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혁신은 공간혁신…학교건축 전반에 전문가 도움받는 시스템 구축 목표” _ 권문성 교수 2019.10

2023. 1. 5. 09:20아티클 | Article/인터뷰 | Interview

“Educational reform is spatial innovation… Aiming to build a system that receive professional help for the entire school architecture”

 

교육 당국이 건축사 등 건축전문가를 투입해 학교 공간혁신사업에 시동을 걸고 있다. 교육부는 올해 3월 ‘학교 공간 혁신 추진방안’을 발표하고, 천편일률적인 초·중·고교 건물을 혁신적으로 뜯어고쳐, 상상력을 자극하는 창의적·감성적 공간으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이 사업에 향후 5년간 총 3조5천억원을 투입해 최소 1250여개 학교를 혁신하겠다는 방침이다. ‘꿈을 담은 교실’사업 등 각 시도교육청 학교공간 재구조화사업 규모를 전국 단위로 넓혀 학교공간 변화에 본격적으로 팔을 걷어붙인 셈이다. 그간 학교공간 개혁의 필요성에 대한 문제의식과 공감대가 정책에 반영된 것.
“교육혁신은 공간혁신이다.” 서울시교육청이 교육혁신을 위해 학교 공간혁신 사업을 전면에 내걸었다. 그간의 투자는 많은 변화들을 만들어냈다. 작년 한 해 동안 33개 학교가 서울시에서 35억원, 시교육청에서 66억원 등 총 101억원을 지원받아 변신을 시도했다. 딱딱하고 획일화된 기존 학교공간을 아이들 중심으로 바꿔 창의력과 감성을 키울 수 있는 공간으로 리모델링하는 학교의 변신에 학부모와 아이들의 만족해하며 “학교가 달라졌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현재 전국 각 시도교육청은 시·도단위 중장기 로드맵을 마련하고 학교별 사업을 총괄할 총괄기획가 임명을 마쳤다. 대한건축사협회도 지난 6월 교육부와 MOU를 체결하고, ‘학교공간혁신 촉진자(퍼실리테이터)’ 교육을 전국 건축사 대상으로 시행 중이다.
월간 건축사가 ‘서울교육공간자문관’으로 선임돼 ‘학교공간 혁신사업’ 변화 한 가운데에 있는 권문성 성균관대학교 건축학과 교수(건축사)를 만났다. 

 

권문성 성균관대학교 건축학과 교수 _ 현 ‘서울특별시교육청 교육공간자문관’으로서 권문성 성균관대학교 건축학과 교수는 서울시교육청 혁신사업의 성격과 방향, 앞으로의 과제에 대한 이야기를 전했다. / 2019년 서울시교육청 ‘서울교육공간자문관’, 2011년 문화예술 명예교수, 2010년 제12회 베니스비엔날레 건축전 한국관 커머셔너


Q 새롭게 서울시 교육청의 ‘학교 공간혁신 총괄기획가’로 선임되셨습니다. 서울시교육청 혁신사업의 성격과 2기 사업을 어떤 방향으로 끌고 갈 것인지 설명 부탁드립니다.

아시다시피 2016년 서울시교육청이 2년 임기의 서울교육공간 및 건축자문관으로 김승회 서울대 건축학과 교수를 선임하면서 학교건축에 변화가 찾아왔습니다. 제가 맡는 2기의 역할은 이런 변화를 안착시키고 그 폭을 더 넓히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제가 맡는 서울시교육청 내 공식 직함은 ‘서울교육공간자문관’입니다. 건축전문가로서 교육시설 관련해 조언과 정책제안을 합니다. 실제로 사업으로 추진할 수 있는 체제도 만듭니다.
1기 때 김승회 교수께서 틀을 잘 잡아주셨습니다. 공공기관에서 민간전문가 제도운용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 저는 두 가지라고 봅니다. 하나가 각 지자체장(교육감)이 전문가의 의견과 취지를 충분히 이해하고, 힘을 실어줄 수 있어야 된다는 것입니다. 서울시교육감님을 만나 뵙고 인상적으로 들은 말 중 하나가 “교육혁신은 공간혁신이다”였습니다. 교육혁신에서 가장 필요한 부분이 ‘교육환경 개선’이라는 점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계셨습니다. 또 하나는 실무자들의 협조인데, 서울시교육청 실무자들은 전문가의 역할을 잘 이해하고 충분한 협조를 넓혀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1기 때 제일 많이 알려진 사업이 ‘꿈담교실’입니다. 교실, 도서관, 교무실, 행정실 등의 공간이 각각 실력 있는 젊은 건축사들을 중심으로 변화가 이뤄지며, 이것이 교육계에 좋은 자극이 되었습니다. 또 예전에는 설계공모를 진행하지 않았던 규모의 프로젝트들도 공모 의무화로 바뀌었습니다. 현재 내년 공공건축물은 설계비 1억 이상이면 설계공모 방식이 우선 적용되지만, 이미 서울시교육청은 설계비 오천만원 이상이면 설계공모가 의무화돼 있습니다.
또 하나 작년 9월 공표된 ‘서울교육공간 플랜’도 1기 때 있었던 중요한 변화 중 하나입니다. 서울교육공간의 미래를 위한 실천전략, 비전, 전망 등을 담고 있습니다.
제가 역할을 맡은 2기에선 여기에 본격적으로 살을 붙이는 작업들이 이뤄진다 보시면 됩니다. 스스로도 제 역할이 기존의 틀을 벗어나 뭔가 새로운 걸 하기보다는 이미 마련된 것에 내실을 더하는 것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공공발주 방식 중 입찰이라는 제도를 교육시설에서까지 적용한다는 것에 개인적으로 매우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학교공간의 작고 단순한 작업조차도 그 디자인의 결과물로 어린 학생들이 경험을 통해 창의적인 꿈을 꾸고 미래지향적인 생각을 할 수 있는 계기들을 만들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제까지는 이를 포기했던 것이 사실이지 않습니까. 일정 규모 이상(설계비 오천만원) 프로젝트는 설계공모 틀 속에서 일정 수준을 유지하게 한다면, 그 이하는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아주 작은 것까지 고민해서 디자인한 결과물이 나오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내년부터는 가칭 ‘학교건축가’라는 제도를 도입하려 합니다. 전문가의 도움을 받지 못하고 학교건축이 발주되는 일을 없애기 위해서입니다. 각 학교마다 최고의 교육시설이 될 수 있는 비전을 갖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예산이 집행된다면 예산효율도 많이 높아지지 않을까라는 제안을 교육청에서 추진 중입니다. 학교를 졸업한 동문인 건축사 또는 학부형, 지역 연고가 있어 학교를 잘 아는 분들이 학교건축을 실제 발주하는 주체인 교장선생님, 행정책임자를 도와드리는 역할을 하는 제도입니다. 학교에 필요한 시설이 무엇인지, 시설개선을 어떤 식으로 접근해야 할지를 그 방법부터 조언하고, 실제로 소규모일 경우 수의계약을 통해 그 학교건축가가 역할을 맡을 수도 있을 겁니다. 수의계약부터 공모의무화 금액까지는 공정한 절차를 통해 MP로서 일을 하게 된다면 학교에서 벌어지는 모든 시설 관련 발주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게 됩니다.
현재 서울시 초, 중, 고교 공립·사립학교가 약 1700개 정도입니다. 그 많은 민간전문가분들을 한 번에 임명하는 게 굉장히 어렵기에 선임이 완료되는 시기는 지금부터 한 3∼5년 후가 되지 않을까 예상합니다. 차근차근 진행되어 이를 실현, 정착시키는 게 제가 해야 할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Q 1기 때 쌓은 기초에 살을 붙이고 내실을 더하고, 또 학교건축가 제도를 도입해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하신다는 점에서 학교건축 변화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거라 생각됩니다. 서울시 마을건축가와도 연계돼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보여집니다. 서울시 1700개 학교에 다양한 건축사 등 전문가들이 참여하게 되면, “기존 학교 프로젝트는 도대체 누가 하고, 어떻게 선발이 되는 거냐”라는 시비도 없어질 것 같습니다.

특별히 공공건축, 교육에 대해 소명의식을 갖고 있는 분들이 많을 것입니다. 또 이런 역할을 하는 데 꼭 경험이 많아야 된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개업 후 열정과 소명의식은 있지만, 충분한 기회를 얻지 못한 젊은 건축사들에게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많은 보상이 주어지는 상황은 아니지만, 미래에 우리 건축을 이끌어 나갈 건축사분들에게는 의미 있는 계기가 만들어질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또 하나 서울시 1700개 초·중·고 학교 70%가 지어진 지가 30년이 넘습니다. 30년 전 기준으로 지어져 지금 보면 다시 지어야 될 시설들이 대부분입니다. 이를 어떤 기준으로 고쳐야 좋을 것인가에 대한 연구도 시작하려 합니다. 1700개 학교 중 10개 정도를 대상으로 시범사업도 준비 중입니다. 소수이긴 합니다만, 사회적으로 아이들에게 이 정도 시설에서는 교육이 이뤄져야 한다는 공감대를 만들 수 있을 겁니다. 우리나라가 이룬 경제적 여유를 미래 학생들이 공부할 곳에 투입하고, 배려하는 시도를 지금부터는 시작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Q 저도 학부모 입장에서 공감합니다. 요즘 하는 말들이 옛날 우리가 다니던 독서실은 마치 카페처럼 자유토론도 할 수 있고, 개별공부방, 음악도 듣는 다양한 공간이 생겨 환경이 좋아졌다는 말들을 합니다. 그런데 “학교는 왜 변하지 않나”라고 반문하지 않습니까. 요즘 아이들이 방과 후 학교에 남으려 하지 않아요. ‘꿈담교실’도 이를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는 취지로 이뤄진 시도였고, 이 과정에서 건축사들이 노력을 했습니다. 앞으로 이런 노력들이 계속 필요할 것 같습니다. 교수님께서 생각하는 학교공간에서 이런 건 있어야 한다라는 키워드가 있을까요?

그간의 평가와 반응을 볼 때 꿈담교실 실험이 일단 성공했다고 봅니다. 그러나 교실만 바꾼다고 해서 전체 학교가 다 좋아진 건 아닙니다. 부분을 바꾸는 노력을 가속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어느 정도 성과를 통한 가능성을 보여주고 학부모와 사회를 설득했다면, 이제는 학교 전체를 바꾸는 노력을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때문에 꿈담교실이 과다하게 확대되는 것은 꼭 바람직한 거라고 보진 않습니다.
전체를 바꿀 수 있는 노력, 각 학교마다 미래에 대한 마스터플랜은 ‘학교건축가’를 통해 시작하고, 그 다음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는 마스터플랜이 정리된 학교부터 본격적으로 전체를 바꾸는 노력을 해야 합니다. 이제 이를 실현하기 위한 국가정책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또 다른 학교공간 개선의 가능성은 지역사회와의 공유 측면에서도 찾을 수 있습니다. 각 학교가 지역사회에서는 굉장히 중요한 위치고 대지면에서도 여유가 있어 활용가치가 높은 자산이기도 합니다. 지역사회와 함께 쓸 수 있는 강당 등을 하나하나 최고의 수준으로 만들어 건축혜택을 누리게 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입니다. 수준 높고, 내용도 충실한 세계 어디에 내놓아도 최고의 교육시설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결과를 만들어낼 준비가 우리 내부적으로는 돼 있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모범 사례들을 보이고, 우리 사회 건축전문가들이 해낼 수 있는 역량을 잘 보여드리는 것이 근미래 우리의 목표가 돼야 합니다. 모든 건축전문가, 교육전문가들이 같은 꿈을 꾸면서 갈 수 있도록 제가 작게나마 역할을 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Q 과거 학교가 지역사회에서의 나름의 역할을 잘 했던 것 같은데, 안전사고가 차츰 생기며 저희 동네만 하더라도 밤에는 학교출입이 통제됩니다. 아이들과 산책도 하고, 축구도 하고 싶은데 그렇게 큰 공간이 닫혀버리니 맥락이 끊기지 않습니까. 이제 지역사회 주민들과 같이 관리하는 시스템을 만들어 열린 공간이 됐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학생 수도 차츰 줄고, 빈 교실도 많아지는 등 이런 부분도 고민되실 텐데요. 

10년 전만 하더라도 고속철도를 타려면 검표대라는 게이트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IT 기술과 관점의 전환으로 검표대 없이 고속철도를 이용하고 있습니다. 학교도 마찬가지로 학생들의 안전을 지키면서도 지역사회와 공유할 수 있는 방법과 아이디어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같이 문제를 인식하고 풀려고 노력하면 어려운 일은 아닐 겁니다. 

Q 그런 인식과 주민들의 어떤 협의 또 그 안에서 소프트웨어가 변화하면 그 다음 이제 디자인에서 변화할 수 있는 바탕이 충분히 만들어진다고 봅니다. 

그렇죠. 디자인 하나만 갖고 바꿀 수 있는 것은 한계가 있습니다. 시민사회와 학교, 우리의 선진기술이 해결해 낼 수 있는 대상이라 생각합니다.

 


Q 지금까지 학교공간에 대한 철학, 앞으로의 비전 이야기를 했습니다. 다른 이야기를 해보자면, 막상 건축사가 교육청 일을 해보면 다신 하지 말아야겠다라는 말을 할 정도로 요구사항도 많고, 대가도 형편없습니다.(웃음) 대가는 적지만, 공공의 일이니 당연히 해야 한다는 식의 열정만 강요하는 현실인데요. 대안이 있을지요.

대가를 제대로 주지 않고 좋은 결과를 바란다는 건 처음부터 불가능한 일입니다. 공공의 일이니 적게 받아도 일은 다 해야 한다는 요구, 이른바 ‘재능기부식 열정페이’는 개인적으로 아주 싫어하는 말입니다. 일한 만큼 보수를 받는 체계를 만들어야 하는데, 문제의 시작은 학교건축 공사비 기준입니다. 통계 상 공공건축물 유형별 공사비 중 학교가 제일 낮습니다. 우리의 미래를 어디서 만들 수 있는가를 생각해보면 가장 큰 비용을 들여 잘 만들어야 할 시설이 바로 교육시설인데, 우리 사회에서 이게 받아들여지고 있지 못한 상황입니다. 왜 그렇게 수준 낮은 건물에서 아이들이 공부를 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과 발상의 전환이 변화를 위한 첫 과제일 겁니다. 공사비가 오르면 당연히 건축사의 업무대가도 올라갈 것입니다. 그 다음 많은 분들이 말씀하시는 게 교육시설 관련 일을 하면서 왜 건축설계자를 존중하지 않느냐하는 겁니다. 왜 설계는 허가 후 담당공무원이 마음대로 바꾸느냐는 불만이죠.
그런데 담당공무원과 이야기를 나누면 똑같은 시설이 10개 동시 추진되는데 재료를 통일시키면 경제적 구매도 가능하고 검증된 시스템으로 건물이 지어질 수 있다는 의견을 듣습니다. 각각 다른 재료를 써서 고생하고 검증되지 않은 도전을 할 필요가 없다라는 생각을 들어보면 완전히 틀린 것은 또 아닙니다.(웃음) 하지만 “학생들에게 똑같은 붕어빵 환경을 만들어주는 건 안 된다”, “앞으로 학교마다 디자인이 달라야 한다”라고 서울시교육감님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디자인만 다른 게 아니라 거기에 어울리는 재료와 공법 등 모든 것들이 달라져야 한다는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건축사가 열악한 대가를 받으면서도 좋은 공간을 위해 애쓰는 과정에서 관행을 중시하는 공무원들과의 충돌이 빚어질 수 있는데, 이 경우는 보통 감리자의 역할을 공식적으로 수행할 수 없을 때 생깁니다. 설계자의 사후설계관리업무가 당연히 제도적으로 정착이 돼야 합니다. 교육청, 사회와 공감하며 같이 갈 수 있는 노력, 건축사에게 법적인 지위를 주고 합리적인 대가가 책정될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일들을 함께 만들어가야 합니다. 문제에 대한 인식은 모두가 하고 있으니 정상적인 상황이 꼭 실현되리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Q 예전 작은 프로젝트였습니다만, 서울시 찾동 프로젝트 경우 공사비가 굉장히 작았음에도 설계비는 이 만큼은 줘야 한다는 기준이 정해지니 일선 구청 예산 담당하는 분들도 쉽게 깎거나 뭐라 말을 못하더군요.

모든 일이 그렇듯이 단 번에 바꿀 수는 없을 것입니다. 조금씩 개선할 수는 있다고 봅니다. 서울시교육청 담당자분들이 꿈담교실 사업을 통해서 굉장한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저는 이를 긍정적으로 보고 있습니다. 관행대로 하지 않고도 좋은 걸 만들어낼 수 있다는 가능성을 경험한 것입니다. 건축설계를, 디자인을 잘하는 분들의 역할이 얼마나 소중한 가를 보았고 ‘그분들의 희생으로 이렇게 좋은 결과를 만들어냈다’라고 말합니다. “우리가 교육시설을 바꿀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은 것인데, 이런 확신을 모든 교육시설에 적용될 수 있게만 한다면 앞으로 좀 더 기대할 만한 일들이 벌어질 것이라고 믿습니다.

Q 말씀대로 실무를 담당하는 공무원들의 자신감이 중요합니다. 그것만 바로 선다면 앞으로 획기적인 변화, 좋은 방향이 만들어질 것 같습니다. 기존 교육청 발주 대부분의 설계비 오천만원 이상이 식당, 체육관 정도였습니다. 간혹 지금도 신축이라 명명되는 학교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결과물을 보면 아직 핑거타입이 대부분으로 교실이 나열돼 있곤 합니다. 만약 서울시교육청 정도 되면 공모전 지침서부터 완전히 자유제안을 하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요?(웃음)

사실 설계자 입장에선 자유제안이라는 게 더 힘들지 않습니까.(웃음) 지금 건축도시공간연구소에서 연구 중인데, ‘(가칭)서울시교육청 공공건축지원센터’를 만들려고 합니다. 본격적으로 연구용역을 진행하고 있어 올 연말쯤 연구결과물이 나오면 그런 지침도 체계적으로 바뀔 거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Q 제가 재작년 서울시의 ‘모두의 학교’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한 적이 있습니다. 기존 설계공모 당선된 분이 계셨고, 그 분이 내부까지  할 상황이 안 되니 각층 홀과 복도공간을 맡았는데요. 그때 든 생각이 먼 훗날 학교가 통째로 비게 되는 상황도 생길 수도 있겠구나라는 것이었습니다. 학생수가 줄어드는 과정에서 서울시 1700개 학교 중 실제 운영을 하지 않는 곳도 생길 텐데요. 이 경우 서울시교육청 재산이 되는 건지, 아니면 민간재산으로 아파트 등이 세워지는 건지, 모두의 학교처럼 또 다른 학교가 되는 건지 궁금합니다. 

일단 사립학교는 학교 재산이니까 강북의 명문 고등학교가 강남으로 이전하며 이전 학교는 고층건물이나 공동주택이 지어진 사례로 그 변화의 모습을 알 수 있습니다. 반면 공립학교 재산권은 서울시교육청이고 1100개 정도의 공립학교의 미래에 대한 논의를 사회와 함께 해 나가야 하는데, 가장 중요한 원칙은 ▲학생들을 위해 그 공간을 써야 한다는 것, 그 다음 ▲학교시설이 우리 사회에서 제일 좋은 시설로 만들어야 한다는 점입니다. 그 자산을 학교에서만 독점해야 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사회와 같이 쓰는 만큼 투자하십시오’라는 정책이 만들어져야 하는 게 옳은 방향일 겁니다.
학부모들도 열악한 환경에서 자신의 아이가 공부를 하고 있다는 것에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합니다. 내가 못 먹고 못 입어도 우리 애부터 먼저 해주려하는 게 모든 부모의 마음인데 환경은 전혀 반대가 돼버렸으니까요. 지금이라도 우리 사회가 학교건축에 대해 진지하게 돌아봐야 할 것입니다. 

 

서울면동초등학교 ‘꿈을 담은 교실’(좌), 꿈담교실 현장을 방문한 유은혜 교육부장관과 조희연 서울시 교육감 사진=서울시교육청 블록그, 교육부


Q 서울시교육감님과 교수님도 “교육혁신은 공간혁신이다”라는 말에 크게 동의하시는데, 공간이란 말이 들어가 우리 건축사들도 뭔가를 할 수 있단 그림이 그려지는 것 같습니다. 1기와 2기를 연결하시면서 앞으로 프로젝트를 담당할 실무건축사들 또는 건축사사무소 개업을 고민하는 후배들에게 특별히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지요. 

막 시작하는 신진건축사분들이 갖고 있는 학교에 대한 생각들이 뭐가 더 옳고, 어느 방향으로 꼭 가야 된다는 그림을 저는 그리고 싶진 않습니다. 자신이 믿는 소중한 건축을 끝까지 도전해 성취하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좋은 건축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하고 있는 분들에게 더 좋은, 더 많은 기회를 주는 환경을 만들고, 우리 사회가 다양성을 존중하듯 전혀 다른 모습들의 상상력이 각 학교에서 피어나고, 실현될 수 있도록 계기를 만드는 게 저의 역할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아쉽게도 당분간은 저를 비롯해 서울시교육청에서 노력하더라도 ‘충분한 보상’에 대한 부분은 시간이 좀 걸리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조금씩 개선해갈 수밖에 없고, 단 번에 모든 게 해결될 거라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그렇다고 그게 멀리 잡아도 5년 후가 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웃음) 가능한 짧은 시간에 해결되도록 노력해야 될 거고, 5년 후, 10년 후 쯤에 우리가 충분히 납득하고 이해할만한 작업환경이 만들어지고, 보상을 받는다면 그건 아마도 그렇게 되기까지 조금 더 희생하신 분들의 노력이 있었기 때문일 겁니다. 사회적 인식이 변하고 제도적인 뒷받침으로 건축사들이 힘을 합한다면 우리 미래 학생들은 지금과 전혀 다른 최고의 교육환경을 누리고 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대담 김창균 건축사(본지 편집위원) · 글 장영호 기자 · 사진 임경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