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건축설계창작물과 특허 2019.7

2022. 12. 23. 13:22아티클 | Article/칼럼 | Column

건축담론 Architecture Discussion

 

편집국장 註

 

건축담론이라는 코너가 시작된지 일년이 넘었습니다. 매호 테마를 선정하고 필자들을 섭외하는 어려움이 있지만, 월간 건축사에서 선도적인 주제들을 이야기하는 것을 신선하게 보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당장 건축사들의 현업에 적용되는 주제도 있지만, 조금 더 확장해서 언젠가는 이야기하고 고민을 준비할 내용도 선정하고 있습니다.

이번 호의 지식재산권과 관련한 건축사의 창작 권리도 그중 하나입니 다. 2011년 특허청에서 디자인 보호법이라는 관련 법안 개정 시 유일하 게 건축 및 인테리어 / 부동산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시급하게 느꼈던 부분이기도 합니다. 이후 건축 관련 어떤 단체, 심지어 당시 국가건축 정책위원회도 이와 관련해 개입하지 않았었습니다. 그렇지만 특허청에서는 2012년 ‘건축설계창작물의 지식재산권적 보호를 위한 방안’이라 는 연구를 시작하면서 당시 대한건축사협회 연구원에게도 자문을 구하며 건축사협회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하지만 이런 연구는 이후 지속적으로 이어지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한국발명진흥회에서 2014년 건설을 중심으로 한 ‘건축 설계’ 연구가 있었습니다.

많은 건축사분들이 건축 설계의 지식재산권에 대한 권리와 경제적 이익에 대한 이해가 부족합니다. 지식 재산권은 크게 산업재산권과 저작권,신지식 재산권으로 구분되며, 이중 산업재산권과 신지식 재산권이 강력한 보호를 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저작권은 저작권과 저작 재산권으로 구분되는데, 저작권은 태생적으로 창작한 이에게 소유됩니다. 하지만 저작 재산권(Copyright)은 재산권적 의미로 영미법에서는 ‘창작’이라 는 노동에 지불하는 ‘재산적 권리’입니다. 우리는 이에 대한 명확한 인식이 부족해서 정당한 ‘창작’에 대한 ‘권리보상’이 미흡합니다. 특히 건축의 경우는 더더욱 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상태입니다.

그리고 저작권과 산업재산권 등의 구분에서 가장 큰 차이는 권리 침해에 대한 대응에 있습니다. 산업재산권은 특허 등이 해당되며 보다 명확하고 실질적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강력한 법적 과정입니다. 이미 유럽과 미국은 건축설계뿐만 아니라 인테리어, 부동산까지도 산업재산권의 범주로 법제화 했습니다. 아시아는 아직 이런 움직임이 없습니다만, 중국이나 일본도 이에 대한 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관련 법안이 미흡하고, 무엇보다 건축산업계의 인식 부족으로 관련 연구 등의 성과가 아직 미진합니다. 이에 월간 건축사에서는 산업 재산권 또는 신지식재산권으로 건축 설계가 창작의 권리를 보호받기 위한 준비를 촉구하기 위해 건축담론 주제로 삼았습니다.

 

관련 자료 _ 건축설계창작물의 지식재산권적 보호를 위한 방안, 2012년, 특허청 · 건축과 지식재산, 2014년, 한국발명진흥회


01 Architectural Design Creation and Patent

 

건축은 인간의 삶을 담는 그릇’이라는 말이 있다. 그릇은 청자나 백자와 같이 미 려한 외관으로 주목 받기도 하지만, 식기나 물잔과 같이 무언가를 담는 본연의 기능에 충실하면서도 튼튼하게 만들어져야 한다. 건축 역시 건축물의 미적 요소 뿐만 아니라 기능적 요소의 개선을 통해 거주자의 쾌적성, 편리성, 안전성을 증진 시킨다는 점에서 위의 비유는 타 기술분야와 구분되는 건축만의 독특한 특징을 잘 표현하고 있다.

 

건축물의 미적, 기능적 요소를 모두 담고 있는 건축설계창작물은 지식재산권으 로 인정받고 보호가능하다. 지식재산권은 “인간의 지적 활동으로 얻어지는 정신 적 창작물에 대해 인정되는 무형의 재산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건축 설계창작물의 미적 독창성은 저작권과 디자인권으로, 기능적 개선은 특허권으로 건축사의 지적재산권을 제도적으로 보호하고 있다. 그런데 대부분의 건축사들은 본인 건축물의 독창적인 디자인을 보호받는 것에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으나, 공 간적인 요소의 결합과 배치를 통한 기능 개선과 관련된 아이디어의 보호에 대한 인식과 노력은 다소 아쉽다.

 

저작권은 건축물 디자인의 창작성과 예술성을 보호대상으로 한정하고 있어 아이 디어를 보호해 주지 않는 한계가 있고, 디자인권은 그 보호대상을 동산성(動産 性)을 가지는 물품으로 한정하고 있어 부동산인 건축물은 보호대상에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두 제도는 건축사의 지적 창작에 대한 노력을 모두 보호해 주지 못 한다.

 

반면 특허권은 건축설계창작물이 포함하는 기능 개선과 관련된 아이디어를 보호 해주며, 그것의 신규성 및 진보성 등이 특허요건을 갖춘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 건 축사는 일정 기간(20년) 동안 배타적인 권리를 보유할 수 있다. 건축설계분야에 대한 신규성 및 진보성은 동선의 단축, 프라이버시의 보호, 조망권의 확보, 방재· 피난의 효율성 증대 등 다양한 기술적 과제로 판단할 수 있다. 이를 달성하기 위 해 벽, 기둥, 지붕 등의 세부 구성 요소들을 결합하여 단순히 단위공간을 만든 것 뿐만 아니라 그 단위공간을 결합하여 하나의 종합공간을 만들고, 더 나아가 수 개의 종합공간들을 결합하고 배치하여 하나의 건축물을 만든 경우까지도 모두 그 공간들의 배열·배치된 형태에 의한 특허권 보호가 가능하다고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도 1>의 아파트의 발코니 설계방법과 관련된 등록특허(등록특허공 보 10-1119034호)를 살펴보면 1.5층 층고의 확장형 발코니를 입면상 엇갈리 게 배치하고 확장형 발코니의 상부에는 다락으로 활용할 수 있는 0.5층 층고의 다락형 발코니를 배치하는 설계방법을 제시하고 있는데, 이러한 설계방법이 개 별 세대로 인입되는 자연채광량을 증대시키고 공간 효율성을 높이는 기술적 효 과가 인정되어 특허 등록 받은 바 있다.

 

<입면도>&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nbsp; <단면도>

 

특허청은 ’14년부터 대한건축사협회와 공동으로 건축설계창작물 특허보호의 저 변 확대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현업 건축사들을 대상으로 지식재산권 교육을 강 화하는 한편, 건축설계분야 특허 심사의 신뢰성 확보를 위한 진보성 판단 기준을 정립하기 위해 건축설계 발명 관련 국내 출원사례 및 국내외 심·판결 사례를 분 석하여 「건축설계발명 진보성 판단 가이드 사례집」을 발간한 바 있다. 또한 특허 심사 시 현업 건축사 등 외부 전문가와 함께 하는 공중심사 제도를 통해 심사관 과 외부 전문가 사이의 진보성 판단 관련 인식의 격차를 해소함으로써 특허심사 에 대한 신뢰성을 향상시켜 나가고 있다.

 

이러한 노력들이 결실을 맺어 특허가 건축설계창작물의 지식재산권을 보호하는 효율적인 방법으로 건축설계분야에 확고히 자리 잡아 건축사들의 지적 창작물에 대한 노력과 성취를 인정받고 공유할 수 있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길 바란다. ‘특허가 건축사의 열정을 담는 그릇’이 되길 기대한다.

 

 

 

 

 

 

글. 김현우 Kim, Hyunwoo 특허청 주거기반심사과 특허팀장

 

김현우

 

특허청 주거기반심사과 특허팀장

 

 

 

 

gusdnkim@korea.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