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클 | Article/에세이 | Essay(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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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간(無間)’ : 무욕(無欲)의 공간론 혹은 극단순주의 2019.2
'Mungan' : Space Theory of Freedom from Avarice, or Minimalism 언제부터인가 나는 한국의 전통 공간론에 관심을 가졌다. 없을 무, 사이 간, ‘무간 (無間)’이라는 말을 만나면서부터였다. 이런 저런 기회에 부분적으로 피력해 왔 던 것을, 「‘무간(無間)’ : 무욕(無欲)의 공간론 혹은 극단순주의」라는 주제로 마 무리해둔다. 1. ‘간(間)’, 음양이 맞물린 곳(➡無間) 겸재 정선은 「금강전도(金剛全圖)」(1734년작, 삼성미술관 리움 소장)를 그리 고 나서 ‘제시(題詩)’를 적었다. 최근 나는, 이 제시 속에 우리 문화의 코드를 읽어낼 중요한 글자 ‘사이 간(間)’ 자와 ‘사이 없음(無間)’의 추상적 공간론이 숨어 있음을 알고 깜짝 놀랐다. 우선 ‘제시’ ..
2022.12.14 -
또 하나의 감옥 2019.1
Another prison 2018년 12월 11일 대전예술의전당에서 ‘윤동주의 시에 의한 4 개의 노래(이영 조 작곡)’가 공연됐다. 베이스 전승현 교수가 노래하고, 김정열 지휘로 대전챔버오 케스트라가 연주하는 공연이였다. 같은해 9월 어느 토요일, 서울에 갔었다. 상명대학교에서 볼 일을 보고, 안국동까 지 걸어서 넘어왔다. 자하문을 지나자 마자 오른편에 윤동주 문학관이 눈에 들어 왔다. 문학관은 3개의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전시실은 시인과 관련된 기록물들 이 전시되어 있는 평범한 전시관이다. 제2전시관은 위로는 하늘이 열려있지만 사 방이 높은 벽으로 막혀 있다. 청운수도 가압장과 물탱크를 개조해서 만든 것이라 고 한다. 뒤쪽은 제3전시관이다. 천정까지 막혀있다. 밖으로 난 구멍으로 빛이 들 고..
2022.12.12 -
공간과 시간의 교차로 위에서 2018.12
At the intersection of space and time 지금 멕시코에서 두번째로 큰 도시, 과달라하라에서 국제도서전이 열리고 있다. 이 도시 의 인구는 150만 명으로 알려져 있지만 주변까지 더하면 500만명 가량이 하나의 도시처 럼 묶여있다. 인구 2,000만 명이 넘는 수도, 멕시코시티보다 훨씬 작은 이 곳에서 스페인 어권 최대의 도서전이 열린다. 아르헨티나, 칠레, 콜럼비아 등 남미 국가들 뿐만 아니라 스페인의 출판사들까지 망라한 도서전의 규모는 놀랍다. 중남미 시장에 관심을 가진 출 판사들과 함께 전시를 위해서 이곳에 왔다. 과달라하라에 처음 도착했을때 도시의 첫 인상은 50년 정도 전에 시간이 멈춘 것처럼 보 였다. 1960년대에 지어진 낡고 나즈막한 건물들이 대부분이었고 새로 지은..
2022.12.10 -
사이드를 아십니까? 2018.11
Do you know Side? 해군 근무 시절 이상한 용어를 접한 적이 있었다. 어느 날 저녁 휴식 시간에 고참이 “사이드 타고 올게”라고 말했다. 나는 처음 듣는 말이라 속으로 의아해 했다. 사이드 오토바이 를 타고 오겠다는 뜻인가 생각했고 고속 전투정 정박한 섬이 서해 격오지이기 때문에, 2 차 대전 시 독일군 두 명이 나란히 탔던 그런 오토바이가 아직도 있나 보다라고 생각했다. 고참은 두루마리 화장지를 챙겨서 공동 침실에서 나갔다. 그 화장지로 오토바이 안장을 닦으려나 라고 더 생각했다. 잠시 후 나는 바람을 쐬고자 갑판 위를 서성이다가 이윽고 배 후미 쪽으로 무심코 다가 갔는데, 배 후미 어두컴컴한 곳에서 담배 연기 냄새가 났다. 무 슨 일인가 다가가 보니 고참이 후미 충돌방지판 위에서 큰일을 ..
2022.12.09 -
시공간 2018.10
Spacetime 우리는 다음에 만날 약속을 정할 때, 보통 시간과 장소를 함께 언급한다. 장소만 정해서도 만날 수 없고, 시간만 정해서도 만날 수 없기 때문이다. 자칫하면 어느 대중가요처럼, ‘첫 눈 오는 날, 안동역 앞에서 만나자’고 약속하는 꼴이 되고 만다. 물론 노랫말을 더 들어보 면 그들도 처음부터 약속을 잘못한 것은 아니었다. 장소와 시간까지 서로 살뜰하게 주고 받은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런데도 결국 그들은 만나지 못했다. 왜 그랬을까? 아마 ‘첫눈 오는 날’이 문제였던 것 같 다. 약속장소는 비교적 구체적이었는데, 다소 낭만적인 정취를 자아내려고 그랬는지 약 속시간을 애매모호하게 처리한 것이 그들 비련의 씨앗이었다. ‘첫눈 오는 날’이라는 시간 은 상황에 따라서 상당히 유동적이 될 수 밖에..
2022.12.08 -
머리맡 2018.9
A Cozy Place 0. 나는 뒤척인다. 베개와 함께. 그것으로 되었다. 1. 책 따위를 만드는 일로 입에 풀칠하며 근 20년이다. 책을 만들수록 책과 멀어지는 것은 대형 횟집의 직원 식사가 주로 김치찌개나 매운 라면인 것과 비슷한 이치이지 싶다. 그런 중에도 내가 가끔 몰래 꺼내 보는 책이 하나 있다. 「건축가 없는 건축」. 아무 곳이나 펴도 상관없고, 거꾸로 읽어도 상관없으며, 사진 한 장만 오래 쳐다보다 책을 닫아도 전혀 서운 하지 않다. 이 책에 실린, 아프리카 기니의 장정 넷이 머리에 한 모서리씩 지붕을 이고 있 는 사진의 제목은 이다. 2. 군 제대와 동시에 지금까지 나는 월세 세입자이지만, 그 한참 전인 열 살부터 열세 살까지 나는 건물주였다. 뻔한 스토리이다. 서울 변두리 산골에서 자란..
2022.12.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