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厦門(샤먼)여행기’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하포에서 2020.1

2023. 1. 9. 09:06아티클 | Article/포토에세이 | Photo Essay

‘Travel Log on Xiamen in China’,  At Hapo where past and present coexist

 

상해 공항에서 고속열차로 6시간 이상을 달려 도착하면 중국 고유의 물색을 만난다. 수많은 자동차가 오가는 가운데 한 무리의 염소 떼가 오토바이에 탄 주인을 따라 일사분란하게 달려가는 시내 번화가의 광경이 신기하다. 중국이 아니면 볼 수 없는 광경이리라. 마치 60년대 우리나라의 작은 도시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이 든다.
중국 남서단의 복건성 본토 해안에 위치한 샤먼.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한 지명(地名)이다. 동지나해와 남지나해가 만나는 곳으로 지도 상 바다 건너편에 위치해 있다. 대만과 마주한 조그마한 어촌에 불과하지만 동시에 도처에 널려있는 아름다운 풍광이 어린 시절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묘한 향수를 자극하는 곳이기도 하다. 우리나라 사람들에게는 ‘하포’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으나 실제로는 샤먼시를 포함한 방대한 지역에 걸쳐있는 해안마을 전체를 통칭하는 듯하다. 작은 선박들이 수로를 왕래하는 모습을 보면 이탈리아 베니스가 연상되기도 한다. 이번 호에서는 샤먼을 중심으로 펼쳐진 아름다운 풍광과 현재의 경계에서 살고 있는 듯한 그들의 소박한 삶의 현장을 소개하고자 한다.

 

양가계의 목부
양가계(楊家溪)는 복건성 하포현 아성진에서 태모산 서쪽에 위치한 곳으로, 마을 뒤쪽에 천년이 넘는 용수의 군락이 있어 많은 사진가들이 찾는 세계적 명소다. 내리쬐는 햇살 아래 목부의 미소가 한 폭의 그림처럼 인상적이다.

 

 

수로가 있는 마을
하포의 마을들은 해안과 접해있는 곳들이 많아서 일상생활이 운하와 밀접한 상관관계를 이루고 있다. 그곳에는 운하를 중심으로 발달한 주거용 건축물들이 즐비한데, 그 안으로는 일상생활은 물론 다양한 생활이 가능한 보조적인 기능이 두루 갖춰져 있어서 주민들은 전혀 불편함을 모르는 듯이 유유자적한 표정으로 우리를 대한다.

 

 

샤포의 어촌일상
대규모 새우양식장이 자리 잡고 있는 샤포마을은 동그란 그물 양식장이 그림처럼 아름다운 곳이다. 이런 풍경을 어부들이 의도적으로 만들지는 않았으리라. 본디 디자인이라 함은 다분한 의도와 합목적성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삶의 한 방편으로 만들어졌던 양식장의 아름다움도 의도해서 만든 것이라고 짐작되지는 않는다. 그러나 바다 위에 떠있는 양식장은 아름다운 풍광을 연출하고 있다. 양식장 사이사이로 한가로이 노를 저으면서 작업을 하고 있는 어부의 노랫소리가 여유롭게 내 귓전을 울린다.

 

 

서강마을의 일몰(日沒)
서강마을 역시 하포의 대표적인 김 양식장이 있는 곳이다. 양식장의 규모와 조성방식에서 대륙적 기질을 엿볼 수 있다. 전신주 굵기의 대나무들을 엄청나게 사용해서 갯벌 위에 조성한 김 양식장은 면적이나 수량으로 볼 때 입이 다물어지지 않을 정도다. 오랫동안 16억 중국인의 해산물 공급처로 자부할 만하다. 서강마을로 이어지는 갯벌의 S자형 수로가 황금빛으로 물들면 황금수로를 통해서 작업 배들이 속속 귀항을 한다.

 

 

양식장의 여명
하늘이 붉게 물들기 시작하면서 바다의 하루도 시작된다. 양식장으로 향하는 배들이 분주히 움직이고 잠자던 바다가 깨어난다. 질서정연하게 열 지어 있는 굵은 대나무들 사이에서 어민들이 김 채취를 하는데 그 광경은 힘든 어로작업의 고달픔보다는 감미롭고 낭만적으로 다가온다. 시시각각으로 변하는 하늘빛과 바다색 때문이리라.

 

 

하포 양식장의 일출
필자는 수없이 많은 일출을 촬영했지만 세계 어디서나 아침 해를 보면 가슴이 두근거린다. 양식장 위로 떠오른 황금빛 바닷가에서 맞는 하포의 일출은 우리나라에서 보는 일출과는 다른 설렘으로 다가온다. 동시에 우리나라 동해안에서 맞는 아침 해의 빛깔과 광경이 더 아름답다는 생각이 스치는데, 아마 하포가 이국땅이라서 그럴 것이라고 짐작된다.

 

 

칠도의 새벽출어
칠도 해변에 있는 어로의 구조가 특이하다. 수많은 모래톱들 덕분에 밀물 때면 모래톱 사이로 바닷물이 유입되면서 물고기들이 들어오고 썰물이 되면 물이 빠져나가면서 물고기들이 남는다. 조금은 원시적인 어로를 보면 그들의 일상이 아직 과거에 머물러 있다는 생각이 들어 생경한 느낌이 든다. 주어진 삶을 불평 없이 만족해하면서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는 그들에게 경의감이 생긴다.
어부 한사람이 다가와 여유롭게 담배연기를 뿜으며 필자에게 이야기를 건넨다. 산업화로 인한 개발 때문에 칠도의 모래톱이 얼마 안 가 사라지고 그곳에 교량이 설치될 것이란다. 무심한 말투였지만 그의 말에서 소중한 무언가를 잃게 된다는 암담함을 읽을 수 있었다.

 

 

칠도의 어부
칠도 해변에서 그리 멀지않은 이름 모를 조그만 어촌마을. 호수에서 한가로이 물고기를 잡으며 하루를 시작하는 부부의 일상이 아름답기 그지없다. 호수의 수초 위에 무리지어 떠 있는 왜가리들은 열심히 고기를 잡아서 배를 채우고 하늘로 날아오르기도 하면서 평화롭게 자연과 일체가 된다. 필자의 눈에는 평화로운 이 광경이, 매일 일상에서 경험하는 저 부부에게는 매일 어떻게 다가올지 사뭇 궁금해진다.

 

수상마을의 전경
어느 이름 모를 포구를 지나다가 신기한 전경에 이끌려 차를 멈췄다. 부력식 수상주택들이 바다 위에 섬처럼 빼곡하게 늘어서 있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각 집마다 양식장 한켠에 주거의 흔적이 있다. 내가 건축을 하는 사람이라 그런지 무척 눈길이 간다. 수백 호에 달하는 주택들이 닥지닥지 붙어있는 모습에 그들의 생활상이 궁금해진다. 식수처리, 위생처리, 화재안전 등 걱정거리가 뇌리를 스치지만 그들은 평온한 삶을 영위하고 있는 듯하다. 먼 곳으로 보이는 육지의 공장 굴뚝에서 뿜어져 나오는 연기는 현대화를 부르짖고 있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共存)하는 하포의 진면목은 과연 무엇일까.

 

 

 

 

 

 

 

 

글. 김기성 Kim, Kisung 예가 건축사사무소 · 사진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