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건축(17)
-
설계의도 구현을 위한 ‘소통’의 중요성 2023.9
The Significance of 'Communication' in Achieving the Intended Design Purpose 친구의 연락 사무소를 오픈하고 몇 해 뒤 친구로부터 오랜만에 연락이 왔다. 아파트에 살고 있던 친구는 근처 소유하고 있던 땅에 단독주택을 짓고자 했다. 설계를 맡길 건축사를 찾기 위해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고, 주변에 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는 다른 친구들도 몇 명을 만나본 듯했다. 막바지쯤 나도 친구를 만나게 됐다. 만나서 내가 주택을 진행하는 프로세스와 업무범위를 자세히 설명했고, 말미에는 다양한 건축사를 만나본 후 실력이 있고 소통이 잘 되는 사람과 설계를 시작하라고 당부했다. 솔직히 나에게 설계를 맡기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소규모 단독주택은 시공과정에서 설계..
2023.09.14 -
일상 속 건축, 옆집의 건축 2023.8
Architecture within a everyday, the architecture of the next door 사무소를 개소하다 회사를 잘 다니고 있던 나는 늦은 나이에 결혼해 임신을 했다. 아이가 생겨 기뻤지만, 초산에 고령이기까지 해서 입덧이 심해지며 황급히 회사를 그만두게 됐다. 몇 주를 쉬고 나서 상태가 호전되어 집 밖을 나가기 시작했으나, 놀아본 사람이 논다고 이런 생활도 금방 지루해지기 마련이다. 무언가 해야겠다는 생각에 남편에게 “우리 집 근처에 서재를 하나 얻자!”대뜸 말해놓고 보니 ‘서재’라는 단어 선택은 매우 탁월했다. 왜냐하면, 나는 책을 좋아하지 않지만 남편은 책에 대한 물욕이 많으니 말이다. 우리는 다정히 손을 잡고 우리들의 서재를 찾아 동네를 돌아다니기 시작했다. 지금 생..
2023.08.17 -
건축의 연속성 2023.7
Continuity of architecture 첫 직장 처음 맡은 프로젝트는 단독주택이었다. 내 의지대로 진행하기보다 완공된 작품들과 제본된 도면집을 살펴보며 회사 작업 방식과 분위기를 파악하고자 했다. 프로젝트 수가 많지 않지만 작업의 과정과 완성도가 높았다. 연도별로 잘 정리된 컴퓨터 폴더에서 단독주택을 발견, 프로젝트 이름은 ‘조각이 있는 집’이다. 조형미가 넘쳐 보이는 우아한 2층 규모의 건물 사진을 보고 “와, 이 집은 미술관 같이 생겼네” 하고 나도 모르게 감탄사를 내뱉으니 가까운 자리에 앉아 있던 대표님이 클라이언트가 조각가 부부라고 대답해 주셨다. 경상도 특유의 사투리 억양이 강했는지, 신입이라서 잘 대해 주려는 것인지 내가 하는 혼잣말에 곧잘 답이 들려왔다. ‘조각이 있는 집’은 내 프..
2023.07.21 -
가벼운 시작, 그리고 첫 작품에 대한 기억 2023.6
A light hearted beginning, and the memories of the first work of art 무모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무슨 용기로 그랬을까 싶다. 올해는 개업한 지 7년 차가 되는 해다. 개업 7년 차라고 하면 대부분 놀라는 반응이다. 그럴 만도 한 게, 대학 입학 후 군대에 갈 때 빼고는 별다른 휴학이 없었고, 졸업을 한 달 앞두고 건축사사무소에 첫 출근했다. 무슨 일이 있어도 5년은 버티자는 나와의 약속을 지킨 후, 60번째 월급을 받고 회사를 떠났다. 그리고 한 달 정도의 준비 기간을 거쳐 사업자를 내고 내 일을 시작했다. 사업자 신고가 생각보다 쉬워서 다소 놀랐던 기억이 있다. 첫 회사에서 5년 동안 온갖 산전수전을 다 겪었다고 자평하지만, 그래도 알만한 사람들은 ..
2023.06.21 -
그림자, 물 그리고 문 2022.9
Shadow, water and door 건축이란 그림자 건축사사무소에 첫발을 디딜 무렵이었다. 폴 루돌프가 설계한 예일대학 건축학부 건물의 매스와 루이스 칸 건축의 짙은 그림자가 만들어 내는 선명함이 무엇보다 먼저 다가오던 때다. 일종의 매너리즘이었다고나 할까? 도면에 실제의 깊이보다 과장되고 두터운 음영을 그려놓고서야 만족하곤 하였다. 내가 다루었던 밋밋한 상업용 건물에 깊이의 변화가 있다면 얼마나 있었을까? 그럼에도 도면에 그려 넣은 현실과 다른 몽환적 그림자는 내가 처한 건축에 대한 카타르시스였으며, 꿈이고 환상이었을 테다. 이후로도 그림자에 대한 사랑이 깊었다고나 할까? 내게 그림자는 늘 사물보다 우선 관찰 대상이었다. 사진에 빠져 있을 때도, 이미지란 어느 한 시점에 카메라의 조리개를 통과한 ..
2023.02.23 -
건축사와 건축주 2022.4
Architect and client 설계를 의뢰하러 건축사를 찾는 건축주의 접근 루트 및 유형은 매우 다양하다. 이참에 필자가 경험한 기준으로 정리를 해 보았다. 먼저 접근 루트는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는데, 그 특징을 표로 정리해 보면 다음과 같다. 표에서 보는 바와 같이 본인이 맘에 드는 건축물을 보고 설계한 건축사를 찾는 경우가 가장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많은 인맥을 쌓는 것도 좋지만 건축사 본연의 실력을 높여 좋은 건축물을 많이 남겨 놓는 것이 양질의 수주를 할 수 있는 길이라는 것은 어찌 보면 불변의 진리라 할 수 있겠다. 다음으로는 건축주의 유형을 아래 표처럼 두 가지 측면에서 이야기해 보고자 한다. 이처럼 건축사들은 매번 다른 유형의 건축주들을 만난다. 그에 맞게 ..
2023.0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