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과 삶일과 사랑을 담은 하얀 집…커피家 좋다 _ 김현정,이상준 건축주,이상준 건축사 2020.3

2023. 1. 11. 09:17아티클 | Article/인터뷰 | Interview

Architecture and Life
A white house with work and love… I like Coffee House(家)

 

건축주 이상준, 김현정 부부. 카페 전면에 설치된 창을 배경으로 환하게 웃고 있다.

 

건축(建築)이 어떻게 우리의 삶을 품격 있고 풍요롭게 변화시키는지, 건축사가 이를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이는지 전해드리기 위해 월간 건축사가 건축주를 직접 만나 그 이야기를 들려드립니다. 건축사(建築士)는 건축을 만드는데 끝나지 않고, 그 속에 담기는 우리들의 삶까지 그 집과 더불어 건축하게 됩니다.
삶을 바꾸는 공간의 힘과 우리네 소박한 삶을 품고 있는 건축, 그리고 삶을 조직(組織)하는 건축사의 건축에 대해 생각해보시기를 바랍니다.

 

누구나 살고 싶은 집에 대한 로망이 있다. 하지만 막상 구체적으로 떠올리기는 쉽지 않다. 누구와 무엇을 하며 살지, 가족의 ‘생활’을 먼저 그려야하기 때문이리라. 여기, 자신들의 생활과 꼭 닮은 집에서 사는 부부가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그 집 단풍나무 아래 정원에서 결혼식도 치렀다. 건축주인 SBS 8기 공채 개그우먼 김현정 씨와 그녀의 남편 이상준 씨, 그리고 이들의 보금자리를 설계한 이인호 건축사 세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결혼을 앞둔 예비부부가 원한 것은 집과 카페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건물이었다. 건축사 입장에서는 고민할 것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한정된 예산과 (두 사람이 운영할 수 있을) 규모 내에서 몇 가지 스케치를 그려봤지만 주변과의 조화를 생각하면 이내 막막해졌다. 시내에서 벗어난 그곳은 공장과 차고지가 전부인 허허벌판이었다. 외지인 입장에서 주변 정서를 모르니 그곳에 어울리는 집에 대해 감을 잡기가 쉽지 않았다. 
한편, 같은 시기에 현정 씨의 심정도 복잡했다. 이년 전 예산에 맞춰 이곳을 선택하긴 했지만 인적 드문 벌판을 보고 있으면 ‘여기서 장사하며 살 수 있을까’ 고민이 됐다. 상준 씨와 함께 주한 스위스 대사관(설계_버트하르트 파트너社의 건축사 니콜라 보셰, 이인호 건축사) 개관식에 참석했을 때 현정 씨는 또 한 번 주저했다. “이런 분이 그 시골에 우리 집을? 대사관을 보니 부담스러웠어요.” 반면에 상준 씨는 같은 이유로 이인호 건축사가 그들의 집을 지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멋진 대사관을 만든 분이잖아요. 그분이 맡아주시면 영광이죠.”
개그우먼으로 살아온 여자와 서울에서 카페를 운영한 남자가 어떻게 만나서 어떤 미래를 그리고 있는지……, 진솔한 부부의 이야기를 듣자 건축사의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졌다.
“기존 카페에서는 볼 수 없는, 약간 독특할 수도 있는 카페를 만들자, 여기에 이들의 재능과 정성이 더해지면 틀림없이 장사가 될 것이다, 이런 생각이 들더군요.”

 

이웃 할머니가 선물한 개나리꽃. 그새 새 잎이 났다.


좌우 경사가 다른 지붕…부부를 닮은 ‘하얀 집’

조슈아카페는 카페 운영과 거주를 동시에 할 수 있도록 이층으로 설계됐다. 층별로 공간을 분리했다. 건축사는 부부의 생활이 자연스레 녹아들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췄다. “남편은 반듯한 인상이고 아내는 오래 전에 알고 지낸 사람처럼 친근하면서도 통통 튀는 매력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지붕을 대칭으로 설계했었는데 이들을 만나고 몇 번이나 바뀌었죠. 지붕의 용마루를 사선으로 돌리고 지붕 경사도를 좌우가 다르게 변형시켰어요. 덕분에 심플해 보이면서도 개성 있는 집이 완성됐습니다. (건축주를 바라보며) 닮지 않았나요?”
처음에 부부는 건축사의 이 ‘특별한 기획’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황량한 주변에 비해 튀지 않을까 우려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얀 설계 모형물을 본 후부터 부부는 건축사를 전적으로 신뢰하게 됐다. 건축사는 회벽을 바른 옛 초가집을 생각해서 콘셉트 색상을 화이트로 정했다. 의도대로 하얀 엠보싱 텍스처로 마감한 외관은 햇빛이 드는 위치에 따라 다양하면서 자연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하는 한편 주변과도 조화를 이룬다. 여러 부분으로 꺾인 지붕과 이층까지 뚫려있는 높은 천장은 카페를 보다 입체적이고 열린 공간으로 만들었다.
가장 힘을 준 부분은 ‘창’이다. 건축물 앞에 설치한 전면 창은 시시각각 변화하는 논밭 풍경을 카페 안으로 자연스럽게 끌어들인다. 새벽에는 푸른빛 공기를, 저녁에는 살구 빛으로 물든 평야를 볼 수 있고, 풍경에 따라 분위기가 변화하니 카페 공간이 자연과 함께 움직이는 듯하다. 뒤쪽에 높게 단 작은 창문들엔 나뭇가지와 파란 하늘이 그림처럼 걸려 있는데, 이 또한 다른 카페에서는 보기 드문 광경이다. 모든 창은 채광, 조망, 기능 등을 고려해 설치됐다. 또 대부분 창틀에 각도를 줘 시간의 흐름에 따라 빛이 머무는 부분이 달라지도록 했다.
2층 집으로 올라가는 계단은 외부가 아닌 카페 주방에서 시작된다. 계단으로도 큼지막한 창이 있어 주변에 펼쳐진 정원과 유치원 등 전경을 감상할 수 있다. 집 내부 천장 역시 지붕 형상에 따라 각기 다른 경사가 있어 방마다 분위기가 다르게 느껴진다. 

 

지난해 11월 카페조슈아 마당에서 올린 결혼식 사진. 사진=김현정, 이상준 부부


쉬운 듯 어려운 집, 그리고 그곳을 찾는 사람들

카페조슈아는 지역 인사들이 보러 올 정도로 지역에서 개성 있는 건물로 자리 잡고 있다. 오픈한지 이제 두 달 차에 접어들었지만 개업 첫날부터 지금까지 주말마다 카페조슈아의 공간감과 경치를 즐기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는다. 건축사는 이를 인터넷의 힘이라고 말하지만 그 힘의 원동력이 건물임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이를 짚어주자 건축사는 문득 생각났다는 듯 이런 이야기를 꺼냈다. 
“천장이 정형이 아니라 경사가 있다 보니 건축 현장 분들이 무척 힘들어했어요. 평범하지 않은 설계라 그분들도 아마 처음 접하는 도면이었을 거예요. 몇 번이나 다시 뜯고 공사하면서 골조를 맞췄죠. 쉬운 듯 어려운 집이었습니다.”
쉬운 듯 어려운 집. 그 말에 부부도 고개를 끄덕거린다.
“공사하는 동안 소음 때문에 이웃 분들이 고생하셨을 텐데 오히려 이곳이 지어지는 것을 보러 구경도 오고, 젊은 사람들이 외지에서 왔다며 환영도 해주셨어요. 완공 후에는 이곳 덕분에 동네 분위기가 달려졌다고 칭찬도 해주셨고요. 저희 때문에 회의도 했대요. 이곳이 잘 돼야 동네가 좋아진다고. (웃음) 며칠 전에는 근처에 사는 할머니께서 개나리를 꺾어 선물로 주셨는데, 그새 새 잎이 났네요. 이곳을 위해 많은 분들이 도와주셨어요.”
도시에서 만난 젊은 남녀가 낯선 땅으로 와서 집을 짓고 부부의 연을 맺었다. 용감한 선택의 연속들이었다. 지금 그들은 평택 땅에서 고소한 커피를 내리며 달콤한 시절을 즐기고 있다. 새로운 인연들은 늘어가고, 부부 사이는 더 단단해진다. 그러는 사이, 의문의 장소는 어느새 낯선 이들이 모이는 새로운 풍경으로 바뀌어간다. 
“이곳에서 논을 바라보고 있으면 마음이 평온해져요. 무중력 상태에 있는 기분이랄까요. 풀벌레 기어가는 소리가 들릴 것처럼 조용해요.” 현정 씨의 말을 건축사가 이어받는다. “아마 멀리서 보면 이 집 역시 자연처럼 보일 거예요. 산을 보면 정형이 아니라 한쪽은 낮고 한쪽은 조금 내려가 있잖아요.” 
건축사는 부부를 닮은 집을 만들었고, 그 집에 사는 부부는 지금, 자연을 닮아가는 중이다.

 

 

 

 

 


글 이유리 기자 · 사진 장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