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1. 20. 17:43ㆍ아티클 | Article/인터뷰 | Interview
Symposium
소규모 건축사사무소 어떻게 운영해 나가야 할까, 경쟁력은 무엇?
전략적 마케팅 커뮤니케이션 지렛대 삼아 차별화 포지션 지켜나가야
사회 홍성용 건축사(건축사사무소 NCS Lab) 참석자 남기봉 건축사(남기봉 건축사사무소) 박우린 건축사(쿠쿠루쿠쿠 건축사사무소) 이관용 건축사(주.오픈스케일 건축사사무소) 이영재 건축사(주.건축사사무소 이인집단) |
중국의 황금기를 이끈 당 태종 23년의 정치 토론 기록인 ‘정관정요’에는 ‘창업은 쉬우나 수성은 어렵다’는 구절이 나온다. 이는 원래 국가를 세우고 다스리는 법도에 관한 이야기지만, 기업에도 같은 원리가 적용된다.
시장의 수많은 경쟁자를 제치고 고객의 선택을 받기 위해서는 목표 고객의 니즈를 잘 만족시킬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그것을 목표 고객의 마음속에 효과적으로 포지셔닝해야 한다. 게다가 시장에서 계속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차별화한 포지션을 유지하는 마케팅 전략이 필요하다. 중·소규모 건축사사무소의 경쟁력은 무엇이고, 과연 어떻게 운영을 해나가야 할까.
지난 12월 13일, ‘소규모 건축사사무소 운영자로서의 건축사’를 주제로 건축사회관 국제회의실에서 좌담회가 열렸다.
홍성용 편집국장(건축사사무소 NCS lab)을 사회로 남기봉 건축사(남기봉 건축사사무소), 박우린 건축사(쿠쿠루쿠쿠 건축사사무소), 이관용 건축사(주.오픈스케일 건축사사무소), 이영재 건축사(주.건축사사무소 이인집단)가 참석한 가운데 올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환경에 대응하는 각자의 건축사사무소 경영전략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가 마련됐다.
이날 중·소규모 건축사사무소의 제반 경영환경과 올해 어떠한 대비가 필요한지를 주제로, ▲비즈니스 마인드, 사업적 인식을 갖춘 건축사사무소 운영 방향 설정 ▲자기 어필, 흐름에 따른 전략적 마케팅의 필요성과 방법 등 올해 불확실한 경영환경을 맞아 사무소를 어떻게 운영할지에 대한 고민과 이야기를 나눴다.
홍성용_건축사 자격을 취득 후 개인사무소를 오픈하는 분들이 많은데, 그에 대한 준비를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막막한 게 현실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개인으로서의 건축사들, 아틀리에, 1인 또는 소규모 건축사사무소가 시장에서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는지에 관한 주제로 집중해서 얘기해볼까 합니다. 먼저 한 분씩 간략히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이관용_2022년 전반적인 경기상황이 좋지 않았고, 내년도 전망이 좋지 않다는 소식이 있어서 마음이 무겁습니다. 건축사사무소 개업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내용을 담아 영상을 작업해 정보를 알려주자는 생각으로 유튜브를 개설해 활동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집단보다 오히려 발 빠른 개인의 역할이 중요한 시기가 아닌가 생각합니다.
남기봉_저는 10년 정도 사무실을 운영하면서, 그중 3분의 2는 혼자 운영했습니다. 1인 사무소를 운영하면 결국 사회에서는 일종의 프리랜서 취급을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걸 대변하는 입장으로 이곳에 자리하게 된 것 같습니다. 거기에 초점을 맞춰 나누고 싶은 얘기가 많고요. 얼마 전 직원이 퇴사를 했는데, 새로 뽑는 것도 힘이 들뿐더러 뽑았을 때 유지하기도 힘듭니다. 주위에서는 작년에 계속 설계공모에서 2등을 하다가 다른 사무소에 들어간 경우도 있습니다. 당선되면 혼자서 일을 못 하게 될까봐서요. 실력 있는 친구들이 팀원을 못 찾아서 자기 이름으로 작업하지 못하고 큰 사무소에 들어갈 수밖에 없는 현실을 온몸으로 느끼고 있고요. 오늘 그러한 얘기를 나눠봤으면 좋겠습니다.
박우린_저는 공주에서 공간운영비즈니스로 마을호텔 주식회사라는 회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네다섯 곳의 공간을 운영하고 있는데요. 마을호텔은 2019년에, 건축사사무소는 2020년에 열게 됐고요. 마을호텔 안에 건축직 직원도 있고 해서 건축사사무소를 같이 만들고 싶었는데, 함께 사업자등록이 안돼서 별도 회사를 만들고 인허가를 할 게 있으면 건축사사무소에서 처리하고 있습니다. 로컬비즈니스, 공간운영비즈니스를 한다는 측면에서 주위에서 좋게 봐주시는 것 같아요. 젊은 건축사가 지방에서 혼자 맨몸으로 일하는 로컬크리에이터라고 해서 균형발전위원회 위원이 되는 일도 생기고 있고요. 근데 스스로 제 자아는 건축사가 맞다고 생각하고 있고, 사회적기업으로 양조장, 카페 등을 다 운영할 수 있는 역량이 있는 건 제가 건축사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시대 젊은 건축사로 살아남기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여러 일을 시도하고 있고, 그런 포지션에 있기에 불러주신 것 같아요. 지금은 한발 더 나아가 클리(QLI) 주식회사라는 곳에서 지방의 빈 집을 고쳐서 공동 소유하는 세컨하우스 플랫폼을 만드는 비즈니스에 합류해서 이쪽 일을 메인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건축을 어떻게 변용시키고 플랫폼화하고, 관련해서 어떻게 더 많은 사람을 이롭게 할 수 있을까 하는 기회를 모색하고 있는 젊은 건축사들이 많거든요. 그런 이야기를 들려 드리겠습니다.
이영재_저는 순수한 국내파로, 통상적으로 일반적인 코스를 밟아서 지금까지 온 것 같습니다. IMF 당시에 졸업해 직장생활하면서 아틀리에 소규모 회사와 대형회사 등에 있었고, 2010년에 사무소를 열고 12년째 운영 중입니다. 최근 3~4년 동안은 설계공모를 위주로 하고 있고, 한 해는 당선이 되었다가 또 한 해는 떨어졌다가 하는 우여곡절을 겪고 있습니다. 오늘 여러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에 앞서 오늘 아틀리에건축사사무소 운영자로서의 건축사에 관한 이야기를 나눈다고 듣고 왔는데요, 아틀리에를 어떻게 규정하시나요? 규모가 기준인지 업역이 기준인지, 무어라 이야기하기가 어렵고 어떻게 규정해야 할지 스스로 의문을 갖고 있어 함께 이야기 나누면서 답을 구하고 싶습니다.
홍성용_중요한 말씀을 해주신 것 같아요. 거기서부터 이야기를 시작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관용_소규모이고, 어쩌면 직원이 10명이어도 클라이언트 요구를 베이스로 건축사가 추구하고자 하는 약간의 작가적 성격을 결합하는 방식으로 작업한다면 아틀리에로 규정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남기봉_저희가 신입일 땐 대형사, 소위 허가방, 그 외 나머지가 아틀리에로 분류된 것으로 기억해요. 규모가 크든 작든 간에. 그런데 요즘엔 아틀리에라는 용어를 거의 듣지 못한 것 같아요. 그런 식으로 작업하시는 분들도 없고요. 제 나름대로 정의하자면, 대형사는 철저한 분업이 되어 있잖아요. 아틀리에는 계획부터 실시 모두를 책임지고 임하는 사무소가 아닐까 생각해왔지만, 요즘은 잘 모르겠어요. 좌담회 섭외를 받고, 스스로 내가 아틀리에 사무소를 운영 중인가? 하는 의문을 가졌습니다.
박우린_저는 2012년에 졸업했는데, 그때만 해도 아틀리에라는 용어를 썼고, 지금도 후배들을 만나면 요새는 어떤 아틀리에를 가냐는 식의 질문들을 하곤 해요. 내포하는 의미를 생각해 보면, 규모와 관계없이 건축사 개인 한 명의 수장이 전면에 드러나고 그의 색채가 묻어나는 집단이라고 생각해요. 제 또래의 많은 친구들은 아틀리에가 아닌 조직을 꿈꿔요.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한계가 명확하기에 보다 집단의 성격을 띠길 바라는 것 같거든요. 저도 점프가 쉽진 않은 것 같아요. 처음 쉽게 시작할 수 있는 건 개인을 브랜드화 해서 드러내는 것이니까요. 그렇게 회사가 확장되면 어느 순간 그 개인이 중심인 집단이 되는 건 당연한 거고, 거기서 더 커지려면 개인의 색이 지워지면서 세련된 집단의 모습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보거든요.
홍성용_저는 작업 형태보다는 규모, 집단이라고 보고 있어요. 외국 KPF(Kohn Pedersen Fox Associates) 등의 대형 사무소는 사실 아이덴티티가 없잖아요. 그냥 여러 가지를 세련되고 무난하게 법적으로 문제없이 만들어내는 대신, 그래도 철학이나 컬러가 있어 보여요. 저는 뭔가를 창조해내는 사업군에서는 어떤 것이든 철학이 있어야 한다고 보는 입장인데, 장 누벨이나 데이비드 치퍼필드 사무소는 직원이 700~800명이 될 텐데 그게 아틀리에라고 볼 수 있냐면 그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그런 경우는 그 사람이 존재하는 동안 기업 컬러를 그렇게 만들어낸 거라고 보는 거죠. 오늘은 소규모에 포인트를 삼아 이 자리에 계신 분들을 모셨습니다. 주신 의견을 더해 소규모 건축사사무소 또는 1인(개인) 건축사사무소 운영을 주제로 본격적인 좌담회를 시작하겠습니다.
# 건축사사무소, 예술적 활동에 기반한 사업
사업적 운영에 대한 인식 필요
존재감을 알리기 위한 주변작업 선행하는 경우 다수
홍성용_개인건축사사무소를 운영하는 친구들과 대화하다 보면 건축이 사업이냐, 취미 혹은 예술 활동이냐에 대한 경계가 모호한데요. 우선 조직을 운영하고 만드는데서 이야기가 출발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영재_제가 겪었던 사례와 유사한 것 같은데요. 사업이면서, 어떻게 보면 학연·지연이 있을 수밖에 없는 분야고, 데뷔가 필요한 업종으로 느껴집니다. 그게 포트폴리오가 되어 추후가 얘기되는데, 그런 것 없이 맨 땅에 헤딩하는 입장에선 자신을 알리는 기회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저의 경우는 누군가 일을 주지 않으니까, 웹상에서 내가 보여줄 수 있는 게 무엇일까부터 고민하다가 그림을 그리는 걸로 시작해서 건축 쪽으로 옮겨온 과정이 있었는데요. 사업과 취미로 나눠 본다면, 젊은 건축사들 또한 보수를 받고 하는 일이다 보니 물론 사업이라 생각할거라 봅니다. 다만 지금처럼 데뷔 무대를 갖지 못하는, 즉 입봉작을 하지 못한다면 자기를 알릴 수 있는 기회를 찾기 위해 취미처럼 주변의 것을 하다가 데뷔하는 게 아닌가 합니다.
남기봉_저희는 머릿속에 담아뒀다 그려내면 아웃풋을 낼 수 있는 작업이라 24시간 늘 그림을 그리지 않아도 되잖아요. 컴퓨터와 프린터기만 있으면 시작하긴 쉬운 직업이에요. 저는 사무소 개소에 대한 생각 없이 다른 사무소에서 근무하다, 아이들이 어릴 때 힘에 부쳐 그만두고 우연찮게 설계한 집을 동기로 지인들에게 의뢰가 들어오면서 거꾸로 취미로 시작한 케이스에요. 그러다 어느 순간 공공위주로 일들의 성격이 바뀌면서, 거꾸로 공공으로 가니까 말이 되지 않는 비즈니스, 말 안 되는 결과물을 요구한다고 느꼈어요. 처음엔 설계비가 많은 것 같은데, 요구하는 걸 하다보면 열 배에서 스무 배, 심지어 용역 후 1~2년 후에도 계속 연락이 오고요. 그래서 처음엔 취미로 생각했다가 이게 비즈니스화 되지 않으면 결국 건축사들은 죽겠구나, 버틸 수가 없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페이퍼 하나라도 가격을 매길 수 있다면 그렇게 변화해야 우리도 버티고, 다음 세대도 버틸 것 같고요. 취미로 시작하더라도 사업적 운영에 대한 인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번외로, 너무 비즈니스 마인드로 접근해 과하게 서비스해서 누가 날 알아줄 거라고 생각하면 결국 그 건축사들만 상처를 입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성심껏 작업하더라도, 결국 건축도 서비스업이기에 받은 만큼 서비스를 줘야 하는 거죠. 주택설계비 3,000을 받고 5,000짜리 서비스를 줬다고 주변에서 다 알아줄 거라고 생각 말고, 그런 거에 상처입지 말고 나아가야 한다고 생각해요. 저는 계약서 전에 페이퍼를 주지 않는 나름의 원칙을 가지고 있어요.
박우린_당연히 사업이라고 생각해요. 말씀하신 질문, 담론은 저희 세대에서 끝난 것으로 느껴져요. 가장 윗세대의 분들은 엄청난 근대화 산업화시기에 많은 호황기를 겪었고, 그다음 세대의 분들도 유학을 다녀와서 일로 연결되셨던 때이고요. 뼛속까지 자본주의인 저희 세대는 기존에 아틀리에의 돈을 약간 천시하는 문화나 희생을 원하는 등의, 저희에게 새겨진 자본주의 니즈를 충족시키지 못하거나 하는 집단은 해로운 집단으로 분류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오히려 철저히 비즈니스 측면으로 바라보는 것도 있고, 그런 측면에서 이 필드가 답이 없다고 느끼는 친구들은 더 먼저 떠나고요. 이런 부분에서 저희 건축사들로서는 반성해야 할 것 같아요. 저도 그렇지 않은 회사를 만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 중이고요. 그럼에도 그 안에서 답을 찾으려는 친구들은 철저한 비즈니스 마인드로 접근 중이고, 이전까지 학연·지연·혈연이 있었다면 현재도 그렇긴 하지만 지금은 설계공모가 늘어나서 젊은 건축사들의 등용 풀이 넓어진 게 사실이에요. 주변에 개소한 친구들도 첫 작업을 설계공모로 시작하고 있고요. 제 또래의 젊은 건축사들은 설계공모는 그래도 공정한 필드에서의 기회가 주어진다고 생각하고 조금 비용이 소모되더라도 투자한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런 측면에서 좋은 변화는 분명히 있다고 파악되고요. 그렇기에 저는 생산 활동의 인구로서 당연히 외부에서도 건축사가 생산 활동을 하고 있는 사람들로 비춰졌으면 좋겠습니다.
이관용_개인적 경험으로 중간에 낀 세대였는데, 대학에선 도제교육을 받고, 1년 내내 숙식을 학교에서 하기도 하고요. 그런 개인적인 경험과 성격에 따라 구분되는 것 같아요. 취미로 하든 비즈니스로 하든, 저는 개인의 역량에 맞춰 판단하고 싶어요. 저는 한국에서 직장생활을 하다 스스로를 내려놓다시피 하고 미국에 10년 동안 유학을 다녀왔는데, 그러면서 철저히 비즈니스 마인드를 경험·습득했어요. 우리나라의 도제식 아틀리에 환경에 익숙해지다가 미국에서 기본적인 계약부터 서비스 마인드를 세팅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는 시스템을 겪었는데, 제 인생에서 굉장히 중요한 훈련이었어요. 그래서 전 철저하게 사업적인 비즈니스 마인드로 생각해요. 건축을 등한시하고 완전한 비즈니스로 대해서 건축의 퀄리티가 떨어지는 게 아니라, 자기가 갖고 있는 기본적 역량에서 최대한 비즈니스화 시켜서 다양한 채널을 구축하고 역량을 강화시키는 게 중요하다 생각합니다.
저희 사무소는 설계공모를 아예 안 하고 100% 민간설계를 합니다. 합리적으로 따져보면 설계공모가 시간·비용적인 리스크가 너무 크니까요. 처음엔 어려웠지만, 민간에서 처절히 서바이벌 하기 위해 다양한 마케팅과 병행하면서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고요. 또 소규모 건축사사무소의 경우 한 명의 결정권자가 경영을 책임지고 가는 게, 두세 명이 함께 하는 것보다 경영적 측면에서 맞다고 생각해요. 인센티브 같은 것보다도 구체적으로 직원에게 100%의 급여를 줘야한다는 마인드로 비즈니스를 해야 한다고 봐요. 건축은 순수 예술이 아니고 고용과 클라이언트가 함께 하죠. 물론 자신의 역량이 필요하지만 기본적으로 클라이언트에 대한 서비스마인드가 없는 상황에서 버티긴 쉽지 않을 거예요. 사무소 오픈 전 서비스마인드를 갖추는 것이 필수라고 생각합니다. 건축사사무소 대표는 서바이벌을 해야 하는 입장이고, 20년 노후에 대한 자세, 마음가짐이 있어야 해요. 사장이라면 직원들의 밥은 굶기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해야 하는 거죠.
홍성용_네 분의 이야기가 저한텐 다 적용되는데, 도제식은 이미 1970년대에 끝나지 않았나 싶어요. 1980년대부터는 자기 사업을 하시는 분들이 많았고, 1990년도부터는 도제식에 대한 언급이 별로 없었어요. 1960~1970년대는 낭만적인 시대였죠. 일하다 보니 저희가 낭만적인 속성이 있다는 걸 최근에 와서 인정하게 됐어요. 다른 한편으로는 경제적 안정성이 확보되지 않으면 그게 불가능하다 보고요. 월급을 안 줘도 좋으면 일할 수도 있다는 얘기는 시대착오적인 발상이고, 누군가를 고용하는 순간 사업적 고민을 해야 한다고 봐요. 저도 제가 직접 사업할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하다, IMF 당시 모험 이후 이영재 건축사님처럼 나를 보여줄 수 있는 방법이 뭘까 생각하다 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한 마케팅 전략을 고민하게 됐고, 가장 저비용으로 스스로를 보여줄 수 있는 방법으로 글을 찾은 거죠. 다른 나라도 소규모 건축사사무소에서 비즈니스를 처음 시작하는 작가들을 보면 일단 존재를 알리는 것부터 시작하더라고요. 저는 막 건축사 자격을 취득하신 분들에게 존재감을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하고 싶어요. 그 방법이 꼭 글이나 그림일 필요는 없고요. 자본주의를 떠나서 시장에 내가 나왔을 때의 태도가 중요한 거죠.
막 시장에 들어서는 입장에서 자신을 알리는 방법에 미숙한 분들도 있을 텐데, 그 부분은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까요?
# 자기 어필 가능한 수많은 툴 존재,
흐름에 따른 전략적 마케팅이 중요한 시대
이관용_지금은 세상에 자신을 알릴 수 있는 툴이 너무나 많아졌습니다. 유튜브,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온갖 디지털 툴에 어떻게 현명하게 전략적으로 다가가느냐, 그 방법을 어떻게 캐치하느냐는 개인의 판단과 노력에 달린 거라고 봅니다. 다만 설득력 있게 알리는 건 또 다른 문제죠. 누구나 자신을 알릴 기회를 잡기 쉬워진 만큼 경쟁은 더 힘들어졌고요 실적과 경험이 없는 상태에서 어떻게 시장에 통할 수 있도록 자신을 알릴 것인지. 한 가지 프로젝트를 만들어낸다든지 하는 단계적인 노력과 시간은 필요합니다. 준비돼있지 않다면 설득력 있게 스스로를 알리긴 쉽지 않은 시대니까요.
남기봉_특성이 다른 툴이 너무 많은데, 마침 어제 저녁에 본 유튜브에서 대기업에서는 같은 그림으로 인스타그램도 올리고 페이스북도 올린다는 얘기를 봤어요. 페이스북에는 초췌한 모습으로 작업하는 모습을 올려주고, 인스타그램에는 가장 핫한 장면을 올리고요. 또 요새는 앞선 두 SNS에서 부족한 것을 메우려, 자기 얘기를 진지하게 하고 싶은 사람들의 회귀로 죽어가던 블로그, 브런치가 다시 살아나고 있다고 해요. 그런 얘기를 들으면서 이제는 많다고 다 좋은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전에는 상 하나만 타도 작품 하나로 나를 알릴 수 있었는데, 이젠 그런 시대가 지나서 발 빠르게 움직여야 해요. 다양한 매체들이 많아졌기에 되레 자신을 알리는 게 어려워졌죠. 얼마 전까지만 해도 사진 하나로도 한참 연락이 왔는데 요즘은 네이버 메인으로 작품이 떴는데도 연락이 오지 않더라고요. 결국 내가 더 따라가서 알려야 하는 거죠.
박우린_비즈니스에 경영은 물론이고 마케팅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저도 이제야 마케팅 쪽을 좀 들여다보기 시작하면서 세상이 좋아졌다고 느껴요. 그리고 건축사가 좋아진 세상을 느낄 역량이 다분하다 보고요. 건축과를 졸업한 친구들은 다른 어떤 과를 졸업한 학생들보다도 툴 활용 능력을 기본적으로 탑재하고 있거든요. 기획능력도 좋고 어느 필드에서도 선도적으로 나아가고 있고요. 저도 최근에 마케팅을 위해 많은 툴을 써보고 있는데 재미있어요. 적응 시간은 좀 걸리지만요. 건축이라는 업무 자체가 적어도 1년 이상의 시간이 걸리는 고전적인 업무 영역이고, 아날로그적 속성이 깃들어있기에 기본적으로 변화를 싫어하는 속성이 있는 것 같아요. 반골 기질도 있고요. 그것만 벗어난다면 저는 건축사들이 정말 훌륭하게 해나갈 수 있을 것 같아요. 저 스스로도 그런 면을 벗어나는데 힘들었거든요. 그걸 버리고, 이 시대의 속도를 따라가는데 좋은 교육을 받았고 좋은 역량을 갖고 있구나 스스로 생각하는 순간 영역이 확 넓어질 수 있다고 봐요. 저도 마케팅이 안 되어도 그만이라는 생각으로 이것저것 다 해보고 있습니다. 여전히 고전 중이지만요.
우선 새로 시작하면 인맥을 다 동원하고 아무리 작은 인테리어라도 붙잡아 앞뒤 가리지 않고 수주해야겠죠. 피(fee)가 적은 시공이라도 맡아야 할 테고요. 저도 그렇게 시작했고요. 하다못해 약 10제곱미터(3평)짜리 카페로도 마케팅을 할 수 있고, 유튜브도 있고요. 건축사들은 삶을 즐기는 스킬이 남들보다 뛰어나다고 보기에 그 분야에서 즐길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고 퍼스널 브랜딩을 해간다면 괜찮을 거라 생각합니다. 다만 보이는 매체에서 너무 이야기를 하면 없어보이기도 하고, 그런 부분이 우리 성질을 거스르는 것 같으니까, 쭈뼛쭈뼛하게 되는 부분도 있다고 봐요.
남기봉_작품 외에 집합건축물대장 정리업무 등도 가능하다는 식으로 접근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러다 보면 다른 기회로 연락이 오기도 하고, 분야가 되게 많거든요. 저도 사실 몇 년 전까지는 제 업무가 아니라고 생각했었는데, 하다 보니 일이 생각보다 많고 일반인들이 어떤 걸 어려워하는지 알게 되고, 또 이런 부분은 내가 할 수 있겠구나 생각하게 됐어요. 사업과 마케팅 측면에서 이런 부분으로도 영역을 넓히는 걸 고려해 볼 수 있겠죠.
박우린_운영하는 유튜브 콘텐츠 중에 정보성 콘텐츠가 되게 호응이 좋아요. 건축물대장 생성방법이라든가… 저흰 하우 투 영상이라 하는데, 무조건 필요한 사람이 와서 보게 되거든요. 말씀하신 대로 건축사들이 하는 업무영역이 굉장히 넓은데 할 수 있는 사람이 별로 없고, 가르쳐 주는 곳도 없고요. 건축사의 영역 부분에서 이렇게도 접근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영재_만년필 잉크가 잘 안 나와서 온라인 검색을 하다가 국내 포털사이트 어디서도 정보를 못 찾고 외국의 유튜버가 해결법을 올린 영상을 접한 적이 있습니다. 아, 그래서 유튜브를 하는구나! 생각했죠. 옛날엔 블로그에 정보가 많았다면 지금은 유튜브가 월등하고요. 그런 정보의 양에 따라 사람들이 옮겨가는 것 같아요. 전에는 글을 읽는 자체가 부담스럽지 않았는데, 요즘은 더 쉽게 접할 수 있는 영상을 통해 사람들이 정보를 얻는 상황이라 생각됩니다. 매체는 많으니 어떻게 하느냐의 문제라 생각합니다.
이관용_전 가장 먼저 스타트할 수 있는 블로그부터 해보라고 말하고 싶어요. 그 과정에서 진정성 있게 얼굴을 드러내는 게 중요하고요. 블로그든 유튜브 마케팅이든 진정성이 통해야 생명력을 가질 수 있거든요. 특별히 보여줄 게 없다면 이전 직장에서의 일이나 학교에서 했던 것 같이 그동안의 경험이나 건축적인 전문지식을 하루에 하나씩 올리는 식으로요. 저는 기술적인 것을 사무소 홍보와 운영에 최대한 활용하고 있다 생각해요. 처음엔 16~17년 가량 블로그를 하다가 시대에 따라 유튜브로 옮겨왔고요. 기본적으로 건축설계 업무가 중심이지만, 다른 쪽으로 비즈니스를 확장하고 유입하는 도구를 만드는 거죠. 데이터를 수집하든 어쨌든 자료를 쌓고, 시작을 해야 합니다. 오늘 스케치를 한 장 그렸으면 그걸 올려놓고 글을 쓰고, 다음 날 모형을 만들면 그걸 하나씩 올리는 식으로요. 경험상 그런 식의 축적에 따라 그 사람의 진정성이 드러나게 되고, 어느 순간 그게 티핑 포인트가 됩니다. 그렇게 데이터가 쌓이면 다음 절차로 광고를 시도할 수 있어요. 저도 페이스북 등에서 광고를 했고요. 효과를 떠나 돈을 주고 광고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인 거죠. 저는 블로그 개인 마케팅으로 수주한 일이 많았습니다. 유튜브도 오래 걸렸지만 1년 동안 한 주에 2개씩 진정성 있게 1년을 하니 연락이 오기 시작했어요. 유튜브, 건축주 학교, 다른 유튜버들과 협업 등… 결국 자기 콘텐츠가 없으면 무너질 수밖에 없습니다. 유튜브에도 정말 많은 강의가 넘쳐나죠. 발품을 얼마나 파느냐에 따라 개척할 수 있는 것이 많은데, 어떻게 약으로 쓰느냐의 문제입니다. 그 흐름에 올라타느냐 현존하느냐에 따라 더 갈 것이냐 멈출 것이냐가 결정된다고 봐요.
# 장기적 고객 확보가 어려운 건축 분야
소규모 건축사사무소 긴 작업 텀, 직원 유지 등
공통적 애로사항 타개 위한 새 비즈니스 모델 구상
홍성용_영업만 된다면 건축의 수익성이 제일 좋다고 생각되는데, 건축을 하는 사람들이 부업을 꿈꾸는 가장 큰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이영재_고객이라는 대상이 없기 때문이죠. 평생 돈을 모아 집 한 채를 짓지 두 채 짓기가 힘든 세상인데, 사업이냐 취미냐에 관한 질문으로 돌아가자면 사업하기 힘든 직종이에요. 저는 설계공모를 위주로 하는데 꾸준히 된다면 모르겠지만, 모조리 떨어진 해는 회의감이 들어요. 12년 동안 직원을 둔 게 4년 정도고 나머진 혼자 했거든요. 초창기에 마이너스는 인건비에서 발생했어요. 미리 계획을 세운다고 해서 그대로 수행된단 보장이 너무 적으니까 다른 방법을 찾아가는 거죠.
이관용_1인 또는 소규모 사무소 같은 경우는 그만큼 설계공모 비용 부담이 크고 심리적 충격과 책임감이 있어요. 그런 걸 차치하더라도 젊을 땐 몰라도 경력이 20년이 된다고 해서 그게 설계공모에서 장점이 될 순 없고 늘 젊은 친구들과 항상 새로운 게임, 라운딩이라 가면 갈수록 지치기도 하고요. 또 낙선하면 재정적인 부분에서도 마이너스가 되니까요. 처음 민간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게 설계비를 적게 받고 어렵더라도, 10~20년 쌓아놓으면 그게 나머지 20년을 끌고 간다고 생각하거든요. 물론 막 사무소를 오픈한 젊은 분들은 설계공모에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잖아요. 그래서 저는 3~5년 정도의 기간을 정해놓고 진행하고, 그 포트폴리오로 다른 시장을 뚫으라고 해요. 건축사사무소가 단독주택의 늪에 빠지면 계속 같은 것만 하게 되는 면이 있잖아요. 그 쳇바퀴에서 나오는 액션이 중요해요.
남기봉_1인 건축사사무소의 한계가 텀이 길다는 거잖아요. 모두가 갖고 있는 고민인 것 같아요. 인테리어 하는 친구는 일주일에 하나씩 내는데, 건축사사무소는 그렇지 못하거든요. 전 그나마 빨리하는 편인데도 1년 이상 걸리거든요. 단독주택을 할 때는 지어진 건물이 포트폴리오가 돼서 많이 일이 연결됐었고요. 방송이나 잡지에 소개된 적도 있었지만, 초점이 다르기에 수익이 나는 모델은 아니어서 큰 영양가는 없었어요. 단독이 아닌 건 일을 안 주기에, 한 번 해본 설계공모에 운 좋게 당선되고 그걸 매개로 또 서울시 공공건축가로 활동하면서 인연을 맺은 주무부서랑 연을 이어가면서 SH의 소규모 건물을 진행했고, 지금은 또 설계공모의 늪에 빠져있네요. 2023년은 어떡할지 저도 고민 중입니다.
홍성용_2023년은 경기가 더 침체될 걸로 전망되는데, 그렇다면 5~10인 이하 소규모건축사사무소에서는 어떻게 대응하는 게 좋을까요?
이관용_어찌됐든 막 오픈했다면 설계공모도 해서 3년 정도는 스스로 앉을 자리를 찾아가야 하지 않나 합니다. 떨어지더라도 마케팅 요소로 만들 수 있기 때문에 그쪽에서도 훈련해 보고, 그 누적된 걸 얼마나 영리하게 활용하느냐의 문제죠. 좀 더 경험을 쌓는다면 고정적 고객을 쌓는 전략을 수립해야 하고요. 최근 유튜브를 하다 보니 유튜브 크리에이터끼리 자체적으로 회사를 만들거나 사업하는 게 트렌드에요. 만약 100만 구독자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는 A 부동산 유튜버가 있다면 유튜브를 기본적 툴로, 부동산 중개부터 수수료를 받기 시작합니다. 디지털 베이스를 기반으로 한 종합적인 회사를 만들었기에 디지털 팀도 하나 들어가고요. 100만 유튜버의 영향력에 더해 투자를 받아 공동투자하고 땅을 중개하죠, 또 한쪽에서는 건축사사무소가 연계돼서 건축설계에 필요한 분야에 들어가고요. 같이 리모델링부터 신축까지 진행하는 거예요. 한 쪽에서는 우리가 생각하지 못하는 비즈니스를 만들고요. 이런 식으로 한쪽에서 마케팅을 해주면 같이 올라타서 가는 것도 중요한 수주 전략이 될 수 있죠.
박우린_젊은 세대는 인테리어로 영역을 확장하면 좋을 것 같아요. 보면 건축을 하는 사람들은 겉뿐 아니라 공간을 읽을 줄 알기에 인테리어도 훨씬 풍성한 레이어가 있는 공간을 만들어내는데, 선뜻 발을 들이지 않더라고요. 업자들이라고 생각하는 경우도 있고요. 그게 아니라 하나의 시장으로 생각하고 시선을 돌려봤으면 좋겠어요. 인테리어 시장은 코로나 때도 돌아가고 있었거든요. 새로운 소재도 정말 많이 나오고 있고, 인테리어 프로젝트를 통해 그 소재들에 대한 학습도 잘 되니까요.
# 1인 건축사사무소 정보 공유·업무역량 등 한계
공유프로젝트 등 다양한 생존방법 강구해야
홍성용_혼자 할 수 있는 업무역량에는 한계가 있는데, 다들 1인 건축사사무소를 오픈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영재_경험상 저는 힘들어서였습니다. 일을 수행하는데 받는 압박감이 소득과 상응하지 않는다 느끼게 되면 아무래도 선택을 하게 되는 것 같아요.
남기봉_그리고 나중에 한계가 오더라도, 혼자서도 충분히 업무가 가능한 직업이기에 많이 오픈하는 것 같아요. 저도 4~5년 혼자서 했는데, 어느 날 그게 힘들어지는 한계를 느끼게 되는 거죠.
홍성용_그렇다면 혼자 운영할 때의 직업 수명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남기봉_40대 초반에는 혼자 모든 툴을 가동해서 인허가 3건을 한 번에 접수한 적도 있는데, 점차 감이 조금 떨어지고, 손놀림이 늦어지기 시작한다고 느꼈어요. 사회에서 저한테 요구하는 것도 달라졌고요. 몇 년 하다 보니 지금은 40대 초반의 감각이 아니라 좀 더 숙련된 다른 형태를 제게 요구하기 시작하는데, 그런 업무를 하기에는 1인으로서는 한계가 느껴져요. 부끄럽지만, 준비가 안 되어 있었던 거죠.
이영재_전적으로 공감합니다. 저도 1인 사무소 운영이 힘들어진 게, 노안이 심해지면서 모형을 만들거나 모니터를 볼 때 어려움을 느껴서 농담 반으로 업무 가능 시간은 2시간 정도라고 하거든요. 저도 툴을 다 다루는데 캐드부터 스케치업, 보고서 등 혼자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10년을 운영해 왔고, 또 가능하지만, 지금은 그것만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니까요. 계획하고 캐드도면 그려서 모델링, 비율 잡아 넘기는 것까지 하고 나머지는 서포트하는 식으로 하고 있어요.
홍성용_1인 건축사사무소가 약 90%에 달하는 현실에서, 1인 건축사사무소의 운영이 어려운 이유를 어떻게 생각하시는 지도 궁금합니다.
이관용_서울 내 건축사사무소의 대략 60% 정도는 설계업무가 아닌 다른 업무를 하고 있지 않나 싶고, 실제로 설계를 수주해서 끝까지 진행하는 곳은 30% 정도이지 않을까 추측해 봅니다. 공식적 통계는 없으니까요. 업무의 성격이 달라질 뿐 설계가 아닌 감리라면 80대까지도 업무를 할 수 있고, 어느 순간부터는 일의 양이 줄면서 버텨내는 형태에 더해 서울의 경우 매년 약 300곳씩 건축사사무소가 늘어나다보니 점점 파이가 작아져서 상당히 어렵죠.
이영재_설계공모를 주로 하는 입장에서, 하다 보면 지치거든요. 그걸 해소하는 게 주택이에요. 다만 설계비용이 높은 편은 아니고, 올해(2022)는 그마저도 상담이 거의 없었어요. 그러면 이젠 설계공모에 소위 몰빵을 해야 하는 힘든 상황이 예상되고요. 개인적으론 설계공모가 국가적 손실이고 낭비인 것 같아요. 얼마 전 모 시에서 진행한 설계공모엔 140곳 이상 참여 신청을 했고, 30% 정도 제출한다고 예상해도 꽤 많이 내겠죠. 최근의 또 다른 공모에도 50~51곳에서 제출했으니, 상위 다섯 업체 정도를 빼면 나머지는 그만큼의 손실을 안을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 계산하면 굉장한 금액이죠. 어떤 발주 방법이 더 맞을지는 딜레마지만, 이제 개선책을 논의해야 하는 시점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남기봉_건축사사무소의 구조적인 문제도 있다고 생각해요. 아무리 건축사가 많이 소속돼 있어도 대표는 한 사람이잖아요. 로펌은 100명의 변호사들이 소속돼있어도 다 개별사업자처럼 대접받을 수 있는데, 건축사사무소는 100명이 고용돼있대도 1명의 대표가 책임을 떠안고 대신 명예도 가져가거든요. 건축사도 마찬가지로 자기 일에 대한 책임을 갖고 자신의 이름으로 승인하고 책임을 지는 건데, 그 많은 것을 대표 한 사람이 다 가져간다는 게 맞지 않다고 생각되고, 그런 부분도 1인 사무소로 분화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 봐요. 최근 1년간은 직원을 구하기 힘들어 혼자 하는 친구들이 생기면서, 친구들이랑 함께 계속 일을 하는데 성과가 나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할 수 있는 것도 1~2년에 불과하다는 생각이 드니까, 별산제 로펌 같은 사례가 적용될 수 있다면 개개인으로 커리어를 유지하면서 할 수 있는 것들이 생기고 나름의 커뮤니티 생태계가 만들어질 수 있으니 그런 것도 정말 좋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홍성용_개인건축사들이 말씀하신 것처럼 집단화되려면 조직법이 현재의 상법 대상이 아니라 독립법인으로 바뀌어야 할 것 같아요. 그러려면 건축사법으로 특별한 법인제도화가 시행돼야 하는데 현재는 의료와 법조계만 그렇게 돼 있는 걸로 알고 있고요. 추후 회지에 건축사를 위한 조직법에 대해서 다뤄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문득 생각난 건데, 2022년 건축영화제에 나온 ‘바스티유 오페라 극장설계’ 영화처럼 큰 규모의 어마어마한 프로젝트에 혼자 당선된다면 우리나라에서도 설계가 가능할까요? 요즘은 캐드로 다 작업하니 데이터 공유가 가능하면 불가능하지 않겠다는 생각도 드는데요.
박우린_저희 또래에서는 그런 얘기가 많이 나와요. 세상에 정보는 많아지고 점점 고르게 퍼지면서 좋아지고 있으니, 설계에 대한 정보도 데이터가 공유됐으면 좋겠다는 얘기요. 그런데 집단이나 협회 차원에서의 큰 일이 될 테니 실행은 어려운 것 같아요. 수익모델을 만들기 힘드니까요. 이건 롱텀으로 생존을 위해 집단이 해나가야 할 일이라 보고, 내부적으로 젊은 건축사들 사이에서는 공감이 이뤄지고 있는 걸로 보입니다. 1인 사무소 얘기로 돌아오면, 친구들 모두 1인으로 개업하는 것 같은데, 채용에 대한 부담감이 있으니 그들이 공동으로 큰 프로젝트를 같이 수주하고 해내고 있어요. 결국 생존의 문제에서는 다들 방법을 찾는 것 같거든요. <1인 건축사사무소 공유프로젝트 사례_34p 참조>
남기봉_저도 지금 그런 식으로 진행하고 있어요. 요즘은 설계공모도 줌으로 온라인 진행해서 오피스를 공유할 필요도 없고, 지금 저는 잠시 빠지고 실시설계하는 후배 둘이서 같이 50:50 공동수급으로 설계공모 업무를 진행하고 있거든요. 2~3명은 그런 방식도 가능한데, 그게 더 확장된 개념으로 법적으로 가능하다면 하는 마음으로 앞선 사례를 언급한 거고요. 저도 데이터 면에서 1인으로의 가장 큰 한계를 느꼈거든요. 픽토그램 하나를 구하려 해도 혼자서는 불편한 면이 있어요. 하지만 모여서 집단이 되면 공유가 편해지고, 정보에서도 보호를 받을 수 있으니까요. 좀 다른 문제긴 하지만, 정책적으로도 1인 사무소는 내일채움공제 대상이 아니고 직원이 1명 이상 있어야 해당됩니다. 의료보험도 사업장 의료보험이 아니라 지역가입자에 해당하고요. 수주해서 부가세도 내고, 모든 기업적 활동을 다 하고 있는데 사회에서는 모든 면에서 프리랜서와 같은 취급이더라고요. 어떻게든 그런 식의 방편이 될 수 있는 게 향후에 만들어지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개인적으로, 사회적 책임 문제에서도 개인이든 법인이든 사무실이 폐업하면 그 사무실에서 지어진 건축물을 책임질 수 있는 데가 없어지는데, 이런 식으로 조직화 되어 유지된다면 사회적 측면에서도 필요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건축물이라는 게 10~20년 후의 안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큰 구조물이니까요.
# 건축사들의 의견 취합·소통 창구 확대와 협회 역할 홍보 필요성 공감
홍성용_협회 의무가입이 시행됨에 따라 건축사들이 어떤 부분을 요구하면 좋을지에 대한 의견이 있으시면 부탁드립니다.
이영재_건축사들이 협회에 바라는 내용들이 페이스북 같은 통로를 통해 많이 올라오거든요. 협회 차원에서의 모니터링을 통해 매월 어젠다를 상정해 토론의 장을 형성하고 결론을 내는 방법 등 최신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통로를 만드는 것을 제안해 봅니다.
남기봉_그 전에 협회가 어떤 곳이고 무슨 서비스를 요청할 수 있는지조차 홍보가 안 되어 있잖아요. 건축사 자격 취득 10년이 넘었는데도 아무도 저에게 협회 가입하라고 말을 안 했어요. 신규 건축사들에게 이런 루트로 요구사항을 올려주면 협회에서 의견을 반드시 수렴하겠다는 홍보와 선전을 할 필요가 있어 보여요.
박우린_최근 많은 집단에서 고객하고 접점 만들기를 중시하고 있는데요. 많은 집단에서 레터도 발행하는 등 뉴스레터도 살아나고 있고요. 먼저 적극적 얘기를 건네면 여러 피드백이 올 거예요.
이관용_신규 회원들에겐 세금이라든가 사무소 운영에 대한 실질적 정보를 담은, 피와 살이 되는 교육이 절실하잖아요. 국토부의 승인을 거쳐야 하기에 이뤄지지 않는 교육도 있겠지만 더 유용한 교육과 더불어 다양하고 유연한 행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전 사람들의 피부에 와 닿는 건 교육이라 생각하고, 건축뿐 아니라 인문이나 철학 등 실속 있는 강좌를 분기별로 개최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홍성용_저도 온·오프라인 어떤 방식으로라도 교육이 더 활성화 됐으면 좋겠어요. 회원들의 의견이 공론화되고 정리돼서 국회로 갈 수 있는 루트, 협회와의 대화나 청문회, 의견에 대한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 루트도 필요하고요. 소규모 건축사사무소가 특히 어려운 시기인데, 상황 개선에 도움이 되지는 않더라도, 관련 주제로 나눈 이야기의 텍스트가 기록에 남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돼 이 자리를 만들었는데요. 오늘 참석해 많은 이야기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 월간 <건축사>는 건축문화 및 건축사업계 발전을 위해 건강한 토론문화가 성립되길 희망하며, 건축사들의 다양한 의견을 기다립니다. (news@kira.or.kr)
글 육혜민 기자 · 사진 장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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