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소규모 건축사사무소의 빌드업, 그리고 워라밸 2020.11

2023. 1. 26. 09:14아티클 | Article/칼럼 | Column

건축담론 Architecture Discussion

 

편집인 註

 

경제에 대한 이해도는 현대 산업사회에서 필수적 요건이다. 모든 산업 분야도 마찬가지다. 이런 당연함을 언급하는 이유는 생각 외로 건축설계업에 참여하는 이들이 경제적 이해도가 낮기 때문이다. 시장구조에 대한 이해부터 마케팅, 세금 등 전반에 대한 학습이 절실하다. 실제 현장에서 요청하는 점도 이 부분이 크다. 
대부분 건축사 시험을 합격한 이들이 궁금해 하는 것이 이런 경영 과정의 전반이다. 건축사 시험을 보는 가장 큰 이유는 자기 이름으로 설계를 해보고 싶은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경영의 ABC를 궁금해 하는 것은 당연하다. 건축사를 등록하고, 사업자 등록증을 만들고, 사무실을 확보하는 일 등 모든 것이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것이라 생소하고 난감하다. 세금을 내야하고, 4대 보험을 가입하고, 각종 비용을 어떻게 지출하고 기록해야 하는지……. 건축사로서 당혹스러운 순간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사실 더 큰 문제는 이런 실질적 프로세스보다 시장 전체를 해석하고 바라보는 경영 관점의 시각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스스로 학습하고 공부하는 방법 외의 기회가 절실히 필요함은 향후 대한건축사협회의 숙제가 될 내용들이다.
이런 이해 아래 이번 건축담론에서는 시장경제에서 어떻게 가격이 결정되는지 생각해보는 이해의 시간을 만들어 보았다. 시장에서 가격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설계비부터, 인건비, 각종 지출 등의 균형에 의해 구성된다. 흔히 우리가 말하는 수요와 공급의 균형으로 가격이 형성된다. 현재 우리나라 시장에서 인정되는 설계비는 이런 수요, 공급의 균형 결과이기도 하다. 소비자가 지불할 충분한 의사가 있는 가격에 의해 공급자의 인정으로 형성되는 가격이다. 다만 업역의 전문적 안정성과 특징으로 제도적인 최저 설계비 한계는 제안할 수 있지만, 이는 담합이나 기타의 불공정거래로 인정될 수 있어서 사회적 공론화가 필요한 부분이다. 
이번 건축 담론은 이런 초보적 시장에 대한 이해부터, 실제 고군분투하면서 운영하는 작은 건축사사무소 경영자들의 경험담을 게재한다. 그리고 이런 건축환경에 대한 시선과 돌파구를 위해 기존과 다른 시각으로 건축 경영을 강조하는 학문적 흐름도 이야기했다. 분명한 것은 건축사사무소를 개설하려는, 이미 경영하고 있는 수많은 건축사들에게 실질적 경영 학습 과정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점이다.

 


03 Build-up of a small scale architectural firm, and the work and life balance

 

프롤로그 - 어떤 시작

이번에 사무소 운영에 대한 원고 청탁을 받고 많은 고민이 들었다. 대단한 사무소를 운영해온 것도 아니고 딱히 모범이 된다고 보기도 어려워서 어떻게 이야기를 풀어가야 하나 난감했다. 지난 시간들을 한 번 되짚어 보았다. 여러 가지 일들이 떠오르면서 그냥 담담하게 그동안 고민했던 것들, 생각했던 것들을 공유해 보는 것도 의미가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일은 시작이 있게 마련이다. 어떻게 시작했는지 돌이켜 보면 특히 지금의 시각에서 보면 참 무모하기도 하고 어떻게 그렇게 시작했지, 하는 생각이 든다. 아마도 지금보다는 아는 것도 적고 의욕도 넘치고(지금도 의욕이 늘 넘치기는 하지만…….) 그랬겠지만, 어찌 되었거나 2010년 여름, 북촌에서 사무소를 조그맣게 시작하게 된다. 태어나서 자란 곳이 서촌이었고 대학교 졸업할 때까지 어디 다른 동네로 가본 적이 없어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약간은 익숙한 북촌에 마침 작은 공간(월세가 매우 저렴한)을 구하게 됐다. 당연히 돈도 많지는 않았고 직원도 없고 와이프와 나 이렇게 단 둘이서 시작한 사무소인지라 주위에서 걱정도 많았다. 그도 그럴 것이 일이 있어서 오픈한 게 아니었기 때문이다. 
당연히 한동안은 일이 전혀 없었다. 걱정하는 것이 당연했다. 문제는 약간 불안하긴 했지만 별로 그런 쪽으로 생각이 잘 들지 않았다는 것인데, 생각해보면 그때가 너무 재미있고 즐거웠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그냥 그렇게 주어진 다소 한가한 시간들이 좋았고 간만에 주어진 느슨한 시공간이 오히려 우리를 편안하게 해 주면서 그동안 놓치고 있었던 것들도 생각하고 들여다보게 해주었다.
이런 저런 하고 싶었던 작업들도 하고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다가 우연하게 첫 프로젝트 의뢰를 받았고 첫 직원도 생기게 되면서 사무소 자체도 조금씩 성장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사무소 운영과 관련된 많은 고민들과 의문들 역시 생겨나게 되었다

 


소규모 사무소 빌드업과 구성

소규모 사무소는 어떻게 빌드해야 할까? 운영은 어떻게 해야 할까? 경영의 실제는 다르고 심지어 세금 문제 같은 것은 생각해 본적도 없는데 막상 하려니까 사업자를 등록하는 것에서부터 난관의 연속이었다. 분기마다 세금이 있는 등 많은 종류의 세금이 있다는 것을 처음 알았다. 만약에 명망 있는 CEO나 CFO를 영입 할 수 있다면 모든 게 일거에 해결될 수도 있겠지만 당연히 전혀 그럴 상황은 아니었다. 이렇게는 안 되겠다 싶어서 생각을 정리하기로 했다. 일단 간단하게 두 가지 영역으로 구분하여 사무소 운영의 원칙을 정하기로 했다. 첫 번째 영역은 작업할 수 있는 환경의 구축이었고 두 번째 영역은 관리할 수 있는 환경의 구축이라고 보았다. 
좀 더 자세하게 들여다보면, 첫 번째로 생각한 작업할 수 있는 환경이란 먼저 물리적인 것에 해당하는 ▲사무소의 내부 공간 환경-작은 공간일수록 가구 배치의 레이아웃, 조명 이런 것이 중요하다- ▲워크스테이션을 포함한 컴퓨팅 네트워크의 구성-서버의 구축이라든지 거창한 시스템이 필요하진 않다, 지금은 NAS 등의 상당히 경제적으로 네트워크 서버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이 많아졌다- ▲전화 및 사무용 기기의 확보-팩스는 지금도 가끔 쓰기는 하지만 처음에 망설여지는 항목이기는 하다, 복합기는 리스로 쉽게 접근할 수 있어서 유용하게 쓸 수 있다- ▲복지항목에 해당하는 커피머신, 정수기 등의 비품구매-커피나 차는 거의 매일 마시는 거라 외부에서 사먹는 거보다는 초기에 조금 투자를 하고 내부에서 내려 마시는 것이 원두도 골라 마실 수 있고 이점이 많다-는 초기에 자금을 고려하여 적정하게 집행하면 좋다.
비물리적인 항목으로는, 작업 환경 구축에 있어서 중요한 사무소의 ▲작업 매뉴얼을 만드는 것을 들 수가 있다. 이건 한 번에 끝나지는 않고 계속 업데이트되면서 발전하게 되는데 컴퓨터 작업의 폴더 체계에서부터 어떻게 일을 시작하고 끝맺음을 할 건지에 대한 방식과 프로세스 정리까지 소규모 사무소일수록 오히려 이런 시스템의 구축이 매우 필요하다고 본다. 각각의 사무소들이 지향하는 방식과 목표치, 가치가 다를 수 있으므로 거기에 적합한 체계를 만들고 다듬어 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변화하는 외부상황 및 한계조건 속에서 능동적으로 대처하면서 계속 작업을 할 수 있다.
두 번째가 관리할 수 있는 환경의 구축인데, 주로 경영적으로 필요한 사무소 운영의 전반사항을 포함하여 ▲계약 및 계약의 유지-건축주, 직원, 협력사, 협업자 등등- ▲세무 및 회계-사무소는 매출건수보다 매입으로 불리는 나가는 돈의 항목이 훨씬 많아서 관리가 되지 않으면 난감하다, 세금문제 역시 혼자 해결하기에는 버거우므로 전문 세무사나 회계사와 협업하는 것을 권장한다- ▲고정비용의 효율적인 관리를 위한 체계-매달 나가는 비용에 대한 이야기로 임대료, 관리비, 각종 대금들이다, 당연하겠지만 고정비용은 줄일수록 좋다- ▲프로젝트 대비 맨파워의 관리-소규모 사무소에서 무슨 맨파워 관리냐고 할 수 있겠지만 나는 필요하다고 본다, 왜냐하면 직원이 없을 때도 그렇고 있을 때도 그렇고 어떤 프로젝트에 얼마만큼의 인력과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는지 모르면 프로젝트를 얼마에 수주하고 어느 기간에 해야 하고 이런 모든 계상이 어려워지므로 매우 중요한 관리라고 할 수 있다, 바로 이어서 하는 일을 지속적으로 하기 위한 워라밸 등의 건강한 작업환경과도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다- ▲마지막으로 복지를 위한 관리-휴가 등의 리프레쉬를 위한 체계, 잘 쉬어야 잘 일할 수 있다!- 등이 우선적으로 고려돼야 한다고 보았다.
이렇게 생각들을 조금씩 정리하고 사무소 빌드업과 세팅을 점진적으로 해나가기 시작했고 이것 역시 지금까지도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는 중이다. 꼭 어떤 정답이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고 각자의 상황에 맞는 적합한 방식을 찾아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지속가능한 일 환경의 구축

소규모 사무소에서 일을 하는데 있어서 지속가능한 환경의 구축이 가능한가? 여기서 얘기하는 지속가능한 일 환경이란 우리가 번아웃되지 않으면서 워라밸을 지켜가면서, 어떤 가치를 지향하면서 오래 오래 계속 일을 재미있게 하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얘기는 하지만 현실적으로 매우 만들기가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여러 가지 제약 사항들이 너무 많기에 또한 그런 것들이 너무 복합적으로 연결된 문제라서 해결하기 힘든 부분들도 많다. 하지만 너무나 중요하기에 우선 사무소 구성원들 간에 어떤 합의와 공감대가 반드시 만들어져야 하며 당장 모든 것이 해결되기 어렵더라도 이런 합의와 공감대를 토대로 계속 노력해나가야 한다.
특히 소규모 사무소는 구성원 한 명 한 명이 모두 핵심 인력들이다. 소중한 동료들이고 매일 협업하고 역량을 서로 키워나가야 하는 관계 속에 있다. 건축물은 오래 지속될 수 있도록 설계하면서 왜 정작 그것을 만드는 사람들은 오래 일하기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는지 서로 반성해 보고 다시 들여다봐야 할 것 같다. 조금 더 객관적으로 직능적인 관점에서 우리 일 환경의 지속가능성을 생각해봐야 한다.
  
소규모 건축사사무소로서의 비전

그렇다면 소규모 건축사사무소는 앞으로의 미래를 어떻게 그려야 할까? 그 방향성은? 우리가 주목해야 하는 것은 아마도 다른 많은 소규모 사무소들이 존재한다는 것일 수도 있다. 거기에 어떤 가능성이 존재 하지 않을까? 중규모 이상의 사무소로 성장하지 않는 한 소규모사무소에서 할 수 있는 일의 성격은 어떤 면에서는 한정적이다. 인력적인 확장성이 매우 제한적이므로 다른 사무소와의 협업을 통해 함께 해나가는 게 필요하다고 본다. 그렇게 새로운 프로젝트 업역을 확대해 나가고 미래 가치를 공유하면서 소규모 건축사사무소의 한계를 일정부분 극복해 나갈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글. 신호섭 Shin, Hosoub 건축사사무소 신 · 건축사 · 프랑스 건축사

 

 

신호섭 (주)건축사사무소 신 · 건축사 · 프랑스 건축사

 

신호섭은 고려대학교 건축공학과를 나와 프랑스 마른 라 발레 건축학교에서 프랑스국가공인 건축사(DPLG)를 받고 한국에 서 건축사(KIRA) 자격을 취득했다. 프랑스 파리와 한국에서 다양한 프로젝트를 경험하며 실무를 쌓았고 2010년 건축사사 무소신 SHIN architects를 설립하여 흥미로운 작업들을 해오 고 있다. 근작으로 창2동 청소년누리터 위드, 네오플 제주도 신 사옥 네오마루, 도토리소풍 제주원 어린이집 등이 있다.

 

 

info@shinarchitect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