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이야기(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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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절반은 두려움에 떨고,나의 절반은 용기로 가득하다”
"Half of me is trembling with fear, and the other half is full of courage" 마흔쯤 되었을 때, 어떤 신문기사를 보고 재미삼아 기대수명을 계산해본 적이 있다. 당시 우리나라 여성의 평균수명에다 규칙적인 운동을 하면 더하기 네 살, 담배를 피우면 빼기 다섯 살 하는 식으로 계산하는 것이었다. 계산 결과 나의 기대수명은 93세였다. 평균수명보다 열 살이 더 많은 숫자였다. 오래 살 것이라는 결과가 기쁘기는커녕 아흔 셋이라는 나이가 너무나 끔찍하게 느껴졌다. 마흔이 넘도록 ‘심사숙고’란 것 한 번 해본 적 없이, 마음이 이끄는대로 살아온 내 게는 감당하기 어려운 숫자로 여겨졌다. 어떻게든 기대수명을 좀 줄여야 했다. 고기를 더 먹을까? 평생 손대본 적 ..
2022.12.24 -
“결국…인생이란 뭘까?” 2019.7
"Ultimately… What is life?" 검은 양복 차림의 남자 세 명과 기모노를 입은 여자 한 명이 각각 우산을 쓰고 서 있다. 일본의 신사나 사찰로 보이는 장소의 정원이다. 50대 말에서 60대 초 반으로 보이는 네 사람은 어릴 때부터의 친구로 보인다. 분위기가 누군가의 장례식을 치르고 난 뒤 그냥 헤어지기가 허전해서 모여 있는 것 같다. 그 중 한 남 자가 웃음기 없는 진지한 얼굴로 말한다. 이제 지위도, 영예도 필요 없다고, 돈도 조금만 있으면 된다고. 말은 그렇게 하는데 지위도 있어 보이고 돈도 많아 보 이는 인상이다. 평생 지위와 명예, 돈을 추구해온 사람처럼 보이기도 한다. 다른 친구가 믿을 수 없다고, 그럼 뭐가 필요하냐고 묻는다. 그의 대답은 ‘사랑’이 다. 귀밑머리 허연 남자가..
2022.12.23 -
김장의 기쁨을 아는 몸 2022.12
I am the one who knows the joy of making kimchi "나 김장해야 돼서 헬스장에 며칠 못 와.” “몇 포기나 하는데 며칠씩이나 못 나와?” “여섯 포기!” “아이고 이 언니, 겨우 여섯 포기하면서 김장한다고 그렇게 엄살이야?” 한 여인이 큰 소리로 수선을 떨었다. “여섯 포기가 얼마나 많이 하는 건데 그래… 작년에는 세 포기 했어. 그거 하는데도 무지하게 힘들었어.” 언니라고 불린 여인이 심각한 어조로 말했다. “하하 세 포기가 김장이야? 그건 그냥 평소에 해먹는 김치지. 난 김장 60킬로해요! 처음의 여인은 다른 사람들도 들으라는 듯 큰 소리로 깔깔거렸다. 며칠 전 동네 헬스장의 탈의실에서 오고 간 대화였다. 넓은 평상이 한가운데 떡 하니 자리 잡고 있는 탈의실은 옛날..
2022.12.21 -
봄 꽃 피면, 봄 술 한 잔 2019.4
When spring flowers bloom, what about a spring drink? 봄이다. 햇살은 다사롭고 꽃 향기가 골목을 떠다닌다. 그리고, 봄바람이 분다. 4월에 부는 바람은 살랑살랑이다. 꽃샘바람처럼 매서운 대신 부드럽고 다정하 다. 밖으로 나오라는 봄의 손짓 같다. 미세먼지만 아니라면 몇 시간이고 바람에 흔들리며 걷고 싶다. 4월이 되면 제일 먼저 김소월의 「바람과 봄」이라는 시가 생각난다. 이 시에서 소월은 속삭인다. 이 봄, 마음이 이토록 흔들리는 건 내 탓이 아니라고, 저녁 어 스름이 찾아오면 술 생각이 나는 것도 내 잘못이 아니라고. 그건 모두 꽃향기 때문이고 봄바람 때문이라고 「바람과 봄」 봄에 부는 바람, 바람 부는 봄, 작은 가지 흔들리는 부는 봄바람, 내 가슴 흔들리..
2022.12.16 -
“차가운 그녀의 목소리에도 내 심장은 식지 않는다” 2019.3
“Even her cold voice does not cool down my heart” 눈보라 치는 산에서 한 남자가 독백한다. 굳은 표정, 눈을 만지는 손이 외롭다. 그 날 하늘은 유난히 푸르렀고 새 하얀 눈이 모든 숲을 덮었다. 가장 아름답게 별이 반짝이던 모든 것이 완벽한 겨울이었다. 겨울이 아니라면 준비해 간 도시락을 펴놓고 먹었을 나무 테이블과 의자에는 고드름이 주렁주렁 달려 있다. 눈 덮인 등산화의 지퍼 고리에는 반지가 하나 매 달려 있다. 자막에 보이는 시간은 오전 11시. 카메라가 빠져서 보니 남자는 테이블 위에 조각처럼 서있다. 누구를 기다리는 것일까? 손을 모아 입김을 불어 보 고 패딩에 달린 모자를 뒤집어 쓴다. 독백이 이어진다. 벌써 세 시간 째 끝없는 기다림 기다릴 준비는 되어있..
2022.12.15 -
미안해요, 사랑해요 2018.12
I'm sorry, I love you 까만 화면에 ‘미안해’라는 자막이 생겨난다. 뒤를 이어 나타나는 자막이 예사롭지 않다. ‘아침 마다 울게 해서 미안해 숙제 같이 못 해줘서 미안해’ 세 줄 자막이 생겨난 뒤에 배경이 보이기 시작한다. 텅 빈 자동차 안이다. 아무도 앉지 않은 운전석과 조수석이 보인다. 그 위로 자막이 계속 흐른다. ‘맨날 기다리게 해서 미안해’ 그리고 잠시 모든 자막이 사라졌다가 조금 더 큰 크 기의 자막 한 줄이 나타난다. ‘일하는 엄마라서, 미안해’ 겨우 자막만 읽었을 뿐인데 눈가가 뜨 거워진다, 목구멍으로 왈칵 뜨거운 기운이 올라온다. 2015년에 제작된 기아자동차의 카렌스 광고의 이야기다. 또각또각 여자의 구두 발자국 소리가 들리더니 차 문이 열린다. 일과 육아, 살림이라는 ..
2022.1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