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과 삶‘보석 박힌 암석’으로 표현한 ‘가치’_ 문지영 인테리어 팀장

2023. 1. 12. 09:22아티클 | Article/인터뷰 | Interview

Architecture and Life
'Value' expressed as 'jewel-studded rock'

건축주 한화갤러리아 측 담당자 문지영 인테리어팀 팀장

광교중앙역을 걷다보면 암석을 닮은 거대한 건물이 눈길을 끈다. 밤에 보면 울퉁불퉁한 유리창들이 보석처럼 반짝거린다. 지난 3월 2일 문을 연 한화갤러리아 광교점(이하, 갤러리아 광교)은 네덜란드 OMA, (주)간삼건축종합건축사사무소의 설계를 기반으로 지어진, 건축면적 7만 제곱미터, 지하 7층, 지상 12층 규모의 백화점이다.
갤러리아 광교는 개점 전부터 맘 카페를 비롯한 지역주민들과 유통업계에서 이슈가 됐다. 시공 전에 공개된 투시도를 두고 건축 디자인에 대해 찬반 여론도 활발했다. 건축이 공개된 후에는 보는 이들마다 멈춰 서서 사진을 찍는 명소가 됐다. 장소를 배경에 두고 자기 자신을 찍는 것과 다르게 이곳에서는 건축이 꽉 담긴 사진을 찍는다. 압도적인 규모도 규모지만 아마 ‘특별한 디자인’이 그 이유일 것이다. 

 

한화갤러리아 광교점 전경


마케팅 아닌 ‘가치’에 초점 맞추니 ‘건축’이 달라졌다

국내에서는 백화점을 짓는다고 하면 대개 창이 없는 박스 공간 디자인으로 설계하는 것이 보통이다. 상업공간이라 마케팅 요소를 우선시하다보면 ‘건축’이나 ‘디자인’은 아무래도 순위가 밀리게 마련이다. 그래서 갤러리아 광교의 건축적 의미는 특별하다. 건축주(주.한화갤러리아) 측은 그들이 고객들에 제공하고 싶었던 것을 한 단어로 ‘가치’라 말한다. 
“과거 백화점들은 비싼 물건을 어떻게 전시해서 잘 파느냐가 목표였습니다. 외부와 다른 내부 공간을 구성하기 위해서는 빛과 시간이 단절된 창 없는 건축 구조를 취하는 것이 당연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시대가 변했습니다. 온라인 쇼핑이 활성화되면서 백화점과 같은 오프라인 유통채널에도 변화가 필요합니다. 온라인이 줄 수 없는, 오프라인에서만 느낄 수 있는 문화, 예술, 취향 등의 경험을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중에서도 타 오프라인이 따라할 수 없는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 저희의 미래 전략입니다.”
(주)한화갤러리아 측 담당자 문지영 인테리어팀장의 설명이다. 그의 말에 따르면 갤러리아 광교는 ‘가치를 느낄 수 있는 액티비티 체험 공간’을 목표로 기획됐다. 이러한 의도는 기존에 답습해오던 설계, 건축 재료, 건축 과정을 비롯해 완성된 건축물까지 많은 것들을 바꿔 놓았다. 그 이면에는 도시개발 장기플랜 프로젝트가 있었다. 5년 전 정부는 광교에 도시개발을 진행하는 과정 중 하나로 지역 액티비티 시설 설계 프로젝트를 실시하기 위해 개발 사업자를 공모했다. 백화점, 주상복합, 호텔 세 분야 중에서 백화점 사업주체로는 (주)한화갤러리아가 당선됐다. 정부와 (주)한화갤러리아 측은 해당 부지가 산과 호수를 아우르는 중심지임을 고려해 ‘자연과 도시의 만남’을 주제로 건축의 콘셉트를 정했다. OMA에서는 이를 보석이 반짝이는 광산의 단면 디자인으로 표현했다.

 

8~9F skybridge © 홍성준


“무수한 경우의 수를 다 계산했다”

초기 설계도를 그대로 구현하기 위한 작업은 그야말로 무수한 고민과 소통, 협의의 과정이었다. 지층과 암석을 연출하기 위해 건축에 소요된 화강석은 약 12만 5천장. 하나하나 넘버링을 해서 위치에 맞게 붙였다. 화강석 종류도 한두 개가 아니라 무려 열두 개였다. “화강석 종류가 많다는 것을 이때 처음 알았다”고 문지영 팀장은 농담처럼 말한다. 실제로 국내 기후와 시공 작업, 유지 관리에 맞는 석종을 선택해야 했기에 따질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고 한다. 
보석처럼 보이는 것은 건물 외벽을 따라 전 층을 연결하는 돌출형 유리 통로 ‘루프 커튼월’인데, 이는 1,654개의 각기 다른 비정형 삼각형 유리를 짜 맞춰서 시공한 것이다. 다양한 빛의 스펙트럼이 매장 내부로 쏟아지고, 내부에서는 바깥 풍경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밤에는 이 부분에서 빛이 난다. 경관 조명은 의견이 엇갈렸지만 결국 따로 설치하지 않았다. 실내의 자연스런 빛과 사람들의 움직임을 살리기 위함이었다. 업계를 아는 사람들은 이러한 시도들이 단기적 수익만 고려했더라면 결코 적용할 수 없는 작업이었다고 입을 모은다.
CA를 수행한 (주)간삼건축 종합건축사사무소 오지승 설계팀 수석은 그 간의 고충을 “무수한 경우의 수를 다 계산했습니다”라는 말로 대신했다. “루프 커튼월 시공 전에 비나 눈, 낙하물이 있으면 어떻게 변형될지, 청소는 어떻게 하고 유지는 어떻게 할지, 열선을 심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생각하면서 각각의 장단점을 분석했습니다.”
오 수석은 해외 디자이너와 소통하면서 의견을 조율하는 과정도 “충돌이 엄청났다”고 전했다. “국내는 고객 중심의 상업건물이 설계자의 나라에서는 작품이자 크리에이티브입니다. 때문에 필연적인 기능성을 요구하는 건축주와 작가 간에 상충되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양측은 자주 홍콩에서 만났다. 그리고 치열하게 해결책을 찾아나갔다. 
직접 건물을 보면 이들의 고충이 어떠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외부, 내부 모두 디테일을 풀기 어려운 디자인으로 설계돼 있다. 설계·디자인이 모두 다른 다섯 개 백화점을 운영하는 건축주 측에서 이를 예상 못했던 바는 아니었을 터. 작가주의 성향이 강한 해외 건축사와 손을 잡은 이유가 무엇일까. 이 대목에서 문지영 팀장은 다시 ‘가치’를 끄집어냈다.
“새로운 가치, 우리만의 아이덴티티를 추구하다보니 그들과의 협업은 당연한 선택이었습니다. 외장재는 한정돼 있으니 그것을 가지고 어떻게 풀어내느냐에 따라 창의성이 갈리거든요. 그들과 작업을 할 때마다 ‘그림 한 장을 건축화시키고 있구나’ 느꼈습니다.” 

 

1F Central space(forest of light) © 홍성준


코로나19 변수 발생, 그럼에도 불구하고

갤러리아 광교는 4년 간 건축주, 설계 및 감리자, 시공사, 설계팀 등 다양한 전문가들의 노력으로 만들어진 결실이다. 개관 후에는 유리창을 통해 전 층으로 빛이 들어오는 첫 번째 백화점이란 타이틀도 얻었다. 안타깝게도, 동시에 코로나19라는 악재를 맞았다. 하지만 그러한 상황에서도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발밑부터 천장까지 유리로 된 공간에서 광교 도심과 호수공원을 조망하는가 하면, 루프에 설치된 유명 작가들의 예술작품을 감상하느라 들떠 보인다.
갤러리아 광교 측은 앞으로 단기적인 목표보다는 프리미엄 가치를 꾸준하게 유지하는 장기적 전략으로 백화점을 운영하겠다는 방침이다. “액티비티 체험을 제공하는 백화점이자 지역과 주민의 교차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 놓겠습니다.”
“건축이나 내부 인테리어 등에 있어서 그 동안 많은 해외 기업들과 작업을 해왔습니다. 물론 신진 디자이너들과도 여러 번 작업했습니다. 웨스트점의 경우, 내부 인테리어를 캐나다의 신진 디자이너와 함께 진행했었죠. 건축이 기술과 창작 사이에서 외줄타기를 하며 균형을 잡아야 하는 어려운 작업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앞으로는 국내 건축사들과도 대형 프로젝트들을 함께 하길 소망합니다.”

 

 

 


글 이유리 기자 · 사진 장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