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이야기(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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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택트 시대에 ‘이웃사촌’을 만나는 색다른 방법 2020.9
A Different Way to Meet Your 'Neighbor' in the ‘Untact’ Era 내가 사는 동네 가까이 사는 사람만 모아 중고거래를 하는 사이트가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이용해본 친구들 얘기가 쓰지 않는 물건 정리하고 돈도 받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했다. 마침 코로나19 바이러스 때문에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니 멀쩡했던 집이 좁게 느껴지던 참이었다. 사는 집을 갑자기 늘리거나 이사할 수는 없으니, 가구를 줄이는 것이 공간을 넓게 쓰는 비결이라는 어느 건축사의 방송을 듣고 공감했던 터이기도 했다. 휴대전화에 앱을 설치하고 회원가입과 동네 인증을 했다. 전화기에 연결된 GPS는 내가 있는 동네를 저절로 찾아 알려줬다. 그리고 집에서 치울 물건을 찾았다. 거실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2023.01.19 -
“살아 있다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요?” 2020.4
“How does it feel to be alive?” 코로나바이러스 때문에 집에 있는 시간이 대책없이 늘었다. 업무는 최대한 온라인을 통해 해결한다. 새해를 맞아 야심 차게 시작하려던 수영은 기약없이 연기되었다. 다니던 요가 수련장은 한 달 넘게 문을 닫고 있다. 대학 친구들과 실내에서 하던 동아리 모임도 두 달째 중단하고 있다. 1년 전부터 6월로 날을 잡고 계획하고 있는 해외 여행은 성사여부가 불투명해졌다. 친구나 선후배가 보고 싶으면 고작 코로나 사태가 지나간 후에 보자는 문자로 위안 삼는다. 악수도 포옹도 노래도 꾸욱 참아야 한다. 가족 이외에 만나는 사람이 한 명도 없는 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대신 집에 있는 기계들과 대화하는 새로운 경험을 하고 있다. 밥을 하려고 전기밥솥의 단추를 누르니 ..
2023.01.18 -
“문제가 없는 척하지 마세요” 2020.7
“Don’t pretend there’s no problem” 올해 여든 여덟이 되신 우리 엄마는 다섯 살 어린애 같을 때가 많다. 잇몸이 퉁퉁 부어 치과에 갔는데 이를 뽑아야 한다는 의사의 말에 진료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도망을 치셨다. 엄마를 모시고 간 동생은 허둥지둥 진료비를 내고, 미안하다는 말도 제대로 못 하고 엄마를 잡으러 뛰어야 했다. 평소에는 무릎이 아파 거북이 걸음이던 엄마가 얼마나 날쌔던지 동생은 따라가느라 땀을 다 흘렸다고 한다. 엄마에게 물었다. “엄마, 치과에서 왜 도망 갔어?” “무서워서.” “애기도 아니고 뭐가 무서워?” “아유, 윙 소리만 나도 무서워. 이제 살 만큼 살았어, 그냥 이렇게 살다 죽을래.” 앓던 이가 저절로 흔들려서 빠지고 어금니까지 성치 않으신데도 엄마는 치과..
2023.01.17 -
“우린 겨우 이런 일로 행복합니다” 2020.6
“We’re just happy with this small matter” 초등학교가 국민학교이던 시절, 담임 선생님이 아침 조회에 낯선 얼굴의 학생을 데리고 들어오는 일이 가끔 있었다. 교실에 가득찬 70명 가까운 아이들은 호기심 가득한 시선으로 잔뜩 긴장한 표정의 전학생을 쳐다보았다. “오늘부터 우리 반에서 함께 공부하게 될 전학생이다. 반갑게 맞아주길 바란다. 저기 빈 자리 보이지? 거기 앉으면 되겠네. 들어가기 전에 자기 소개하고 들어가.” 전학생은 어느 학교에 다니다 온 누구라고 이름을 겨우 더듬더듬 얘기하고는 들어가 앉는다. 그러면 나는 종일 새로 온 아이를 궁금해 했다. 얼굴이 참 예쁘네, 공부는 잘 할까?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할까? 동생이 있을까? 저 아이가 다니던 학교는 어땠을까? 매일..
2023.01.16 -
“#STAY HOME 조금만 더” 2020.5
“#STAY HOME A little more” #자발적 자가격리의 화가 구마가이 모리카즈 94세의 일본의 화가 구마가이 모리카즈(熊谷守一)는 30년 동안 자신의 정원 밖으로 한 발자국도 나가지 않고 살았다. 30년 동안 낮에는 정원의 나무와 풀벌레, 개미, 송사리들을 관찰하고 밤에는 그 모습을 화폭에 담았다. 모리에게는 정원이 곧 세계이고 우주였다. 화가 모리의 말년을 담은 영화 「모리의 정원(モリのいる場所)」에서 모리의 부인은 말한다. “여기에는 많은 나무와 벌레가 살고 있으니까요. 이 정원은 남편의 전부예요.” 모리는 52세에 이사한 집에서 45년을 살다가 1977년에 죽었다. 60대 중반부터는 정원 밖 출입을 하지 않았으니 자가격리의 끝판왕이라 할 수 있겠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미리 실천한 타샤..
2023.01.13 -
쓰레기도 족보가 있다 2020.2
Waste also has genealogy “우리 아버지는 내가 고 3 때도 밤 12시 넘어서 공부한다고 불 켜놓고 있으면 불 끄라고 호통을 치셨어.” “정말? 왜?” “전기요금 많이 나온다고.” “말도 안 돼. 대학 입시는 어쩌라고?” “혼자만 공부하는 것처럼 유난 떨지 말라는 거지. 게다가 우리 누나, 형들이 다섯 명 다 대학 갔잖아. 나 하나 못 가도 그만이었을 거야. 당장 전기요금 고지서가 더 큰 문제지.” “하긴 우리 엄마도 맨날 전기 코드 뽑아 놓으라고 성화였어. 지금도 그러시고.” 여섯 남매 중의 막내인 친구가 소환한 30여 년 전의 기억에 다른 친구들이 맞장구를 쳤다. “어디 전기뿐이야? 우리 엄마는 전화 통화 조금만 길어지면 끊으라고 얼마나 야단을 했는데.” “맞아 맞아! 걸려온 전화 ..
2023.0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