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이야기(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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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고 싶은 집 2022.2
The house where I want to live 바닷가로 난 커다란 창으로 종일 파도의 노랫소리가 들어온다. 조금만 걸으면 낮은 산이 있어 공짜로 도토리와 밤을 주울 수 있다. 텃밭에는 상추와 깻잎, 고추가 알뜰하게 자라고, 라일락과 목련, 장미가 철 따라 꽃을 피운다. 새소리에 잠이 깨고 별빛이 술잔에 담긴다. 부엌의 조리 공간은 식탁을 향해 있고 커다란 팬트리에는 두어 달 먹을 식재료가 넉넉하다. 거실의 벽난로는 겨울을 기다리고, 욕실엔 아주 작은 욕조가 뜨거운 물을 채우고 있다. 안방에는 침대뿐, 단잠을 방해할 아무런 가구도 없다. 세 벽에 책꽂이를 짜서 넣은 서재 한가운데에는 넓은 떡갈나무 책상이 늠름하게 앉아있다. 한눈에 다 보이는 네모난 1층 집, 그곳의 시간은 아주 천천히 흐르고 사람..
2023.02.16 -
나의 새해 소원은 날라리 소시민 2022.1
My New Year's wish is an outdoorsy petite bourgeoisie (ordinary citizen) 함박눈이 펑펑 내렸다, 첫눈이었다. 얼마 만에 맞는 탐스러운 첫눈인지! 길이 미끄럽고, 차가 밀릴 것이라는 걱정보다 반가운 마음이 먼저 들었다. 놀이터에 아이들이 나와 눈사람을 만들었다. 21세기의 아이들도 기원전부터 내렸던 눈을 맞으며 깔깔 호호 괜히 웃고 뛰었다. 우산을 쓰고 집을 나섰다. 넘어질까 뒤뚱뒤뚱 걸으면서도 마스크 속 입이 벙긋거렸다. 마침 내 첫 회사의 선후배들과 약속이 있었다. 금상첨화, 그 회사가 있던 공평동 근처 인사동이었다. 30여 년 전 신입사원 시절의 추억이 가득한 곳, 오랜만에 만난 우리 네 여인은 그때도 있었던 식당을 찾아 된장찌개를 먹었다. 그..
2023.02.15 -
오늘을 살아가세요, 이 말에 기대 하루에 하루만 살았다 2021.12
Live today! With this quote in mind, I have lived only for today 달력의 마지막 장을 넘긴다, 어느새 느닷없이 덜컥… 12월이다. 가만히 눈을 감는다, 지나온 봄과 여름 그리고 가을이 안갯속처럼 희미하다. 삼백 예순 날 하루도 빠짐없이 아침에 일어나고 일터에 나가고 잠자리에 들었을 터인데, 문을 쾅 닫고 다른 방에 들어온 것처럼 기억이 멀다. 지난 1년 무슨 일이 있었나, 억지로 머릿속을 뒤져본다. 마스크가 제일 먼저 튀어나오고, 재택근무와 취소된 모임들이 뒤를 잇는다. 지난 2년은 성인이 된 후 집에 머문 시간이 가장 길었던 해였다.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이다. 거리두기의 연장선으로 휴대전화에서 페이스북 앱을 지웠더니 남의 밥상을 들여다보는 일도 줄었다...
2023.02.14 -
“우리는 절대 혼자가 아닙니다” 2021.11
“We are never alone” 지난주, 코로나 바이러스가 창궐한 이후 처음으로 명동엘 갔다. 퇴근 시간이라고는 도저히 믿기지 않을 정도로 한산했다. 가게들 세 집 중 하나는 셔터를 내리고 있었다. 떡볶이부터 스테이크나 랍스터 같은 고급 요리까지 호화롭게 차려지던 길거리 음식 수레도 자취를 감추었다. 밤 10시만 되면 명동 일대가 길고양이와 노숙인 외에는 아무도 오가지 않는 죽은 거리가 된다는 신문 기사를 보긴 했지만, 밤 열 시가 아니라 오후 여섯 시에 이미 명동은 텅 비어 있었다. 한국자영업자협의회 공동의장의 말에 따르면 “코로나19 발생 이후 자영업자들의 빚은 66조, 폐업한 매장 수가 45만 3,000개를 넘어섰고 안타깝게 생을 마감한 자영업자 수도 20명이 넘는다”고 한다. 확인된 숫자인지..
2023.02.13 -
굿바이 학부모, 졸업 잔소리!! 2021.10
Say goodbye to parents, Graduation nagging!! 아이를 키우면서 제일 많이 한 말이 무엇일까? 아마도 ‘밥 먹어’일 것이다. 아이들이 자라, 나가서 먹는 일이 많아진 다음에는 ‘밥 먹었어?’로 변했지만, 나의 첫 번째 관심사는 언제나 아이의 밥이다. 스스로는 간헐적 단식을 한다고 16시간씩 굶기도 하고, 툭 하면 고구마나 감자 한 알, 삶은 달걀 두 알로 저녁을 때우면서도 아이가 제대로 끼니를 챙기지 않으면 측은한 마음이 든다. 배고프면 어련히 알아서 먹을까 알면서도, 무조건 반사처럼 일어나는 감정이다. 그렇다면 아이들이 내게 가장 많이 하는 말은 무엇일까? 어릴 때는 ‘네’였던 것 같은데 요즘은 ‘알아서 할게요’이다. 엄마의 관심은 잔소리로 치부하고 귀찮은 기색이 역력한..
2023.02.10 -
“지금 행복하신가요?” 2021.9
"Are you happy now?" 여름 내내 차라리 야자수로 사는 게 낫겠다 싶었다. 겨울잠 말고 여름잠을 자는 곰이 되고도 싶었다. 지칠 줄 모르는 바이러스와 열대야, 찜통더위를 겪고 있자니 지구에 심각한 일이 생기고 있구나 덜컥 겁이 나기도 했다. 몸은 땅으로 꺼지는 것처럼 가라앉고, 생각은 뒤죽박죽 제멋대로 떠다니던 여름의 한가운데서, 친구와 짧은 여행을 했다. 대관령 자락에 방을 하나 잡아서는 멀리 나가지 않고 숙소 근처에서만 밥을 먹고 산책을 하고 작은 음악회를 구경했다. 부지런한 친구는 아침 일찍 일어나 커피숍에 가서 책을 읽다가 내가 깰 때쯤 모닝커피를 배달해 주었다. 커피 향기로 잠이 깨다니, 평생 몇 번 누려보지 못한 호사였다. 아침 겸 점심을 먹고는 다시 침대로 기어들거나 가벼운 소..
2023.02.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