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틀리에에서 기업으로…사원을 대표로 성장시키는 건축사사무소_(주)정림건축 종합건축사사무소 2019.6

2022. 12. 22. 10:56아티클 | Article/인터뷰 | Interview

From an atelier to an enterprise... the architectural firm that leads growth of an employee selected from an open recruitment to be a CEO

 

“기업이 오래 꾸준히 성장하려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가치경영 체계 설정, 건축을 베이스로 한 다양한 서비스 창출, 고객 관계 기반 서비스와 전문성에 초점을 두어야 합니다. 여기에 답이 있습니다.”

52년 역사의 (주)정림건축 종합건축사사무소(정림)의 임진우 대표이사, 방명세 CM부문총괄·사장, 정용교 운영총괄·사장은 5월 17일 가진 인터뷰에서 건축사사무소가 지속성장하기 위한 비결로 이같이 말했다.

정림은 창립 52주년을 기해 태평로로 본사를 이전한다. 1963년 건축사법이 제정된 이래 국내서 50년 역사를 가진 건축사사무소는 흔치 않다. 보통 50년, 100년 간 지속되는 기업들의 공통점은 명확한 핵심 존재이유를 꼽는데, 이러한 기업의 존재이유는 흔히 기업이 추구하는 비전이자 가치로 드러난다. 최근 기업의 비즈니스 프레임은 환경·사회·지배구조 성과를 고려한 ‘총사회적 영향’이 부상하고 있다는 점이다. 당장의 수익에만 매 달리면 단명하고, 사회에 이로운 비즈니스를 찾아야 한다는 사고방식이다.

왼쪽부터 정용교, 방명세, 임진우, 홍성용, 장영호

월간 건축사는 조직의 전략, 성과, 전망 등 외부환경 속에서 건축사사무소가 어떻게 시장의 신뢰를 쌓고, 장기 적으로 기업가치를 제고할 수 있는지 정림건축 임원진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하는 대담 일문일답.

 

임진우┃정림이 연건동에 터를 잡은 지 45년이다. 설계사무소가 50년이 넘게 지속하기가 쉽지 않은데, 새로운 출발을 어떻게 할까 고민하던 차에 최초 정림이 태동한 곳 태평로로 다시 본사 이전을 하게 됐다. 과거의 산실이 있는 근처로 이 전해 사람중심의 행복한 일터를 구현코자 한다. 이전하게 되면 역사성, 접근성면 에서 이점이 많고, 새 본사에서 소통·융합을 강화할 수 있게 된다. 정림으로서는 중요한 터닝포인트이며, 놀라운 성장 모멘텀이 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홍성용┃일반 기업도 50주년을 넘기가 쉽지 않다. 설계사무소가 디자인 기반 업종이라 길어야 15년~30년이다. 50주년은 3대 사이클이라 할 수 있다. 결국 전문경영인 체제가 돼야 한다. 정림은 언제부터 전문경영인 체제가 시작됐나?

 

임진우┃아시다시피 정림은 최초 오너 아키텍트 체제로 시작됐다. 故 김정철, 김 정식 두 분 건축사가 실질적 대표에서 물러난 후, 정림도 새로운 리더십을 세우기 위해 도전해 왔다. 대개 기업들이 시간이 흘러 리더십 전환에서 실패하는 경우가 많다. 정림도 시행착오가 있었지만, 현재까지 잘 극복해오고 있다고 본다.

 

홍성용┃산업의 판이 바뀐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비즈니스의 변화가 심하다. 전환시점의 기업입장에선 이노베이션이 이루어져야 한다. 정림 이노베이션의 핵심 키워드는? 임진우┃변화에 적응을 잘 하는 회사는 파도에 올라타 계속 전진을 할 수 있는 거고, 둔감한 회사는 생존이 안 되는 거다. 결국 핵심은 변화, 혁신, 도전이다.

 

방명세┃CM총괄을 맡은 지 1년이 되었다. 종전 정림의 생존키워드는 창립 때부 터 계승된 변화, 도전이다. 정림은 따로 모기업이 있는 회사가 아니라서 더욱 그 렇다. 설계분야가 변화, 혁신, 도전에 초점을 둔다면, CM은 그동안 감리에 치중 된 것을 혁신, 도전의 키워드에 부합해 탈바꿈해나가고 있다. CM서비스 고도화, 경쟁력있는 조직 구축에 힘쓰고 있다.

 

정용교┃정림이 50년 넘게 성장하는 회사로 올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시장 에 대한 열린 자세다. 시장 대응이 결국 50년 동안 올 수 있게 한 원동력이다. 정 림은 극적으로 변하는 시장에 끊임없이 대응을 했다. 돌이켜보면 지난 10년 동안 정림의 건축주도 극적으로 변했다. 10년 전만 해도 대형 건설사가 건축주 상단에 있었지만, 지금은 주로 유통산업을 기반한 신세계, 롯데, 하이닉스 등이 클라이 언트 상단에 있다. 예전에는 정림하면 오피스빌딩, 은행 설계로 정평이 났다. 이 젠 그전에 없던 산업군인 데이터센터, 물류창고, 반도체산업 관련된 시설들이 주 력분야가 됐다. 이런 대응이 사실 보통의 회사들에게는 쉽지가 않다. 결국 시장에 생존하냐 못하냐는 시장대응력에 달려있다고 본다. 앞으로도 이 부분은 계속 정 림이 지속가능한 기업이 되기 위한 중요한 키워드가 될 것 같다.

 

홍성용┃지금 언급한 것이 스타플레이어와 연동이 된다. 개인 중심의 디자인회 사는 오너 생명이 노쇠해지면 같이 몰락하는 구조다. 외국도 마찬가지다. 살아 남는 기업들 중에 사실 큰 나무 하나 만드는 것 보다 작은 나무 여러 개 만드는 전략을 쓴다. 그게 스타플레이어 양성 개념과도 연결된다. 정림은 조직이 됐든, 개인이 됐든 그런 내부의 역량을 키우는 시스템 또는 각 분야별 전문가들을 양성하는 시스 템이 회사 내 있는지.

 

임진우┃정림의 인재육성 방향은 MDT(ManagementㆍDesignㆍ Technical)기반의 분야별 평가, 육성방식이다. 디자인파트너그룹, PM그룹, 테 크니컬 엑스퍼트 그룹을 비롯한 메디컬 플래너, 리모델링 각 분야별로 작가주의 보다는 건강한 MDT기반하에서 함께 성장해가는, 다수의 스타플레이어를 양성 하는 플랜을 갖고 있다.

 

정용교┃정림의 스타 건축사라면 당연히 창업자인 두 회장님이다. 그 이후는 누 가 스타플레이어라서 영입된 게 아니라 정림 플랫폼에서 스타플레이어로 성장했 다고 하는 게 맞다. 외국사무소가 디자인퀄리티와 브랜드파워를 끌어올리기 위 해 스타플레이어를 영입하는 방식에 대한 고민이 있었던 거고, 정림은 자체적인 플랫폼 기반 하에 스타플레이어가 탄생하는 시스템을 갖고 있었다. 지금도 보면 외국 스튜디오 못지 않은 작품력으로 실제 상당한 성과를 꾸준히 내는 집단이 있 다. 그 친구들이 어찌 보면 스타플레이어이긴 하다. 예전 방식으로 홍보 또는 알 려지지 않아서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임진우┃일본 건축그룹 부동의 1위 니켄 세케이(Nikken Sekkei)는 역사가100년이 넘었다. 실제 작품을 보면 건강성, 작품의 완성도면에서 정말 남다른 데 가 있다. 니켄 세케이가 작품에 대한 충성 고객 집단을 확보함으로 기업의 이익 을 지속시키는 브랜드 로열티가 크게 발현된다고 보는데, 정림 또한 브랜드 로열 티가 중요하다고 본다. 정림이라는 플랫폼을 만들고 젊은 건축사들이 들어와서 열심히 기량을 익히고 수련을 쌓은 다음 시장에 나가 정림 DNA를 갖고 건축계 생태계를 건강하게 만 드는 사례가 많다. 인재를 키워 내보내는 게 기업입장에서는 손실이지만, 정림은 조금 더 넓은 시각을 갖고 있다. ‘곧은 나무와 나무가 만나 울창한 숲을 이룬다’라 는 사명에도 이러한 철학이 들어있다.

 

홍성용┃국내 사무소가 고민하는 것들을 보면 90년대 미국 설계사무소가 고 민했던 내용들이다. 90년대 미국 겐슬러(Gensler)가 회사체제를 바꿔 살아남 았던 것 같고, 최근 미국 에이컴(Aecom)도 공격적 인수합병(M&A)를 통해 2002년 매출액 17억달러에서 2016년 174억달러까지 성장한 회사로 발돋움 했다. 사실 이들 회사의 공통점은 테크놀로지를 기반한 게 아니라 비전을 기반 하고 있다는 점이다. 에이컴은 용역개념이 아닌 우리가 주체적으로 일을 만들 겠다는 개념이다. 그런 입장에서 본다면 정림은 미래를 어떻게 준비하는지 궁 금하다.

 

방명세┃최근 정림CM은 기존 감리베이스에서 CM베이스로 빠르게 탈바꿈하고 있다. CM고도화서비스, 사업초기부터 마무리까지 PM업무 요구에 대응하는 조 직구축 등 복잡화, 다양화, 대형화되는 시장변화에 유기적인 솔루션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조직구축 및 기술력을 강화해가고 있다.

 

임진우┃최근 서울시에서 추진하는 역세권 청년주택, 쉐어하우스는 정림문화재 단에서 실험한 프로젝트다. 사회 니즈를 충족시키고 건축을 통해 사람들 삶을 증 진하는 전문기업으로 나아가기 위한 노력들이다. 해외사업은 보수적인 입장이었 지만, 해외지사는 현재 심양과 베트남 두 개 지사가 있다. 심양은 복합상업시설 프로젝트 기반의 지사로서 프로젝트는 창립 후 가장 큰 규모(45만평)다. 베트남은 현지직원 40명 정도가 있다. 이외에도 최근에는 인도네시아 프로젝트 도 거론되며, 지사 태동을 준비 중이다. 로컬 아키텍트와 MOU도 체결했다.

 

정용교┃일을 만들어낸다는 입장에서 보면 영등포 타임스퀘어는 정림이 경방과 7∼8년을 연구한 프로젝트다. 변화하는 유통산업시장을 고려해 연면적 37만제 곱미터의 대형몰을 기획, 완공까지 10년이 걸린 사업이다. 타임스퀘어의 성공을 보고 이후 신세계에서 복합쇼핑몰 건립을 위한 워크숍을 함께 해보자는 요청이 왔다. 그때 2박 3일 워크숍을 갖고 내린 결론이 ‘하남 스타 필드’다. 미국 에이컴처럼 주도적으로 일을 만들었다기보다는 클라이언트 요구 에 대해 파트너십을 갖고 새로운 모델을 개발해낸 케이스다. 이처럼 클라이언트 의 고민을 같이 하면서 Credit(신용) 경영방침아래 새로운 모델을 만드는 사례 를 지금도 해나가고 있다.

 

임진우┃정림의 운영은 설계, CM, 운영, 마케팅 각 분야별 총괄이 있고, 의사결 정도 각 헤드들이 갖는다. 수평적 위계구조 내에서 ‘생각은 유연하게, 일은 민첩 하게’라는 방식 하에 그렇게 운영하니 많은 자율성들이 위임되어 있다. 이른바 ‘언보스’라는 수평적인 조직문화다. 정림이 추구하는 ‘사명’을 상기하며 그에 기 반한 의사결정을 내리도록 한다. 정림에는 한 부서를 이끄는 본부장이 직원 40 명을 거느린다. 그 본부장들은 외부활동도 활발해 굉장히 파워풀한 대외역량을 쌓고 있다. 앞으로 정림의 미래는 수평적인 팀의 구성을 활용하고, 의사결정 분 권화에 따른 조직원들의 원활한 소통, 그리고 환경변화에 탄력적으로 대응하는 것에 있다고 생각한다.

 

홍성용┃90년대 대형사무소가 많이 했던 부서별 독립채산제를 기반한 포도송 이 조직(탄력적인 조직)과 비슷해 보인다

 

임진우┃독립채산제와는 다른 개념이다. 같이 간다는 가치를 중심으로 더 잘하 는 사람, 또는 못하는 사람을 극단적으로 구분하진 않는다. 일정선을 넘은 성과 에 대해선 건강한 성과 보상도 이뤄진다.

 

정용교┃대형사라해서 정림이 모든 걸 다 책임지고 가지는 않는다. 사업의 성 격이 다른 것은 분사방식을 통해 위임, 해결한다. 설계와 CM의 집중력은 계속 이 체제를 유지하지만, 그 외 신사업은 별도의 법인을 설립해서 운영하는 구상 도 있다. 일례로 변화하는 시장환경 대응을 위해 정림파트너스라는 법인을 따로 두었다.

 

홍성용┃성과주의 관련해 BSC(Balanced Score Card), ‘성과관리 시스템’ 이 개발돼 정림이 운영하고 있는지

 

임진우┃신(新)인사시스템에 탑재해서 정림만의 조직문화를 만들려고 스터디를 많이 하고 있다. MDT(ManagementㆍDesignㆍTechnical)로 방향을 정해 시행하고 있지만, 생각하는 것보다는 속도가 늦는 것 같다. 시행착오가 생기면 리 뷰해서 조정하고, 속도는 조절하면서 갈 것 같다.

 

홍성용┃성과관리 시스템은 50인 이하 사무소는 의미가 없다. 정림 정도 되는 규모의 사무소는 사실 필요한 시스템이다. 국내 설계사무소가 이 시스템이 거 의 안 되어 있다. 대체로 건축분야가 일반기업들보다 15년 정도 늦는 경향이 있다. 설계분야 성과를 어떻게 측정할 것인가는 큰 과제인 것 같다. 사실 측정 을 하고 싶어도 영업이 안 되면 못하지 않나. 영업 측면에서 이쪽 비즈니스는 인적네트워킹에 의한 비즈니스가 크다. 정림은 이런 인적네트워크를 어떻게 구 축하고 있는지.

 

정용교┃사실 마케팅은 정림이라는 브랜드 네임기반의 로열티 마케팅이 되도록 노력한다. 실제로 신세계, 롯데 오너들과 직접 연결되어 하는 일은 없다. 오히려 우리가 갖고 있는 기존의 전문성과 인력에 상대측 니즈가 매칭이 되어 마케팅이 이뤄진다

 

홍성용┃마케팅은 그런 작은 경험을 공유하는 개념이다. 그럼으로써 이 회사 역량이 어느 정도 되는구나 라는 게 증명이 된다. 그런 관계를 어떻게 설정해가 고, 그런 시스템이 있는지 궁금하다

 

정용교┃겉으로 드러나진 않지만, 부서별로 클라이언트 릴레이언십(CR)을 지속 적으로 관리한다. CR관계가 어떻게 구축돼 있고, 거기에 어떤 구멍이 있는지, 아 니면 더 강화될 필요가 있는지를 마케팅부서에서 종합적으로 관리하고, 필요하 면 그 공백을 메꾸기 위한 별도의 릴레이션십을 구축한다.

 

홍성용┃사후설계관리처럼 ‘POE’같은 거주 후 평가 시스템, 고객들에게 서비 스에 대한 만족도를 파악하고 있는지.

 

방명세┃예를 들어 작년 대구은행 본점 리모델링을 설계부터 CM까지 용역수행 하고 준공을 했다. 이 일의 성과가 입소문을 타며 경남은행 리모델링, 삼일빌딩 과 서린빌딩을 재구축하는 일과 연결됐다. 대구은행 사례는 1985년도에 설계를 했었던 건물인데 30여 년이 지나 정림을 아는 사람들조차 없었지만 도면에 적힌 정림건축 사명을 보고 거꾸로 연락이 왔다. 대구은행은 제2본점도 설계를 하고 본점 리모델링도 수임했다. 요즘 일의 재수주는 결코 한 두 사람을 안다고 해서 이뤄지지 않는다. 실제 실무 자들 사이 입소문이 나서 재수주되는 경우가 훨씬 많다. 몇 사람을 알고 스팟형 태로 접촉했던 수주시스템이 아닌 한 회사가 갖고 있는 경험과 노하우 이런 부분 이 종합적으로 수주나 연속수주에 영향을 많이 미친다고 생각한다. 설계 단계에 서의 만족도가 실제로 현장에서 기술력·품질로 준공되는지 일종의 건축주 만족 도 조사를 한다. 모든 현장은 설계 및 시공 과정 중 건축주 만족도 조사 후 리뷰 하고, 다시 이것을 설계파트와 공유하는 시스템이 일체화돼 있다.

 

홍성용┃사실 실제 일과 사후 만족도 조사를 병행하는 투트랙으로 가야 설계 업이 지속되는 것 같다.

 

정용교┃만족도 조사는 CM의 경우 현장이 끝나면 건축주에게 피드백을 받지만, 설계는 실효성을 감안해 클라이언트 담당임원을 만나본다던가 모니터링을 하는 방식으로 진행한다.

 

홍성용┃건축주는 설계 초기 과정에서 비전을 공유하거나 내 사업이 어떻게 될 건지를 더 효과적으로 설명해주는 사람을 컨택한다. 실제로 일이 진행돼 실무 자들 사이 불평, 불만이 나오기 시작하면 그 다음부턴 “여기와 일 못하겠어”가 된다.(웃음) 이 두 가지가 다 중요하다. 설계쪽이 수익성이 낮은 비즈니스라서 이 두 가지를 다하기에는 코스트가 너무 많이 지출된다. 그 사이에서 줄타기를 해야 되는데, 특히 대형사는 이게 제일 어려울 거라고 본다. 작은 지방이나 서울의 10~20명 안팎의 건축사사무소도 궁극적으로 기업의 성 장이 목표다. 이들 사무소에 도움을 준다 했을 때 공유하고 싶은 경험, 팁 또는 위기 극복방법이 있을지.

 

임진우┃정림이 작년 말 핵심가치 추진실을 만들었다. 내부소통과 미래기획이 주임무다. 이 철학을 기반으로 조직문화를 자꾸 개선해나가고, 핵심가치가 현실 에 내재돼 작동케 하는 일을 하고 있다. 기업이 지속가능하려면 어디에 초점을 맞출지에 대한 철학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본다. 창립정신이 잘 계승되면서, 시대 에 맞게 또 트랜스퍼가 돼야 한다. 작은 사무소도 마찬가지로 대표건축사의 가치 관이 직원들과 잘 공유·소통돼야 그 회사가 조금 더 멀리갈 수 있다고 본다. 가치 경영에 체계를 설정해 직원과 회사의 동반성장을 위한 제도, 프로그램이 지속 전 개되는 게 좋을 것 같다.

 

방명세┃건축사사무소는 결국 용역베이스다. 클라이언트가 고민하고 있는 것을 잘 풀어주기를 바라는 니즈가 점점 더 포괄적, 구체화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정림이 설계와 CM이 주력 베이스지만, 정림파트너스나 신사업을 구상하는 쪽에 서는 PM 관련 니즈라든지 초기 CM에 관련된 니즈를 시장 안에서 경쟁력 있게 하나의 틀로 만들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아틀리에 사무소에서도 건 축주가 원하는 업무를 초기부터 적극적으로 대응해 역할을 하는 것, 즉 PM을 고 려해볼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설계만으로는 사무소를 운영하기 어려운 게 현실 이다. 건축을 베이스로 한 다양한 서비스·니즈를 창출하려는 연구내지는 과감한 노력들이 굉장히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물론 대형사도 이런 부분에서 자유롭지 는 않다.

 

정용교┃답은 한결같이 고객, 시장에 있다 생각한다. 큰 사무소든, 작은 사무소 든 결국은 서비스업 기반이기 때문에 시장 니즈에 대한 답을 내야 한다. 최근 SK그룹과 공유오피스 개념의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공유오피스가 단순히 사무공간을 임대하는 차원을 넘어 입주 스타트업의 성공을 돕는 ‘인큐베이팅 플 랫폼’으로 진화하고 있지 않나. SK그룹 요청을 받아 연구만 6~8개월을 했었는 데, 그러면서 공유오피스 개념이 적용되는 프로젝트인 서린빌딩, 삼일빌딩의 프 로젝트와 연결되고 있다.

오랜 관계 속에서 신뢰를 쌓고, 그 사람들의 니즈를 파악해 같이 고민하는 과정 속에서 일감이 확보된다. 결국 이것이 정림의 지속가능성을 확보하는 방식, 패턴 이라고 본다. 이 방식은 니켄 세케이 기업에서 벤치마킹을 했다. 인턴십 프로그램을 진행하면 서, 어떻게 니켄 세케이가 일본의 대불황기를 견뎌내 업계에서 확고한 우위를 점 해나가는지 살펴본 결과 고객관계 기반 서비스와 다른 회사가 해결하지 못하는 전문성에 답이 있었다. 고객들이 만족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틀, 기 술력을 확보하기 위해 계속 노력을 해야 한다. 이것이 사무소의 지속가능성을 확 보케 해준다 생각한다.

 

임진우┃정림은 더불어 사는 사회에 대한 미션이 있다. 때문에 정림건축문화재 단을 통해 다양한 사회기여활동을 해나간다. 작은 아틀리에와의 공생에 대한 이 슈에 대해서도 늘 논의하고 있다. 아틀리에 건축사를 초대해 세미나도 하고, 시 대의 상황과 문제의식을 같이 공유한다. 이전하는 본사에서도 회사의 많은 부분 을 공유화해서 외부 사람들이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게 하려고 한다.

 

홍성용┃일본은 카르텔 비즈니스로 특징화돼 있어서 국내하고는 안 맞는 것 같 다. 우리는 IMF때 카르텔이 깨졌기 때문에 뉴카르텔이 계속 생기는 시장변화 여서 오히려 미국에 더 가깝다고들 다들 얘기한다. 사실 동의를 하는 것이 지금 가치에 대한 얘기들. 피터 드러커의 말처럼 기업경영에서 비즈니스의 가치를 제일 먼저 세우라고 한다. 이랜드가 대표적인 회사다. 정림이 그런 노력을 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보면 업계모델이 될 수 있지 않나 생각해본다. 또 하나는 정림출신으로 교수, 독립한 사람도 많은데 이 사람들과의 인적네트워크 구축도 정림의 중요한 자원이다. 그 자원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아니면 그런 구상 이 있는지.

 

임진우┃정림을 졸업하고 활발한 활동을 하는 OB 중 몇 명과 협업관계로 일하 기도 했지만, 네트워크 자원 활용을 위한 길을 찾긴 쉽지 않았다. 네트워크도 OB 들과의 추억에 머무를 뿐 한 스텝 나아가 대한민국 건축계의 발전을 위한 에너지 로 쓰여지기에는 아직 미진한 것 같다. 오늘 인터뷰를 함께 한 학생기자들도 궁금한 점이 있으면 같이 이야기해도 좋을 것 같다.

 

남두진 학생기자┃진지한 분위기 속에서 가벼운 질문이 될 것 같아 망설여진 다.(웃음) 현상설계서 당선된 건물이 실제로 건축됐을 때, 개념대로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많아 괴리감을 느낄 때가 많다. 이에 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임진우┃설계안이 과장이 심해 현실로 트랜스퍼될 때 바뀌는 부분이 많다면 윤 리적 측면에서 문제가 있는 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현실적이어도 안 된다 고 생각한다. 일반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이미지도 필요하다. 대학에 강의를 나 가면서 드는 생각이 학생들을 교육할 때 현실적 현황만을 가르쳐서도 안 되고, 현황과 동떨어진 건축의 꿈과 비전 같은 환상만을 가르쳐서도 안 된다는 점이다. 그 중간쯤 적정선이 있을 거다. 현상설계도 마찬가지 아닐까 생각한다.

 

방명세┃덧붙이자면, 현상안대로 짓고자 하는 니즈와 예산 사이 괴리가 있다는 점도 고려돼야 한다. 당선작을 그대로 짓기 위해 예산의 2, 3배가 든다면 곤란하 지 않나. 외국건축사들도 사업비 등을 고려하지 않고 현상이 나오는 경우가 많 다. 스타건축사의 경우 공사비까지 맞춰 짓는 경우도 있지만 매우 드문 경우다. 사용자들의 세밀한 니즈를 맞춰가는 과정에 당선안이 조정되는 건 좋은 프로세 스다. 국가나 공공에서 발주하는 경우 현상설계안을 디벨로프 하는 과정에서 건 축사의 의도대로 잘 조율되는 경우도 있고, 의도대로 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박수진 학생기자┃현재 건축교육에 대한 생각과 미래 예비 건축사들, 즉 학생 들이 건축을 대하는 태도나 자세에 관한 팁을 주신다면.

 

임진우┃지금의 학생들은 새로운 이미지, 추상적이고 비정형적인 건축이 디자인 이라고 생각하기 시작한 것 같다. 많은 학생들이 과거의 박스 디자인은 디자인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에 앞서 기초를 탄탄히 하고, 기초 위에서 이 미지를 차용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미지를 형상화하는 작업은 본인이 갖고 있는 틀과 경험, 관심과 철학을 믹싱한 프로에게조차 쉽지 않은 작업이다. 이미지만 갖고는 모델을 만들 수 없다. 너무 이미지나 환상만 쫓지 말고 건축을 배우는 입 장에서 구조적인 기초개념도 탄탄하게 쌓았으면 좋겠다.

 

방명세┃정림의 인재들을 보면 디자인 혹은 운영·관리를 했거나, 실제 설계를 잘 했던 사람 등이다. 설계디자인을 했던 사람이 매니징도 하고, 실설계도면도 그리고, 현장도 경험하며 크로스오버 관련 경험을 통해 핵심 인재로 양성되는 것 이다. 멀리 보고, 건축을 베이스로 한 여러 정보를 갖고 내가 갈 길을 계획하는 것 이 중요하다. 학교에 다닐 때부터 건축사들이 사회 속에서 어떤 역할을 수행하는 지, 어떤 고민이 있는지를 필드에 나와서 보려는 노력을 기울인다면 좋겠다. 그런 면에서 오늘 학생기자들이 대담에 참석한 것은 좋은 공부가 될 수 있겠다.(웃음)

 

정용교┃건축설계를 하면 배고프거나, 또 재능이 있어야 하는 것처럼 생각하는 데 그렇지 않다. 좋은 회사, 선배, 멘토 등을 만나면 잠재력과 재능이 발현되니 위 축되지 말고 하고 싶은 일, 꿈을 중요시해야 한다.

 

정용교┃건축설계를 하면 배고프거나, 또 재능이 있어야 하는 것처럼 생각하는 데 그렇지 않다. 좋은 회사, 선배, 멘토 등을 만나면 잠재력과 재능이 발현되니 위 축되지 말고 하고 싶은 일, 꿈을 중요시해야 한다.

환경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건축사가 설계할 수도 있고, 만약 그렇 게 되면 집이 꼭 건물이 아니라 이동수단이 될 수도 있다고. 건축부동산 시장에 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이는데, 건물이 아닌 건축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평소 에 생각하고 준비하는지, 또 20년 혹은 30년 뒤 필드에 나올 때를 대비해 무엇 을 준비해야 되는지 묻고 싶다.

 

임진우┃과거 10년을 투영해볼 때 앞으로의 10년이 얼마나 빠르게 변화될지 조 금은 예측할 수 있다. 4차산업혁명 등 점차 산업이 바뀌면서 건축시장도 바뀌고, 사람들이 하던 대부분의 일을 기계가 하거나 인공지능으로 대체될 수도 있을 거 라고 보여진다. 점점 더 지능화·디지털화 되고, 말한 것처럼 이동하는 모바일 주 택 등도 생기면서 과거의 개념과는 많이 달라질 것이다. 구체적으로 우리 세대에 서 관련된 무언가가 준비되고 있다고는 자신있게 얘기할 수 없다. 단 기계나 환 경은 달라지겠지만, 건축의 중심이 인간이듯 변화된 환경의 중심도 인간일 것이 다. 그러니 세대 감성을 고루 담아내는 작업을 꾸준히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좌담 후 기념촬영(윗줄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홍성용, 남두진, 박수진, 박우승, 장영호, 방명세, 임진우, 정용교)

 

정용교┃변화에 어떤 태도를 취하느냐가 중요한 것 같다. 실제 건축이 필요한 세 계가 확장되고 있다. 어떤 생각을 갖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기회나 가능성이 열 릴 수 있다고 생각한다. 땅에 집을 짓는 것만이 건축설계다 생각할 것이 아니라 우리를 둘러싼 많은 공간환경, 아니면 리얼하지 않은 온라인 상의 공간환경도 우 리의 공간환경으로 인식한다면 시장은 몇 배로 늘어나는 것이다. 기회는 무궁무 진하다고 본다. 그러니 너무 고정된 선배들의 모습이나 시장만 보고 황금 같은 기회를 놓치지 말고 변화를 항상 다른 시각으로 보아야 한다. ‘변화의 파도에 탈 것인가, 묻힐 것인가.’ 파도에 묻히면 생명이 위협받지만, 타면 내 힘을 들이지 않 고 엄청난 곳으로 이동할 수 있는 힘이 생기지 않나. 젊을수록 유연한 사고를 가 지면 훨씬 많은 기회를 잡을 수 있을 것 같다.

 

 

 

 

 

임진우 대표이사, 방명세 CM부문총괄·사장, 정용교 운영총괄·사장 Lim, Jinwoo · Pang, Myungse · Jeong, Yongky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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