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건축(17)
-
어제의 나를 오늘의 내가 만나다 2024.10
‘Me’ yesterday meets ‘Me’ today 건축은 단순한 물리적 구조체의 집합으로서 그 시대 사람들의 삶, 문화, 경제, 사회적 관계성과 함께하고 그 영향성을 담아내는 중요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특정한 용도에 따른 건축은 그 용도의 기능이나 목적을 위해 더욱더 다양한 공간구성과 이미지 형태, 건축적 구조 등 다양한 조건들을 수용하고 적용해 건축물을 설계하게 된다. 즉, 그 용도에 최적화된 건축을 하게 되는 것이다. 시대가 바뀌어 건축물이 지닌 목적과 가치가 변화하면 건축물이 가지고 있었던 기존의 공간과 형태도 변화되어야 하는 현실적 요구를 받게 된다. 리모델링은 기존의 공간을 변화시켜 새로운 시대성을 반영해 담아내는 과정이며, 이 과정에서 우리는 많은 법적, 구조적, 기능적 공간의 ..
2024.10.31 -
좋은 공간은 어디서부터…? 파리 올림픽을 보며 2024.9
Where does a good space come from…? Watching the Paris Olympics 이 글을 작성하는 지금 파리에서는 올림픽이 한창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최소 규모의 선수단이 최다 금메달이라는 목표치를 훨씬 넘어서는 성과를 만들어 냈다. 4년간의 피나는 노력과 훈련의 결과로 메달을 거머쥔 선수들은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해 보였고, 비록 메달을 들지 못한 선수라 할지라도 경기에 임하는 선수들의 모습에서 경외심이 들었다. 건축사지에 이 무슨 뜬금없는 이야기일까? 올림픽을 통해 무엇을 이야기하려는 걸까 싶을 수도 있겠지만, 이번 파리올림픽은 나에게 다시금 좋은 공간은 무엇일까에 대한 근본적 물음을 던졌기에 이를 공유해 보고자 한다.시간이 담긴 공간의 힘 평소에 스포츠를 좋아하기..
2024.09.30 -
아쉽지만 다음 기회에… 2024.8
Unfortunately, next time... 집을 짓겠다. 결심“집을 지어야 하는 상황이 생겼어.” 고맙게도, 내가 건축사가 되기도 전에 집을 짓게 되면 꼭 나에게 의뢰하겠다고 했던 친구가 있다. 내가 정말 열과 성을 다해서 잘해주겠다고 답했었는데, 생각보다 빨리 연락이 왔다. 귀엽고 제법 큰 강아지 두 마리를 구조하게 되었고, 아파트에서 키우기엔 한계가 있어 단독주택을 짓기로 마음을 먹었다고 한다. 항해사인 친구는 많은 시간 집을 떠나있기 때문에 어머님이 주 거주인이 되어 강아지들과 함께할 집이다. 적당한 땅을 찾았고, 함께 몇 가지 이슈 사안을 검토 후 추진력 있는 친구(이하 건축주)는 빠르게 땅을 샀다. 동해 바다 근처 산 아래, 묘한 비율의 굴다리를 지나면 나타나는 작은 집 몇 채를..
2024.08.31 -
지구의 한 부분을 만드는 일 2024.7
Making a part of the Earth 독립하기 전에 다녔던 회사 실무 5년 차에 담당했던 프로젝트 일화이다. 어느 회사의 사옥 신축 프로젝트였다. 1년여에 걸쳐 계획설계부터 실시설계까지 전담했고, BIM 모델 속을 수백 번 돌아다니면서 꼼꼼하게 설계했다고 생각했다. 자신 있게 납품했고, 상주하며 현장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주어졌다. 착공식 후 지하와 기초공사를 위한 터파기를 시작하는 날이었다. 이른 아침부터 인부들의 고함소리와 중장비의 엔진 소리, 파낸 것을 와르르 쏟아내는 소리가 들렸고 정신을 깨우는 매연 냄새가 났다. 파헤쳐서 벌겋게 드러난 지구의 한 부분을 보는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제대로 설계했겠지? 최선의 안이었겠지?’ 수십억짜리 건물의 공사가 내가 ..
2024.07.31 -
계단, 경사로 그리고 저소음 구역 2024.3
Stairs, ramps and low noise areas “내 건물에 장애인이 들어올 일은 없는데 왜 장애인 경사로를 설치해야 합니까?” 건축 설계 일을 하면서 여러 사람을 만나고 다양한 상황을 겪으며 좋든 나쁘든 인상적인 기억들이 생기기 마련인데, 저 말을 듣던 날의 놀라움은 아직도 생생하게 떠오른다. 당시 건축주는 허가를 진행하며 관련 부서들과 협의하는 단계에서 장애인 편의시설 설치로 건물 입구의 단차를 경사로로 바꿔야 하는 일을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이렇게 말했다. 예상치 못한 질문에 잠시 멈칫했지만, 지어질 건물이 관련 법률에 의해 장애인 등의 편의시설 설치 대상인 ‘공공건물 및 공중이용시설’에 해당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건축주는 이유를 듣고 난 후에도 자신의 건물에 공공이니 공중이니 하는..
2024.03.31 -
과거를 회상하며 2023.10
Reminiscing of the past 건축을 하면서 겪었던 소소한 기억들을 떠올리며, 오늘날 건축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고민해 본다. 마감, 또 마감, 계속 마감 한 남자가 숨이 목까지 차도록 계단을 뛰어올라가고 있다. 5분 전, 4분 전, 10초 전, 9초 전……. ‘이 건물은 왜 이렇게 계단이 많은 걸까? 누가 설계를 이따위로 한 것일까?’ 머릿속이 어지럽다. 설계는 마라톤과 같다는 여러 선배님들의 가르침을 몸소 배우기라도 하듯, 고지를 바로 앞에 둔 마라톤 선수와 같은 모습이다. 고통스럽다. 차에서 내린 후 계속 달렸지만, 아직도 달릴 길이 남았다. 목적지에 도착해서야 안도의 숨을 크게 들이쉰다. “헉헉, 공… 공모 제출하러 왔는데요.” 그리고 그날도 어김없이 퇴근길에 소주를 마신다. 설계 ..
2023.10.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