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M, 소규모 건축사사무소에도 잘 맞는다!”_이재환 대표

2023. 1. 17. 09:20아티클 | Article/인터뷰 | Interview

“BIM,  Fits well with small and medium-sized architect offices!”

 

 

코로나19 이후 건축사업계 비대면 작업 등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스마트건설 플랫폼 기술인 BIM(Building Information Modeling, 건설정보모델링) 활성화에 관한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최근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서는 공공분야 BIM 기술의 성숙도를 4단계(레벨1∼4)로 봤을 때, 우리나라의 평가치는 ‘레벨1’ 초보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진단을 냈다. 이미 ‘레벨3’ 수준에 진입한 영국 등 선진국보다 뒤처져 있다는 분석인데, 이는 2D 환경을 기반으로 설계 또는 시공업무에 대해 제한적으로 BIM을 적용하면서, 일정 규모 이상의 설계BIM만 의무화한 수준이기 때문이다.
BIM 트렌드가 ‘기술개발’에서 ‘활용’ 단계로 넘어가는 과정 가운데 건축분야에서의 활성화 방안은 무엇일까. 월간 ‘건축사’가 ‘WBIM(주.더블유빔)’社의 이재환 대표를 만나 BIM의 현장 활용성, 그리고 적용 측면에서의 현실문제 등에 대한 현장 이야기를 들어봤다. 각종 개발사업과 설계파트를 지원하며 BIM전문가로 활동해 온 이재환 대표는 “기획단계부터 BIM을 활용하면 사업 진행 전 과정에서 실시간 검증이 가능하고 동시에 각종 아이디어를 효과적으로 적용할 수 있다”면서도 “활용성을 확보하려면 업계뿐 아니라 발주처, 감독 등도 BIM에 대한 이해도를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6월 18일 오후, WBIM(주.더블유빔)의 이재환 대표(부천대 겸임교수)를 만나 BIM의 현장 활용성, 그리고 적용 측면에서의 현실문제 등에 관한 현장 이야기를 직접 들어봤다. 이재환 대표는 올바른 BIM문화 정착과 BIM의 실무적용을 위해 건축사사무소·발주처·시공사에 다양한 컨설팅 및 지원을 하고 있다. 또 부천대학교에서 BIM을 활용해 예비 건축사들을 지도하고 있다.


Q 어떻게 BIM을 시작하시게 됐는지요?

BIM이라는 개념이 나오기 전부터 3D 설계에 관한 생각을 많이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새로운 프로그램을 접하는 것도 자연스러운 수순이었고, 도구를 활용하는 부분에도 적극적이었어요.
BIM을 접하다 보니 건설 전반 시공이나 유지관리 등 건설 전반적인 부분에 내가 적극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하나의 무기가 될 수 있겠다 판단하게 됐습니다. 건축사사무소에서는 대개 BIM을 단순히 설계 툴로만 생각하고 도면 만드는 것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생각을 넓게 가지면 건축사사무소에서 할 수 있는 영역이 의외로 넓어질 수 있습니다.

Q BIM을 시작하시게 된 것은 언제부터인지, 또 당시 시장의 모습은 어땠는지 궁금합니다.

BIM이 등장하면서 2011년 비교적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도입했습니다. 당시 일부 시장은 전환설계, 즉 건축사사무소에서 그려온 캐드 도면을 그대로 모델링하는 시장이 형성됐습니다. 주로 활동하던 업체들은 설계를 하는 곳이 아니고 컴퓨터 CG 회사나 프로그램 회사 등 건축을 모르면서 BIM, 모델링을 하는 곳이 많았습니다.

Q BIM을 직접 하시면서 가장 아쉬웠던 점은 무엇인가요?

BIM을 수용하게 되면 설계에서 잘못된 부분이 직관적으로 쉽게 드러납니다. 그러면 이를 보고서 또는 구두 형식으로 전달하게 되는데, 아직 국내 시장은 예전 프로세스대로 캐드 도면으로 인쇄돼 나가기 때문에 BIM과는 완전히 별개로 작업이 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문제점을 전달해도 그 부분이 반영되지 않고 잘못된 도면 상태로 나가게 됩니다. 그렇게 되면 문제를 사전 검토해 결과물을 내놓는 BIM의 적용 의미가 없어집니다. 전환설계라도 충분히 BIM의 효과를 볼 수 있는 부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마저 단절되고 공사 중 설계 변경, 공사비 증액 등이 발생하는 거죠. 아직 기존 프로세스에 많이 얽매여 진행된다는 점이 아쉽습니다.

 


Q 기계나 구조 등 협력업체 쪽도 BIM을 써야만 서로 호환되면서 같이 설계가 되지 않나요?

아직까지 그렇게 진행되는 프로젝트는 많지 않습니다. 사실 기계·전기 등 협력파트가 따라와 줘야 BIM의 효과가 극대화될 수 있습니다. 예전 기성세대 분들은 2D로 설계를 하면서도 기계·전기나 구조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는 역할을 했는데 어느 순간 국내에서 건축, 구조, 기계를 다 따로 하다보니 하나로 통합되는 컨트롤 기능이 굉장히 약화돼 있습니다. 건축도면을 아무리 잘 그려도 구조나 기계와 맞지 않는 상황들이 벌어지는 거죠. 건축을 하며 구조나 기계를 보면서 전문적인 것을 잘 볼 필요는 없지만, 문제되는 부분은 봐야 하는데 현재는 보지 않고 판단하려는 경향도 많은 것 같습니다.
어차피 건축사사무소에서 일을 컨트롤하는 것이 변함없는 상황이라면, BIM이 중간 커뮤니케이션의 수단으로서 활용된다면 굉장히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습니다. 건축전공자도 BIM을 활용하게 되면 기계·전기를 이용하는 능력이 굉장히 좋아지게 됩니다. 빠른 시일 내에 관련 내용을 습득하게 되는 거죠.

Q 기계나 구조 등 협력사에서 BIM 툴을 사용하는 비중은 많이 늘었는지요? 초기와 비교해 BIM이 얼마나 많이 퍼졌는지, 주변 상황은 어떻게 바뀌었는지 궁금합니다.

초기보다 개개인 인원수나 회사 차원 등 숫자적으로는 늘었을지 모르겠지만, 그런 회사와 인원이 유기적으로 뭉쳐 하나의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부분까지 갔는지는 의문입니다. 집을 짓기 위해 건축설계만 하는 것이 아니고 구조 등 모든 것을 해야 하잖아요. 그것을 컨트롤 할 수 있는 부분이 약하다는 것이고 그럴 때 BIM 툴이 유용히 작용합니다. 관련 분야를 하나로 뭉쳐 컨트롤 하고 프로세스를 이끄는 것이 진정한 BIM을 구현하는 방식이라 볼 수 있는데요, 그 역할이 아직은 크게 보이지 않는 상황입니다.

Q 공공 발주에서도 BIM을 요구하는 경우가 점점 늘어나고 있는데, 전환설계의 생태계를 만들어내는 것 외에 달라진 게 있는지, 그렇지 않다면 어떤 부분이 보완되면 좋을지 의견 부탁드립니다.

조달청이나 국토부, LH공사 등 발주처에서는 BIM을 하니 이러이러한 것이 좋다더라, 하는 것들을 갖고 의무 조항을 달아 발주를 시작합니다. 건축사사무소에서도 프로세스가 변형돼야 하긴 하지만, 아쉬운 건 주로 관 위주 의무조항으로 나온다는 것이죠. 발주하시는 분들도 BIM 프로세스에 대한 이해가 좀 있어야 건축사사무소도 그에 맞게 준비해 가면서 서로 더 업그레이드 하고 이후에도 비중을 늘리는 식의 진행이 될 수 있을 텐데, 건축사사무소도 발주처도 아직은 예전 프로세스에 익숙한 상황입니다. 프로젝트 담당 책임자, 발주처나 감독 등이 BIM 이해도가 어느 정도 있어 활용을 잘 하며 이끈다면 건축사사무소, 협력업체, 시공사 등도 자연스레 따라올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Q BIM이 불편하다거나, 대규모 건축물에만 사용한다고 생각하는 관념이 많습니다. 이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시는지요.

BIM은 몸에 맞지 않는 옷 같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입으면 멋있어 보이긴 하는데 매우 불편한 옷이요. 늘상 입던 옷이 아니니까요. 저는 몸도 좀 바꾸고, 옷에 맞추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존 저희가 해왔던 설계 프로세스는 어떻게 보면 아날로그 방식입니다. 하지만 BIM은 모든 수치 면에서 정확한 디지털 정보를 요합니다. 지금까지 아날로그 방식으로 설계 프로세스를 진행해 왔는데, BIM으로 한다고 하니까 처음부터 디지털 정보를 입력해야만 수행 가능하다는 점이 거북한 거죠. 기존 아날로그 방식과 디지털 방식이 어느 정도 서로 융화되는 접점이 필요합니다. 그 접점으로 말씀드리고 싶은 부분이, 대부분 오해하시는 게 대규모 건물 위주로 BIM을 한다 생각하세요. 큰 건물, 작은 건물 할 것 없이 타 분야와 관련성이 중요합니다. 설계를 하면서, 건축주도 만나고 커뮤니케이션 수단이 있어야 하잖아요. 앞서 말씀드렸듯 BIM을 커뮤케이션 수단으로 활용하면 훨씬 유리합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매력이 있고, 많은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BIM이라는 맞지 않는 옷을 입고 있어 초기에 불편하긴 하지만요. 아주 초기단계의 디자인 등의 부분에서 BIM의 개념이 아주 조금이라도 활용된다면 말이죠.
개인적인 경험으로, BIM으로 쭉 작업했을 때 모델링 자체를 돌려가며 모든 부분을 설명하게 되니 보고를 위한 작업량도 현격히 줄었습니다. 크고 작은 프로젝트 모두 효율적 인원으로 수행 가능했고요. 기존 프로세스와 달라 당장은 불편하더라도, 도전해 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Q 기존 프로세스의 방식 하의 초기단계 프리젠테이션과 BIM 프리젠테이션이 어떻게 다른지 구체적인 예시를 들어주신다면?

아날로그 방식은 캐드로 하거나, 좀 더 하면 스케치업으로 모델링 해서 폼보드에 붙여 하거나, 아니면 ppt에 이미지를 붙이는 방식이죠. 아니면 매스모델을 만들어 협의한다거나……. 반면 BIM에는 애초에 모델링 정보에 모든 부분이 다 들어가 있습니다. 그래서 컴퓨터 한 대만 있으면 됩니다. 경험상 스케치업을 해서 이미지로 출력해 가져가느냐, 입체적인 모델링으로 설명하느냐의 효과 차이라 보실 수 있습니다.
핵심은 업무 수주면에서 BIM이 편하다는 겁니다. 발주처에서 아날로그 툴로 만들 수 있는 포맷을 원할지라도, BIM은 그것을 커버할 수 있고, 프리젠테이션 등의 의사소통에 효율적입니다. 

Q 협력업무 진행에 있어서는 어떤 효과가 있나요?

만약 어떤 문제가 발생했다고 가정해 봅시다. 건축, 구조, 기계, 전기, 토목, 조경 등 여러 분야가 모였다고 하면 일전에는 도면을 펼쳐놓고 자신의 입장에서 문제점을 이야기했습니다. 문제의 핵심을 짚는데 시간이 소요되고, 그걸 조율하는 시간도 필요합니다. 하지만 BIM은 그 자리에서 모니터링하며 이야기 하니 서로가 문제점을 바로 정확히 공유할 수 있게 되는 겁니다. 예전의 방식은 여러 차례 오가며 이해나 공유에 시간이 들었잖아요. 그런데 BIM으로 하니 앉은 자리에서 다 거의 비슷한 사안을 인식하게 되니, 문제 해결이 수월해집니다.

Q BIM을 할 수 있는 인력을 구하는 것이 어려운 문제가 되진 않을까요?

사실 저희 사무실에서도 힘들어하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BIM을 어느 정도 할 수 있는 사람을 구하는 게 사실 쉽진 않습니다. 하지만 저희 사무실의 경우 사람을 채용하는 기준이 BIM을 할 수 있는 사람을 원하는 것이 아닙니다. 우선적으로 설계 베이스가 탄탄하면서 BIM에 관심이 있는, 노력하는 사람을 찾습니다. 기능을 배우는 것은 개개인의 능력과 역량입니다. 회사에서 모든 시스템을 제공하지 않아도 개인 역량에 따라 위치가 달라지고, 욕심있는 친구는 더 배우듯이요. 질문에 대한 답은 ‘아니다’라고 하고 싶습니다.

Q 학교에도 BIM 강의가 있습니다. 대표님께서 직접 강의를 하시기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학교 단위의 교육이 중요한지, 또 학교에서 교육한다면 어디에 포커스를 맞춰 교육하는 게 중요한지도 여쭙고 싶습니다.

국내 건축학과 교수님들도 BIM을 어떻게 가르쳐야 할지에 관한 고민이 많으실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건축학과든 실내건축과든 건축 관련과 학생들이 사실상 학교에서 실무분야를 습득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만약 학교에서 조금이라도 가르치고 보여줄 수 있다면 굉장히 큰 도움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 같은 경우는 현재 BIM 수업이 있고 2학기에는 일반구조 수업이 있는데, 이 두 수업을 연계합니다. BIM을 하면서 건축물의 시스템을 습득할 수 있게끔 보여주는 거죠. 구조는 이렇고, 학생들이 잘 알지 못하는 냉난방 시스템 등이 이러이러한 시스템으로 얽혀 건축물이 완성되는 것이다 하는 것을요. 일반구조 강의는 책만 갖고 하려니 강의하는 입장에서도 피곤합니다. 따라서 일반구조의 입장에서도 BIM 툴을 가르치는 겁니다. 건축벽을 세우는 부분은 눈으로, 또 실제로 가서 보지 않는 이상 학생들은 모르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것을 일반구조 시간에 스케치업이나 래빗 등의 프로그램을 가져와 모델링을 시키는 거죠. 래빗을 갖고 공사하는 과정 그대로 똑같이 모델링하게 시간을 주면, 벽체가 어떻게 생기는 지 스스로 모델링 하면서 배울 수 있게 되잖아요. 프로그램(래빗)도 배우고 구조도 배우고……. 그러니 BIM 만으로 수업을 한다는 것은 굉장히 제한적이고, 실무 상황을 시뮬레이션 하는 게 효과적이라 생각합니다. 이해도가 훨씬 높아지는 거죠.


Q BIM을 잘 활용하기 위해 중요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지요?

프로그램을 통해 모델링을 한 이후에는 ‘그래서’가 중요합니다. 모델링이 건축·건설과정에 무슨 도움을 줬냐는 거죠. ‘그래서’에 대한 아이템을 뽑아내는 것이 BIM을 하는 사람들의 핵심입니다.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과정에서 BIM 데이터를 어떻게 사용해 결과물을 만들어내느냐 하는 거죠. 이 데이터를 확인하고, 어떻게 변화해야겠다던가 하는 방향 설정을 하는 것이 BIM을 잘하는 방법입니다. 모델링은 할 줄 아는데, 이걸 어떻게 쓰는 지의 연결고리가 없다면 문제겠죠.
래빗을 배우는 것이 BIM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프로젝트를 이끌어가는 사람이 BIM에 대한 개념을 명확히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앞서 언급했듯 모든 업체와 관련 분야들이 하나로 통합될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는 프로젝트 매니저(PM)라고 할 수 있겠죠. PM이 BIM의 개념을 제대로 파악한다면 나머지 부분은 자연스럽게 따라올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아직은 그런 역량에 아쉬운 부분이 있습니다. 
현재는 당장 교육을 받더라도 당장 내일 도면이 급하면 기존 방식으로 가는 경우가 많은데, 회사에서는 설계를 위해 BIM을 도입하고, 프로세스를 어떻게 이끌지에 관한 부분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리드한다면 고민은 어느 정도 해결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Q 마지막으로 한 마디 해주신다면?

BIM으로 작업하면 엄청난 디지털 데이터가 계속 축적됩니다. 그런 축적 데이터가 IT 구조와 맞물릴 수 있는 사업이 만들어진다면 또 다른 건축사의 영역이 만들어 질 수 있습니다. 그런 부분에도 관심을 가져볼만 하지 않을까. 시장이 줄고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좀 더 새로운 것들을 접해 재산을 만들어낼 수 있다면 또 다른 새로운 것을 시도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요즘 취업이 되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 중 하나가 이미 포화상태인 기존 시스템에 들어가려하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그럼 기존 시스템과 또 다른 힘을 만들 수 있다는 쪽으로 생각해보면 좀 더 재밌어질 거라고 생각합니다. 더불어, 건축사사무소의 효율만 놓고 보더라도 BIM을 하는 쪽이 무조건 좋습니다.

 

 

 


대담 김주원 편집위원 · 글 육혜민 기자 · 사진 장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