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클 | Article/에세이 | Essay(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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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짝 2022.10
Gooooooooojjag 제주어 ‘구짝’은 여러 의미가 있는데, 방향을 나타낼 때는 직진이고 행동으로는 초지일관을 말하며, 은유적으로는 한 우물을 판다는 속담과 뜻이 같다. 여러 갈래로 가지 않고 한 길로만 고집스럽게 가는 것을 ‘구짝간다’라고 하며 상황에 따라 긍정과 부정의 뜻이 있다. 구짝가는 사람을 좋게 말하면 한눈팔지 않고 꾸준히 가는 것이라 할 수 있고, 반대로 말하면 돈키호테와 같은 미련 곰탱이다. 필자는 ‘올래와 정낭’을 위하여 구짝 가고 있는 제주도 촌놈이다. 돈키호테와 비슷하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오몽(움직인다는 뜻의 제주어)’할 수 있을 때까지 구짝 갈 생각이다. 지금까지 약 25년 정도 했으니까 앞으로도 잘하면 왔던 시간만큼 갈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단순히 올..
2022.11.02 -
송아지 2022.10
Calf #1 추억 뉘엿뉘엿 해가 저물던 어느 가을날, 마루에 엎드린 채 밀린 숙제를 하다가, 담장 모퉁이를 돌아 들어오는 동생을 보고 부리나케 토방으로 내려섰다. 투덜대면서 집으로 들어서던 동생이 대문간에서부터 쇠고삐를 던져버렸는지, 어미소를 따라 질질 끌려 들어오는 쇠고삐를 서둘러 주워들고 나는 곧장 외양간으로 들어섰다. 외양간의 한쪽 구석 말뚝에 쇠고삐를 매면서 흘낏 뒤를 돌아보니, 뒤따라오던 송아지의 걸음걸이가 왠지 어색해 보였다. 평소처럼 폴짝폴짝 마당을 여기저기 누비고 다니지 않는 것부터 이상했다. 고삐를 매다 말고 주춤거리는 송아지가 외양간으로 들어오기를 기다렸다. 그런데 먼발치에서도 엉덩이 한쪽에 뭔가 엉겨 붙어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뭐가 잘못 묻었다는 생각에 송아지 곁으로 다가서려 하자,..
2022.11.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