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코로나19,그 이후의 건축! 2020.6

2023. 1. 16. 09:22아티클 | Article/칼럼 | Column

편집국장 註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우리는 새로운 시선에 대한 고민과 마주하게 됐습니다. 고밀도 집적 사회가 당연하게 느껴졌지만, 이 전염병으로 인해 사람 사이의 접촉은 이제 문제로 지적됩니다. 고밀도 집적 사회에서 필연적일 수밖에 없는 접촉이 공포로 이어지면서 ‘비대면 접촉’이라는 새로운 용어가 급속도로 생활에 정착하는 중입니다. 이른바 우리는 언택트(Untact) 시대를 맞이하게 됐습니다.
엘리베이터 단추 하나도 쉽게 누르지 못할 정도로 전염병에 대한 공포는 고밀도 집적 도시 구조에 대한 회의를 느끼게 만듭니다. 문제는 언택트 시대에도 의식주를 해결하며 생활을 이어가야 한다는 점입니다. 경제 활동이 위축되면 소득이 줄고, 이는 자연스레 공급 물자의 가격 변동으로 연결됩니다. 한마디로 진퇴양난의 생활이 펼쳐지게 되는 것입니다. 돈을 벌어야 생활할 수 있는데, 비대면 활동 시 소득 위축으로 이어져 악순환이 반복될 것입니다. 
건축 역시 이런 상황에서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건축 형식과 도시 구조가 바뀔 것입니다. 과연 그것이 어떤 것일지는 누구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지만 말입니다. 
앞으로 이 같은 주제를 건축담론에서 몇 차례 다루고자 합니다. 이번호에서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세계적 변화를 살펴보겠습니다. 코로나19와 관련된 내용이나 의견이 있다면 건축사 회원분들께서 적극적으로 원고를 투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01 COVID 19, The architecture thereafter!

 

언택트 경제의 시작, 우리 삶의 변화

2020년 1월 우한에서 첫 환자가 발생한 이래, 전 세계가 하루가 다르게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 후유증을 겪고 있다. 코로나19의 특성 상 강한 전파성 때문에 마스크 착용은 이제 보편적인 일상으로 자리 잡았고, 감염병을 예방하기 위한 외출 금지와 접촉 회피가 사회적 일상을 변화시키고 있다. 물리적인 ‘사회적 거리두기’와 ‘자발적 격리’ 캠페인에 의해 자의든 타의든 우리 모두가 언택트 경제(untact Economy)를 경험하고 있는 것이다. ‘un’과 ‘contact’의 합성어인 ‘untact’는 사람과 사람이 직접 접촉하지 않음을 뜻하는 신조어다. 언택트 경제는 서비스나 재화의 제공 과정에서 직접적인 대면 없이 무인기술이나 인공지능, 로봇배송과 같은 첨단 기술과 기기를 이용하는 사회적 트렌드를 가리키는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4차 산업이나 디지털 기술 없이 언택트 경제의 실현은 불가능하다. 사실, 코로나19 사태 이전까진 몇 년간 디지털 기술이 혁명적으로 발전한 것에 비해 우리의 일상생활은 크게 변화하지 못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디지털 기술의 전면적 수용으로 일어날 새로운 변화에 대한 두려움과 번거로움 등으로 기존의 익숙한 생활방식을 고수해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우리는 반강제적으로, 어쩌면 자발적으로, 멀고도 요원하게 여겨졌던 ‘대체 불가능할 것이라 여긴 분야들’이 의외로 빠르고 원활하게 디지털로 대체되는 경험을 하고 있다. ‘재택근무’와 ‘온라인 강의’를 권고하고, ‘화상회의’와 ‘자가격리’가 일상화됐으며, 또 홈쇼핑이나 종교활동, 금융 등 사회 전반에서의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성장 동력은 더 빠르고 강하게 지속될 것이다. 나아가 5G기술로 인해 대량 데이터의 신속한 이동이 가능해지면서 각종 사물인터넷, 자율주행, 스마트 팩토리 등 다양한 첨단 산업분야에서 더욱 빠른 변화가 일어날 것이다.
코로나19는 건축에도 커다란 변혁을 일으키고 있다

오래 전 인류 문명의 태동과 함께 시작된 건설업은 어느 산업 분야보다 긴 역사를 자랑한다. 그러나 유구한 역사가 흐르는 동안에도 노동에 의존하는 공정 방식은 크게 변함이 없었고, 그에 따른 생산성 향상 속도 또한 별로 차이가 없었다. 그러나 최근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습관처럼 답습해오던 방식에서 탈피한 새로운 건축방식과 사물인터넷의 활용이 점차 증가되는 추세이다. 즉, 코로나19로 인한 삶의 방식의 변화는 건축계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그 파장은 널리 퍼져나가고 있다.

디지털 시대 건축계의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최첨단 건축물의 자리를 지키고 있던 대형 상업건물이나 금융빌딩은 데이터 센터 같은 IT서비스분야의 건축물에게 그 자리를 내어주었다. 그동안 단순한 건축물이라 여겨왔던 창고, 공장 등은 이제 IT로 무장한 AV 물류센터와 스마트 팩토리 등으로 탈바꿈하여 언택트 경제에 앞장서고 있다. 나아가 정부와 기업의 디지털 전환 노력과 시민들의 요청이 맞물리면서 이 분야는 눈부시게 성장할 것이다.

모듈러 건축(Modular-A)

AC호텔 뉴욕 노마드 사진 DF&A


코로나19가 확산되던 올해 2월, 후베이성 우한의 병원 두 곳이 공사 시작 약 2주 만에 완공돼 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병상 수가 약 2,600개나 되는 대형 응급병원 2개를 불과 2주 만에 뚝딱 지을 수 있었던 것은 바로 모듈러 공법이 있었기 때문이다. 모듈러 건축은 현장 여건 상 시공이 이뤄지기 어렵거나 공사기간을 단축하기 위하여, 또는 아주 정밀하거나 구조적인 목적으로 건축물 일부를 공장에서 제작해 이동해 현장에서 조립하는 건설방식으로 오래 전부터 존재했다. 기존 공업화 건설(IC)이나 사전 조립(Prefabrication)에서 발전해 지금은 ‘공장 제작 및 조립 방식(OSMC)’ 등의 용어로 통용되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 정책적으로 모듈러 건축을 장려하는 싱가포르에서는 계획단계부터 포함되어야 한다는 의미로 DfMA(Design for Manufacturing and Assembly)라 칭하고 있다. 

사실 모듈러 건축은 그 장점에 비해 발전 속도 측면에서 늦은 감이 있다. 장점이라면 공기를 단축하여 비용을 절감하며, 공장에서 일률적으로 제작하기 때문에 품질이 일정하게 보장되는 점을 꼽을 수 있겠다. 환경이나 사회문제 등 여러 면에서도 모듈러 건축은 인류가 지향하는 건축의 미래로 손꼽힐 만하다. 공장에서 생산한 건축물을 건축 현장에서 조립만 하면 되기 때문에 교통 혼잡이나 공사 소음을 줄일 수 있고, 골칫덩어리인 건축 폐기물도 생기지 않는다. 또 앞으로의 건축 상황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고, 기상조건이나 공사환경에서 나타날 수 있는 공기 지연과 만일의 안전사고까지 대응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그런가 하면, 상황·필요에 따라 공사계획을 변경하거나 개선할 수 있는 등 유연성도 뛰어나 상황 변화에 신속히 적응하고 대응할 수 있는 것도 중요한 장점으로 꼽힌다.

 

로봇 박물관 사진 서울특별시


사실 중국 우한 병원 같은 수준의 임시 조립식 건물은 과거에도 있었다. 최근에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임시방편적인 조립식 건물뿐 아니라 일반 영구적인 건물에도 이 같은 공법이 보편적으로 확산돼 활용되는 추세다. 그 한 예로, 올해 가을 뉴욕 맨해튼에 완공 예정인 26층 규모의 ‘AC 호텔 뉴욕 노마드’가 있다. 첨단 모듈러 공법을 활용한 세계 최고층 호텔로 손꼽히는 이 건축물은 대니포스터앤아키텍처(DF&A)가 설계한 것으로, 약 168실 규모의 호텔 객실이 폴란드 공장에서 만들어져, 뉴욕으로 옮겨온 다음, 크레인을 사용하여 층층이 쌓아 조립했다. 물론 로비, 레스토랑 등 각종 부대시설은 전통적 공법을 사용해야 했지만 세계적인 고급 호텔 체인이 모듈러 방식을 채택하였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둘 수 있다. 앞으로 이러한 방식이 보편적으로 확산되는 신호탄이 될 여지가 있다.

지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기간에 기자단 숙소로 사용한 ‘평창 미디어 레지던스 호텔’도 모듈러 공법으로 완공돼 큰 호평을 받은 바 있다. 특히 100% 재활용이 가능한 철강 구조물로 완전하게 해체한 후엔 재구축이 가능하다는 점을 큰 특징으로 바라봤다. 실제로 코로나19가 극성을 부리던 지난 2월엔 이 시설을 대구로 옮겨 임시치료센터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기도 했는데, 300실 규모의 이 호텔을 2주 만에 대구로 옮길 수 있다고 한다. 이처럼, 코로나19 이후 전통적인 건설방식인 현장 시공(On-site Construction)을 탈피하려는 움직임은 더욱 확대될 것이며 모듈러 건축은 우리 건축문화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공할 것이다.

 

에너지 자립마을



스마트시티

코로나19는 도시에 대한 기존 관념을 여지없이 무너뜨렸다. 그동안 신도시에서 제일 중요한 요건이었던 입지(위치)는 그 의미를 잃어가고 있다. 재택근무, 온라인 등은 더 이상 일부 IT기업에서 또는 영화의 주인공이 누릴 수 있는 꿈의 직장의 상징이 아니며, 일반회사에서도 충분히 가능한 여건으로 자리매김했다. 또 우려와는 달리, 회사가 아닌 집에서도 충분히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는 분위기도 확산되었고 의외로 성과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인이라면 대부분 무조건적이었던 출퇴근에 대한 고정관념이 없어지니, 물리적 거리의 중요성은 점차 퇴색하고 정보통신 인프라에 대한 중요성은 상대적으로 부각됐다. 주거지를 선택할 때 최우선 고려 대상이었던 교통은 이미 우선순위가 아니게 됐다. 오히려 사회적 거리두기가 힘든 도심 내 직주 근접 지역의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까지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반면에 인터넷 기술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는 ICT(첨단 정보통신기술) 인프라에 대한 요구는 급증하고 있는 추세다. 언택트 경제 실현을 위해서도 커넥티드 인프라는 필수적이다. 직접적인 대면 없는 경제활동을 원만히 수행하려면 그 전제 조건인 무인기술이나 인공지능, 로봇배송과 같은 첨단 기술과 기기가 필요하고 그 근간이 되는 데이터의 원활한 전송을 위한 5G망구축이 필요한데, 이런 시스템을 갖춘 커넥티드 시티는 스마트 시티와 맥을 같이 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새로운 택지에 신설 스마트시티를 조성하기보다는 기존 인프라를 갖춘 도시에 ICT 인프라를 설치하는 업그레이드 방식의 스마트화가 유리할 것이며, 그 범위는 일산, 분당 같은 대형 신도시에서부터 한 아파트 단지까지 다양하고 체계적일 것이다.


스마트 건설과 드론

 

런던 드론 사진 www.dezeen.com



코로나19 사태는 건설 현장에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 인력 투입 최소화를 위해 많은 인력이 움직여야 가능한 현장 건설 방식은 사전·공장 제작 중심의 비현장화 방식으로 전환되고 있다. 사실 디지털은 건축물 자체보다 건설 현장 시스템에 먼저 도입되어야 할 분야이다. 사물 인터넷(IoT) 기술을 융합한 디지털 건설 관리 시스템은 현장 관리자 개개인의 스마트폰에 탑재돼 드론을 비롯한 현장 폐쇄회로와 각종 센서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전달하여 상황 변화와 비상 시를 대비할 수 있게 한다. 이를 위해서는 모듈러, 빌딩 정보 모델링(BIM), 드론, AI로봇 등 스마트 기술이 전제돼야 할 것이다.

한편, 택배 드론을 고려한 건축은 이미 실현되고 있다, 2019년 6월 런던에서 완공된 76세대의 주거단지 라이온스 플레이스(Lyons Place)엔 드론 배송을 위한 착륙 시설도 함께 들어섰다. 이 시설 운영은 드론 인프라 업체가 따로 담당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아직 드론 배송이 상용화되고 있지는 않지만, 앞으로 코로나19를 계기로 드론 포트를 통한 드론 배송이 보편화될 것이며 이에 대한 대비는 지금부터 해야 한다. 또한 뉴욕시는 건물 점검 중 사망한 건축사 사건을 계기로 건물 외벽 점검에 드론 사용 합법화를 추진 중이다.

주거시설의 변화

코로나19로 2주 간 격리당해야 한다면, 사람들은 아파트와 단독주택 중 어디를 주로 선택할까? 아마 답답하고 빽빽한 아파트보다는, 그래도 햇빛이 들어오는 단독주택을 대다수가 선호하지 않을까. 비록 격리 중이라도 마음만은 편안하게 차 한 잔 마실 수 있는 작은 발코니가 있고, 산책이라도 할 수 있는 작은 마당이 있다면 얼마나 안도할까. 그러나 단순히 코로나19 사태 이후 단독주택의 수요가 많아질 것이라는 예측은 섣불리 하지 못한다. 우리나라는 교육문제에서부터 병원, 각종 문화시설까지 여러 가지 요소 때문에 단독주택보다는 일반적으로 아파트를 선호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파트는 코로나19에 매우 취약하다. 승강기는 비교적 좁은 공간이고, 게다가 승강기의 버튼을 눌러야 한다. 많은 사람들이 한 단지, 한 건물에 거주하다보니, 사회적 거리두기도 생각보다 곤란하고 코로나19 사태로 외출을 못하니 한층 답답하고 층간소음 갈등도 더 빈번할 수 있다. 이번 코로나19를 계기로 앞으로 아파트 건축은 어떤 점에 중점을 두고 어떤 것을 더 고려해야 할까? 재택 근무자를 위한 단위 세대 평면 계획이 개발되고, 단지 내 주민편의시설로 비즈니스센터 즉, 화상회의 또는 팩스설비 등을 갖춘 시설을 예상할 수도 있다. 클린 에어에 대한 기대가 높아져 각 세대마다 공기청정시설은 기본이고, 각 동의 입구마다 에어샤워 시설이 있는 아파트가 출현할 것이다. 언택트 경제를 보다 편리하고 원활하게 실현할 수 있도록 가정 내 택배 설비나 배달 시스템도 개발될 수 있다. 특히, 다른 분야보다 적응력이 빠른 우리나라 건설시장에선 아파트의 언택트 경제가 실현될 것이다.

건축물은 필요에 따라 사회 적응력에 의해 변화하는 것이다. 주택의 1차적 기능은 안전이다. 애초에 혹독한 자연환경과 맹수에 대응하기 위해 쉘터에서 출발한 주택은 발전을 거듭했다. 지금은 가족의 주거공간으로서 편안한 쉼터이자, 여유로운 보금자리로 그 기능이 추가됐다. 나아가 이제는 바이러스와 감염으로부터의 보호가 필요하다. 따라서 사람들의 생활방식이 변하고 주택의 새로운 목적이 더하여졌다면 주거의 형태도 그에 따라 바뀌게 될 것이다. 우크라이나의 세르게이 마크노는 코로나19 이후 우리의 거주공간인 집이 어떻게 변할지에 대한 7가지 예측을 내놓았다. 내용은 이렇다. 아파트가 아닌 주택으로, 개방형 구조보다는 벙커, 전력 및 수도의 자급자족, 정화 및 중화, 새로운 사무공간이 된 집, 도심 텃밭의 세계적 확산, 대량산업의 거부. 우리나라와는 맞지 않는 경우도 있지만 참고해 볼 만하다.

 

 

 

 

글. 남상득 Nam, Sangdeuk (주)씨엔 건축사사무소 · 대한건축사협회 건축정보센터장

 

남상득 건축사 · (주)씨엔 건축사사무소

 

성균관대학교 건축공학과를 졸업한 후 (주)정림건축에서 실 무를 쌓은 후 1992년 원 건축사사무소를 설립했다. 2007 년 (주)씨엔 건축사사무소로 회사명을 바꾸고 현재 대표 건 축사로 활동 중이다. 중곡종합건강센터, 울주 민속박물관 등 다수의 설계공모에 당선됐으며, 여수EXPO 베트남관, 서 울의숲 아이파크, 봉화군 자연휴양림 마스터플랜 등을 수행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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