

2019년 올해부터 2021년까지 정부는 중앙부처·지자체·공공기관 등 총 784곳 이 보유한 데이터를 모두 개방한다. 개인정보와 국가안보, 영업비밀을 제외한 공 공데이터를 모두 개방하는 것이다. 그 수는 약 14만2천여 건에 달한다. 지금 공 개된 것의 5배에 달한다. 이렇게 개방되는 자료와 특히 건축사들만이 구축할 수 있는 건축, 공간설계자료를 가지고 새로운 구상을 할 수는 없을까? 최근 지번과 공시지가, 인근 토지매매자료, 인허가자료를 한눈에 보여주면서 그 대지의 사업 성을 3D형태로 분석하는 서비스도 진행되고 있다. 이처럼 축적된 데이터결합의 가능성은 다양한 모습일 것이다. 한 건물설계과정의 자료를 잘 정리하고 적정한 규격을 만들어 사용할 수 있도록 잘 보관하는 것은 공공재로서의 건물의 생명을 관리하는 일이다. 그리고 그 자료들로 건축사들이 할 수 있는 역할을 새로 마련 하거나 지금의 업무수행 방식을 개선할 수 있다고 생각된다. 각 건축사사무소에 보관되는 설계과정 자료를 잘 보존하고 유지, 활용하는 일은 점점 더 중요해질 것이다.

 

이번 건축사지에서 특집으로 소개하는 원로건축사들의 70년대 주택들은 정확 한 주소가 없어 그 흔적을 따라가기도 쉽지 않다. 하지만 그 짧은 기록을 가지고 도 그 시대의 건축상황을 들여다볼 수 있다. 1971년의 주택건축비가 10만5천 원/평, 73년도 14만 원/평, 그리고 76년도 22만 원/평으로 기록되어 있다. 이 런 작은 단서도 우리나라 근대 건축역사를 유추할 수 있게 하는 좋은 자료가 될 수 있다. 물론 지금 지어지는 건물들의 이미지 자료는 여기저기 너무 많아서 사 라지는 것을 염려할 필요는 없다. 잘 보존해야 하는 것은 기술적인 사항의 도면 과 그 집이 만들어지는 과정이다. 그 건물설계에 참여한 사람만이 알 수 있는 많 은 이야기가 남아 도시, 건축, 공간 이야기를 풍부하고 재미있게 만들 수 있다. 근대건축이론과 신소재인 콘크리트로 한국건축을 만들어온 그 건물들이 사라졌 고 그 과정의 이야기들도 건축사의 퇴장으로 개인의 기억으로만 남는다면 너무 아쉬운 일이다.

 

1930년대 건물이 사라지는 것을 1970년대에 이야기했고 2019년에도 근대문화 유산을 잘 보존하고자 한다. 지금 지어지는 많은 건물도 역사의 일부분이고 어떤 이유로든 사라질 것이고 그 건물을 설계한 사무소도 영원히 그 건물의 순환과정 기록을 보관할 수 없다. 그렇지만 자료는 남아서 건물과 도시의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기초가 되고 잘 활용되어서 건물의 생명을 잘 유지할 수 있는 길잡이 설계 도가 되어야 한다. 그 자료를 수집하고 보관하는 좋은 조건을 가진 건축사협회에 서 이 기회를 잘 활용 할 수 있으면 한다.

 

 

 

 

글. 조원준 Cho, Wonjun (주)이제이 건축사사무소 · 건축사

 

 

 

 

조원준 (주)이제이 건축사사무소 · 건축사

 

성균관대학교 건축과를 졸업하고 ‘원도시건축’을 거쳐 프랑 스에서 ‘건축재료’ 관련하여 수학하고 2003년부터 건축설계 강의를 하고 있다. 현재 대한건축사협회 서울특별시건축사 회 건축산업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주)이제이 건축사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cwonjun@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