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코로나 시대의 새로운 건축사사무소의 조직 2020.11

2023. 1. 26. 09:15아티클 | Article/칼럼 | Column

건축담론 Architecture Discussion

 

편집인 註

 

경제에 대한 이해도는 현대 산업사회에서 필수적 요건이다. 모든 산업 분야도 마찬가지다. 이런 당연함을 언급하는 이유는 생각 외로 건축설계업에 참여하는 이들이 경제적 이해도가 낮기 때문이다. 시장구조에 대한 이해부터 마케팅, 세금 등 전반에 대한 학습이 절실하다. 실제 현장에서 요청하는 점도 이 부분이 크다. 
대부분 건축사 시험을 합격한 이들이 궁금해 하는 것이 이런 경영 과정의 전반이다. 건축사 시험을 보는 가장 큰 이유는 자기 이름으로 설계를 해보고 싶은 희망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경영의 ABC를 궁금해 하는 것은 당연하다. 건축사를 등록하고, 사업자 등록증을 만들고, 사무실을 확보하는 일 등 모든 것이 스스로 해결해야 하는 것이라 생소하고 난감하다. 세금을 내야하고, 4대 보험을 가입하고, 각종 비용을 어떻게 지출하고 기록해야 하는지……. 건축사로서 당혹스러운 순간일 수밖에 없다.
그런데 사실 더 큰 문제는 이런 실질적 프로세스보다 시장 전체를 해석하고 바라보는 경영 관점의 시각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스스로 학습하고 공부하는 방법 외의 기회가 절실히 필요함은 향후 대한건축사협회의 숙제가 될 내용들이다.
이런 이해 아래 이번 건축담론에서는 시장경제에서 어떻게 가격이 결정되는지 생각해보는 이해의 시간을 만들어 보았다. 시장에서 가격은 우리가 흔히 말하는 설계비부터, 인건비, 각종 지출 등의 균형에 의해 구성된다. 흔히 우리가 말하는 수요와 공급의 균형으로 가격이 형성된다. 현재 우리나라 시장에서 인정되는 설계비는 이런 수요, 공급의 균형 결과이기도 하다. 소비자가 지불할 충분한 의사가 있는 가격에 의해 공급자의 인정으로 형성되는 가격이다. 다만 업역의 전문적 안정성과 특징으로 제도적인 최저 설계비 한계는 제안할 수 있지만, 이는 담합이나 기타의 불공정거래로 인정될 수 있어서 사회적 공론화가 필요한 부분이다. 
이번 건축 담론은 이런 초보적 시장에 대한 이해부터, 실제 고군분투하면서 운영하는 작은 건축사사무소 경영자들의 경험담을 게재한다. 그리고 이런 건축환경에 대한 시선과 돌파구를 위해 기존과 다른 시각으로 건축 경영을 강조하는 학문적 흐름도 이야기했다. 분명한 것은 건축사사무소를 개설하려는, 이미 경영하고 있는 수많은 건축사들에게 실질적 경영 학습 과정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점이다.

 


02 New organization of an architectural firm in the COVID-19 era

 

건축사사무소가 이익을 증대하기 위한 방법은 기본적으로 두 가지가 있다. 설계비를 많이 받거나 운영비용을 줄이는 것이다. 설계비를 많이 받기 위해서는 비교적 오랜 시간을 통해 명성과 전문성이 축적 되어야 하지만, 고정비나 인건비와 같은 비용의 절감은 효율적 조직구성과 업무방식, 그리고 기술의 활용 등을 통해 빠른 시간 안에 가능한 방법이다. 특히 현재 건축실무에서는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로 인해 사람들 간의 직접 대면과 소통이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에서 비대면으로 복잡한 설계업무를 해야 하는 힘든 시기를 맞고 있다. 지난 수개월간 반강제적으로 다양한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한 비대면 협업과 재택근무를 경험한 주변의 기업인들은 예상보다 업무진행에 큰 지장이 없다는 것과 조직 구성원 개개인의 역할과 기여도가 예전보다 명확히 드러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면들도 많다는 이야기를 한다. 원격협업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화상회의와 파일관리 기능을 기본으로 업종에 따라 다양한 서비스를 필요로 한다. 이러한 기술과 서비스는 코로나 사태 이전부터 존재해 왔으나, 지금까지 얼굴을 마주보고 일해 온 습관과 원격업무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으로 인해 보편적 협업방식으로 활용을 못했을 뿐이다.

최근 주로 제조업 분야 사업모델에 적용되고 있는 Co-creation과 Open community와 같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한 원격협업조직은 물리적 거리로부터 참여 구성원을 자유롭게 할 뿐 아니라, 최소의 비용과 시간, 유연한 시장 적응력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의 드론 제작사인 3D robotics는 DIY Open Community에 기반을 두고 제품을 개발하고 판매한다. 소비자와 개인 개발자들이 참여하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드론 제작 기술을 모두 공개하고, 그들로부터 받은 피드백과 아이디어를 제품에 다시 반영하는 제품개발 순환구조를 가지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는 제품 개발에 활용될 뿐 아니라, 전 세계로 제품을 홍보하는 역할도 하게 된다. 또 하나의 주목할 기업은 미국의 Local Motors이다. 로컬모터스는 2007에 설립된 조립자동차를 생산하는 kit car 제작사이다. 일반적인 자동차 업체가 신차모델을 개발하기 위해서는 수백에서 수천 명의 디자이너와 연구개발자들이 최소 2∼3년 이상의 기간을 연구해야 하고, 수천 억 원의 개발비가 필요하다. 이에 비해 로컬모터스는 20여 명의 직원이 일반 자동차제작사의 1/100의 개발비와 6개월의 짧은 시간에 신차를 개발했다. 이는 로컬모터스의 온라인 open-source community 플랫폼을 통해 Co-creation에 의해서 디자인부터 기술개발까지 전 세계의 수많은 자동차 디자이너, 엔지니어, 소비자와의 참여와 협업이 있었기 때문이다. 회사 외부의 누구든지 자동차 디자인과 기술개발에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참여를 가능하게 하였으며, 자동차 개발에 대한 기여도에 따라 다양한 방식으로 보상을 제공한다. 기술과 디자인 발전을 위해 모든 데이터가 대중에게 공개되며, 부품 공급자 또한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을 통해 재고도 최소화하여 운영할 수 있게 되었다. 현재 로컬모터스는 키트카 제작이 아닌 온라인 Co-creation에 기반을 둔 자율주행 소형 전기버스 제작사로 변신했는데, 이는 시장의 변화에 쉽게 대응할 수 있는 온라인 기반의 최소의 조직 구성을 기반으로 한 가벼운 몸집을 가지고 있어서 가능했다.

 

미국 스마트업 기업 로컬모터스가 개발한 '올리(Olli)'라는 이름의 자율주행차. 스마트폰앱에 출발지와 도착지를 입력하는 승객수요에 따라 셔틀이 오간다. IBM의 수퍼컴퓨터 '왓슨' 플랫폼을 내장해 탑승객과 대화를 나누기도 한다. 로컬모터스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나온 아이디어를 토대로 3D프린팅 작업을 거쳐 개인 맞춤형 전기차를 만들어준다. ⓒ Local Motors 웹사이트


건축분야에서도 1996년 창립부터 Remote-collaboration을 통한 Co-creation을 사업모델로 하여 빠른 기간에 국제적인 명성을 얻고 있는 영국 런던에서 본사를 둔 Urban Future Organization (UFO)이 있다. UFO는 건축, 도시설계, 그래픽 디자인 등 다양한 건축 분야의 전문가들로 구성된 원격협업조직을 가지고 있다. 이들은 전 세계 14여 개 국에 거주하며 비대면으로 협업하여 프로젝트를 수행한다. 런던 본사는 최소의 인원으로 회사를 관리하고 프로젝트의 성격에 따라 다른 지역에 위치한 구성원들이 각자의 전문분야에 따라 유연하게 참여하게 되며, 지역 간의 시차에 따라 24시간 업무가 진행된다. 이러한 협업방식으로 업무효율은 극대화되고 회사 유지에 필요한 비용은 최소화 될 수 있다.
 
이러한 Co-creation과 Open community 방식은 기존의 디자인 협업에 비해 단점과 한계도 있으며 이를 극복하기 위한 전제가 필요하다. 첫째로, 회사의 문화와 조직에 대한 귀속감이 약화될 수 있다. 회사마다의 정체성과 문화에 대한 이해와 귀속감은 조직을 구성하고 한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비대면 협업이 지속될 경우, 우리가 지금까지 생각했던 회사와 조직에 대한 개념부터 새로운 관점에서 재정립 되어야 할 필요가 있으며, 조직 구성원 간의 효율적 협업을 위한 참여의 원칙과 규칙(Architecture of Participation)이 필요하다. 둘째, 무엇보다 구성원들 간의 신뢰와 각 개인의 역할과 전문성이 확보되어야 하고, 프로젝트의 비전과 목표, 참여자 개인의 업무 일정, 질적·양적 범위가 명확히 인식되어야 한다. 셋째, 설계업무에 적합한 디지털 협업 플랫폼이 필요하다. 하나의 온라인 플랫폼으로 복잡한 설계업무를 모두 해결하기는 어렵다. 특히 건축설계는 창의적 협업이 필요한 분야이기 때문에 일반적 협업 플랫폼뿐 아니라, 도면이나 스케치를 실시간으로 수정·보완할 수 있는 협동설계 기능, 파일관리, 온라인회의, 프로젝트 관리 등을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복합적 온라인 플랫폼의 활용전략이 필요하다. 현 시대에 대응하고 다가오는 미래를 준비하고, 발전하는 기술을 활용하여 Co-creation과 Open community 플랫폼을 통해 시간과 비용의 절감, 시장범위의 확대를 가져다 줄 수 있는 새로운 건축설계 비즈니스 모델이 탄생하기를 기대해 본다.

 

 

 

글. 송규만 Song, Kyuman 홍익대학교 건축도시대학 교수·건축학 박사

 

 

송규만 홍익대학교 건축도시대학 교수·건축학 박사

하버드대학교 석·박사, 펜실베니아 대학교 석사, 홍익대학교 학사를 졸업하고 미국 Fuji-Xerox PaloAlto Laboratory, General Dynamics 디자인연구원을 거쳐, 현재 홍익대학교 건축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건축설계, 인테리어 디자인, 제품 디자인, UI & 정보 디자인 분야에서 활동 중이며 제품 디자인으로 독일 Red Dot Award, 독일 IF Design Award, 일본 Good Design Award 등을 수상했다. 현재 2020년 서울 건축문화제 총감독을 역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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