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건축(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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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로운 영혼 건축에 안착 2023.2
Settled on free spirit architecture 늦은 나이에 내가 건축사가 될 줄이야… 나는 건축을 전공하고 건축사사무소에서 4년 정도 근무했다. 건축을 공부하는 학생들을 지도하는 학원 생활을 하기도 했고, 심지어 내가 좋아하는 커피를 배워 보겠다며 커피 공부를 하고 관련 직업으로 10여 년을 일했다. 그때는 그게 너무 재미있었고, 시간이 그렇게 흘러간 줄도 몰랐다. 커피를 만드는 것을 그만두고, 본격적으로 여행자가 되어 가보고 싶었던 나라들을 여행하며 또 몇 년의 시간을 보냈다. 여행을 준비하며 항상 그 나라의 건축물을 먼저 살펴보며 어쩔 수 없이 난 건축인이구나 생각했다. 다시 건축을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자 무작정 지인의 건축사사무소에 취업을 부탁하고 폐가 되지 않기 위해 감리업무와..
2023.02.16 -
건축사 울리는 무대포 ‘블랙민원인’ 2022.1
‘Black Consumer’, putting architects in trouble 기업에 ‘블랙컨슈머’가 있다면 행정기관엔 ‘블랙민원인’ 2021년 12월 30일 오전 11시 즈음 사무실 앞에 사무실과 골목에 걸쳐놓은 차를 빼달라는 주차단속원의 전화를 받았다. 옆집 아저씨의 2021년 마지막 민원이었다. 단속원도 상당한 배려를 해주어 하던 일을 마무리하고 나갈 때까지 기다려주며 “저 집 아저씨 때문에도 어쩔 수 없어요. 저희도 차가 없는 사진을 찍어가야 해서요” 라는 하지 않아도 될 변명을 해주었다. 주차단속원이 단속 대상을 배려해 주는 아름다운 광경은 옆집 아저씨의 시도 때도 없는 민원으로 생겨났다. 나는 오래된 다가구주택을 근린생활시설 사무실로 용도 변경하여 맨 위층에 얼마 전 입주하였다. 4미터..
2023.02.15 -
분위기를 짓습니다 2023.1
Create an atmosphere 주 종목 인테리어 의도하지 않았지만 첫 직장에서는 주택 위주로 일했다. 이를 당연한 것으로 알고 스위치, 도어 핸들, 수전을 고르느라 야근을 일삼았다. 그런 영향을 받았는지 건축과 인테리어를 구분해서 생각한 적이 없다. 곰곰이 생각할수록 건축과 인테리어가 나누어지는 경계를 알 수 없었다. 애초에 구분할 수 없는 것을 상황에 따라 편리하게 구분해서 쓴 것은 아닌지 모를 일이다. 특별한 배경 없이 독립한 어린 건축사에게 건축 일을 선뜻 주는 경우는 단연코 없었다. 주어지는 작은 작업들을 시작했고, 자연스레 인테리어 위주로 일하게 되었다. 이어지는 인테리어 작업으로 빠듯하게나마 사무실을 운영해온 것이 다섯 해를 바라본다. 지금은 다행히도 대수선, 리모델링, 건축으로 조금씩..
2023.01.19 -
건축사가 되고 건축사로서 살아남기 2022.11
Become an architect and survive as an architect 건축학을 전공하다 대학교 2학년 때 건축대학에서 5년제 건축학과와 4년제 실내건축학과 중 전공 선택의 기로에 섰을 때가 있었다. 건축학을 졸업하면 건축사가 될 수도 있고 실내건축도 할 수 있지만, 실내건축학을 졸업하면 실내건축만 할 수 있다는 교수님의 말씀에 건축과 실내건축을 모두 하고 싶어 건축학을 선택했었다. 건축사 면허 없이 인테리어 디자이너나 시행사가 소위 말하는 허가 방(허가만 대행해 주는 건축사사무소)에 허가를 맡기고 설계를 하는 걸 보면 교수님 말씀이 100% 맞는 것 같진 않지만… 내 이름을 걸고 설계를 하고 허가를 내는 순간은 건축사만이 느낄 수 있는 뿌듯한 순간일 것 같다. 지금에 와서 다시 생각해봐도..
2022.11.10 -
구짝 2022.10
Gooooooooojjag 제주어 ‘구짝’은 여러 의미가 있는데, 방향을 나타낼 때는 직진이고 행동으로는 초지일관을 말하며, 은유적으로는 한 우물을 판다는 속담과 뜻이 같다. 여러 갈래로 가지 않고 한 길로만 고집스럽게 가는 것을 ‘구짝간다’라고 하며 상황에 따라 긍정과 부정의 뜻이 있다. 구짝가는 사람을 좋게 말하면 한눈팔지 않고 꾸준히 가는 것이라 할 수 있고, 반대로 말하면 돈키호테와 같은 미련 곰탱이다. 필자는 ‘올래와 정낭’을 위하여 구짝 가고 있는 제주도 촌놈이다. 돈키호테와 비슷하다. 지금까지 그래왔던 것처럼 앞으로도 ‘오몽(움직인다는 뜻의 제주어)’할 수 있을 때까지 구짝 갈 생각이다. 지금까지 약 25년 정도 했으니까 앞으로도 잘하면 왔던 시간만큼 갈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단순히 올..
2022.1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