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코로나19 이후 뉴노멀 시대, 건축과 도시를 위한 질문들 2020.6

2023. 1. 16. 09:21아티클 | Article/칼럼 | Column

건축담론 Architecture Discussion

 

편집국장 註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우리는 새로운 시선에 대한 고민과 마주하게 됐습니다. 고밀도 집적 사회가 당연하게 느껴졌지만, 이 전염병으로 인해 사람 사이의 접촉은 이제 문제로 지적됩니다. 고밀도 집적 사회에서 필연적일 수밖에 없는 접촉이 공포로 이어지면서 ‘비대면 접촉’이라는 새로운 용어가 급속도로 생활에 정착하는 중입니다. 이른바 우리는 언택트(Untact) 시대를 맞이하게 됐습니다.
엘리베이터 단추 하나도 쉽게 누르지 못할 정도로 전염병에 대한 공포는 고밀도 집적 도시 구조에 대한 회의를 느끼게 만듭니다. 문제는 언택트 시대에도 의식주를 해결하며 생활을 이어가야 한다는 점입니다. 경제 활동이 위축되면 소득이 줄고, 이는 자연스레 공급 물자의 가격 변동으로 연결됩니다. 한마디로 진퇴양난의 생활이 펼쳐지게 되는 것입니다. 돈을 벌어야 생활할 수 있는데, 비대면 활동 시 소득 위축으로 이어져 악순환이 반복될 것입니다. 
건축 역시 이런 상황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건축 형식과 도시 구조가 바뀔 것입니다. 과연 그것이 어떤 것일지는 누구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지만 말입니다. 
앞으로 이 같은 주제를 건축담론에서 몇 차례 다루고자 합니다. 이번호에서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세계적 변화를 살펴보겠습니다. 코로나19와 관련된 내용이나 의견이 있다면 건축사 회원분들께서 적극적으로 원고를 투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02 In the New Normal Era after COVID 19, Questions for architecture and cities

 

미래가 순간이동해 왔다. 우리는 늘 미래를 가늠해보며 살고 있지만 코로나19가 가져온 미래는 너무나도 빠르고, 강력하다. 보건과 경제를 포함한 사회 전 분야에서 충격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우리의 삶이 이전의 질서로 돌아갈 것으로 예측하는 학자들도 있지만, 코로나19 이후는 ‘새로운 세계’라는 관점이 대세다. 
생태계의 파괴와 기후변화가 심각해짐에 따라 새로운 바이러스의 공격주기가 짧아지고 그로 인해 백신으로 대응하는 방식은 한계가 있다. 전문가들은 ‘전염병과 함께 살기’를 주문하고 있다. 과거와 다르다고 한다면 전염병의 특성에 대해 알고 있으며, 사회적 거리두기, 선제적인 검진과 조기 치료 등으로 재난관리의 역량이 커졌다는 점이다.
역사적으로 전염병은 국제질서와 사회체제를 변화시켜 왔다. 14세기 유럽의 흑사병 당시 서유럽에서는 신을 향한 기도보다 위생 검역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게 됐고, 신권에서 왕권으로의 권력이동 계기가 됐다. 인본주의 르네상스의 토양이 되었다. 전염병으로 인구의 반이 사망하자 농노체제가 붕괴되고, 자본주의가 등장하는 역사발전의 계기가 됐다. 한편 동유럽에서는 오히려 농노제가 강화되는 현상으로 나타났다. 재난에 대한 위기의 극복과정에서 우리의 선제적인 선택과 실천은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줄 것이지만, 반대로 역사의 후퇴가 될 수도 있다는 교훈을 준다. 코로나19 이후는 다가올 미래라기보다는 준비하고 실천해 나갈 미래다.
르네상스 이후로 방대하게 축적된 지식체계가 전공단위로 체계화 되어 오늘에 이르렀다. 오늘날 코로나19 사태는 한 영역에서 해결할 수 없는 환경·기후·도시·질병·빈곤 등 복합적인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융합적 접근을 요구한다. 건축분야는 이 상황을 어떻게 인식하는가. 칸트는 “시간과 함께 공간은 인간인식의 선험적 형식이다”라고 했다. ‘코로나19 이후  뉴노멀, 건축과 도시를 위한 질문들’로 건축담론을 대신하고자 한다.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19가 진행되고 있는 이 시점에서  최선의 질문은 무엇인가.”

l 가깝게는 우리 주변, 멀게는 전 세계에서 낯설고, 새로운 일들이 매일매일 벌어지고 있다. 주로 고통스러운 일들이지만 새로운 상상력을 자극하기도 한다. 드라이브쓰루 선별진료소를 ‘보건+서비스’의 한국적 산물로 보는 한 심리학자의 해석이 흥미롭다. 도시건축 분야에서 매일매일 일어나는 일들은 관찰되고 기록되고 있는가.

l 신자유주의의 확산으로 양극화가 심화된 사회에서 재난은 취약계층 같은 사회의 약한 고리를 끊고, 확산되는 경향을 보인다. 재난이 항상 우울함만 가져오는 것은 아니다. 세계가 하나의 공동체임을 자각하게 하는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 재난의 역사는 기존의 제도와 사회적 시스템이 붕괴된 상황에서 공동체적 연대가 발휘됨을 증명해 왔다. 우리 사회에서 상호부조의 연대는 일어나고 있는가.

l 점차 빨라지는 전염병 주기를 늦출 수 있는 보다 근본적인 대책은 무엇인가. 대부분의 전염병 바이러스의 시작점을 박쥐로부터 라는 견해인데 생태계 깊숙한 곳까지 인간이 침범하면서 생겨난 문제이다. 기후온난화의 본격화 이후 감염병이 4배나 증가했다는 연구 결과를 고려할 때, 지금이 다가올 미래를 위해 집단행동을 결단할 때다.

l 가속화될 디지털 전환의 미래는 어떠한가. 디지털 비대면 서비스가 급증하고 있는 현상은 코로나19 이후에도 지속될 것이다. 문제는 사회적 수용성이다. 디지털 수용 격차의 문제 Digital Divide 감시사회 Big Brother를 경계하기 위한 개인 정보의 보호와 활용에 대한 사회적 합의와 신뢰의 구축이 필요하다.

 

이탈리아의 팔마노바는 중세에 흑사병을 겪은 유럽이 건설한 일종의 계획도시다. ‘이상도시’라고 불리는 도시로, 외침을 막기 위한 요새도시지만, 도시 전문가들은 이 도시가 감염병으로부터의 수호할 목적으로도 만들어졌다고 말한다.



l 오늘날 도시는 뉴어바니즘이 지향하는 대중교통 중심의 도시교통체계를 중심으로 재편해 왔다. 코로나19 사태는 이러한 흐름에 제동을 걸고 있다. 대중교통체계가 극대화된 뉴욕은 사람들 간의 접촉 밀도로 인해 가장 위험한 도시가 되었고, 반대편에 있는 LA는 가장 안전한 도시가 되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화 되는 상황에서 도시공간구조와 교통패러다임은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가.

l 도시 공공공간의 밀도와 질은 어떻게 재편되어야 하는가. 날씨가 풀리자 좁은 실내를 벗어나 거리두기를 실천하며 야외활동이 늘어났다. 서울의 자치구별 1인당 공원면적은 강남구가 8.2제곱미터인데 반해 금천구는 0.3제곱미터에 불과하다. 생활영역이 분리되어 있을 경우 빈부의 차이에 의한 사회적 갈등은 잘 표면화되지 않는다. 전염병은 밀집된 상황에서 급속도로 확산되어 사회 전체를 위험에 빠트리게 된다. 공평한 공공공간의 질은 공동의 안전에 기여한다.

l 코로나19 관련 한 토론회에서 유럽의 한 도시에서 아이스링크의 수와 규모를 조사한 사례가 소개 되었는데, 사망자가 폭증하는 비극적 상황에서 임시사체보관 장소를 예비하는 내용이었다. 재난의 종류와 단계에 따른 다양한 구호시설이 필요하다. 회복탄력성을 가진 재난단계별 도시방재 인프라의 구축은 어떠해야 하는가.

l 긴급 구호시설의 확보 등 새로운 질서 속에서 물리적 환경과 시스템을 구축하는데 있어서 건축사의 역할은 무엇인가. 건축 그리고 의료, 방재, 도시관리 등 관련 분야 간 협력을 통해 새로운 질서를 찾아가는 과정에서 건축사는 문제해결을 넘어 건축 디자인과 혁신을 이루는 긍정적인 힘을 가진 존재다.

l 경제성장에 따른 양적 팽창에 대한 대안적 방법이 재생과 공유라고 할 수 있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우버나 에어비앤비 같은 공유경제가 타격을 입고 있다. 재택근무의 일상화로 가족 또는 개인 공간이 커질 것이라는 예상이 이어지고 있다. 공유와 안전 사이에 지혜로운 공존 방법은 무엇인가.

l 코로나19 이후 뉴노멀 시대에 한국건축계를 위한 발칙한 상상은 가능한가. 한국의 경제적 문화적 위상에 비해 세계건축계에서 한국은 미미한 존재일 뿐이다. 최근 코로나19 재난 상황에서 한국의 대처는 국제적인 표준으로 인정되고 있다. 한국건축이 이러한 맥락 위에 설 수 있다면 단번에 세계건축계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역사주의 시대를 마감하고 새로운 세기를 위한 새로운 표준을 열었던 독일공작연맹과 이후의 바우하우스처럼 한국건축계가 세계를 향해 코로나19 이후 미래를 위한 새로운 건축을 선언하고, 준비하는 일은 불가능한가.

 

 

 

 

 

글. 조남호 Cho, Namho (주)솔토지빈 건축사사무소 대표 건축사

 

 

 

조남호 (주)솔토지빈 건축사사무소 대표 건축사

건축사 조남호는 서울시립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하고, 정림건축에서 실무를 쌓았다. 1995년 솔토지빈건축사사무 소를 설립하고, 2000년 <교원그룹 게스트하우스>로 한국 건축문화대상 대상을 수상했다. 서울시립대학교 건축학부 겸임교수와 서울대학교 건축학부 강사를 역임했으며, 서울 시 건축정책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대표작품으로는 교원 그룹 게스트하우스, 교원그룹 비전센터, 알즈너콤플렉스, 서 울시립대 강촌수련원, 블루웍스 사옥, 방배동집, 다산동 문 화공유주택 등이 있고, 최근에는 중계본동 백사마을 공동주 택, 속초 공무원수련원 등을 설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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