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의적인 벽돌 건축물 기대… 많은 참여 부탁드립니다”_조백일 대표 2020.6

2023. 1. 16. 09:19아티클 | Article/인터뷰 | Interview

“Look forward to creative brick buildings… So please come watch" 

 

(주)공간세라믹이 주최하는 공모전 ‘제1회 공간세라믹(점토벽돌) 건축상’이 지난 4월 1일 시작됐다. 총 상금 1억 원이 걸린 이 공모전에는 건축법 22조에 따라 올해 4월 1일부터 2021년 3월 31일 사이에 준공된 점토건축 활용 건축물이라면 공간세라믹 홈페이지를 통해 응모가 가능하다. 민간기업에서 개최하는 건축상 공모전이 드문 상황에서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벽돌 건축물을 다룬다고 한다. 수천 년 간 이어져온 오래된 친환경 건축 재료지만 과거에 비해 수요가 많이 줄어든 벽돌. 공모전을 개최된 계기가 무엇일까. 5월 13일 공간세라믹 본사에서 공모전 주최자 조백일 공간세라믹 대표를 만났다.

“좋은 벽돌 건축물 육성…선도적 역할 필요”

“벽돌은 건축의 기본 소재이자 뿌리 산업입니다. 잠깐 사용량이 늘 때도 있었지만 갈수록 줄어들고 있는 추세입니다. 공장도 100여 개에서 30개까지 줄어든 상황입니다. 한국에선 몽블랑 점토벽돌을 저희 회사가 최초로 만들었고 과거에는 일본에 수출하기도 했었는데, 아쉬웠습니다. 원인을 분석해 보니 벽돌로 지은 좋은 건축물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많은 건축사분들께서 벽돌을 이용해 건축적 역량을 쏟아주신다면 좋은 벽돌 건축물들이 많아지지 않을까요? 공모전이 그 해답이었습니다.” 

 

조백일 대표가 공간세라믹에서 개발한 ‘음악으로 빚은 벽돌’에 대해 설명하며 환하게 웃고 있다.



공모전을 기획하고 마무리를 짓기까지 공모전 운영에는 에너지와 재정 등 소모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이익을 생각해야 하는 민간기업에서 선뜻 나서 공모전을 개최하기 어려운 이유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공간세라믹의 이번 공모전은 개최 소식 자체만으로도 의미가 있다. 조백일 대표는 민간기업일지라도 벽돌 업계, 나아가 지역사회와 건축계 등 여러 공동체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고 한다. 저소득층의 주택 문제 해소, 역량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은 신진 건축사 발굴 등에도 관심이 많아 이번 건축상의 30% 이상을 그에 관한 작품에 할당했다.

공모전 개최를 결정한 후에는 많은 건축사들이 참여해야 좋은 작품이 나올 수 있다는 생각에 여러 매체에 기사를 싣는 등 홍보에 관심을 기울였다. 조 대표는 이번 공모전이 우수한 벽돌 건축물과 신진 건축사를 양성하는 효과와 더불어 다양한 건축상들의 부흥을 유도하는 선구적인 역할을 하길 바라고 있다.

“기업이나 단체에서는 ‘돈이 든다’고 하면 협조를 잘 안 해주는 분위기입니다. 뭔가 하려고 하면 설득하는 데에만 시간이 걸립니다. 예전에 ‘벽돌집의 비밀’이라는 다큐멘터리에 저희 회사를 포함해 여러 업체에서 제작비를 협찬한 적이 있는데, 그때 많이 배웠습니다. 누가 먼저 선구자적 역할을 해야 하고, 이후에도 성과가 좋아야 사람들이 따라온다, 그것이 사회적 구조 같습니다. 이번 공모전을 통해 좋은 벽돌 작품들이 많이 건축되고 세상에 알려지게 된다면 좋은 건축사분들 또한 많이 홍보될 겁니다. 공모전의 위상이나 참여율 또한 높아지지 않을까 기대합니다.”

공모전의 권위를 결정하는 데 큰 역할을 하는 것은 심사의 ‘공정성’이다. 업계 관계자들이 ‘그 작품이 받을 만 했어’하고 고개를 끄덕일 만큼 투명하고 공정한 심사를 해야 정석이다. 

“다른 공모전의 심사위원분들은 어느 단체라는 소속에 얽매인 분들이 많지만 우리는 오직 작품성을 위주로 평가할 수 있는 분들로 심사위를 꾸리고자 합니다. 이미 대한건축사협회에 그런 부분으로 잘 심사해줄 분들에 대해 추천을 의뢰한 상태입니다. 심사는 공정하고 확실하게 할 겁니다. 민간기업의 건축상일지라도 프리츠커상과 같은 공모전이 될 수 있도록 좋은 작품을 배출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자 합니다. 추후 상금을 늘린다거나 세계 건축사들까지로 참여를 확대하는 방안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13일 본지와 인터뷰를 진행한 조백일 공간세라믹 대표


건축사와의 협업, 디자인 벽돌 개발……, 
국산 벽돌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벽돌 재료를 알리고 좋은 벽돌 건축물과 신진 건축사를 양성하는 것, 나아가 권위 있는 건축상이 되는 것, 이것이 조 대표가 기대하는 미래다. 좋은 취지지만, 그에 앞서 벽돌 산업에 대한 현실적인 고민을 되짚어야 공모전과의 시너지 효과가 클 터. 80년대까지만 해도 많이 사용했던 벽돌이 왜 사양 산업에 접어들게 되었는지, 그리고 왜 일부 건축사들에겐 외면을 받고 있을지 숙제를 풀어야 한다. 흙으로 만든 친환경 재료, 조형을 가장 잘 드러내는 재료라는 벽돌의 장점이 시대가 변했다고 해서 사라진 것은 아닐 테니 말이다. 최근 지어진 벽돌 건축물들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방송에 소개되는 건축물 중에는 벽돌을 디자인 측면에서 활용한 것들이 제법 된다. 건축사들 중에는 본인이 원하는 벽돌 디자인을 따로 생각하는 경우도 있다.

“가장 큰 문제는 가격 경쟁력입니다. 국내에서는 폐자재를 손질하거나 슬라이스 형태로 들어오는 중국산 벽돌과 같은 저가에 비용을 맞추기가 쉽지 않습니다. 중국산 벽돌과의 가격 경쟁도 그렇고, 앞으로 기존 벽돌 제품들로 새로운 것을 창출하기는 쉽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저희 회사는 보강 연결 철물로 구조체를 연동하는 등 여러 시도를 통해 다양한 질감과 사이즈의 벽돌을 개발해왔습니다. 사실 대량 생산에 맞춰진 공장에서는 특화된 벽돌을 만들기가 어렵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20년 전 이미 다품종 소량 방식으로 일본에 다양한 벽돌을 수출한 경험도 있고, 무엇보다 반자동화 시스템으로 공장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에 웬만한 건축사분들의 디자인적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습니다. 뜻이 있는 건축사분들과 협업해서 함께 벽돌을 개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다만 어느 분야나 마찬가지겠지만 수량이 적을 경우 비용은 높아질 수밖에 없습니다. 20~30만 장만 돼도 적당할 텐데, 이보다 적을 땐 높아진 비용을 어떻게 극복할 수 있겠는가, 함께 고민할 일입니다.”

이어 조 대표는 “점토벽돌 수요층이 5층 미만 개인 주택이나 근린생활시설이 건축물의 70~80%라고 알고 있습니다. 저층 건축물엔 헤비하지 않은 보강 철물을 써도 최소 전도 탈락은 없을 테니, 이 또한 가격 경쟁력 면에서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하는 대안을 내놓기도 했다.

 

경기 광주시 ‘이스트밸리 클럽하우스’ 벽돌 제품=오페라 몽블랑
경상북도 영양성당 벽돌 제품=클래식
강원도 동해 주택단지 벽돌 제품=앙코르
단독 주택 벽돌 제품=콘서


벽돌이 즐거워야 사람들이 즐겁다?

인터뷰 내내 조 대표는 벽돌 산업과 건축 업계에 기대하는 건전한 미래를 온화하게 풀어나갔다. 이 모든 것들의 기본인 ‘벽돌’을 대하는 그의 태도 또한 그러했다. 조 대표는 물이나 식물에 좋은 말을 할 때와 나쁜 말을 할 때 그 구조가 달라진다고 믿는 사람이다. 그래서 조 대표의 공장에서는 벽돌 원료를 보관하는 창고에서부터 각 공정이 이뤄지는 실마다 클래식 음악을 들려준다. ‘즐거운 벽돌’로 공간을 짓는다면 그 공간에 머무는 사람들에게까지 그 즐거움이 전달될 것이라고 조 대표는 생각한다.
 
“직원들에게 처음 그런 제안을 했을 때 모두 의아해했습니다. 물을 두 잔 떠놓고 좋은 말 나쁜 말을 들려줬을 때 각각 비교한 사례를 들면서 직원들을 설득했습니다. 두 개의 물을 확대해서 보면 구조가 달라져 있어요. 이렇듯 무엇을 처음 시작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척박한 상황일수록 함께 모여서 뜻을 펼치면 좋은 벽돌 건축물도 나오고, 미래를 위한 원동력도 만들어질 거라 믿습니다. 벽돌은 풍화에 강하고 기능과 형태를 오래도록 유지하는 자연 재료입니다. 유럽의 오래된 건축물들을 보세요. 이런 건축 재료도 드뭅니다. 건축사분들께서 벽돌을 디자인 요소에서 잘 풀어주시고, 또 ‘월간 건축사’에서 여러 과정을 거친 좋은 작품들을 많이 홍보해주신다면 세상의 즐거움 또한 더 커지지 않을까 싶습니다.”

 

 

 

 

조백일 대표 Cho, Baik-il  공간세라믹 대표이사 회장

대담 홍성용 본지 편집국장 · 글 이유리 기자 · 사진 장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