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건축설계창작물과 지식재산권의 귀속 주체 2019.7

2022. 12. 23. 13:23아티클 | Article/칼럼 | Column

건축담론 Architecture Discussion

 

편집국장 註

 

건축담론이라는 코너가 시작된지 일년이 넘었습니다. 매호 테마를 선정하고 필자들을 섭외하는 어려움이 있지만, 월간 건축사에서 선도적인 주제들을 이야기하는 것을 신선하게 보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당장 건축사들의 현업에 적용되는 주제도 있지만, 조금 더 확장해서 언젠가는 이야기하고 고민을 준비할 내용도 선정하고 있습니다.

이번 호의 지식재산권과 관련한 건축사의 창작 권리도 그중 하나입니 다. 2011년 특허청에서 디자인 보호법이라는 관련 법안 개정 시 유일하 게 건축 및 인테리어 / 부동산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시급하게 느꼈던 부분이기도 합니다. 이후 건축 관련 어떤 단체, 심지어 당시 국가건축 정책위원회도 이와 관련해 개입하지 않았었습니다. 그렇지만 특허청에서는 2012년 ‘건축설계창작물의 지식재산권적 보호를 위한 방안’이라 는 연구를 시작하면서 당시 대한건축사협회 연구원에게도 자문을 구하며 건축사협회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이런 연구는 이후 지속적으로 이어지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한국발명진흥회에서 2014년 건설을 중심으로 한 ‘건축 설계’ 연구가 있었습니다.

많은 건축사분들이 건축 설계의 지식재산권에 대한 권리와 경제적 이익에 대한 이해가 부족합니다. 지식 재산권은 크게 산업재산권과 저작권,신지식 재산권으로 구분되며, 이중 산업재산권과 신지식 재산권이 강력한 보호를 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작권은 저작권과 저작 재산권으로 구분되는데, 저작권은 태생적으로 창작한 이에게 소유됩니다. 하지만 저작 재산권(Copyright)은 재산권적 의미로 영미법에서는 ‘창작’이라 는 노동에 지불하는 ‘재산적 권리’입니다. 우리는 이에 대한 명확한 인식이 부족해서 정당한 ‘창작’에 대한 ‘권리보상’이 미흡합니다. 특히 건축의 경우는 더더욱 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입니다.

그리고 저작권과 산업재산권 등의 구분에서 가장 큰 차이는 권리 침해에 대한 대응에 있습니다. 산업재산권은 특허 등이 해당되며 보다 명확하고 실질적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강력한 법적 과정입니다. 이미 유럽과 미국은 건축설계뿐만 아니라 인테리어, 부동산까지도 산업재산권의 범주로 법제화 했습니다. 아시아는 아직 이런 움직임이 없습니다만, 중국이나 일본도 이에 대한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관련 법안이 미흡하고, 무엇보다 건축산업계의 인식 부족으로 관련 연구 등의 성과가 아직 미진합니다. 이에 월간 건축사에서는 산업 재산권 또는 신지식재산권으로 건축 설계가 창작의 권리를 보호받기 위한 준비를 촉구하기 위해 건축담론 주제로 삼았습니다.

 

관련 자료 _ 건축설계창작물의 지식재산권적 보호를 위한 방안, 2012년, 특허청 · 건축과 지식재산, 2014년, 한국발명진흥회


02 The Owner of Architectural Design Creation and Intellectual Property Rights

 

 

건축설계창작물이라는 용어는 법률상의 용어는 아니지만, 건축설계 행위를 통해 창작되는 성과물 또는 부산물로 정의될 수 있다. 우리가 흔히 건축물이라 지칭하는 것을 포함하는 넓은 범위의 개념이다. 건축설계창작물을 건축저작물과 동일한 개념으로 보는 견해도 발견되긴 하나, 건축에 작용되는 지식재산권의 유형이 저작권뿐만 아니라 특허권, 디자인권 등이 포함된다는 점에 저작권의 영역으로 한정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 물론 건축설계창작물과 관련하여 실무에서 논의되는 문제들의 대부분이 저작권 문제에 해당하기는 한다.

창작행위가 수반되는 많은 영역과 같이 건축설계창작물 역시 지식재산권의 보호 대상이 된다. 그런데 건축 분야는 다른 유형의 창작물과 달리 건축설계창작물의 지식재산권이 누구의 것인지, 즉 권리가 누구에게 귀속되는지에 대해 많은 논란이 나타나는 분야이다. 이러한 문제는 통상 창작을 위해 자금을 투여하는 자와 실제 창작자가 달리 나타나는 경우에 쉽게 발생하는 특징이 있다. 발주처의 의뢰를 받아 설계를 진행하고 이를 통한 시공으로 이루어지는 방식이 일반적인 건축 분야에서 창작물에 대한 지식재산권 귀속 문제가 주로 논의될 수밖에 없는 근본적 이유라 볼 수 있다.

 

창작자 원칙과 권리 귀속 논란의 원인

 

법률은 이 문제에 대해 명확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먼저 저작권법은 저작물을 창작한 자(저작권법 제2조 2호)를 저작자라고 명시함으로써 창작자 원칙을 채택하고 이를 강행규정으로 둔다. 저작물을 창작한 자가 저작자이며, 저작자는 저작 인격권과 저작재산권을 갖는다. 다만, 예외적으로 업무상저작물의 경우 창작자 가 아닌 사용자를 저작자로 한다. 업무상저작물은 법인·단체·사용자의 기획 하 에 법인 등의 업무에 종사하는 자가 업무상 작성하는 저작물을 의미하는데, 이러한 저작물을 법인 등의 명의로 공표하면 실제 창작한 종업원이 아닌 사용자를 저작자로 본다는 것이다. 저작권법에서 저작자를 인정할 때 가장 중요한 기준은 창작에 대한 실질적인 기여이다. 따라서 창작에 있어서의 기여가 단순히 조언, 아이디어 제시, 지원 등에 불과하다면 저작자로 인정할 수 있는 정도의 기여는 아닌것으로 본다.

특허법 역시 발명을 한 사람 또는 그 승계인이 특허를 받을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는 점을 원칙(특허법 제33조 제1항)으로 명시하여 발명자 원칙을 채택하고 있다. 즉, 특허를 받을 수 있는 권리는 발명이 완성된 때에 발명자에게 원시적으로 귀속된다. 특허법 역시 발명자 원칙의 보완으로 직무발명의 경우 일단 특허를 받을 수 있는 권리는 종업원에 의해 직무발명이 완성된 때 원시적으로 발명자인 종업원에게 귀속한다, 사용자 등은 예약승계 등을 통하여 직무발명에 대한 특허를 받을 수 있는 권리를 취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발명진흥법 제10조 제3항).  
디자인보호법도 디자인을 창작한 사람 또는 그 승계인이 디자인등록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가진다는 점을 원칙(디자인보호법 제3조 제1항)으로 명시하여 창작자 원칙을 채택하고 있음은 동일하다. 앞서 저작권법 및 특허법과 같이 단순한 관리자, 보조자, 조언자, 후원자 등은 창작자에 해당하지 않는다. 직무디자인에 대한 부분은 특허법상 발명에 대한 부분과 동일하다.
건축설계창작물과 직접 연관된 우리나라의 지식재산권법 체계는 명시적으로 실제 건축설계창작물을 창작한 자를 창작자로 인정하고 그 창작자에게 권리가 부여 혹은 권리를 받을 수 있는 권리가 부여된다는 점을 분명하게 인정하고 있다.

법률의 명확한 태도에도 불구하고 왜 건축설계창작물의 지식재산권 귀속과 관련한 논란이 오랜 기간 이어지고 있는 것일까. 이 문제는 서두에서 언급한대로 자금을 투입한 것에 대한 결과물의 귀속과 지식재산권의 귀속 사이에 존재하는 인식의 간격에서 기인한다고 본다. 일반적으로 형성되어 있는 거래의 대가 인식은 유체물을 전제로 한 것이어서, 어떠한 재화를 구입 혹은 제작하기 위하여 지불한 비용에 대한 결과물은 전적으로 비용을 지불한 자에 귀속하는 것으로 본다. 그런데 지식재산권은 유체물을 전제한 전통적 인식과 달리 물건에 대한 권리와 분리되어 다루어질 뿐 아니라, 대가로 지불한 비용의 대상이 지식재산권에 까지 미치는 것인지 불분명한 면도 있다. 결국 창작자의 지적 창출물을 제작에 부수되는 것으로 인식하는지 혹은 창작적 활동 자체가 창작 주체의 중요한 별도 결과물로 인식하는지에 따른 차이라 볼 수 있다.

 

공공발주계약에서의 지식재산권 귀속 주체 논의 사례

 

이와 유사한 논의로서 공공발주계약에서 계약목적물의 지식재산권 귀속 주체에 대한 논의는 좋은 참고 사례가 될 것으로 생각한다. 공공발주계약은 주로 기획재정부 예규인 용역계약일반조건에 따라 이루어진다. 그런데 계약목적물을 제작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지식재산권을 발주기관이 가져야 하는지, 아니면 실제 창작자인 계약상대자가 가져야 하는지에 대한 오랜 논란이 있었다. 이 논의에서는 국민의 세금을 이용하여 창출한 계약목적물, 특히 여기서 파생된 지식재산권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시각 차이에 따라 견해 대립이 나타났다. 대상이 되는 지식재산권을 국민의 세금으로 인한 결과물에 부수한 것으로 인식하는 입장에서는 지식재산권을 계약상대자에 귀속하는 것에 부정적인 반면, 계약목적물을 얻기 위해 계약상대자의 지적 자산을 이용한 것으로 인식하는 입장에서는 지식재산권의 계약상대자 귀속에 긍정적이다. 이 문제에 대해서 과거에는 발주기관이 모든 권리를 갖는 것으로 하였으나, 최근에는 예규의 개정을 통하여 계약목적물에 대한 지식재산권은 발주기관과 계약상대자가 공동으로 소유(용역계약일반조건 제35조의2)함을 원칙으로 했다. 다만, 지식재산권 중 특허권, 실용신안권, 디자인권에 대해서는 계약의 목적, 개발의 기여도, 기술개발 결과물의 활용 및 사업화를 고려하여 계약당사자간 협의를 통하여 귀속주체를 정할 수 있도록 예외를 두었다. 공공발주계약 분야 역시 과거 유체물을 전제로 한 인식에서 벗어나 지식재산권의 특성을 고려한 권리 귀속 체계 운영이 노력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해외 주요국의 경우도 지식재산권의 특성을 고려하여 지식재산권을 창작한 자에게 권리를 귀속하는 태도를 원칙으로 한다. 미국은 Bayh-Dole Act가 대표적인데, 이 법은 연방정부의 연구비 지원으로 수행된 연구결과의 모든 산출물이 연방정부에 속하는 것이 아니라 기술의 필요를 갖는 자가 적절히 사용할 수 있도록 그 기술을 창출한 자가 소속된 비영리기관 또는 중소기업에 지식재산권을 귀속하게 한다. 다만, 그 계약자가 미국 내에 소재 또는 사무소를 갖고 있지 아니하거나 또는 외국정부의 규제를 받는 경우, 권리유보결정권을 제한 또는 배제하는 것이 이 법의 목적 달성에 기여한다고 인정되는 경우, 권리유보결정권을 제한 또는 배제하는 것이 외국에 대한 정보수집 활동의 안전성을 확보하는 데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정부가 권리를 보유할 수 있도록 했다. 공익과 사익의 균형을 위한 것이다. 한편, 연방조달규정(FAR)도 동일한 태도를 갖는다. 본 규정에 의하여 적법하게 이루어진 정부와의 계약에서 각 계약자는 대상 지식재산권을 정부에 공개한 후, 그 지식재산권에 대한 권리를 보유할 것인지 여부에 대해 선택할 수 있다.
일본은 산업기술력강화법의 규정이 대표적인데, 이 법은 국가가 위탁한 연구 개발의 성과와 관련한 지식재산권은 일정한 요건을 충족 시 이를 창작한 자에게 귀속하도록 정하고 있다. 그 요건으로는 특정 연구 개발 등 성과를 얻은 경우에는 지체 없이 국가에 그 취지를 보고할 것을 수탁자 등이 약속할 것, 국가가 공공의 이익을 위해 특히 필요할 때 그 이유를 밝혀 요구할 경우에는 무상으로 해당 특허권 등을 실시할 권리를 국가에 허락할 것을 수탁자 등이 약속할 것, 해당 특허권 등의 활용이 상당기간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이를 실시할 권리를 제3자에 허락할 것을 약속하는 등 지식재산권 이용에 대해 일정한 공익적 의무를 부여하는 것을 내용으로 한다.
유럽연합(EU)은 정부조달과 관련한 지침(EU Directive 2004/18/EC)에서 지식재산권의 귀속 문제를 직접 다루지 않고 각 회원국에 위임하고 있다. 이에 대한 개별국 규정의 예로 영국의 정부조달 서비스 담당기관인 CCS(Crown Commercial Service)의 계약모델 부속문서(Annex 1)는 제10조에서 지식재산권은 공급자(창작한 자)에 있다고 명시함을 확인할 수 있다.

 

시사점

 

이러한 점을 고려하여 건축설계창작물에 대한 지식재산권 귀속 문제에 대해 다음과 같은 점을 생각해볼 수 있다.
첫째, 현행법이 창작자 원칙을 강행규정으로 두고 있는 상황에서 계약(약관 포함) 등으로 이를 달리 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저작권법 및 특허법 등의 법률상 강행규정에도 불구하고 행정규칙인 용역계약일반조건에 근거하여 지식재산권 귀속을 공유 혹은 당사자 간 협의할 것을 원칙으로 정할 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이다. 이에 대해 계약 등에서 법률상 강행규정에 반하는 사항을 정하는 경우 그 내용은 무효가 된다는 점, 행정규칙은 법률의 위임을 통하여 법률이 정한 한계 내에서 작용되어야 한다는 점 등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둘째, 계약목적물과 관련하여 그에 파생된 지식재산권을 어떻게 인식하여야 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변화가 요구된다. 어떠한 계약에 있어서 유체물로서의 재화와 그에 파생된 지식재산권을 구별하는 것은 현재 당연한 것으로 다루어진다. 이러한 구별은 당연히 계약 대금의 수준을 달리 하도록 이끌기 때문에 건축설계창작물의 제작 의뢰 시 구체적인 정함이 없이 파생되는 지식재산권이 바로 발주처에 귀속되는 것으로 보는 태도는 무리가 있다고 생각된다. 
셋째, 최근 많은 불공정 계약 등에 대해 소위 약자의 지위에 속하는 자의 계약상 권익을 보호하기 위한 효과적인 방법으로 표준계약서가 많이 활용된다. 건축계약 역시 창작의 의사에 기초한 창작이 이루어지기 보다는, 건축주라 지칭되는 발주처의 요구에 따라 창작이 이루어진다는 점에 창작자 스스로 자신의 권리를 적절하게 요구하기는 쉽지 않은 구조이다. 더군다나 지식재산권법의 규범을 모든 업계 구성원 혹은 관계된 시장 구성원에 적절히 인식하도록 하는 것은 더욱 어려운 일이다. 이에 적절한 표준계약서를 마련하고 건축 의뢰를 위한 계약 시 이를 활용하도록 하는 체계를 구축하는 것은 매우 효과적이라 생각한다.

 

창작자 원칙의 실무적 확립 필요

 

건축물 자체에 대한 권리는 그 건축물 자체에만 효력을 미친다. 반면 건축물, 특히 건축설계창작물에 대한 지식재산권은 이후 이루어지는 창작자의 창작활동 및 영업에 까지 효력을 미친다. 이러한 특징으로 인하여 지식재산권을 유체물과 같은 시각에서 바라보는 태도는 창작자의 활동을 제약하게 되고, 종국적으로는 산업의 건전한 발전을 가로막는 장애로 작용하게 한다. 물론 산업적 이익이 개인의 이익과 동일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러한 점과 계약상 힘의 불균형이 건축설계창작물에 대한 창작자 권리 문제를 지금까지 유지시킨다고 생각한다. 결국 이 문제는 현행법의 태도를 비롯해 국제적인 흐름, 그리고 인식의 변화 흐름 등에도 불구하고 자연스럽게 해결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건축 산업 차원에서의 대응과 지속적인 노력이 필요한 이유라 본다.

 

 

 

 

 

글. 김시열 Kim, Siyeol 한국지식재산연구원 부연구위원

 

김시열 한국지식재산연구원 부연구위원

 

숭실대학교 대학원에서 지식재산권법을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취득하였고, 한국저작권위원회를 거쳐 한국지식재산연구원 부 연구위원, 숭실대학교 법학과 겸임교수로 있다. 아울러 국가지식재산위원회 전문위원, 한국저작권위원회 및 법원의 감정인 등으로 활동하고 있으며, 숭실대학교 지식재산권법연구센터장을 역임하고 있다. 지식재산권법에 대한 다양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는데, 특히 저작권 침해에 있어서 실질적 유사성 판단에 대해 관심을 두고 있다. 주요 저서로는 「컴퓨터프로그램 저작권 유사 도론」, 「저작권 교양강의」 등이 있다.

 

sykimlaw@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