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태가 된 정보 2020.4

2023. 1. 12. 09:05아티클 | Article/디자인스토리 | Design Story

코로나19 바이러스의 대유행으로 인해 신문이나 인터넷에서 굉장히 많이 등장하는 이미지가 있다. 바로 코로나19 바이러스의 확산 현황을 보여주는 지도, 또는 그래프 같은 인포그래픽이다. 이 인포그래픽은 구구절절한 여러 말 필요 없이 간략한 그림으로 확산이 많이 된 지역, 그리고 확산의 양적 크기를 한 눈에 보여준다는 점에서 대단히 효과적인 정보 전달 기술이다. 인포그래픽은 대단히 현대적인 그림 언어 체계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역사는 매우 길어서 17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근대를 연 대표적인 철학자 가운데 한 사람인 데카르트가 가로 세로의 선으로 좌표를 만들면서 인포그래픽이 탄생했다. 

 

세계 인구 증가 그래프, 디자인: 데이터로본우리세계(OurWorldInData)


수평선의 x축과 수직선의 y축을 가로지르게 한 이 좌표는 정보를 대단히 입체적으로 조직화할 수 있게 했다. 시간의 흐름에 따라 특정한 범주의 정보 변화를 아주 쉽게 파악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예를 들면 데이터로본우리세계(OurWorldInData)가 만든, 1750년부터 2100년 사이의 인구 변화를 표현한 그래프를 보자. 1800년대까지만 해도 전세계 인구는 10억 명이 되지 않았다. 20세기 진입했을 때까지도 16억 명 정도다. 20세기부터 그야말로 기하급수적으로 인구 폭발 현상이 일어나 100년 만에 60억 명에 이른다. 이때 그 양의 변화는 가파른 곡선으로 표현된다. 또한 인구증가율도 함께 보여주는데, 1960-70대에 정점을 이룬 뒤 가파르게 떨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인구증가율이 떨어지면서 2060년대부터 인구 증가 곡선(실제가 아닌 예상)은 완만해지고 있다. 

아라비아 숫자로 그 변화를 읽는 것보다 이처럼 시각적인 선의 형태로 변화를 볼 때 정보는 손으로 잡을 수 있는 물리적인 사물처럼 구체적으로 다가온다. 왜냐하면 숫자는 어떤 대상을 지시하는 추상적인 기호인 반면, 그래프는 형태를 갖춤으로써 기호라기보다 기호가 지시하는 대상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물론 인포그래프도 기호이긴 마찬가지지만 말이다. 말하자면 어떤 지역이 시간의 흐름에 따라 물리적인 변화를 일으키는 현상을 동영상으로 찍어서 빠르게 보여주는 것과 비슷하다고나 할까. 그런 효과로 인해 인포그래픽은 사람들로 하여금 복잡하고 추상적인 정보를 마치 그 대상을 직접 눈으로 보고 다 알아버린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아메리카 지도, 디자인: 디에고 구티에레즈, 1562년
남아메리카 지도 부분의 확대 이미지
2월 27일자 COVID 19 확진자 현황, 디자인: 스타티스타(statista)
3월 16일자 COVID 19 확진자 현황, 디자인: 스타티스타(statista)
COVID 19 확진자 현황, 디자인: 존스홉킨스대학



세상을 좀 더 쉽게 파악할 수 있게 하는 힘은 인포그래픽의 몇 가지 특성에 따른다. 첫 번째는 위에서 이미 언급한 것처럼 추상적인 정보에 형태를 만들어주었기 때문이다. 두 번째는 환원주의다. 즉 현실을 모두 다 담은 것이 아니라 축약해서, 편집해서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세상에서 일어난 현상을 정보화한 것은 그것이 무엇이든지 압축한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정확한 지도는 1대1 지도라는 말이 있다. 그런 지도는 만들 수도 없을 뿐만 아니라 의미도 없다. 다시 말해 정보는 가려서 선별할 수밖에 없고, 그 과정에서 정보를 만든 이의 의도가 들어간다.

1562년, 스페인의 지도 제작자인 디에고 구티에레즈가 그린 남아메리카 지도를 보자. 이 지도를 확대해보면, 아메리카 대륙 원주민을 식인종으로 묘사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당시 원주민들의 식인 행위가 일부 있었지만, 그것은 유럽인이 생각하는 것과 전혀 다른 차원이다. 하지만 이 지도를 본 사람들은 아메리카 원주민은 곧 식인종이라는 등식을 자신의 머릿속에 각인시킬 것이다. 그것은 지도 제작자의 의도일 뿐이다. 인포그래픽은 이처럼 정보를 편집함으로써 어떤 목적에 부응한다. 

세 번째는 상호관계를 밝히는 것이다. 정보란 맥락 속에 있을 때, 서로 비교할 대상이 있을 때 그 성질을 드러낸다. 예를 들어 특정 국가의 감염 확진자 수가 1천 명이라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숫자가 많은가? 적은가? 그것은 다른 나라 확진자 수와 비교했을 때 비로소 그 양의 질적인 문제가 드러난다. 이때 주로 세계 지도와 색채를 이용하게 된다. 스타티스타(statista)가 디자인한 코로나19 확진자 현황 지도를 보자. 이 지도에서 색채는 양을 표현한다. 1백50명에서 1천 명 사이의 확진자 국가는 주황색으로 표현된다. 1만 명 이상이면 가장 짙은 색이 된다. 이렇게 색상으로 그 수의 성질을 가늠할 수 있다. 2월 27일 집계(그림 4)에서는 중국을 제외하면 전세계가 전반적으로 엷은 색이지만, 3월 16일 집계(그림 5)에서는 더 많은 지역이 짙게 변했다. 이로써 확산 속도나 확산 지역의 확대와 같은 정보를 종합적으로 한눈에 볼 수 있다. 정보가 연관되지 않으면 막연하다. 인포그래픽은 독립된 정보들을 연결시켜 관계를 보여주고, 정보에 성격을 부여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인포그래픽을 만든 사람들의 의도와 관계 없이 이 지도를 보면 어떤 이미지가 형성된다. 왜냐하면 색채와 국가가 연결됨으로써 그 국가에 어떤 감정이 생기는 것이다. 일단 짙은 색은 주목도를 높인다. 이 지도를 보면 누구나 중국에 집중하게 된다. 이 지도에서 확진자 수가 많다는 건 결코 자랑할 만한 일이 아니다. 따라서 이 지도는 특정 국가에 대한 원망이나 부정적인 감정을 부추길 수 있다. 마치 특정 신문이 ‘코로나19 바이러스’라고 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우한 폐렴’이라고 말하는 것과 비슷한 효과를 낳는다. 

반면에 존스홉킨스대학이 만든 인포그래픽은 국가를 표시하긴 하지만 국가별로 별도의 색을 부여하는 것이 아니라 확진자가 많은 지역을 붉은색 원의 크기로 표현했다. 이런 인포그래픽에서는 특정 국가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덜 생길 것이다. 또한 바이러스 유행을 세계적인 현상으로 인식하도록 돕는다.    

인포그래픽은 그 제작자의 의도에 따라 사람들로 하여금 기쁨과 슬픔, 원망과 분노의 감정을 일으키는 강력한 도구가 될 수도 있다. 의도하지 않더라도 특정한 이미지가 만들어지기도 한다. 인포그래픽은 추상적인 정보에 형태를 부여해 조직화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정보의 조직화는 새로운 정보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글. 김신 Kim, Shin 디자인 칼럼니스트

 

김신 디자인 칼럼니스트

 

홍익대학교 예술학과를 졸업하고 1994년부터 2011년까 지 월간 <디자인>에서 기자와 편집장을 지냈다. 대림미술관 부관장을 지냈으며, 2014년부터 디자인 칼럼니스트로 여러 미디어에 디자인 글을 기고하고 디자인 강의를 하고 있다. 저서로 <고마워 디자인>, <당신이 앉은 그 의자의 비밀>, <쇼핑 소년의 탄생>이 있다.

 

 

 

kshin2011@gmail.c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