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클 | Article/에세이 | Essay(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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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대조락 投待釣樂 _기다림을 던져 즐거움을 낚다 2019.3
Twodaejorak _ Throw a wait to catch pleasure 섬진강 압록교 내 전설의 바위 터에서 오전 장을 보다가 더위에 지쳐 모든 옷 을 벗어 바위에 널어놓고 멱을 감으니 세상 피서 으뜸인 것 중 하나임을 체득했 다. 더불어 일광욕하며 바위에 누워 있으니 하늘은 뭉게구름이 두둥실 떠가고 옥 색의 푸른 물은 주중 업무에 지친 심신을 말끔히 씻어냈다. 채비를 수저미끼(spoon)에서 벌레미끼(worm)로 바꾸니 꺽지가 발밑까지 따 라 오더니 물었다. 벌레미끼로 계속 던지니 이번에는 쏘가리가 요동쳤다. 두 마리 를 꿰미에 채우고 나니 이젠 허기가 사정없이 밀려왔다. 가슴장화를 폭염 속에 다시 입어야 왔던 길을 안전하게 돌아갈 수 있기에, 땀을 비 오듯 쏟으며 찬찬히 길 위로 올라오다가,..
2022.12.15 -
‘무간(無間)’ : 무욕(無欲)의 공간론 혹은 극단순주의 2019.2
'Mungan' : Space Theory of Freedom from Avarice, or Minimalism 언제부터인가 나는 한국의 전통 공간론에 관심을 가졌다. 없을 무, 사이 간, ‘무간 (無間)’이라는 말을 만나면서부터였다. 이런 저런 기회에 부분적으로 피력해 왔 던 것을, 「‘무간(無間)’ : 무욕(無欲)의 공간론 혹은 극단순주의」라는 주제로 마 무리해둔다. 1. ‘간(間)’, 음양이 맞물린 곳(➡無間) 겸재 정선은 「금강전도(金剛全圖)」(1734년작, 삼성미술관 리움 소장)를 그리 고 나서 ‘제시(題詩)’를 적었다. 최근 나는, 이 제시 속에 우리 문화의 코드를 읽어낼 중요한 글자 ‘사이 간(間)’ 자와 ‘사이 없음(無間)’의 추상적 공간론이 숨어 있음을 알고 깜짝 놀랐다. 우선 ‘제시’ ..
2022.12.14 -
또 하나의 감옥 2019.1
Another prison 2018년 12월 11일 대전예술의전당에서 ‘윤동주의 시에 의한 4 개의 노래(이영 조 작곡)’가 공연됐다. 베이스 전승현 교수가 노래하고, 김정열 지휘로 대전챔버오 케스트라가 연주하는 공연이였다. 같은해 9월 어느 토요일, 서울에 갔었다. 상명대학교에서 볼 일을 보고, 안국동까 지 걸어서 넘어왔다. 자하문을 지나자 마자 오른편에 윤동주 문학관이 눈에 들어 왔다. 문학관은 3개의 공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1전시실은 시인과 관련된 기록물들 이 전시되어 있는 평범한 전시관이다. 제2전시관은 위로는 하늘이 열려있지만 사 방이 높은 벽으로 막혀 있다. 청운수도 가압장과 물탱크를 개조해서 만든 것이라 고 한다. 뒤쪽은 제3전시관이다. 천정까지 막혀있다. 밖으로 난 구멍으로 빛이 들 고..
2022.12.12 -
공간과 시간의 교차로 위에서 2018.12
At the intersection of space and time 지금 멕시코에서 두번째로 큰 도시, 과달라하라에서 국제도서전이 열리고 있다. 이 도시 의 인구는 150만 명으로 알려져 있지만 주변까지 더하면 500만명 가량이 하나의 도시처 럼 묶여있다. 인구 2,000만 명이 넘는 수도, 멕시코시티보다 훨씬 작은 이 곳에서 스페인 어권 최대의 도서전이 열린다. 아르헨티나, 칠레, 콜럼비아 등 남미 국가들 뿐만 아니라 스페인의 출판사들까지 망라한 도서전의 규모는 놀랍다. 중남미 시장에 관심을 가진 출 판사들과 함께 전시를 위해서 이곳에 왔다. 과달라하라에 처음 도착했을때 도시의 첫 인상은 50년 정도 전에 시간이 멈춘 것처럼 보 였다. 1960년대에 지어진 낡고 나즈막한 건물들이 대부분이었고 새로 지은..
2022.12.10 -
사이드를 아십니까? 2018.11
Do you know Side? 해군 근무 시절 이상한 용어를 접한 적이 있었다. 어느 날 저녁 휴식 시간에 고참이 “사이드 타고 올게”라고 말했다. 나는 처음 듣는 말이라 속으로 의아해 했다. 사이드 오토바이 를 타고 오겠다는 뜻인가 생각했고 고속 전투정 정박한 섬이 서해 격오지이기 때문에, 2 차 대전 시 독일군 두 명이 나란히 탔던 그런 오토바이가 아직도 있나 보다라고 생각했다. 고참은 두루마리 화장지를 챙겨서 공동 침실에서 나갔다. 그 화장지로 오토바이 안장을 닦으려나 라고 더 생각했다. 잠시 후 나는 바람을 쐬고자 갑판 위를 서성이다가 이윽고 배 후미 쪽으로 무심코 다가 갔는데, 배 후미 어두컴컴한 곳에서 담배 연기 냄새가 났다. 무 슨 일인가 다가가 보니 고참이 후미 충돌방지판 위에서 큰일을 ..
2022.12.09 -
시공간 2018.10
Spacetime 우리는 다음에 만날 약속을 정할 때, 보통 시간과 장소를 함께 언급한다. 장소만 정해서도 만날 수 없고, 시간만 정해서도 만날 수 없기 때문이다. 자칫하면 어느 대중가요처럼, ‘첫 눈 오는 날, 안동역 앞에서 만나자’고 약속하는 꼴이 되고 만다. 물론 노랫말을 더 들어보 면 그들도 처음부터 약속을 잘못한 것은 아니었다. 장소와 시간까지 서로 살뜰하게 주고 받은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런데도 결국 그들은 만나지 못했다. 왜 그랬을까? 아마 ‘첫눈 오는 날’이 문제였던 것 같 다. 약속장소는 비교적 구체적이었는데, 다소 낭만적인 정취를 자아내려고 그랬는지 약 속시간을 애매모호하게 처리한 것이 그들 비련의 씨앗이었다. ‘첫눈 오는 날’이라는 시간 은 상황에 따라서 상당히 유동적이 될 수 밖에..
2022.1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