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 19. 09:20ㆍ아티클 | Article/인터뷰 | Interview
“Architecture should be the basis for urban design...Don't limit the roles of architects”
“도시설계 시 건축이 베이스 돼야... 건축사의 역할 한정짓지 마세요”
2017년에 시작된 양림동 공예특화거리 조성사업이 올해 6월 건축적 측면에선 마무리가 됐다. 총괄건축가로 참여한 박홍근 건축사(주.포유 건축사사무소)와 설계를 맡은 박종호 건축사(유민 건축사사무소)가 느낀 것들이 많았으리라. 지난 7월 10일 광주 펭귄마을 양림문화공원 운영사무실에서 두 사람을 만나 마을재생사업과 건축 간의 관계에 대해 들어보았다.
박종호 건축사는 마을재생사업에서 ‘여러 사람들의 의견을 듣고 모으는 과정’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지역단체, 주민, 건축사 등 여러 사람들이 의견을 나누고 이를 모으는 과정, 일명 집단지성의 협력이 중요합니다. 무엇보다 이 과정에 지역 주민들이 반드시 참여해야 합니다. 그렇게 되면 사업이 끝난 후에도 주민들의 주인의식이랄까 공동체의식이 더 강해지고 이는 향후 마을의 성장에도 도움이 됩니다.”
박종호 건축사는 이번 사업이 추진되기 십여 년 전부터 이미 양림동 근대 건축물의 현황과 연혁을 조사해온 인물이다. 광주 시민이면서 양림동 근대건축물의 건축테마투어 담당자이기도 하다. 그가 양림동 공예특화거리조성사업 공모에 선정돼 설계를 맡게 된 데에는 이러한 경험들이 바탕이 됐다. 사업을 마무리한 후 마을재생사업에 대한 소감은 어떨까.
마을재생사업은 건축사들 입장에서도 배울 점이 많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일반 건축물을 설계할 땐 설계와 감리 등 이런 부분들만 고려하면 일이 진행되지만 마을재생사업을 할 때에는 기획 등 도시설계의 전체 업무를 다 생각해야 합니다. 쉬운 작업은 아니지만 건축사에게는 좋은 경험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한편 박홍근 건축사의 조언은 보다 직접적이다. “건축사라면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에 관심을 가져야 하고 또, 자신이 살고 있는 지역에서 벌어지는 건축적 상황에 대해 궁금해 해야 합니다. 그리고 반대 의견이 있다면 반대만 할 것이 아니라 대안을 함께 제시해야 합니다.”
“도시설계는 건축을 베이스로 시행돼야 합니다. 건축사들의 업무는 설계나 감리 등의 업무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건축사의 역할을 건축물에 한정 짓지 말고 마을과 도시로 그 폭을 확장한다면, 좋은 공간을 향유하는 것이 건축사의 역할이라고 관점을 확대한다면, 건축사의 일은 앞으로 틀림없이 더 많아질 것입니다.”
글 이유리 기자 · 사진 장영호 기자
건축여행
광주 최초로 서양 근대문물 받아들인 곳... 마을 전체가 광주 역사 건축박물관이네
옛 것으로 꾸며진 정감 가는 골목길, 곳곳엔 백년 가옥들도 일제강점기 시절 선교사들의 다난한 역사 깃든 교회·병원·학교
2017년부터 광주시와 남구, 광주디자인진흥원이 추진했던 ‘양림동 공예특화거리 조성사업’이 올 6월 마침내 마무리됐다. ‘펭귄마을’로 알려진 양림동은 광주광역시 남구에 위치한 마을로 무려 500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가옥을 비롯해 서양 근대건축물들을 곳곳에서 볼 수 있다. 여기에 버려진 생활용품들로 주민들이 꾸민 골목과 텃밭들의 풍경이 더해지면서 몇 년 전부터 펭귄마을은 광주의 뉴트로 관광지로 입소문을 탔다. 공예특화거리 조성사업은 펭귄마을의 역사를 보존하면서 마을의 문화적 주민·관광객과의 교류를 확대할 목적으로 진행된 사업이다. 문화공원 부지에 공예거리를 마련하고 총괄건축가의 지휘 아래 일부 보완을 거쳐서 골목길을 잇고 여러 문화적 장치들을 마련했다.
발 가는 대로 동네를 구경하는 것도 의미가 있겠지만, 역사 혹은 건축물을 자세히 알고 싶다면 건축테마투어 ‘건축가와 함께하는 양림건축여행’을 신청하는 것을 추천한다. 건축사와 건축학과 교수 등이 관광객과 함께 직접 펭귄마을과 양림동을 돌면서 건축물들에 깃든 역사와 구조 등을 쉽게 설명해준다. 양림동의 건축물들은 문화재로 지정될 만큼 역사적 사연이 깊고 다양하기 때문에 이를 알고 보는 것과 모르고 보는 것과는 차이가 있을 것이다. 지면에서는 인상적인 건축물 몇 곳을 소개한다.
옛 것도 있고 텃밭도 있네, 그 골목엔
펭귄마을은 양림동 양림커뮤니티센터 남측에 마련된 ‘공예특화거리’를 포함한 인근 주변을 이른다. 이곳에는 지금의 펭귄마을을 있게 한 정크아트 예술가 김동균 촌장이 머무는 ‘펭귄마을 촌장실’을 비롯해 은반지, 도자기, 나무도마 등을 다루는 공예가게들이 있다. 근처에 마련된 부스에서는 광주 MBC 진행자들이 라디오 방송을 진행한다. 펭귄마을의 진면모를 볼 수 있는 곳은 골목이다. 한때 공동화 현상과 화재 등으로 폐허가 돼가던 마을과 이를 극복하려고 한 김 촌장과 주민들의 흔적이 간직돼 있다. 주민들은 버려진 생활용품들로 골목을 치장했고, 곳곳에는 텃밭들을 가꿨다. 골목은 처마 아래로 이어지기도 하고 우물터로 데려다 주기도 한다. 중장년들에겐 옛 시절을 떠올리게 하고, 젊은이들에겐 새로움을 선사하는 풍경이다.
민속문화재로 지정된 백년 가옥들
독립운동에 앞장선 도시에 걸맞게 양림동에서도 독립운동가와 관련된 전통 가옥들을 볼 수 있다. 그중에는 독립운동가 최상현의 집(현 최승효 가옥)도 있다. 그의 부친이자 근대 민족 교육기관 홍학관을 지은 최명구가 1920년대에 만들었다. 정면 8칸, 측면 4칸, 팔작지붕으로 구성된 가옥인데, 전통가옥이 개화기를 지나면서 어떻게 변화했는지 그 흔적이 묻어 있다. 광주광역시 민속문화재 제2호로 지정돼 있다.
위치: 남구 양촌길 29-4.
1899년에 지어진 121년 역사가 깃든 집도 있다. 1899년에 정낙교가 건축한 현 이장우 가옥(광주광역시 민속문화재 제1호)이 그것이다. 팔작지붕 기와집으로, 조선시대 상류 가옥 양식을 따르고 있다.
위치: 남구 양촌길 21.
선교사 영향 받은 근대식 양림교회·기독교병원·학교
양림교회는 1904년 배유지 목사 사택으로 시작해 1960년 신축을 거쳐 지금에 이르기까지 선교사들의 다난한 역사가 깃든 곳이다. 1919년엔 신도들이 3·1운동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교회 터를 몰수당해 건물이 헐리기도 했다. 그 탓에 신도들은 1926년까지 오웬 기념각에서 예배를 봤다. 굴곡 많은 역사를 겪었지만 건축물 자체는 근엄하고 단정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붉은 벽돌을 사용해 긴 장방형 평면 형식을 갖췄다. 정면으로 보이는 첨탑형 종탑 탓에 수직성이 강조된 것도 특징이다. 위치: 남구 백서로 70번길 2.
기독교병원은 1905년 미국 남장로교 선교회에서 파송한 놀란이 의료 선교를 목적으로 세운 콘크리트 병원이다. 제중원이란 이름으로 개원됐고, 1970년 광주기독병원으로 개칭돼 현재에 이르렀다. 1960년대에 지어진 인근 병원장 사택과 함께 비교해서 봐도 좋다. 사택은 2층짜리 벽돌건물로, 현재는 리모델링 작업 후 직장어린이집으로 이용되고 있다.
위치: 남구 양림동 37.
광주 구 수피아여학교 수피아홀(등록문화재 제158호)은 개신교 선교지의 근거지인 동시에 광주 지역 최초의 여성 교육학교다. 오래된 회색 벽돌로 된 2층 건축물로, 교육·종교·역사 등 여러모로 의미가 있는 곳이다. 수피아홀에 이어 광주 구 수피아여학교 윈스브로우 홀(등록문화재 제370호)과 수피아 소강당(광주광역시 문화재자료 제27호)이 1927년, 1928년에 차례로 건축됐다. 윈스브로우 홀은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의 붉은 벽돌 건물이며, 좌우에 복도가 있고 정면 출입문에 포치가 있는 것이 특징이다. 남장로회 서로득(Swinehart) 선교사가 설계에 참여했다. 소강당은 수피아여학교가 학교 인가를 위해 신축된 곳으로, 광주에 남아 있는 체육시설 중 가장 오래됐다. 무엇보다 당시의 건축 양식과 기술을 볼 수 있어 건축물로서의 가치가 크다.
위치: 남구 백서로 13.
광주에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서양식 주택
양림동산 기슭에 자리한 2층 회색벽돌 건물은 1920년 전후에 건립된 것으로 추정된다. 제중병원 2대 원장 우일선 선교사가 사택으로 사용한 곳(기념물 제15호)이다. 광주에 현존하는 서양식 주택 중 가장 오래된 건축물이자 개화기 흔적이 담긴 귀중한 근대 건축 자산이다.
위치: 남구 제중로 47번길 20(호남신학대학 내).
글 이유리 기자 · 사진 장영호 기자 자료 제공 = 박종호 건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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