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남호(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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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운림동 추사채 2021.10
Gwangju Chusajae 광주광역시 소재의 한 대학교에서 치의학 분야 법의학자로 재직했던 건축주는 퇴임을 앞두고 대학 인근에 집을 짓고자 하였다. 오랜 세월 서울에 가족을 두고 주말에 귀경하는 일을 반복해왔는데, 퇴임을 앞두고 객지인 광주에 집을 짓는 일은 이례적이다. 건축주는 학교 민주화를 포함해 법의학자로서 다양한 형식의 사회적 활동에 헌신해왔다. 집을 짓고자 하는 건축주의 핵심 의제는 단연 ‘자연과 책’이다. 건축주는 무등산 자락에 오랫동안 눈여겨봐두었던 곳에 부지를 마련했다. 무등산(無等山)은 ‘등급을 매길 수 없는’이란 뜻으로 규모와 높이, 지형과 식생의 넉넉함에서 비롯된 이름이다. 분야를 넘나드는 다독가인 그가 보유한 2만 3,000권에 이르는 책을 공유하는 것도 집을 짓는 중요한 이유였..
2023.02.10 -
인왕3분초-숲속쉼터 2021.10
Inwang Guard Post Forest Retreat 서울의 정체성은 산과 한강이 이루는 특성에서 비롯된다. 인왕산은 수려한 모습과 더불어 사이사이 작은 계곡마다 오랜 거주지와 연결된 삶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우리는 인왕산과 조선시대 중인들의 거주지였던 서촌에 존재했던 위항문학에 주목했다. 위항문학은 지역을 거점으로 한다는 점에서 역사와 장소적 의미가 결합된 문화적 산물이자, 계급사회 신분의 속박 속에서도 지식인으로 성장한 중인들이 만들어낸 역설이다. 1968년 1.21사태 이후 북악산과 인왕산에 30여 개의 군 초소가 들어서면서 오랫동안 시민들의 출입이 통제되었다. 점차 그 수를 줄여오다가, 2018년 현 정부가 한양도성 성벽에 설치된 20개 경계초소 중 18개를 철거하고 2개소는 훼철과 복원의..
2023.02.10 -
문도방 갤러리 & 주택 2021.9
Moondobang Gallery & House 부지는 행정구역 상 신도시 분당에 속하지만, 계획도시 범위 밖에 위치한다. 주변은 단독주택과 카페, 갤러리 등이 적당히 혼재된 마을로 비교적 수준 높은 건축들이 만드는 정온한 분위기와 상업적인 활력이 혼재되어 있다. 도예, 즉, 그릇 만드는 일은 건축과 닮아있다. 고유한 형태가 중요하지만 그 안에 담김의 본질-비어있음의 이유–을 넘지 않는다. 면으로 이루어진 그릇의 경계는 안으로는 비움의 형태를, 밖으로는 그릇의 형상을 만든다. 문도방의 그릇은 가장 기본적인 색이라고 할 수 있는 흰색이 주종을 이룬다. 형태 요소를 최소화해 절제의 미학을 이룬다. 단순하지만 존재감을 분명히 드러내면서도 음식이 담기는 순간을 위한 여백을 분명하게 남겨둔다. 문도방의 그릇에 대..
2023.02.09 -
02 코로나19 이후 뉴노멀 시대, 건축과 도시를 위한 질문들 2020.6
건축담론 Architecture Discussion 편집국장 註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우리는 새로운 시선에 대한 고민과 마주하게 됐습니다. 고밀도 집적 사회가 당연하게 느껴졌지만, 이 전염병으로 인해 사람 사이의 접촉은 이제 문제로 지적됩니다. 고밀도 집적 사회에서 필연적일 수밖에 없는 접촉이 공포로 이어지면서 ‘비대면 접촉’이라는 새로운 용어가 급속도로 생활에 정착하는 중입니다. 이른바 우리는 언택트(Untact) 시대를 맞이하게 됐습니다. 엘리베이터 단추 하나도 쉽게 누르지 못할 정도로 전염병에 대한 공포는 고밀도 집적 도시 구조에 대한 회의를 느끼게 만듭니다. 문제는 언택트 시대에도 의식주를 해결하며 생활을 이어가야 한다는 점입니다. 경제 활동이 위축되면 소득이 줄고, 이는 자연스레 공급 물자의 ..
2023.01.16 -
정릉 다가구주택+ 지하서재 2019.7
Jeongneung Multi-Family Housing 거주居住의 의미 근대화와 도시화 과정을 거치며 집의 의미 는 해체되고 분열됐다. 사람들은 더 이상 집이 아닌 병원에서 태어나고 죽는다. 동네 에 살지 않고 균질하게 쌓인 주택 상품에서 산다. 사무실에서 일하고, 여행지에서 휴식 한다. 어느 철학자의 말처럼 거주(居住)는 길을 나섰다. 아파트에서의 삶에 만족하던 건축주가 집 을 짓기로 결심하게 된 계기는 3대가 함께 거주할 공간과 가족이 함께 운영할 카페· 펍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3대가 따로 또 같 이 거주하며 가업을 영위해 나가는 집으로 근대 이전 주거와 생산이 함께 이루어지던 시절의 ‘거주(居住)의 의미’를 회복하는 일 이다. 다원적 도시와 복합적 건축 좋은 도시는 다원적 특성을 갖는다. 한 필..
2022.1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