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택지개발의 성과와 한계, 그리고 과제“도시에 집을 지으려면 땅이 필요하다” 2019.8

2022. 12. 24. 16:45아티클 | Article/칼럼 | Column

The achievements, limitations, and challenges of Public Residential Land Development "We need the land to build a house in cities"

 

건축담론 Architecture Discussion.

 


편집국장 註

 

건축담론을 월간 건축사에서 언급하는 이유는 건축사가 항상 사회적 의사 결정 과정에 소외되고 말단에 위치해서 수동적인 상황이 연출되는 것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다. 건축에 영향을 주는 수많은 정책들의 시작 과정에서 건축사들이 주도적으로 개입하거나 사회적 발언을 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건축사들이 진정 사회의 지성인이자 리더로 인정받으려면 그만큼 노력을 해야 한다. 그런 노력과 공감이 이루어져야 건축사들의 권익과 권리, 책임도 함께 확보될 수 있다. 단지 일을 수주하고 용역하는 것이라면 종 합적 사유의 직업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의사가 단지 메스를 들고 살을 꼬메고 환부를 도려내는 것이 전부가 아닌 것과 같다. 기술자와 차이는 철학과 치열한 사유가 있느냐 하는 것이다.

건축사는 기술자를 뛰어넘어 보다 큰 이야기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서 어려운 직업이다.

 

이번 호에는 그동안 건축의 바탕이 되는 건축정책, 그중에서도 부동산 에 대한 생각을 해보려 한다. 어느 나라나 건축은 도시 이미지를 만들었 고, 그중에서 주택은 절대적이다. 뉴욕하면 떠오르는 맨하탄의 고층 건물 상당수가 주택이고, 파리의 경관을 만들어내는 이미지 역시 주택이 만들어내는 것이다. 그만큼 주택은 건축과 도시의 핵심이다. 그런데, 특히 우리나라의 공동 주택 정책에서 건축은 소외되어 있었다. 그동안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중심이 된 적이 없었다. 더구나 우리나라는 세계 어느 나라 보다 공동주택이 현금화가 가능한 증권의 기능까지 존재한다. 변동성 강한 증권같은 공동주택은 수많은 사회적 문제의 원인이 되었다. 이는 정치적으로 부담이었다. 그러나 단 한 번도 부동산 문제를 건축적 해법으로 다가선 적이 없었다. 정말 건축은 부동산 문제, 주택 문제에 소외된 그냥 시공의 과정일 뿐일까?

건축으로 우리나라 공동주택, 부동산에 대한 고민이나 해법을 생각해볼 때도 되었다. 그 첫 번째는 토지 개발 과정부터 바라볼 필요가 있으 며, 공동주택의 방향성이나 내용에서 문제를 찾아볼 필요도 있다. 이에 두 분의 전문가에게 의뢰했다. 경제적 시각으로 바라보는 택지 개발의 문제점과 우리나라 공동주택 설계 경험이 많은 광주광역시 총괄건 축가에게 의뢰한 글이다. 이제라도 건축에서 다양한 해법과 제안을 사회에 더 많이 개진했으면 좋겠다.

더불어 2019년 8월 대한건축사협회 건축사신문도 도시 공동주택에 대한 제안을 같이 진행한다.

 


 

집을 지으려면 땅이 있어야 한다

 

삼척동자도 알고 있는 이 당연한 이야기를 해보련다. 시장에서 땅은 그 용도에 따라 생산요소로서 토지, 재산으로서 토지, 소비재로서 토지로 분류할 수 있다. 즉, 땅은 경작물을 생산하거나 공장을 지을 용도로 사용할 수 있고, 땅을 담보로 은행에서 대출 받을 목적으로 쓸 수도 있으며, 경치 좋은 국립공원에 찾아가면 땅에 있는 산림이나 호수로부터 발생하는 자연환경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도 있다. 우리는 상식적으로 인구가 증가하여 토지에 대한 수요가 발생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인구 증가 자체가 토지에 대한 수요를 직접적으로 증가시키기 보다는 인구가 증가하여 옷, 음식, 주택이나 건물 등 토지를 이용함으로써 생산되는 재화 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재화를 생산하기 위해 토지에 대한 수요가 증가한다. 즉, 토지에 대한 수요는 토지가 생산하는 재화에 대한 수요로부터 파생한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 경제학에서는 토지와 같이 생산요소에 대한 수요를 파생수요(derived demand)라고 말한다.

 

땅, 주택, 그리고 도시

 

정부는 지난 해 9월 「주택시장 안정방안 대책」에서 주택공급대책으로 “수도권에 입지가 좋은 곳에 양질의 공공택지 30만 호를 개발”할 계획이라고 발표하였다. 이른바 3기 신도시다.

한국은 경제성장기를 거치면서 먹고 살면서 거주하기 위해 집 지을 땅(택지)이 필요했다. 1970년대까지 택지개발은 개발자본 축적이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필요한 택지를 개발하기 위해 민간부문에서 소규모로 이루어졌다. 토지소유주가 택지 개발비용을 지불하고 대신 개발 사업이 완료된 후 필지 정리를 통해 토지소 유권을 재분배 받았다. 이러한 개발방식을 환지방식이라고 하는데, 공공부문에 서 개발을 위한 자본이 부족한 상황에서 민간자본으로 대체하는 셈이다. 

이후 급속한 산업화가 진행되고 일자리를 찾아 도시 인구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택지에 대한 수요도 함께 증가하게 된다. 이제는 더 이상 소규모 개발방식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워졌다. 따라서 정부는 1980년대부터 도시 부근에 대규모로 단기간에 택지를 공급할 수단이 필요하게 된다.

경제성장시대에 도시지역의 주택난 해소를 위해 공공부문이 택지개발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택지개발촉진법」이 제정되었다. 또한 주어진 여건에 맞도록 택지를 공급할 수 있는 다양한 제도가 마련되는데 계획적이고 체계적 단지와 시가지 조성을 위한 「도시개발법」, 저소득층의 주거안정과 주거수준을 향상시키고 무주택자의 주택마련을 위한 「공공주택건설 등에 관한 특별법」 등이 이에 해당 한다. 이 글에서의 공영택지개발사업은 주로 택지개발촉진법에 따라 공공부문이 시행한 택지개발사업을 말한다.

 

개발시대 공영택지개발사업의 실적

 

경제성장과 도시인구의 급증에 따라 개발시대에 정부의 제도적 지원을 바탕으로 공공부문이 주도한 개발사업의 실적을 살펴보자.

「택지개발촉진법」에 따른 택지개발사업으로 1981년부터 2013년까지 총 765,797건의 사업지구를 지정하여 총 면적 977.4㎢, 연평균 29.6㎢의 택지가 공급되었다. 택지개발사업의 주된 시행자는 한국토지주택공사이며, 사업지역은 택지에 대한 수요가 많은 수도권이 주를 이룬다.

「도시개발법」에 따른 도시개발사업으로 2012년 말까지 총 332 사업지구, 총 면적 121.0㎢가 지정되었고, 이 중 89개 사업지구의 18.2㎢가 완료되었다. 도시 개발은 공공시행자(163지구)와 민간시행자(169지구)가 비슷한 비율로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난다.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에 따른 도시재개발사업으로 1973년부터 2012년까지 총 면적 74.5㎢(1,187지구), 연평균 1.9㎢가 실행되었다. 2008년 25만호 건설을 위해 사상 최대로 231개의 구역을 지정하였으며, 2012년 25개 구역에 1,986,481㎡ 면적에서 사업이 시행되었다.

 

한편 공영택지개발사업은 빠른 시일에 대규모 도시용지를 공급하는 데 크게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2기 신도시의 택지가 공급되기 전인 2013년까지 지난 30년간 한국에서 증가한 대지의 38.2%가 택지개발사업을 통해 공급된 것으 로 추정된다.

 

개발시대 공영택지개발사업의 성과

 

공영택지개발사업의 성과를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도시지역의 주택난 해소와 국민 주거안정 기반 마련(대량개발), 효율적 개발이익환수(전면매수방식), 기반시설 확충 등 국민 주거환경 개선(개발이익의 재투자), 적가(適價)의 택지공급(가격통제), 규모의 경제실현(중앙정부 공급) 등으로 정리할 수 있다.

 

(1) 주택난 해소와 국민 주거안정 기반 마련 : 대량개발의 성과 개발시대

도시화에 따른 인구 집중과 주택에 대한 수요 급증으로 주택난이 심각한 상황에서 대도시 주변에 대규모 택지를 단기적으로 공급하는 성과를 보였다. 주택 수 증가와 이에 따른 주택난을 해소하였으며, 인구 1천 명당 주택 수를 보면 2000년 248.7호에서 2005년 330.4호, 2010년 363.8호로 증가하고 있다.

 

(2) 효율적 개발이익 환수 : 전면매수방식의 성과

공공부문이 사업을 주도하는 공영개발방식은 택지개발사업에 따른 개발이익을 공공부문으로 흡수할 수 있다. 다시 말해 보상갈등문제를 원만하게 해소할 수 있다면 전면매수방식은 개발 사업을 가장 효율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방식이다. 이렇게 조성한 택지로 일반인이나 주택건설업체 등 실수요자에게 공급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였다.

 

(3) 기반시설확충 등 국민 주거환경 개선 : 개발이익의 재투자 성과

개발에 따른 이익을 공공이 환수하여 기반시설 등에 투자함으로써 간선교통망 시설 등을 확충하거나 낙후된 지역의 개발 사업에 재투자할 수 있는 바탕을 마련 하였다. 택지개발사업을 통해 도로 등 기반시설을 완비한 계획적 신시가지를 조성할 수 있었다. 도시개발을 체계화하여 환경친화적이고 쾌적한 택지조성을 통 해 저밀도의 쾌적한 도시환경 계획 등으로 국민생활의 질 향상에 기여하였다.

 

(4) 적가(適價)의 택지공급 : 가격통제의 성과

공영개발에 따른 택지공급가격체계는 크게 무상공급, 조성원가 이하 공급, 감정 가격 공급, 경쟁가격 공급 등으로 분류할 수 있다. 여기서 무상공급과 조성원가 이하로 공급하는 토지에서 발생하는 손실 부분은 감정가격이나 경쟁가격의 이익으로 충당하는 구조이다. 또한 개발 사업에서 공공시설 설치를 위해 발생하는 비용은 사회적으로 수익을 향유하는 자가 해당 설치비용을 분담한다. 가격통제로 저렴한 택지가 다량 공급되면서 개발시대 주택보급에 크게 기여하는 성과를 거두었다. 더불어 저소득층을 위한 임대주택 등을 공급할 수 있는 재원을 용이하게 마련할 수 있었다. 또한 공급가격통제에 따른 토지공급으로 일정 부분 부동산시 장의 안정화와 개발이익의 사회적 환수장치로서 역할도 수행하였다. 택지가격의 통제로 무주택 저소득층의 주거생활 안정을 위한 소형 분양주택용지와 임대주택 용지를 조성원가의 60~100% 수준으로 공급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저렴한 가격 으로 택지를 개발, 공급한다는 정책목표를 상당 수준 달성한 것으로 보인다. 이와 같은 성과는 공영택지개발사업이 교차보조(cross subsidy)를 전제하기 때문에 가능한 구조이다.

 

(5) 규모의 경제 실현: 중앙정부에 의한 공급의 성과

개발시대의 택지공급시스템에서 민간사업자는 자본과 인력 등의 부족으로 대규모 택지개발을 통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기 어렵다. 즉 중앙정부에 의한 공급은 교차보조에 따른 지속적 택지개발사업, 전면매수방식에 따른 수용권 문제, 가격 통제에 따른 관리가격체제 등을 가능하도록 하였다.

 

개발시대 공영택지개발사업의 한계

 

이러한 성과에도 불구하고 개발시대 공영택지 개발 사업은 공급주체, 공급계획, 개발방식의 측면에서 여러 한계를 드러냈다. 먼저 공급주체 측면에서 중앙중심의 택지개발 추진, 공공사업자의 택지개발 재원 부족, 택지개발사업과 도시개발사업의 차별성 약화 등을 들 수 있다. 둘째, 공급계획 측면에서 수요와 연계되지 않은 중장기 택지수급계획, 도시기본계획 승인과 협의 업무 처리, 부적정한 택지개발사업 지표 적용, 택지개발사업 수요 예측의 부적정성 등이 한계점으로 나타났다. 셋째, 개발방식 측면으로 전면수용방 식은 단위면적당 보상단가를 지속적으로 상승시켜 개발사업의 추진을 어렵게 하였으며, 주민참여 등 미래지향적 계획기법과 상충된다. 반면 환지방식은 절차상 의 복잡성 등으로 계획의 장기화와 개발이익이 토지소유자에 전유되는 문제점을 드러냈다. 

즉 개발시대에 이루어진 택지공급체계는 공급자 중심의 대량개발방식(도시 연담 화, 적지(敵地)공급 미흡), 전면매수방식(초기사업비 부담, 수요의 불확실성), 가격 통제(공시지가 현실화로 인한 조성원가 상승으로 개발이익 감소), 중앙정부에 의한 하향식 공급(수요 적시 반영 미흡, 지방정부 기능 제약)이 그 한계로 지적된다.

 

개발시대를 넘어선 포스트 개발시대의 환경

 

21세기에 들어서면서 인구와 가구 구조, 경제 상황, 사회문화 환경 등이 변화하 면서 택지와 관련한 개발여건도 변화하였다. 개발시대 이후 택지개발사업 여건 변화를 살펴본다.

먼저 인구와 가구 구조의 변화이다. 인구와 가구 수는 증가하고 있으나, 그 증가 속도는 둔화되고 있으며, 특히 1~2인 가구와 고령가구 비중이 급속도로 증가하 고, 주택보급률 역시 꾸준히 증가할 것이다. 경제구조는 경제성장률 둔화에 따른 저성장 지속과 국민소득 수준 향상에 따른 주택에 대한 수요의 고급화, 다양화, 베이비부머의 은퇴로 기존 거주주택 처분 및 도시외곽 이주로 인한 도심 주택 잔류, 소득 불균등 심화 등이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사회문화적 구조는 도시의 외연적 확산 한계와 경제 및 인구증가율 둔화 등으로 도시화율은 정체되고, 도심 선호의 증가로 주거지 재생사업 확대와 다양한 주택형태 요구 및 안전과 환경에 대한 관심이 증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개발여건의 변화에 따라 이전의 공급자 중심의 대량개발, 중앙정부에 의한 하향식 공급, 전면매수방식, 가격통제 등 기존 공영택지개발방식에 따른 대규모 택지공급방식은 더이상 지속가능하지 않는 시스템으로 작동될 것이다.

이에 따라 향후 택지공급체계는 인구와 가구 구조, 경제 상황, 사회문화적 환경 변화에 따라 대량 공급에서 적지(適地) 개발로, 중앙정부 주도에서 지방정부 주 도로, 단기 공급에서 계획적 공급으로, 전면수용방식에서 다양한 개발방식으로 변화할 것이다. 이러한 개발환경을 둘러싼 사회경제적 여건 변화에 주목하여 기존 개발시대의 택지공급체계를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의미로 ‘포스트 개발시대’ 라는 개념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 

 

포스트 개발시대의 공영택지개발사업의 방향

 

공공부문이 주도한 공영택지개발사업은 짧은 기간에 대규모로 도시용지를 공급 하는데 크게 기여하였으나 인구와 가구 구조의 변화, 경제 및 사회문화적 여건 변화로 택지공급체계가 대량공급에서 적지(敵地) 개발로, 중앙정부 주도에서 지방정부 주도로, 단기 공급 중심에서 계획적 공급으로, 전면수용방식에서 다양한 개발방식으로 변환될 것이다.

개발환경의 변화에 주목하여 개발시대의 택지공급체계를 극복할 수 있는 ‘포스트 개발시대’에 부합하는 택지공급체계를 정립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의 역할 재정립, 계획중심의 택지개발 추진, 공급방식의 다양성 제고 등이 전제되어야 한다.

더불어 현행 공급자 중심의 대량개발, 가격통제 등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택지개발사업과 도시계획 간의 연계성과 정합성을 확보해야 하며, 다양한 협력적 개발방식의 도입, 지방정부의 역할 강화 방안 모색 등 신개발과 관련한 제도 운영에 있어서 공공성을 확보해야 한다.

 

 

 

 

 

 

 

글. 이형찬 Lee, Hyungchan 국토연구원 주택토지연구본부 연구위원

이형찬 국토연구원 주택토지연구본부 연구위원

고려대학교에서 경제학을 공부했으며, 건국대학교 부동산학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영국 the University of Sheffield에서 Visiting Researcher로 있었다. 국토연구원에서 근무하면서 건설경제, 도시경제, 토지정책, 부동산산업, 부동산소비자 보호 분야의 연구를 수행하면서 토지정책연구센터장을 지냈다. 요즘 은 택지개발, 개발이익과 계획이익의 공유, 부동산 분배구조, 공 시가격 등에 관심을 가지고 있으며 관련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국토교통부 규제심사위원회, 한국감정원 부동산네트워크인증 심의위원회 등의 위원으로 활동하였으며, 지금은 LH공사 경영 투자심사위원회, 기획재정부 기금부담금운영평가위원회 위원 으로 활동하고 있다.

hchanlee@krihs.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