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건축과 도시조립식 건축, 온라인 회의…키워드는 ‘비대면’ 2020.6

2023. 1. 16. 09:20아티클 | Article/칼럼 | Column

건축담론 Architecture Discussion

 

편집국장 註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우리는 새로운 시선에 대한 고민과 마주하게 됐습니다. 고밀도 집적 사회가 당연하게 느껴졌지만, 이 전염병으로 인해 사람 사이의 접촉은 이제 문제로 지적됩니다. 고밀도 집적 사회에서 필연적일 수밖에 없는 접촉이 공포로 이어지면서 ‘비대면 접촉’이라는 새로운 용어가 급속도로 생활에 정착하는 중입니다. 이른바 우리는 언택트(Untact) 시대를 맞이하게 됐습니다.
엘리베이터 단추 하나도 쉽게 누르지 못할 정도로 전염병에 대한 공포는 고밀도 집적 도시 구조에 대한 회의를 느끼게 만듭니다. 문제는 언택트 시대에도 의식주를 해결하며 생활을 이어가야 한다는 점입니다. 경제 활동이 위축되면 소득이 줄고, 이는 자연스레 공급 물자의 가격 변동으로 연결됩니다. 한마디로 진퇴양난의 생활이 펼쳐지게 되는 것입니다. 돈을 벌어야 생활할 수 있는데, 비대면 활동 시 소득 위축으로 이어져 악순환이 반복될 것입니다. 
건축 역시 이런 상황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건축 형식과 도시 구조가 바뀔 것입니다. 과연 그것이 어떤 것일지는 누구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지만 말입니다. 
앞으로 이 같은 주제를 건축담론에서 몇 차례 다루고자 합니다. 이번호에서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세계적 변화를 살펴보겠습니다. 코로나19와 관련된 내용이나 의견이 있다면 건축사 회원분들께서 적극적으로 원고를 투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03 Post-Corona Architecture and City
Prefabricated Building, Online Conference…The Keyword is ‘Untact’

 

한풀 꺾인 듯했던 코로나19 펜데믹이 최근 이태원 클럽 집단감염의 여파로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다. 코로나19 펜데믹이 장기화될 것이란 우려 속에서 세계는 지금 포스트 코로나를 준비하는 데 한창이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습관으로 굳어짐에 따라 건축과 도시 분야에서도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국내에서는 건축물 승강기 버튼에 바이러스 향균 필름을 부착하고 소독제를 비치하는 등 공공장소의 위생을 강화했고, 일부 대형건물들은 일층 로비에 대형 소독박스를 설치하기도 했다. 모임 자체를 최소화하고 온라인 회의 등 비대면 접촉을 선호하는 분위기도 이어지고 있다. 건축 관계자들 사이에선 건축물의 공기 질 관리 및 환기 기준이 강화되고, 급속도로 적용된 IT기술로 인해 건축 설계가 보다 창의적인 디자인으로 바뀔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생명윤리학자 엘리자베스 유코는 지난 4월 ‘시티랩’ 기고글에서 “주택 구매자들은 방마다 화장실이 있는 집을 원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빠르게 짓고 재활용도 가능…‘모듈러 건축’ 주목
감염 우려에 대중교통 대신 자전거 이용 多

◆ 모듈러 건축
현재 국내 건축·건설업계가 주목하는 분야는 ‘모듈러(조립식) 건축’이다. 최근 여러 건설사들이 모듈러 건축 기술로 지은 음압병실을 선보였다. 코오롱글로벌은 25억 원을 들여 경상북도 문경 서울대병원 인재원에 24병상, 12개 병실을 갖춘 800제곱미터 규모의 단층 모듈러 음압병실을 지어 병원에 기부했다. 포스코는 전문 의료진과 함께 ‘이동형 모듈러 음압병실’에 대한 8개월짜리 연구개발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모듈러 건축 전문기업 스타우스는 재난 시에는 음압병실로 활용하고 이후에는 호텔이나 기숙사로 활용할 수 있는 2.5톤급 박스형 모듈 제품을 제작해, 싱가포르 정부와 500세트 수출 계약을 맺었다. 공정이 빠르고 이동성이 높은 데다 재활용까지 가능하다는 점 때문에 업계에서는 모듈러 건축이 재난 대비에 경쟁력 있는 수단이 될 것이라 보고 있다.

 

Post-Corona Architecture and City Prefabricated Building, Online Conference…The Keyword is ‘Untact’



◆ 온라인 회의
정부, 기업 가릴 것 없이 다양한 현장에서 비대면 접촉이 가능한 재택근무, 온라인 회의 등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SK텔레콤에 따르면 최대 100명까지 동시에 통화할 수 있는 자사 서비스 이용자 수가 4월 기준 약 200만 명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이용자보다 30%가 증가한 수치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도 비대면 접촉을 장려하는 분위기다. 최근 대전광역시는 공공건축 사업에 대한 논의를 온라인 메신저를 이용해 진행했다. 대전광역시 측은 앞으로 중대한 사항에 한해 오프라인 회의를 진행하되 점차 그 횟수를 줄여나가겠다고 발표했다. 그동안 업체 간에 메신저로 소통하는 일은 자주 있었으나 발주처인 지방자치단체가 온라인 메신저로 직접 소통에 참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건축업계의 반응은 긍정적이다. 고품질 건축물을 만들기 위해서는 지방자치단체와 참여 업체들 간에 원활한 소통이 중요한데, 공공건축 사업 시 건축사들이 어려워하는 것 중 하나가 이 과정이다. 건축사들은 온라인으로 회의를 하면 오프라인보다 즉각적이고 활발하게 소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리타 소 아시아건축사협의회장은 최근 5월 8일 ‘코로나19 협업 프로그램’ 화상회의에서 코로나19로 발주 등의 회의를 비롯한 건축 설계 분야에 IT기술이 급속도로 적용될 것이라 예상하고 그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조언한 바 있다.

 

Post-Corona Architecture and City Prefabricated Building, Online Conference…The Keyword is ‘Untact’


◆ 친환경 교통
도시가 봉쇄되고 외출 자제가 권고되면서 자전거, 도보 등 친환경 교통 이용률이 세계적으로 급증했다. 콜롬비아 수도 보고타는 47마일의 임시 자전거 도로를 개설했고, 프랑스 파리는 5월 11일 파리 광역 지역에 650킬로미터의 자전거 도로를 준비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미국에서는 보행자, 자전거 이용자들의 이동 편의를 위해 전체 도로 10% 차량 이동을 금지한 상태이며, 뉴욕시 의회는 코로나19 기간 동안 보행자와 자전거 이용자들에게 도로를 개방하는 법안을 준비 중이다. 벨기에 브뤼셀 역시 보행자와 자전거 이용자들을 위해 차량의 최대 속도를 시속 20킬로미터로 제한했다.

◆ 사회적 거리를 둔 공원
집단 감염에 취약하다고 알려진 공원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뉴욕 브루클린 도미노 공원에서는 2미터 거리마다 둥근 원을 새겨 ‘인간 주차장’을 만들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공원 관리소 측에서 직접 그린 것이다. 샌프란시스코에선 시청 앞에 50여 명의 노숙자를 수용할 수 있는 캠핑장을 마련했는데, 이곳 또한 각 캠핑장마다 거리를 뒀다. 밀라노에선 특수 아크릴수지로 가림막을 설치한 벤치를 설치했다. 반면 오스트리아는 공원을 폐쇄했다. 칸막이 구실을 하는 90cm 수목 울타리를 사이에 두고 각각 입구로 한 사람씩 들어가 자연을 즐길 수 있는 공원을 만들자는 제안이 나왔지만 아직 실행되진 않은 상태다. 국내에서도 안전하게 공원을 즐기기 위해 방법을 고심 중이다. 서울시는 이와 관련해 최근 ‘슬기로운 공원생활’이란 공모전을 개최하고 시민들의 의견을 모으고 있다.

 

 


이유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