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티클 | Article/에세이 | Essay(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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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 밖으로 스스로를 추방하는 자 2019.11
One who banishes himself out of boundaries 중국 당나라 시대의 문장가인 유종원(773-819)이 쓴 글 중 재인전(梓人傳)은 대목장인 양잠(楊潜)의 직무에 대한 태도를 그린 내용인데, 재인은 오늘날의 건축설계하는 이와 같다. 이 글에 따르면, 그가 사는 집은 허술하기 짝이 없지만, 일을 시작할 때면 도면을 현장의 벽에 붙여놓고 여러 직공들을 불러모아 명확하게 임무를 부여하고 조정하며 질책을 한다. 그는 모든 재료와 공법에 대해 훤히 꿰뚫고 있으며 일이 끝나고 집이 완성되면 대들보에 자기의 이름만을 새겨 남긴다. 혹시 일하는 도중에 건축주가 틀린 지시를 하면 그 부당함을 말하고 해소 되지 않으면 즉시 그 일에서 손을 떼고 유유히 떠난다. 공공적 프로젝트를 할 때는 임금을 ..
2023.01.06 -
창고, 그 유용한 공간 2019.7
Warehouse, useful space 장정의 해군시절은 고단했다. 고속전투정 출항 15분 전을 알리는 명령이 정내 스피커를 통해 울리면 스크루를 돌리는 엔진 소리와 함께 불완전 연소된 매연이 정내 홋줄 요원들 코끝뿐만 아니 라 눈도 시리게 했다. 출항 5분 전 방송이 추가로 나와서 이제 바다로 나간다는 기대가 그 매운 고통을 그나마 풀어주었다. 이윽고 '홋줄 풀어'의 구령이 떨어져야 비로소 가슴이 후련 해지는 쾌감의 항해는 시작되는 것인데, 배 뒤에 배치된 장정은 물보라를 세차게 차고 나가는 그 때가 바로 고단함을 잠시 잊을 수 있는 기분 좋은 시각이었다. 배가 바다로 나아가면 새파란 하늘과 푸른 바다 그리고 흰 구름, 아울러 배꼬리 에서 부서지는 흰 포말은 출항 전 매연의 고통을 날려 보내고 군생..
2022.12.23 -
정신 위에 지은 공간, 한국의 서원Ⅱ 2019.7
Space built on spirit, Korean Seowon Ⅱ 서원 건축을 주도한 성리학자들은 우주론적 인식과 인성론을 근간으로 하는 천 인합일天人合一 사상에 심취했다. 과거 시험을 통해 성장한 사대부들은 경전 자 구를 해석하는 데 치중했던 종래의 유학(훈고학)에서 벗어나 우주와 인간의 근본 적인 문제를 탐구하고자 했다. 불교의 선정사상을 유교적 입장에서 수용한 성리 학은 인간의 도리를 밝히고 우주와 인간의 근원을 탐구하는 학문이었다. 이들은 하늘을 단순히 자연의 한 부분으로 인식하지 않고 하늘의 조화와 질서를 지상의 만물에 적용하여 그 존재 의미를 밝히고자 했다. 그들에게 자연은 인간과의 관계속에서 이해할 수 있는 지극히 상식적인 것이었다. 천인합일은 인간이 만든 건축을 자연과 분리해서 생각할 ..
2022.12.23 -
이해받지 못한 자들의 슬픔 2019.5
Sorrow of those who are not understood 얼마 전, 또 하나의 안타까운 부음이 당도했다. 그저 무탈 하리라고만 애써 믿고 있었는데, 스스로 먼 길을 재촉했다는 비보에 나는 보축(補築) 한쪽이 송두리째 떨어져나간 성벽의 잔재처럼 그만 그 자리에서 고스란히 내려앉고 말았다. 언젠 가는 우리 모두 다 거쳐 가야 할 길목이라지만, 뭇 생명들이 다시 파릇파릇 돋아 나는 이 봄날의 부음에는 자못 더 비감해지지 않을 수 없다. 우리 인간은 싫든 좋든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끊임없이 ‘자아(ego)’를 확인하며 살아가는 존재라고 한다. 누구나 더 인정받고, 또 더 이해받기 위해서 산다는 얘 기가 될 수도 있다. 어렸을 때는 부모님이나 선생님에게 더 많은 칭찬을 갈구하 며 살고, 좀 더 자라서..
2022.12.20 -
다시 피어난 일매헌(一梅軒)의 매화 2019.5
Apricot flowers that bloom again in Ilmaeheon 겨울을 나며 고사하고 남은 작은 가지에서 매화가 활짝 피어났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차가운 바람에 메말라 까칠한 모습이었는데 스스로 봄볕에 감응해 붉은 생 명력을 발하는 모습이 반갑고 다행스럽다. 지난주부터 꽃눈이 조금씩 부풀어 올 라서 이번 주에 꽃망울을 터트리게 될 것으로 생각하고 손님을 초대했는데, 손님 이 온 오늘 가장 탐스러운 모습을 보였다. 겨울을 나며 고사하고 남은 작은 가지에서 매화가 활짝 피어났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차가운 바람에 메말라 까칠한 모습이었는데 스스로 봄볕에 감응해 붉은 생 명력을 발하는 모습이 반갑고 다행스럽다. 지난주부터 꽃눈이 조금씩 부풀어 올 라서 이번 주에 꽃망울을 터트리게 될 것으로..
2022.12.20 -
베르사이유 VS 수원 화성 2019.4
The Palace of Versailles vs Suwon Hwaseong 광화문 광장이 건축계의 뜨거운 이슈가 되었고, 정치적 관심에 따라 논쟁의 중심 이 되었다. 건축계도 정치적 관심에 따라 이야기 하는 경우가 많은데, 조금 아쉽 다는 생각이 들었다. 건축계는 전문가 집단이기 때문에 본인들의 정치적 성향보 다는 건축적인 시각과 내용으로 논쟁을 했으면 어떨까 하는.. 그런데 정말 건축은 정치와 관련이 없을까? 실상 그렇지 않다. 건축은 정치의 가장 첨예한 표현이고 권력의 중심 도구로 활용된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동일하다. 에서 상영 중인 프랑스 미니시리즈 ‘베르사이유’는 건축이라는 배경이 어떻게 통치권력의 수단으로 활용되고 이용되었는지 세밀하게 보여준다. 절대 권력자로 알려진 루이 14세는 사실 ..
2022.12.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